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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까대기 :
『외국인 라이더에게 '명의 월세 장사'하는 사람들』


① 한 달 20만원짜리 계정

② 한국인 명의는 어떻게 월세가 됐나

③ 사무실은 왜 알면서도 쓸까

④ 인증과 보험으로 막을 수 있을까

⑤ 관점을 바꿔야 할 때

① 한 달 20만원짜리 계정

다섯 달 만에 734명. 남의 계정으로 몰래 배달하다 걸린 불법 외국인 라이더 숫자입니다. 법무부가 올해 1~5월 집중 단속을 벌인 결과로, 지난해 1년 동안 적발된 67명의 약 11배입니다. 이 중 15명은 무면허였고, 1명은 지명수배자였습니다. 단속은 그 뒤로도 이어져, 8월까지 누적 적발 인원은 1132명으로 늘었습니다. 지난해의 약 17배죠.

 

불법 외국인 라이더들은 보험도 없이 남의 이름으로 달리니 사고가 나도 책임질 사람을 찾기 어렵습니다. 실제 이들과 접촉 사고가 났는데 보험 처리를 한 푼도 못 받았다는 라이더를 만났고요. 또 서울시 관악구 모 음식점 주인은 “주차 중인 내 차량을 라이더가 긁고 갔는데, 명의도용 외국인 라이더라 잡을 방법이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이들이 도용한 한국인 배달 계정은 한 달 20만원이면 빌릴 수 있습니다. 지금도 거래가 활발하죠. 대체 누가 빌려주는 걸까요? 급증하는 외국인 불법 라이더 문제와 그 뒤에 숨은 구조를 취재했습니다.

② 한국인 명의는 어떻게 월세가 됐나

요즘 외국인 유학생 사이에선 한국에서 배달만 해도 큰돈 번다는 말이 흔합니다. 틀린 말이 아닌 게, 적발된 734명 중 410명이 유학생 비자를 보유했거든요. 원래 외국인은 배달앱 가입부터가 어렵습니다. 쿠팡이츠는 외국인을 아예 안 받고, 배민도 적법한 비자가 없으면 못 들어갑니다. 현행법상 거주·영주·결혼이민 비자 등이 아니면 배달 일을 할 수 없거든요.

 

그럼에도 불법 외국인 라이더 계정이 나오는 길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한국인 계정을 돌려 쓰는 겁니다. 법무부에 적발된 배달대행사 점주들 상당수가 지인에게 건네받은 계정을 외국인들에게 돌렸습니다. 다른 하나는 명의도용입니다. 배달대행사가 급전이 필요한 사람의 명의를 빌려 통신사 개통까지 대신하고, 그 휴대폰으로 무자격 라이더에게 일감을 준다는 겁니다. 휴대폰부터 남의 명의로 만드는 거죠.

 

다만 남의 명의로 배달하는 건 외국인 라이더가 만든 문화는 아닙니다. 배달·퀵 업계의 오래된 관행입니다. 2010년대 퀵 사무실 운영자 말로는 “소속 기사 절반 이상이 남의 명의로 일했다”라 합니다. 신용불량이나 빚, 세금 문제로 소득이 드러나면 안 되는 사람들이 가족이나 지인 명의를 빌린 거죠. 즉, 명의도용 판은 원래 깔려있었고, 불법으로 일하려는 외국인은 거기 들어온 새 손님인 셈입니다.

 

가격표도 생겼습니다. 법무부 적발 사례를 보면 서울의 한 영업점주는 지인에게 받은 계정을 외국인 67명에게 빌려주고 1인당 매달 20~25만원을 받았습니다. 배달은 한 건도 안 하고, 계정 월세로만 한 달에 1000만원 넘게 번 셈입니다. 대전에선 월 15만원, 부천에선 주 7만원, 세종에선 주 3~4만원을 받았고요. 배달 수수료의 10%를 떼어 간 곳도 있었습니다.

 

명의를 빌린 라이더 쪽은 한 달에 300~500만원을 번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무역경영 비자로 들어온 한 외국인은 한국인 명의로 가입해 강남 일대에서 1년 7개월 동안 약 5200만원을 벌었다고 합니다.

 

그럼 걸리면 누가 처벌받을까요? 지금까지는 빌린 사람입니다. 법무부는 이번 단속에서 643명에게 범칙금 16억원 넘게 부과했고, 68명을 출국 조치했습니다. 계정을 빌려준 영업점주 16명도 수사 선상에 올랐고요. 그럼 명의를 내준 원래 주인은요? 취재원들 말은 한결같았습니다. “도용당했다, 몰랐다 하면 끝”이라는 겁니다. 결국 단속되는 건 빌려준 쪽이 아니라 빌린 쪽이라고요.

