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 나라로 돌아오는 고려인들

단비다이브ㅣ 2023. 06.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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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가 몰랐던 안중근 의사에 대한 사실 한 가지

다이버, 독립운동가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인물이 누군가요? 저는 안중근 의사가 가장 먼저 떠올라요. 작년에 안중근 의사의 이야기를 담은 뮤지컬 영화 <영웅>이 많은 사람에게 감동을 선사한 만큼, 저처럼 안중근 의사를 떠올린 다이버도 많을 것 같네요.

그런데 안중근 의사가 1907년에 연해주로 건너가 의병에 가담한 고려인 1세대라는 사실, 알고 있었나요? 2009년에는 안중근 의사의 조카 손녀인 안 라이사 씨가 광주와 장흥을 방문해서 “자녀들과 함께 들어올 수 있다면, 고국에서 여생을 보내고 싶다”라고 말하기도 했어요.

안중근 의사가 고려인이라는 사실도 생소하지만 ‘고려인’이 정확히 무엇인지 떠올리기도 쉽지 않죠. 고려인은 한반도에서 가장 먼저 해외 이주를 시도한 사람들, 즉 ‘국내 최초의 재외동포’라고 할 수 있어요. 이들은 일제강점기에 조선에서 소련으로 이주해서 독립운동을 이끌었고, 소련의 소수민족으로서 정치탄압과 강제이주의 아픔을 겪었죠.

이번 주 <단비다이브>에서는 고려인이 누구인지, 그 역사와 고려인이 정착한 지역, 현황을 알아볼게요. 그리고 고려인 유치를 준비하고 있는 제천시의 상황을 짚어보고, 성공적인 고려인 정착 사례로 꼽히는 ‘광주 고려인마을’까지 자세히 들여다보겠습니다.

ⓒSBS

📌 보금자리 찾는 고려인들

고려인은 1860년 무렵부터 1945년 8월 15일까지의 시기에 항일독립운동 등으로 러시아(구소련) 지역으로 강제 이주당한 교포들이에요. 1930년대 소련의 스탈린은 소수 민족을 억압했어요. 고려인들에게도 강제이주 조치가 실행되었죠. 이후 대다수 고려인의 생활거주지는 중앙아시아(특히 카자흐 공화국과 우즈베크 공화국) 지역이었어요. 중앙아시아 지역으로 강제이주 된 고려인들은 절반 이상이 집단 농장과 국영농장에 배치되었어요. 집단 농장과 국영농장의 구성원이었던 고려인들은 뛰어난 역량으로 점차 소련 내에서 우수한 민족이 되었죠.

그러나 1992년 1월, 소련이 붕괴하고 고려인들이 거주하는 국가에서는 배타적인 민족주의 운동이 일어났어요. 직장에서 추방당하고 경제적인 어려움이 가중되자 고려인은 다시 러시아 연해주 지방으로 모여들었죠. 하지만 또다시 어려움에 부닥쳤고 조상의 땅 한국으로 돌아와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게 되었죠.

고려인은 밀집 지역이 형성된 안산, 인천, 청주, 광주 등 지역을 중심으로 거주하고 있어요. 2010년대 중반까지는 주로 40대, 50대였으나, 현재는 20대, 30대도 고루 거주하고 있다고 해요. 2020년 법무부 외국 국적 동포 거소신고 현황을 보면, 국내 거소 신고한 고려인은 4만 명이 넘습니다.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고려인 인구는 더 늘어났다고 해요.

ⓒ나눔방송

📌 올해 고려인 300명이 제천 주민이 된다고?

앞으로 3년 안에 충북 제천시에 고려인 1천명이 정착할 예정이라고 해요. 제천시에서 시행하는 “재외동포 유치 프로젝트” 때문인데요. 제천시는 지방소멸 위기를 극복하고 지속가능성을 유지하기 위해 재외동포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어요. 당장 오는 10월부터 고려인 300명이 이주한다고 해요. 우즈베키스탄·키르기스스탄·카자흐스탄 등 중앙아시아 3국 고려인과 국내 거주 고려인 등이 제천시의 새로운 주민이 될 예정이에요. 제천시는 충북 지역 최초로 '고려인 등 재외동포 지원 조례'를 만드는 등 재외동포 주민의 지역 정착을 위한 기반을 마련하고 있어요.

3월 27일, 제천시의회 본회의를 통과한 '고려인 등 재외동포 지원 조례'에는 주거, 의료, 차별방지 등 재외동포를 지원하는 내용이 담겨 있어요. "제천시장은 고려인 등 재외동포 주민들이 지역공동체 구성원으로서 지역사회에 조기 정착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지역 주민과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여건 형성을 위한 적절한 시책을 수립하여 추진하여야 한다"와 같이 시장의 책무도 조례에 명시되었죠. 지원 조례가 생기면서 제천시에 거주하는 고려인 주민을 지원할 근거가 마련되었어요. 정책을 추진하기 위한 정책자문위원회와 재외동포 지원시설을 설치하고 운영할 수 있게 된거죠.

