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엉말 궁금하시면 물어보세요!
이성혁

솔직한 마음을 쓰기 위해 오늘도 책상에 앉았습니다. 무슨 이야기를 써야 할지 한 주 내내 생각했는데 이 자리에 앉으니 무엇을 써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무엇을 써야 할지 모르겠는 것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것이 아닙니다. 그런 것 있잖아요.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아서 아무 말도 할 수 없는 것들이요. 제가 그런 것 같아요. 쓸 말이 많은데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그냥 늘 하던 대로 솔직한 마음을 써보겠습니다.


이번 주는 꽤 바빴습니다. 밀린 일들을 하기도 했고요. 사람들도 많이 만났습니다. 월요일에는 스토리지북앤필름 마이크 사장님이 진행하는 강의에 출강했습니다. 독립출판 케이스 스터디와 작가 소개를 쓰는 시간을 가졌어요. 2020년 가을 해방촌에서 제가 ‘책 만들기’ 수업을 들었던 이야기부터 시작했습니다. 수업을 준비하며 시작을 돌아봤는데 생각보다 오래되었습니다. 2020년에 첫 책이 나왔으니 횟수로는 7년이래요. 솔직히 믿기지 않습니다. 저는 아직 이 독립출판 씬이 무엇인지 설명할 수 없어요. 그냥 ‘자기 이야기를 하고 싶은 사람들’이라고 말해요. 제가 그렇게 7년 동안 물들었거든요. 나만의 이야기를 글, 그림, 사진으로 만드는 사람들이 있는 이 독립출판 씬을 사랑합니다. 여러분은 저를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 독립출판을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 궁금해집니다. 아무튼 제가 이 독립출판을 시작한 이야기를 하고 작가 소개를 썼습니다. 작가 소개는 제가 예시를 보여드리는데요. 예시는


1990년 서울에서 해가 가장 먼저 뜨는 곳에서 태어나 자라고 있다. 세탁소 냄새를 사랑한다. 학창 시절 책상보다 운동장을 좋아했다. 전역 후 노량진에서 몇 년의 겨울을 보냈다. 초록 앞치마를 두르고 푸른 꿈을 꾸었다. 이제는 문장으로 물결을 만들고 싶다.


이런 작가 소개를 합니다. 첫 문장은 제가 태어나고 자라고 있는 곳, 두 번째 문장은 세탁소 집 아들을 의미합니다. 세 번째 문장은 공부를 그리 잘하지 못했던 것을 의미하고요. 네 번째 문장은 저의 노량진 시절과 실패를 의미합니다. 초록 앞치마는 스타벅스, 푸른 꿈은 푸른 제복 경찰관, 마지막은 숲물결을 의미합니다. 


이런 작가 소개를 할 때마다 저를 돌아봅니다. 지금의 제가 만들어진 것들이요. 당신은 어떻게 지금의 당신이 되었는지 궁금하네요. 오늘따라 궁금한 게 많네요. 당신이 궁금하고 당신과 대화가 하고 싶은 것 같습니다.


수업을 진행할 때마다 잘하고 싶어집니다. 제가 알고 있는 것으로 누군가를 도와주고 싶습니다. 자기 이야기를 만들고 싶은 사람이 자기 이야기를 원하는 대로 만들었으면 좋겠습니다.


이번 주는 자비 출판 일을 했습니다. 저는 ‘물망초’라는 자비출판사를 운영하고 있어요. ‘물망초’의 꽃말은 ‘나를 잊지 마세요’인데 꽃말처럼 잊히고 싶지 않은 이야기를 기록하는 사람의 이야기를 만들어주는 제작, 유통 대행 서비스입니다. 지금은 할머니 한 분의 책을 만들고 있어요. 계약서를 쓰고 책을 만들고 있습니다. 생각보다 어려운 점이 많습니다. 좋은 책을 만들고 싶은데 과정에서 좋은 제작 서비스를 하고 싶은 마음, 사업적인 계산적인 마음이 옵니다. 예를 들어 계약서에는 원고 수정 3회라고 했지만 할머니께서 더 하고 싶다고 요청하시는 경우가 많아서 추가 비용 없이 7~8회까지 수정을 진행하게 되었어요. 좋은 책을 만들고 싶은 할머니의 마음을 거절하지 못했어요. 저 역시 좋은 책을 만들고 싶지만 생각보다(계약했던 것보다) 일이 많아지고 요청 사항을 칼같이 자르지 못하는 저를 볼 때, 그리고 그것으로 인해 제 다른 일을 못하는 상황이 올 때마다 제 자신이 미워집니다. 다음에는 마음을 더 단단하게 먹어야겠어요. 혹시 주변에 책을 만들고 싶은 친구나 어르신이 있다면 ‘물망초’를 추천해 주세요. 좋은 책 만들겠습니다.


