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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3.22 | 435호 | 구독 | 지난호
안녕하세요!
실리콘밸리에 나와있는

한 주간 안녕하셨나요.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많은 분들이 한반도 위기에 대해 다시 깊게 생각하시기 시작한 것 같아요. 여러 분을 만나보니, 이런 말씀을 많이 하시더라고요. "우리나라는 안전한 것 같아?" "북한은 왜 미사일을 발사 하는 거야""중국이 대만을 공격할 것이라는데 사실이야?" 저 역시 궁금했어요. 그래서 얼마 전 니얼 퍼거슨 스탠포드대 교수님을 온라인으로 만나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이런 질문을 던졌어요. "우리 한반도는 안전한가요?"하고요.

 

퍼거슨 교수님은 매일경제 명예기자로 활동하고 있는데요. 그동안 , 문명, 제국, 폭력의 세계, 증오의 세기, 현금의 지배, 종이와 쇠, 실제의 역사, 콜로서스, 금융의 지배, 광장과 타워 등 세계사를 관통하는 책들을 무려 열일곱 권을 쓰면서 역사학자로 이름을 떨친 분이에요. 2002년 발간한 제국을 읽고 개인적으로 ''이 됐고, 이후 한국에 왔을 때도 몇 차례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어요. 물론 이 분에 대한 비판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에요. 역사를 보는 시각이 유물론적 관점이어서 비물질적인 것은 등한시 한다거나 제국(강대국)의 입장에서 세계사를 바라본다거나 하는 비판 말이에요.

 

그럼에도 통사적인 시각에서 세상을 분석한다는 점, 그리고 인사이트풀한 해법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퍼거슨 교수님을 좋아해요. 그런 퍼거슨 교수님이 "2~3년 내 또 다른 전쟁이 일어난다고 해도 놀라지 않아야 한다"고 했어요. 오늘은 퍼거슨 교수님이 들려주신 우리 인류를 둘러싼 둠에 대한 이야기를 말씀 드릴게요.

오늘의 에디션 

  1. 미라클브리핑
  2. "2~3년내 전쟁 나도 놀라지마"

  3. "능숙한 외교력만이 해법"

    👆클릭하면 현장소식으로!
    "2~3년내 전쟁 나도 놀라지마세요!"
    2차 냉전은 이미 돌입

    퍼거슨 교수님은 단도직입적으로 "인류는 올해 우크라이나에서처럼, 아마도 2~3년 내에는 대만과 같은 국가에서 전쟁을 벌일 수 있다"고 했어요. 이는 오늘날 우리가 두 번째 냉전에 진입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1차 냉전이 2차 세계대전 이후부터 1991년까지 미국과 소련간 팽팽한 대결의 시기였다면, 현재는 미국과 중국의 두 번째 냉전기라는 진단입니다. 그럼 퍼거슨 교수님을 불러 볼게요.

    (나와주세요!)


    😳다른 전쟁이 벌어질 거라고요?

    👨팬데믹이 우리 앞에 와 있는 재앙이라면 전쟁은 앞으로 찾아올 재앙입니다. 올해 우크라이나에서 발발한 전쟁은 아마도 내년에는 대만이나 이란에서 발발할 수 있어요. 인류는 미국과 중국간 또 다른 냉전 상황에 처해 있어요. 콜드워(냉전)가 핫워(열전)가 된다고 해서 놀라지 말아야 해요. 앞으로 대만을 놓고 미국과 중국이 조만간 전쟁을 벌이더라도 인류는 놀라지 않아야 해요. 우리는 2~3년내 주요한 전쟁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어요.

     

    🤔반드시 나나요?

    👨그나마 다행인 점은 전쟁 발발 가능성이 크더라도 2차 냉전이 1차 냉전 보다 대재앙으로서 번질 위험은 비교적 높지 않다는 것이에요. 과거 스탈린은 호전적이어서 핵무기를 급속히 발전시켰고 지정학적으로는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를 가리지 않고 뛰어들었죠. 하지만 중국은 핵무기만 놓고 볼 때 미국에 한참 뒤쳐져 있어요. 전쟁이 발발하더라도 인류에 대한 위협이나 세계적인 재앙으로 격상될 가능성은 현재로서 크지 않다고 봐요.

     

    🤔2차 냉전은 어떤 식이 되나요?

    👨당장 직면한 미국과 중국간 갈등은 테크놀로지를 둘러싼 스파이 활동과 비군사적 경쟁이에요. 그동안 중국은 서양의 지적재산권을 활용해 서양을 따라잡았죠. 이제 서양은 중국인의 접근을 차단하고 줄이려는 신 냉전에 발판 위에 서있고요. 인공지능 양자컴퓨팅과 같은 연구에 있어서도 중국이 앞서지 않도록 더 노력하고 있죠.

     

    😑이미 시작된 것일까요.

