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검사’ 구운몽이 아니라 청년 ‘주부’ 구운몽!
그렇게 온 집안의 희생을 등에 업고 서울대 로스쿨 타이틀을 목에 건 운몽이 별안간 주부 선언을 합니다. 우연히 집안일을 하게 되면서 자신도 몰랐던 ‘주부’로서의 능력을 발견했다나요. 누나들도 엄마도 옆집 동식 아저씨도 까무러칠 얘기죠. 다른 직업도 아니고, 아니 직업이라고 하기도 뭣한 주부라니요.
이제 마흔 줄을 바라보고 있는 누나 넷은 바닷가를 바라보고 있는 횟집에 앉아 소주잔을 기울입니다. ‘그래, 운몽이도 이제 다 큰 어른이야. 언제까지 우리가 살라는 대로 살겠어.’ 누나들은 결국 빛을 보지 못한 자신들의 희생을 넘치는 술 한 잔에 흘려보냅니다.
소설의 첫 부분을 읽었을 때 엄마 생각이 났어요. 운몽네 집안처럼 엄마도 누나 넷에 막내아들 하나를 두고 있거든요. 그중에 엄마는 셋째 누나예요. 어려서부터 외갓집에 놀러 가면 막내 삼촌은 바닥에 누워서 우리랑 장난을 치고 이모들은 좁은 부엌에서 부지런을 떨던 기억이 나요. 그게 그때는 당연한 줄 알았는데, 아니었더라고요. 편하게 누워 있다가 밥때가 되면 엄마가 해주는 따듯한 밥상을 받는 게 누구에게나 행복한 일이었을 텐데요. 엄마는 그때는 다 그랬다며 웃으며 얘기합니다.
그래서인지 소설 속에서 운몽과 원수지간처럼 지내는 누나, 재영에게 마음이 많이 쓰이더라고요. 진정한 행복을 찾아가는 운몽이도 기특하고 애틋하지만, 운몽과 나이 차도 그렇게 크지 않은데도 양보하는 법을 먼저 배웠을 넷째 누나 재영도 한 번은 꽉 안아주고 싶은 아이예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