아무튼 이번 주에 해방촌을 갔어요. 이택민 작가님과 식사를 하기로 했거든요. 이택민 작가님이 고맙게도 서울로 와주었습니다. 저는 사실 거의 집에서 나가지 않는 집돌이입니다. 택민 작가님을 만나기 전날은 집 밖으로 나가지 않았어요. 저는 7년간 독립출판을 하며 먼저 밥 먹자고 한 작가님이 한 손으로 꼽을 정도인데 택민 작가님도 그중 한 분입니다. 참 좋은 사람 같아요. 아무튼 택민 작가님을 만나러 가기 위해 오랜만에 지하철을 탔습니다. 오전 10시에 탔는데 지하철에 사람이 참 많았습니다. 특히 대학생들이 많았는데요. 옆자리에 앉은 친구는 큰 아이패드로 시험 공부를 하고 있었습니다. 일부러 본 것은 아니에요. 공부하는 대학생을 보며 저의 대학 생활을 생각했습니다. 저는 정말 불량학생이었거든요. 성실하게 수업을 듣지 않았어요. 가끔 기분이 내키지 않으면 영화를 보러 가기도 했습니다. 도서관에 앉아서 책을 보기도 했고요. 왜 그렇게 살았는지 10년 뒤로 돌아가면 뒤통수를 때리고 싶어집니다. 아 물론 때리려면 10년은 더 뒤로 가야 합니다. 좋은 성적을 받지 못해서 후회를 하는 게 아니라 최선을 다하지 못한 것 같아서 후회를 합니다. 무엇에 최선을 다하지 못했냐면 ‘청춘’에요. 청춘을 낭비했다는 생각을 자주 합니다. 조금 더 어릴 때 무언가에 더 최선을 다해볼걸 생각하기도 하고 대학 시절을 무언가에 빠져 청춘을 즐길걸 하는 생각을 자주 합니다. 영국의 작가 조지 버나드 쇼가 말했대요 “청춘을 청춘에게 주기엔 아깝다”라고요. 정말 저를 두고 하는 말 같아서 속상합니다.


푸릇한 날을 바라볼 때마다 가는 시간이 야속합니다. 계속 좋은 시간에 머물고 싶어요. 이제 또 더워지고 추워지겠죠. 그런 날씨에도 잘 버틸 수 있는 힘을 기르고 싶습니다. 숲물결 또한 잘 가꿔보고 싶어요. 처음에는 단지 제 책을 위한 1인 출판사였는데 점점 문장의 힘을 느끼고 있어요. 좋은 문장을 만드는 무언가가 되고 싶어요. 단순한 출판사가 아니고 문장으로 위로를 주는 것을 만들고 싶어요. 저는 문장이 주는 힘을 알고 있거든요. 저를 기대해 주세요.


저는 이번 주말 서울 회현에서 열리는 작은 마켓에 참여해요. 5월에는 세종, 6월에는 전주, 9월에는 국립중앙도서관에서 행사를 합니다. 제가 갈 수 있는 곳이 많아서 다행입니다. 사실 다음 주에 저에게 조금 커다란 프로젝트가 있어요. 혼자 하는 일이 아니라 공개되기 전에 알려드릴게요! (저엉말 궁금하시면 물어보세요! 몰래 알려드릴게요!)


저는 관심 받고 싶은 것 같아요. 지난 글에 답변을 보내주신 것도 정말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계속 솔직한 마음을 꺼내볼게요.


2026. 4. 24.
당신의 봄을 응원하며 성혁

추신 1. 익명의 고민 상담을 진행 중입니다. 사연을 보내주시면 성혁의 생각을 말씀드려요.
추신 2.  좋아하는 노래와 가사를 보내드려요. 새소년의 <새소년> 입니다.

미래가 보이는 저기 저 빛에서 계속 나를 비추네 나를 부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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