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디자이너입니다. 작년에 손목이 너무 아파 보호대를 차고 한 달간 치료를 받다가 병원비가 부담되어 병원과 손절했습니다. 그리고 부장님을 졸라 타블렛(마우스 대신 사용하는 패드와 펜)을 샀는데요, 회사에 눈치가 보여 너무 저가형을 샀는지 기기에 스크롤 기능이 없어 마우스와 병행하여 사용하고 있는 입장입니다. 그러나 마우스를 잡으면 다시 펜으로 전환하기 귀찮아 그대로 사용하기 일쑤라 그만 다시 손목 통증이 재발해버렸습니다…

지금은 마우스 휠과 스페이스 바, 키보드의 방향키를 대용으로 사용하고 있는데 정밀 조작이 어려울뿐더러 스크롤을 내리기 위해 계속 눌러주어야 하다 보니 오히려 손에 더 부담이 되는 기분입니다. 전화해서 시안 늦게 뽑아서 감사하다고 꼽주는 차장님도, 제품 출시 2주 남기고 패키지며 홍보 페이지며 급하게 디자인 시키는 사장님도, 뭐 하나 시키면 완료할 때까지 뒤에 와서 지켜보는 과장님도 신경 쓰이지 않습니다. 

이 순간 저에게 가장 간절한 건 타블렛 펜을 쥐고도 자유롭게 스크롤을 내릴 수 있는 환경일 뿐입니다. 마음 같아선 화상 터치패드 프로그램이라도 제작하고 싶은데 제가 만들 수 있는 건 이미지뿐이어서요...☆ 

뽁뽁님들!! 여러분들의 손목은 안녕하십니까! 정녕 제 손목이 구원받을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걸까요!

와! 우선 마케팅 분야에서 기획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니! 새로운 도전 응원해요. 저는 ‘기획자’라는 직무를 생각해 본적도 없었는데, 회사에서 새로운 비즈니스를 시작하게 되는 과정에서 ‘너 잘할 것 같은데, 한 번 같이 해보지 않을래?’라는 제안으로 시작하게 되었어요. 그때는 내가 할 수 있나? 나 진짜 아무것도 모르는데?라는 생각이었고, 무서운 마음이 있어서 엄청 고민했던 것 같아요. 근데 새로운 걸 해보고 싶었고, 이게 기회가 될 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으로 해보기로 했어요. 

말씀 주신 것처럼 기획이라고 해도 도메인별로, 서비스 특성별로 정-말 달라서 ‘기획’이라는 단어로 일반화하기가 정말 어려운 것 같아요. 백엔드 로직 설계를 꼼꼼하게 설계하시는 분들이 있고, 유저에게 어떻게 전달할 수 있을지 프론트엔드를 센스 있게 기획하시는 분들도 있으니까요! 

제가 처음 시작한 서비스는 ‘마케터들과 광고주를 위한 데이터와 콘텐츠 플랫폼’이었어요. 자칫 딱딱하고, 재미없는 플랫폼이 될 수도 있는데, 저는 스스로 목표를 세운게 있었어요. ‘내 서비스의 팬덤을 만들어 보자‘ ‘색이 뚜렷한 플랫폼을 만들자’ 라고 생각하고, 같은 프로젝트를 해도 조금 다르게 적용해볼 수 있는 게 뭐가 있는지 생각해 보려고 노력했던 것 같아요. 

외부에서 스터디했던, 공부했던 사례들을 적용해보려고 노력하기도 하구요. 제 타겟유저는 마케터였으니 마케터들이 모이는 공간이라면 엄청 가고, 많이 묻고, 들으면서 ‘이 사람들이 뭘 좋아하고, 어떤 고민이 있는지’ 들으려고 했던 것 같아요. 그러다 보면 유저들이 뭘 원하는지 책상에서 알 수 없던 게 보이더라구요! 

일단 관심을 가져야 하는 것 같아요. 그리고 저는 제가 해보고 싶은 것들을 최대한 다 해봤어요! 이 사람들을 데리고 이런 프로젝트를 해보고 싶다, 이런 기능이 있으면 좋겠다, 여기서 이거 봤는데 우리 서비스도 도입했으면 좋겠다. 는 건 다 말하고, 되도록 적용해보려고 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저희 팀 메신저에 저는 매일 ‘이거 어때요?’라고 많이 말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그런것들에 대한 유저들의 반응이 저의 동력이었어요. 제가 고심해서 만든 것들에 유저들이 ‘너무 좋다’는 메시지를 보내주거나, 글을 써줄 때, 그리고 그게 저에게 닿을 때 엄청난 동력이 되는 것 같아요. 저도 루즈하고, 재미없는 시기가 있었는데요. 그럴 때는 외부에서 오히려 자극을 찾아서 내가 하는 일에 적용했던 것 같아요. 작년에 ‘힙한 서비스들의 비밀’ 커뮤니티를 시작하면서 많이 배우고, 열정넘치는 사람들을 만나고, 여기서 배운걸 내 서비스에 또 적용해보고 하면서 루즈해졌던 시기를 이겨냈던 것 같아요. 

저도 어떻게 보면 b2b라고도 볼 수 있었어요. 대행사나 광고주, 매체사들이 유저였고, 이들과 소통하는 일들이 많았으니까요! 그 안에서 계속 제가 할 수 있는 것들, 제가 잘 할 수 있는 부분을 찾았던 것 같아요. 당연한 일을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고 여러 가지 시도들을 해보다 보면 지금 하는 일도 재밌어질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리고 저는 모든 과정에서 레슨런이 있다고 생각해서 아무리 힘든 시기여도 ‘와 내가 이 퀘스트 깨면서 엄청 성장하겠다’ 라고 생각하기도 해요. 물론 정말 너무 재미없고, 바뀔 수 없다면 좋아하는 도메인이나 새로운 서비스를 찾아가는 것도 방법일 것 같아요. 세상에 서비스는 많고, 다양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