 

불법 외국인 라이더들은 보험도 없고, 명의가 남의 것이라 사고가 나면 추적도 어렵습니다. 한 라이더는 이를 “시한폭탄”이라고 표현합니다. 위험은 도로 위 모두가 지는데, 판을 깔아준 사람은 잘 보이지 않는 겁니다.

③ 사무실은 왜 알면서도 쓸까


배달대행 사무실은 걸리면 큰일 나는 걸 알면서 왜 쓸까요? 답은 간단합니다. 사람이 없어서요.

 

광주에서 일하는 파키스탄 출신 유학생 라이더를 인터뷰한 적이 있습니다. 그 지역은 콜도 많지 않고 동선도 길어 효율이 안 나오는데, 배달 단가는 몇 년째 그대로라고 합니다. 그러니 한국 라이더들이 떠났고, 그 빈자리를 유학생들이 채운 거죠. 그에게 이 일은 최적의 일자리였습니다. 앱만 쓸 줄 알면 되고, 문 앞에 두고 벨 누르면 끝이라 대화할 일도 없고, 주소를 못 읽어도 내비만 따라가면 된다는 겁니다. 방학이 되면 친구들끼리 서울·경기 사무실을 소개받아 원정까지 간다고 하더라고요.

 

흥미로운 건 같은 사무실 한국 라이더들의 반응입니다. 생각보다 평판이 좋아요. 영등포 사무실에서 일하는 한국인 라이더는 실력 있는 친구들은 하루 80~100콜까지 타는데, 한국 라이더는 그 절반도 못 타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했습니다. 멀고 싸고 무거운, 이른바 ‘똥콜’도 가리지 않으니 같이 일하는 입장에선 편한 면도 있는 거죠.

 

반대로 배민이나 쿠팡이츠 앱으로 직접 뛰는 라이더들은 반감이 큽니다. 강남에서 5년째 배달하는 라이더는 묶음배달을 하면 아직도 건당 2000원대 초중반이라며, 국밥값이 두 배 될 동안 배달 단가는 몇백원 올랐다고 토로합니다. 플랫폼이 묶음배달 일부를 대행사에 맡기고, 그 대행사의 불법 라이더가 싼 콜까지 다 처리해 주니 평균 단가가 오르지 않는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고요. 플랫폼이 직접 고용하진 않지만 결과적으로 득을 본다는 거죠.


④ 인증과 보험으로 막을 수 있을까


정부와 플랫폼도 손 놓고 있진 않습니다. 법무부는 5월 11일 배달 플랫폼들과 간담회를 열어 안면 인증 시스템 도입을 권고했습니다. 6월부터는 유상운송용 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라이더와 배달사업자가 계약을 맺을 수 없게 됐고, 사업자는 가입 여부를 주기적으로 확인해야 합니다. 배민은 8월 12일부터 라이더 PASS 본인인증을 의무화했습니다.

 

하나 현장 반응은 싸늘합니다. PASS 인증은 처음 한 번 하고 나면 90일마다 다시 하는데, 라이더들 말로는 한 번 뚫으면 석 달은 안전하다는 뜻이랍니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위에서 언급한 휴대폰입니다. 개통부터 남의 명의니까 인증 문자도 불법 라이더가 받습니다. 그래서 지역 대행사들은 별 걱정이 없다고 하고요.

 

보험 확인 의무는 분명 의미 있는 변화입니다. 다만 라이더유니온은 리스 오토바이나 대행업체를 통한 운행 같은 사각지대가 남는다고 지적했고, 플랫폼 쪽도 대행사 영역까지 직접 관리하긴 어렵다고 인정했습니다.

 

정리하면 지금 나온 장치들은 전부 ‘이 명의가 진짜인가’를 확인합니다. 그러나 ‘그 명의로 지금 배달을 하는 사람은 누구인가’는 확인하지 못하는 겁니다.

 

그래서 지금 불법 라이더를 실제 단속하는 건 또 다른 라이더들입니다. 한국 라이더들이 단톡방을 만들고, 헬멧 블랙박스로 픽업부터 배달까지 찍어 경찰에 넘깁니다. 스스로를 ‘헌터’라고 부르죠. 본인 운행하기도 바쁜데 일종의 자경단 활동까지 겸하며 일자리를 지키려는 겁니다.