고려인 주민들이 할아버지 나라에 제대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어떤 과제가 남아있을까요? 오는 10월에 들어오는 고려인들은 세명대 기숙사에서 3개월 동안 지내며 언어와 문화, 생활을 익힌 뒤 제천시의 지원을 받아 일자리도 얻을 수 있어요. 고려인 입국이 노동력 부족이나 인구 소멸을 막는 데 도움이 되려면 제천시가 이들이 실질적으로 지역 사회에 정착할 수 있도록 좋은 환경을 조성해야 할 책임이 있어요. 앞서 성공적으로 지역에 정착한 고려인 마을의 경험을 자세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죠.

ⓒ단비뉴스

📌 고려인 주민 정착을 원한다면? 광주 고려인 마을처럼

'제천시 재외동포 유치 프로젝트’는 ‘광주 고려인 마을’을 모델로 하고 있어요. 광주 고려인 마을은 고려인마을 대표 신조야 씨가 주민들과 십시일반 돈을 모아 고려인센터와 고려인 어린이집·아동지원센터 등을 만들면서 자리를 잡기 시작했어요. 고려인센터와 고려인 어린이집·아동지원센터 등이 합쳐진 '고려인 주민통합지원센터'는 취업, 교육, 통신, 의료 등을 지원하는데요. 이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 두 가지를 뽑으라면 바로 '교육'과 '일자리'라고 할 수 있어요.

고려인 주민통합지원센터 내의 교육 지원은 어린이집과 지역아동센터에서 이루어져요. 고려인 어린이집은 맞벌이 부부 가정의 어린이들을 이른 아침부터 저녁까지 돌보는데요. 이곳에서 어린이들은 한글을 익히고, 운동과 문예 수업을 듣고 있어요. 초ㆍ중ㆍ고등학교 과정에 해당하는 학생들은 지역아동센터에서 한글, 영어, 수학, 예능 등의 학습을 지원받아요.

주민지원센터에서는 취업 관련 도움을 받을 수 있어요. 이곳은 원래 20여 명의 고려인 친교 모임으로 시작되었는데요. 2009년 1월부터는 새로 입국하는 고려인들에게 한국어 통역 및 숙식 제공과 취업 알선을 지원하는 센터를 운영하고 있답니다. 이렇게 고려인 주민을 지원하는 정책 덕분에 7000명이 넘는 고려인이 광주 고려인마을에 살고 있어요. 고려인들이 제천시에 성공적으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광주 고려인마을과 같이 종합적인 지원이 이뤄져야 할 것 같아요.

ⓒKBS

💬 대담한 단비

단비가 기자와의 대담을 통해 관점을 듣는 시간. 이번 대담한 단비에서는 <단비뉴스>가 취재한 10월부터 제천에 오는 고려인들을 위한 과제를 다룬 기사를 소개하려고 해요. 고려인들을 위한 첫 과제에 관해 보도한 우현지 기자의 생생한 취재담을 여러분께 전달해드릴게요!

Q. 고려인에 관심 가지게 된 계기가 무엇이었나요?

평소 저출산 문제와 지방 소멸 문제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2000년에 태어난 저는 저출산 문제와 그로 인한 국민연금 고갈 우려 및 세대 갈등에 당사자성이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대안을 고민하던 중, 민족 이민에 관해 관심 가지게 되었어요. 하지만 아직 단일 민족의 신화가 존재하는 한국의 정서상, 실현 불가능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떻게 하면 한국인의 정서에 조금 더 맞는 저출산의 대안이 있을까에 대해 고민하던 중, 구한 말 우리 조국을 떠난 우리 민족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어요. 그래서 고려인 이민이 꽤 좋은 방법이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습니다. 직접 관심을 가지고 찾지 않는다면, 쉽게 알 수 없는 사실이라 독자들에게 고려인들을 알리고 싶은 마음도 컸고요.

Q. 고려인이 가장 중요한 것은 교육과 일자리 확보라고 하셨어요. 광주 고려인 마을의 인상적인 정책은 무엇이었나요?

고려인 아이들을 위한 학교가 있다는 점이 인상 깊었습니다. 이민 정책이 일회성으로 마무리되지 않고, 장기적으로 잘 작동하기 위해서는 어린아이들이 안전하게 커서 어른이 되고, 그 어른들이 다시 아이를 낳고 싶어 하는 환경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우리나라도 고려인을 받아들이거나 이민 정책을 마련하면서, 이 같은 긍정적인 선순환을 구축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는 게 중요할 것 같습니다.

Q. 고려인이 지역사회에 어떤 변화를 불러일으킬 것으로 생각하시나요?

사실 고려인들을 유입한다고 지역사회에서 큰 변화가 올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너무 과한 기대라고 생각합니다. 고려인 유입을 시작으로, 더 많은 외국인이 유입되기 시작하면 장기적인 관점에서 한국 사회의 변화를 기대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만, 그를 위해서는 우리와 달라 보이는 사람들이 한국에 와도 ‘잘 적응할 수 있다’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게 중요할 것 같아요. 이런 인식이 만들어질 때 더 많은 외국인이 유입되는 게 가능해질 것이고, 그렇다면 먼 미래에는 단일 민족이라는 신화에서 벗어나 다양성이 기본이 되는 한국 사회가 만들어질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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