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와 반딧불이 / 여름 『아침밥』 - 하야시 후미코
두 번째 편지
2025. 07. 24

안녕하세요, 구독자님. 다시 만나서 반갑습니다:)

“(고민하지 말고) ‘일단’ ‘우선’ ‘그냥’ 쓰면 되지 않을까?”라 생각했던 뉴스레터.

실제로 첫 번째 편지를 써보니... 너무 어렵고, 시간도 노력도 많이 필요하더라고요...

뉴스레터 써 오신 모든 분들 존경합니다, 라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였습니다. 그래도 쓰면서 때때로 즐겁기도하고, 무엇보다 아주 잠시라도 몰입하는 시간을 갖게 되어 좋아요. 말씀드린 대로 우선 여름편지 호는 6회 완주해 보려 합니다. 부족한 부분도 많지만, 아무쪼록 잘 부탁드려요.

01. [스물 네 번의 계절] 무더위와 반딧불이
"스물 네 번의 계절"은 24절기, 72후를 다룬 짤막한 글입니다. *24절기는 태양의 움직임에 따라 1년을 24개로 나눈 계절의 구분이며, 72 .후는 24절기를 다시 5일씩 3개로 세분화해 자연의 미세한 변화를 나타낸 지표입니다. 한국과 중국, 일본, 베트남 등에서 사용되어왔습니다

2025년 7월 24일 목요일

대서(大暑) 7월 23일~ 8월 6일 경

부초위형(腐草為螢) 7월 23일~ 27일 경


오늘 7월 24일은

24절기로 대서, 

72후로는 부초위형입니다.


한자 뜻을 풀이하면

가장 무더운 절기가 시작되고,

습하고 무더운 날씨 속에 반딧불이가

나타나는 시기라는 말입니다.

‘반딧불이’ 하면 떠오르는 애니메이션, 『반딧불이의 묘』.


전쟁에 휘말린 남매 세이타와 세츠코의 이야기를 담은 이 작품은 많은 이들의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특히 세츠코가 들고 있던 빨간 ‘사쿠마 드롭스’ 캔은 영화의 상징처럼 여겨집니다. 실제로 세츠코 그림이 그려진 콜라보 상품 캔이 오랫동안 판매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 추억의 사탕은 2023년 1월, 생산 중단과 함께 역사 속으로 사라졌습니다. 이후 일부 온라인 사이트에서는 프리미엄 가격에 거래되었고, 자본주의의 원리를 새삼 실감하게 했습니다. (체 게바라 피규어처럼요. 네, 저도 갖고 싶었어요…)


『반딧불이의 묘』는 다양한 해석을 낳았지만, 여름밤 반딧불 사이를 걷는 어린 남매. 1945년의 그날 그대로의 모습으로 휘황찬란한 대도시와 사람들을 바라보는 남매. 그들의 모습이 쉽게 잊히지 않습니다. 

사진: Mike Lewinski

제철 꽃 : 봉선화, 연꽃

제철 음식 : 자두, 수박, 옥수수

오늘무슨날: 졸업 앨범의 날 (일본)

오늘이생일: 시몬 볼리바르, 알렉산드르 뒤마, 알폰스 무하, 타니자키 준이치로

오늘이기일: 궁예, 시라카와 덴노,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河童忌*)

02. [계절식탁?] 훈연 무절임과 치즈케이크. 눈알요괴와 함께.
"계절식탁"은 계절에 맞춰 예전에 사먹은 음식, 해먹은 음식, 해먹을 음식 등을 다룹니다.

여름날, 친구네 놀러 가서 먹은 것들. 계절과는 크게 상관없어 보이지만... 더운 여름날 같이 나눠서 좋았던 식탁을 떠올리며 적어봅니다. 일본 아키타현 출신 친구가 고른 이부리갓코(いぶりがっこ)와 치즈케이크. 차갑게 한 일본주(이건 이시카와현 거였다.)와 레드와인.


'이부리갓코'는 아키타현의 명물로, 겨울철 실내에서 연기로 말린 무를 소금에 절인 절임 음식입니다. 치즈롤과 같은 형태로 나온 시판품을 그대로 사 먹기도 하고, 크림치즈를 따로 사서 얹어 먹기도 하는데, 작게 자른 치즈케이크와 함께 먹으니 번거롭지 않고 먹기 편하고 좋았어요. 그렇게 마시며 담소하고 있는데 친구네 아이 K짱이 당시 최애(?) 빨간 눈알 요괴 인형(사실은 울트라맨 시리즈의 간Q라는 괴수)을 테이블 위로 슬그머니 건네옵니다.


“그래. 다 같이 놀자!”


그렇게 말하고는 우리는 나란히 앉았습니다.

