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와 펜을 들고 무작정 집을 나섰습니다. 날이 좋아서 집에만 있기 아쉽기도 하고, 뭔가 생각은 많은데 쉽게 정리되지 않는 느낌이라 답답하기도 했거든요. 사람들이 듬성듬성 다니는 거리의 벤치에 쪼그려 앉아 좋아하는 음악을 들었습니다. 왜 답답한 감정이 드는지, 고민이 뭔지, 내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기로 마음먹었지요.

 

백지 한가운데 이름을 적고, 당장 생각나는 키워드를 무작정 써내려 갔습니다. 그 순간만큼은 직장, 가족, 친구 등 저를 제외한 모든 환경을 잊었어요. 오직 제가 원하는 것, 좋아하는 것, 그리고 싫어하는 것들로 종이를 빼곡하게 메워갔죠. 상상만 해도 기분 좋아지는 미래, 현재를 행복하게 하는 일과들, 한참의 세월이 지나 희미해진 과거의 파장까지. 비록 예쁜 단어와 부정적인 단어가 뒤섞여 난무하는, 나만 알아볼 수 있는 지저분한 메모가 되었지만, 오히려 제가 어떤 사람인지 조금 더 알게 되는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생각해 보면 나라는 사람과 시간 내어 하는 데이트는 앞으로의 행로를 미묘하게 변화시킬 만큼 이렇게나 중요하더군요.

 

작가 김영하는 이런 메세지를 전하기도 하죠. 혼자 하는 여행이란 내가 누구인지를 잠시 잊어버리러 떠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누구인지를 확인하기 위해서 떠나는 것이라고. EGOZINE을 읽어주시는 여러분들 또한 오직 ‘나’와 함께 보내는 시간을 어색하게 생각하지도, 소홀히 대하지도 마시길. 이번 EGOT 송리단길 편에서는 혼자 불쑥 떠나기 좋은 공간들을 준비해 보았습니다. 평생 잊히지 않을 소중한 여행이 되길 바라며.

  

커피를 내리고, 제품을 만들고, 전시를 기획하는 이유. 작은 삶의 희망과 행복, 즉 ‘일상의 영감’을 주기 위함이라고 전하는데요. 지친 사람들에게 우연한 희망을 주고, 낯설지 않지만 색다른 다양한 삶의 방식을 소개하고, 사람과 사람의 마음을 잇는 일을 말합니다. 2층 서점에서 비치된, 일상에 위로가 되어주는 책들만 봐도 그 메세지가 어떤 의미인지 느낄 수 있어요.

 

하우스 카페는 대량 세 달에 한 번씩 원두를 교체해 방문객들에게 다양한 커피 경험을 선사한다고 하는데요. 에스프레소커피, 브루잉 커피의 원두를 각각 두 가지씩 준비해놓아 취향에 따라 즐길 수 있다고. 나무를 메인 소재로 삼은 감각적인 인테리어 공간, 그 어디에서든 커피를 즐길 수 있게 설계되어 있으니 혼자 방문해도 자유롭게 모든 것을 누릴 수 있을 것!

  

구독자 약 156만 명의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는 음악 크리에이터 겸 작곡가, 'Tido Kang'. 이분의 곡들은 제 수험생활을 버티게 해준 원동력이기도 했는데요. 개인적으로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은 작곡가입니다.

 

“우리의 만남은 우연을 가장한 필연일지 모른다.”

 

‘필연’은 가장 유명한 곡이죠. 몽환적이면서 동양적인 선율이 특징. 잔잔한 멜로디 덕에 혼자 책 읽을 때나, 작업할 때 듣기 좋습니다. 그래서 소개해 드린 공간, ‘하우스 서울’에서 독서하실 때 들어 보시길 추천드려요. 장담컨데 노래를 듣다 보면, 홀로 집을 나선 스스로가 더할 나위 없이 멋있고 사랑스럽게 느껴지는 순간이 찾아올 겁니다. 아, 필연은 해금 커버 곡도 있으니 마음이 드신다면 꼭 한번 찾아 들어주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