⑤ 관점을 바꿔야 할 때


유학생이 외국인 인력의 우회로가 됐습니다. 단순노무 인력을 들여오는 고용허가제는 문턱이 높고 업종도 묶여 있으니, 상대적으로 들어오기 쉬운 유학생이 통로가 된 거죠. 그리고 이들이 가장 쉽게 일할 수 있는 게 배달입니다. 적발된 유학생이 다니던 대학은 96곳, 전국 대학의 29%에 달합니다. 법무부는 학령인구 감소와 등록금 동결로 대학들이 유학생 유치에 열을 올린 영향으로 보고 있습니다.

 

해외는 어떨까요? 영국 정부는 딜리버루, 저스트잇, 우버이츠와 협의해 플랫폼이 라이더 얼굴 인증과 사기 탐지를 강화하도록 했습니다. 반면 한국은 그 책임이 플랫폼, 대행사, 영업점으로 층층이 흩어져 있습니다. 라이더는 법적으로 개인사업자라 플랫폼이 직접 관리할 근거도 약하고요. 그래서 걸려도 책임질 주체가 없는 구조가 반복된다는 게 업계의 진단입니다.

 

이 문제를 외국인 유학생 문제로만 보면 앞으로도 단속 숫자만 계속 늘어날 겁니다. 하지만 한국인 명의가 거래되는 시장의 문제로 보면 다른 것들이 보입니다. 그 시장을 굴리는 영업점, 명의를 내준 사람, 그리고 신원 확인을 어디까지 책임질지 정하지 않은 플랫폼까지요. 과연 “도로 위의 시한폭탄” 문제는 본인인증 제도로 해결될 수 있을까요?

커넥터스 노트 :

새 오프라인 모임, 완판했습니다

안녕하세요. 신승윤입니다. 지난 레터에서 소개한 ‘커넥터스 비하인드’ 1기 총 30여석이 모두 마감됐습니다. 사전신청으로 20여 분을 먼저 모았고, 여석을 공개하자마자 빠르게 채워졌습니다. 아쉽게 함께하지 못하신 분들께는 감사의 마음을 담아 2기 우선 참가권을 드리려 합니다.

 

명단을 정리하며 가장 설렌 건 모이는 분들의 면면이었습니다.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플랫폼 실무자부터 패션·뷰티·전자제품 브랜드와 유통사의 실무진, 경영진, AI 에이전트 회사 대표님까지 오십니다. 하는 일도 영업과 마케팅, 컨설팅부터 풀필먼트, 라스트마일, 미들마일, 글로벌 서비스, 자동화 설비, ERP와 SCM까지 정말 제각각이고요. 같은 기사를 읽고도 각자의 현장에서 전혀 다른 답을 갖고 계실 분들이 한 테이블에 앉는다고 생각하니, 저부터 배울 게 많은 자리가 될 것 같습니다.


첫 모임은 다음 주 10월 28일(수) 저녁, 역삼 마루360에서 열립니다. 엄지용 대표의 ‘택배 1위, 이제 CJ대한통운이 아닌 이유’, 제가 맡은 ‘동대문 풀필먼트는 왜 전멸했나’, 여기에 현직 물류 컨설턴트가 들려줄 물류 전략 컨설팅 이야기까지 세 편의 발제를 함께 나눕니다. 사전신청 해주신 분들께는 작은 선물로 『오늘 주문 당일 도착의 경제학』도 준비했습니다.

 

책 이야기가 나온 김에 요즘 근황도 하나 전합니다. 책을 사셨다며 사인을 부탁하시는 독자분들이 생각보다 많아서, 부끄러움과 뿌듯함이 매일 같이 오가는 요즘입니다. 오랜만에 연락 온 얼굴들도 있었습니다. 쿠팡, CJ올리브영, 무신사 등에서 일하는 대학 동기와 선후배, 동아리 선후배들이 “책 잘 봤다”, “이게 넌 줄 몰랐다, 동명이인인 줄 알았다”라며 연락을 주더라고요. 덕분에 오랜만에 얼굴도 보고 근황도 나눴습니다. 우리 모두 같은 업계 어딘가에서 각자 일하고 있었다는 걸 새삼 알게 돼 너무 좋더군요.


다음 주 30여 명의 실무자가 모여 어떤 이야기를 나눌지 저도 무척 기대됩니다. 이를 시작으로 더 많은 독자분들이 모여 생각을 나눌 장을 마련해 보겠습니다. 이번 주도 커넥트레터와 함께해 주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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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인 엄지용, 신승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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