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번 레터의 답장들은 유독 길고 또 따뜻했습니다. 정말 잘 읽었어요. 📬

답장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가감없이 꺼내 보여주시는 분들이 있어 제가 더 힘을 냅니다.

다시 만난 월요일이에요, 구독자님.

이번 편지는 유독 운을 떼기까지가 어려웠답니다. 매일같이 하고픈 말이 많고 전하고픈 마음이 많은 제게는 이번 주 내내 이상하리만치 마땅한 주제가 떠오르지 않았거든요. 평소처럼 평일에 글을 쓰고 주말에 편지를 다듬거나 추가하는 게 아니라, 글을 쓰는 걸 통으로 주말까지 미뤄야만 했어요.

그러다 주말을 보내며 문득 쓰고 싶은 게 생겼음을 깨달았어요.

오늘은 제가 항상 편지를 마무리하는 말에 관해 얘기하려고 합니다.

네, 맞아요. 다정을 담아, 할 때 바로 그 '다정' 말이에요.

요즘은 내 사람이라 일컫는 이들의 범주를 늘리기보다 지금 이 바운더리 안에서 양껏 다정하고 싶다는 생각을 합니다. 전에는 '그러다 한순간 그 사람을 잃으면 어떡하지?' '그럼 내 다정은 다 어디로 사라지는 거지?' 싶어 참 많이 망설여졌는데, 그런 걸 재고 따져서 주는 것이 과연 진짜 마음인가 하는 의구심이 들었어요. 재고 따지다가 평생 누구에게 얼마큼이나 줄 수 있겠어, 하는 생각도 들었고요.

뿐만 아니라 내가 준 다정을 삼키는 데 그치거나 가끔은 그마저도 토해내는 이들도 있지만, 두고두고 기억해두었다가 몇 배로 돌려주는 이들도 있어요. 세상 가장 사랑스러운 이 앙! 갚음을 우리는 선물이나 보답, 또 사랑이라고도 부르죠. (앙갚음이 아니라 앙! 갚음입니다. 아주 중요한 포인트예요.)

설령 영영 돌려받지 못한대도 받은 이 중 누구라도 조금쯤 행복해 보인다면 그걸로 그만입니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사실을 알게 된 것 같아요. 다정에는 정해진 총량이 없다는 것을요. 정말이에요.

저에게 그걸 깨닫게 해준 친구가 있어요. 옛날부터 주변에 작고 소소한, 그리고 깜짝 선물을 해주는 것을 좋아했거든요. 사람 마음이란 게 아무리 상대를 생각해서 고르더라도 어쨌든 내가 원해서, 내가 고른 걸 주는 것이라 상대가 그렇게 기뻐하지 않을 수도 있는 건데 그럴 때면 매번 풀이 죽었어요. 그래도 조금쯤 더 좋아해 주면 좋을 텐데, 그런 생각을 늘 했죠. 😢

그러다 그 친구를 만난 거예요. 정말 별것 아닌 것에도 얼마나 좋아하고 기뻐하던지, 오히려 선물을 준 제가 얼떨떨할 정도로 반응해주는데 마음속에 무언가 화아악 차오르는 기분이 들었어요. 확 말고, 화-아-악, 아주 느릿하면서도 가득하게요. 그때 생각했어요. 주는 기쁨이란 게 이런 거구나.

더 많이, 더 자주, 더 좋은 걸 주고 싶었죠. 더 특별한 것도요. 친구가 너무 예쁘다며 한참을 만지작거리다 돌아선 귀걸이를 슬쩍 사서 손에 쥐여줄 때, 퇴근 후 짬짬이 작업해 친구가 좋아하는 것들로 가득 채우고 친구의 이름을 넣어 만든 포스터를 두 달 만에 만나 보여줄 때. 언제나 뛸 듯이 기뻐하고 고마워하는 친구를 보며 제 마음도 얼마나 들떴는지, 신이 났는지 몰라요.

아, 답장은 언제나 열려 있어요. 😉

입 아프게 다정을 이야기했으니, 구독자님께도 이쯤에서 한 줌의 다정을 나누어드려야 할 것 같아 준비했어요. 몇 번 들으면 저절로 멜로디를 흥얼거리게 될 오늘치 다정의 종착지는 제목까지 이 밤에 쏙 알맞은데요. 오늘의 19호실은 프롬(Fromm)의 노래, <달밤댄싱>입니다.

<달밤댄싱>은 2015년에 발매한 프롬(Fromm) 정규 2집 'MOONBOW'에 수록된 더블 타이틀곡 중 하나입니다. 위 링크를 통해 유튜브에서 보실 수 있는 뮤직비디오는 처음에는 뮤직비디오가 없던 노래에 팬들의 요청이 쇄도해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제작하게 된 뮤직비디오라고 해요.

저는 글을 읽고 쓰는 것을 좋아해서 그런지, 평소 멜로디보다는 가사에 중점을 두고 노래를 듣는 편인데요. 가사가 좋으면 멜로디가 썩 당기지 않더라도 마음이 동할 정도로요. 드물게도 프롬의 노래는 가사도 물론 훌륭하지만 멜로디가 먼저 귀를 잡아끄는 매력이 있어요. 언제 들어도 단단하게 자신의 색을 고수하는 프롬, 그중에서도 <달밤댄싱>은 다른 노래들보다 한 뼘쯤 더 신나는 노래입니다.

시끌벅적한 음악은 아니지만, 가만 듣고 있으면 마음이 들썩인다고 할까요. 가진 고민이며 걱정은 잠시 발치에 내려놓고 어느 담벼락 위를 겅중겅중 뛰어다니며 이 노래를 부르고 싶은 기분이 들어요. 이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니, 날 좋은 밤 한강에서 야경을 보며 좋은 사람과 함께 듣는 정도면 딱 좋겠네요.

구독자님의 하루에도 아주 작은 달콤함쯤은 있을 테니 우리 그걸로 며칠쯤 더 견뎌보기로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