    👨<: 재앙의 정치학>을 통해 미국이 이미 대응에 나선 상태라고 분석한 바 있어요. 미국은 소련과 1차 냉전을 통해 교훈을 얻었었죠. 그것은 기술 경쟁에 매우 집중한다는 점입니다. 전통적인 재래식 전쟁은 베트남전처럼 매우 많은 비용이 투입되고 승자를 구분하기 어려운데, 미국은 동맹국을 중심으로 냉전을 벌이고 전선을 기술 전쟁으로 만들려고 하고 있어요.

     

    😊예를 들어주실래요.

    👨독일에서는 기독교민주당이 '믿을 수 없는 기업이 핵심과 그 주변 네트워크에 모두 접근하지 못하게 하는 법안'을 만들었죠. 또 영국에서는 보수당 의원들이 보리스 존슨 총리가 갖고 있던 화웨이에 대한 관점을 바꾸는데 성공했고요. 미국은 이제 세계 어디에서든 미국의 기술이나 지적재산권을 토대로 생산되는 반도체가 화웨이에 공급되지 못하도록 조치를 한 상태예요. 이는 화웨이의 반도체 자회사인 하이실리콘에 잠재적이고 치명적 위협이 될 수 있는 것이죠.

     

    🤔그래도 AI는 중국이라던데.

    👨트럼프 정부는 기술 분야 전문직을 대상으로 한 H-1B 비자를 제한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옥스포드대에 따르면 2003년 이후 가장 많이 인용된 100대 특허 중 중국에서 나온 것은 단 하나도 없어요. 옌쉐퉁 칭화대 국제관계연구소 소장은 "2차 냉전이 벌어진다면 1차 냉전을 고위험 고비용 전쟁으로 만들었던 고위험 고비용 전쟁이 아닌, 순수 기술 경쟁이 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는데, 이렇게 되면 미국이 승리할 가능성이 클 거예요.

    "중국이 호의적이지 않다고 답한 미국인"
    붉은색 공화당·파란색 민주당 지지자
    출처 Pew Research Center

    🤔중국 경제가 곧 미국 경제를 따라잡지 않나요.

    👨 2013년 이후 중국 금융기관들이 일대일로 프로젝트를 통해 총 4610억 달러를 외국에 대출했지만, 국제결제시스템에서 달러의 지배력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을 고안하는 것은 여전히 숙제예요. 1940년대 헤게모니가 영국에서 미국으로 바뀔 때는 미국 달러가 국제준비통화가 준비를 끝냈지만 오늘날 중국 인민폐는 갈 길이 먼 상태죠.

     

    🙄그럼 냉전은 미국의 승리겠네요

    👨그럼에도 재앙의 징조는 도사리고 있어요. 대만을 둘러싼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데, 대만과 중국 본토의 통합은 시진핑 주석의 가장 중요한 목표이자, 그가 임기제한을 없앴던 명분이기도 했어요.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여력이 있는지에 대해 미국 국방부는 회의적이긴 하지만, 중국 인민해방군은 실력을 급속히 쌓아가고 있는 점은 분명해요.

     

    😐전쟁의 징조는 무엇일까요?

    👨그레이엄 엘리슨 하버드대 교수는 "화웨이를 비롯한 중국 기업의 죽이기가 일본에 대한 석유 수출 금지가 절정에 달했던 1939~1941년의 대일본 제재와 비슷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경고했어요. 당시 일본정부는 일련의 봉쇄 조치들 때문에 궁극적으로 전쟁이라는 도박을 택했는데, 중국 기업의 옥죄기가 전쟁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에요.

     

    🙄긴장감만으로는 끝나진 않나요.

    👨일각에서는 냉전 없이 이처럼 팽팽한 긴장감이 감도는 상태가 이어질 것으로 보는 시선도 있어요. 대표적으로 에릭 슈미트 전 구글 최고경영자(CEO)는 삼성과 애플이 그랬듯이 미국과 중국 역시 경쟁과 동시에 협력을 지속하는 이른바 '협쟁(coopetition)'의 모델로 가야한다고 역설한 바 있죠. 이를 두고 그레이엄 엘리슨 하버드대 교수는 11세기 중국 송나라와 요나라 사이의 관계를 들며 팬데믹 이후에 중국을 친구나 적 가운데 하나로 명확하기에는 불가능해졌다고 설명하기도 했고요.

     

    🤔옳은 말 같은데요.

    👨한데 협쟁이라는 개념은 합리적인 단어로 보일 수 있지만 문제가 하나 있어요. 중국의 공산당은 삼성도 아니고 요나라도 아니라는 점이에요. 중국인들은 현재를 냉전으로 판단할 가능성이 큽니다. 몇 해 전 저는 한 국제회의에 현 시점을 2차 냉전이라고 진단을 한 적이 있는데, 그 때 중국 참석자 중 그 누구도 그것을 반박하지 않아 놀란 기억이 있어요. 그때 왜 반박을 안 하냐고 한 중국인 국제기구의 수장에게 물었더니 "당신 말에 동의하기 때문에 반박을 하지 않았다"고 말하더군요. 우리는 지금 새로운 냉전이 시작되는 지점에 서 있다는 것이죠.

