悲愴(비창), 슬플 ‘비’에 슬플 ‘창’을 쓴 한자어입니다. 일상에서 자주 쓰이는 단어는 아니지만, 베토벤, 그리고 차이콥스키의 작품 덕에 익숙하게 느껴지죠. 그런데 전문가들은 이 제목이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비창>의 원어인 'Pathétique'는 ‘비창’보다는 '슬픈 감정을 억누르고 씩씩하게 있는다'는 뜻의 ‘비장’에 가깝기 때문인데요. 현재로서는 이러한 오류가 일본에서부터 발생하여 한국으로까지 넘어왔다고 보는 것이 지배적입니다.

사실 에디터는 말로만 들어서는 비창, 비장이라는 감정이 정확하게 어떤 감정인지 잘 모르겠어요. 단지 베토벤과 차이콥스키의 작품을 듣고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을 뿐이죠🤔 오늘은 그들이 이 감정을 어떻게 음악에 그려냈는지 함께 보려고 합니다. 특별히 작품에 제목을 붙이는 과정에 관한 작곡가들의 인터뷰도 준비되어 있으니, 기대해주세요!

*오늘의 레터에서는 편의상 '비창'으로 통일했습니다.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제8번, <비창>. <비창>을 작곡하던 28세의 베토벤은 세간의 주목을 받는 젊은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였어요. 곡의 악보가 출판되었을 때 음악을 공부하던 학생들이 악보를 사려고 줄을 섰다는 일화는 당시 빈에서 베토벤의 인기가 어느 정도였는지를 가늠할 수 있게 합니다🤭 그래서일까요, 이 곡은 “가장 행복했을 시절에 작곡된 가장 슬픈 음악”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기도 해요. 이때를 기점으로 베토벤은 본격적으로 청력을 잃어갔고, 음악적 경향에도 변화가 생겨 이후 작곡된 피아노 소나타부터는 '중기 소나타'로 분류되죠. 

베토벤이 작곡한 총 32개의 피아노 소나타 중, 그가 직접 제목을 붙인 것은 단 두 개뿐이에요✌🏻 하나는 🔗26번 <고별>이고, 다른 하나가 바로 <비창>입니다. 베토벤이 직접  ‘Grande Sonate Pathétique’라는 표제를 붙였다고 전해지는 이 작품에서 여러분은 어떤 감정이 느껴지시나요? 슬픔을 억누르는 감정이 와 닿으시나요?

차이콥스키는 <비창>이라는 제목을 초연 다음 날 정했다고 합니다. 제목의 아이디어는 그의 동생에서 출발했는데요. 동생은 '비극적'이라는 제목을 제안했지만, 차이콥스키의 마음에 차지 않았고, 결국 이어 등장한 '비창'이 곡의 제목이 되었다고 해요. 안타깝게도 곡이 초연되고 정확히 9일 후, 차이콥스키는 세상을 떠났습니다. 이 곡이 다시 연주된 장소는 그의 장례식이었죠.

에디터 S👩🏻‍💻: A 작곡가님은 곡의 제목을 어떤 기준으로 선정하시나요?

작곡가 A😎: 보통 내용을 가장 함축적이고 적절하게 표현할 수 있는 1~2개의 단어를 활용해서 짓는 편이에요. 한 번에 생각날 때도 있고, 오래 걸릴 때도 있죠.

에디터 S👩🏻‍💻: 그럼 작곡가님은 제목 붙이기와 작곡 중 어느 것을 먼저 하세요?

작곡가 A😎: 가곡이나 오페라처럼 이야기를 담고 있는 장르는 제목을 먼저 정하는 편이에요. 교향시도 마찬가지이고요. 반면 이제껏 작곡한 기악음악 중에는 제목을 나중에 붙이거나 붙이지 않은 것도 있어요. 물론 절대적인 것은 아닙니다. 거의 제 마음대로 하니까요(웃음)

에디터 S👩🏻‍💻: B 작곡가님은 어떠세요? 제목을 먼저 정하는 편인가요?

작곡가 B😉: 저는 항상 제목을 먼저 생각하고 작곡하는 것 같아요. 곡의 방향성을 잡는 데에 좋은 길잡이가 되어주거든요. 그런데 최종 제목이 처음 생각한 제목과 일치하는 경우는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처음에 예상한 그림과 다르게 흘러가는 경우도 많고, 시간이 지나 더 적절한 제목이 떠오르는 경우도 있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