    "능숙한 외교력만이 해법"
    대한민국이 걸어야 할 길

    호주라는 반면교사

    퍼거슨 교수님의 말을 듣고 있으니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사실 한국은 미국과는 동맹관계지만 중국은 우리나라의 제1 교역국이에요. 수출액중 중국 비중은 25.3% 미국은 15.1%. 수입액중 중국 비중은 22.4%, 미국은 12.3%입니다. 우리나라와 같은 수출주도형 소규모 개방경제 국가들은 전 세계의 자유무역 수준이 높을 때 성장하기 쉬운 구조를 갖고 있는 것이죠. 퍼거슨 교수님은 한국이 늦지 않게 살펴봐야 할 사례는 호주의 선택이라고 했어요. 호주는 양자택일에서 안보를 우선시하면서 베이징을 적대시하는 결정을 내렸죠. 전통적으로는 중국과 관계가 좋았어요. 중국에 광물과 농산물을 수출하고 중국으로부터 값싼 소비재를 수입했어요. 하지만 미국 편에 서기로 한 다음 호주와 중국은 코로나와 홍콩 보안법을 놓고 갈등을 겪었습니다. 이후 4자 안보 대화인 쿼드에 참여하기로 결정했고 한 발 더 미국 영국과 함께 3자 안보 파트너십인 오커스(AUKUS)를 발족!

     

    능숙한 외교만이 살길

    이후 중국은 쇠고기 수입 규제라는 특단의 조치를 취했고 이후 보리 와인에 높은 관세를 부과하고 석탄마저 수입을 금지시켰어요. 전문가들은 호주의 대중국 수출액 중 25%가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을 정도고요. 퍼거슨 교수님은 "한국도 결국 비슷한 선택을 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어요. 우리는 미국에 안보를 의존하기 때문에 중립이 어려운 국가라는 것이죠. 대다수 국가는 이러한 선택을 할 경우 무역 보다 안보를 택한대요. 퍼거슨 교수님은 "현재 한국이 필요한 것은 미국과 안보 동맹을 유지하면서도 중국과 충돌하지 않는 전략"이라고 했어요. 외교적으로 어려운 위치에 놓였지만 능숙한 외교만이 살길!

    퍼거슨 교수님은 미래를 모델로 설명하려고 들지 말라고 했어요. 초기 로마 역사가들은 무언가 목적을 갖고 움직이는데 의미를 부여하고자 했고, 중국은 '천명'을 통해 왕조가 순환된다고 믿었대요. 근래에는 계량경제사나 역사동역학(cliodynamics)의 주창자들이 이러한 순환론적 접근법을 부활시키려고 하고 있다고 했어요. 문제는 이런 모델들은 분명 예견됐을 법한 사건들이 실제로는 벌어지지 않았다는 점을 설명할 수 없다는데 있다고 합니다.

     

    역사는 모델로 만들어 설명하기엔 너무나 복잡한 과정이라는 것이죠. 한국인들은 혹시 모를 한국 전쟁이 가장 큰 파괴적 재앙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그 재앙의 패턴을 찾기 어려워한다고 했고요. 다만 재난이 벌어지는 이유는 크게 다섯 가지라고 지적했어요.

     

    • 역사에서 교훈을 얻지 못한다.
    • 상상력은 결핍돼 있다.
    • 전쟁이나 위기에 맞서 싸우려고 한다.
    • 위협을 과소 평가한다.
    • 행동하는데 있어 우물쭈물하고, 결코 오지 않을 확실성을 한없이 기다린다.

     

    때문에 인류는 예측 모델을 만드는데 에너지를 낭비하기 보다는 재난이 닥쳤을 때 더 빠르고 더 나은 대응을 하도록 노력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했어요. 미래를 보려고 하는 것보다 빠르게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합니다. 특히 퍼거슨 교수님은 위기분석전문가인 나심 탈레브의 단어를 인용해 한국이 앤티프래절 국가가 되길 바란다고 했어요.

     

    대재앙이 닥치면 어떤 국가는 깨지기 쉬운 프래절(fragile)이 되고 어떤 국가는 회복 재생력이 크며, 어떤 국가는 재난을 버텨내고 더 강해지는 '앤티프래절(anti-fragile)'이 된다고 강조했어요. 백번 옳은 말 같아요. 우리는 재난에 부딪혔을 때 충격을 딛고 더 강하게 만드는 '앤티프래절'을 추구해야 한다는 것이죠. 코로나로 다들 힘들어 하고 있지만, 이 순간을 슬기롭게 딛고 일어 서 더 튼튼한 나라가 됐으면 좋겠어요. 그럼 또 인사드릴게요.

    진심을 다합니다
    이상덕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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