03. [오늘의 여행] 7월 20일, 친구방문 도쿄근교 소도시 방문
"오늘의 여행"에서는 매 발행일(±7)마다 필자 조조가 같은 날짜의 과거에 경험했던 여행 사진과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도쿄근교 소도시 방문
도쿄 모처 집 > 모 터미널 역> 급행전철 > 코스트코 > 친구집 > 단지 안 노래방> 귀가

오래전 같이 일했던 동료(라고 쓰고 이제는 친구라고 읽는다)의 집에 다른 동료들(라고 쓰고 이들도 이제는 친구들이라고 읽는다)과 함께 놀러 갔습니다. 매일 같이 일하고 밥 먹고 술 먹던 우리들은 견우와 직녀처럼 1년에 한 번이라도 만나면 감지덕지한 사이가 되었습니다. 교육환경이 좋기로 유명한 (학부모가 아닌 저는 잘 알 수 없지만) 신도시에 이사한 친구네 동네로 가서 장을 보고 식사를 하고 단지 안의 노래방도 갔습니다. 새로운 동료(?)가 되어 준 친구의 아이는 씩씩하게 도라에몽의 노래를 불러 주었어요. 친구와 그 아이를 보니 시간이 빠르게 흐른다는 진부한 말도, 시간은 되돌릴 수 없다는 만고의 진리도 새삼스럽지만 진하게 다가왔습니다. 

04. [계절번역] 『아침밥』 하야시 후미코  「朝御飯」 林芙美子
 "계절번역"은 계절에 관련된 짧은 글을 가지고 와서 재미로 시험삼아 번역해보는 코너입니다.
Image by Bernadette Wurzinger from Pixabay
倫敦(ロンドン)で二ヶ月ばかり下宿住いをしたことがあるけれど、二ヶ月のあいだじゅう朝御飯が同じ献立だったのにはびっくりしてしまった。オートミール、ハムエッグス、ベーコン、紅茶、さすがに閉口してしまって、いまだにハムエッグスとベーコンを見ると胸がつかえそうになる時がある。

런던에서 하숙했을 때, 2개월동안 내내 똑같은 조식이 나와 학을 뗀 적이 있다.
오트밀, 햄 에그, 베이컨, 홍차, 이렇게 계속 먹다보니 입맛이 뚝 떨어졌고 아직까지도 햄 에그와 베이컨을 보면 때때로 속이 울렁거리기까지 한다. 

日本でも三百六十五日朝々味噌汁が絶えない風習だ。英国の朝食と云うのは、日本の味噌汁みたいに、三百六十五日ハムエッグスがつきものなのだろうか。但(ただし)倫敦のオートミールはなかなかうまいと思った。熱いうちにバタを溶いて食塩で食べたり、マアマレイドで味つけしたり、砂糖とミルクを混ぜて食べたりしたものだった。

일본에서도 삼백육십오일 매일 아침 미소장국이 끊임없이 나오는 걸 보면 결국 같은 게 아닐까 싶다. 영국의 아침밥이라는 것은 일본의 '삼백육십오일 미소장국'과 같이 '삼백육십오일 햄 에그' 같은 것이 아닐까.
그래도 런던의 오트밀은 꽤 맛있었다. 따듯할 때 버터를 녹여 소금도 넣어 먹거나 마멀레이드와도 먹고, 설탕과 우유를 넣어 섞어 먹기도 했다.

巴里(パリ)では、朝々、近くのキャフェで三日月(クロバチン)パンの焼きたてに、香ばしいコオフィを私は愉(たの)しみにしていたものである。――朝御飯を食べすぎると、一日じゅう頭や胃が重苦しい感じなので、巴里的な朝飯は、一番私たちにはいいような気がする。

파리에서의 조식으로는 가까운 까페(캬훼에)에서 갓 구운 초승달(크로바친) 빵에 향기로운 커피 (코오휘이)를 먹는 그런 가벼운 것을 기대했었다. ―아침밥을 너무 많이 먹으면 하루 종일 머리나 위가 무겁게 느껴지는 터라, 나에게는 그런 파리식 아침밥이 제일 잘 맞는 거 같다.

淹いれたてのコオフィ一杯で時々朝飯ぬきにする時があるが、たいていは、紅茶にパンに野菜などの方が好き。このごろだったら、胡瓜きゅうりをふんだんに食べる。胡瓜を薄く刻きざんで、濃い塩水につけて洗っておく。それをバタを塗ったパンに挟んで紅茶を添える。紅茶にはミルクなど入れないで、ウイスキーか葡萄酒を一、二滴まぜる。私にとってこれは無上のブレック・ファストです。

방금 내린 커피(코오휘이) 한 잔으로 아침밥을 대신 할 때도 있지만, 그래도 웬만하면 홍차에 빵에 채소 등이 있는게 좋다.
요즘은 오이를 잔뜩 챙겨 먹는다. 오이를 얇게 썰어 진한 소금물에 넣어 씻어둔다.
그걸 버터 바른 빵에 껴서 홍차와 함께 먹는다. 홍차는 우유 등은 넣지 않고 위스키나 와인을 한 두 방울 넣어 마신다.
이게 저한테 있어서는 더할나위 없는 최고의 브렉퍼스트죠.

徹夜をして頭がモウロウとしている時は、歯を磨いたあと、冷蔵庫から冷したウイスキーを出して、小さいコップに一杯。一日が驚くほど活気を呈して来る。とくに真夏の朝、食事のいけぬ時に妙である。

철야를 하고 정신이 몽롱할 때는 양치질을 한 후 냉장고에서 차갑게 해둔 위스키를 꺼내 작은 컵에 따라 한 잔 마신다.
그러면 하루종일 놀랄 정도 힘이 솟아 난다. 특히 한여름날 아침, 밥이 잘 안 먹힐 정도로 피곤할 때 일수록 그러하니 묘한 일이다.  

つづく 
-계속-
06. [여행 마그넷 편력기] 베를린 - (아마도) 베를린 장벽의 조각
'여행 마그넷 편력기' 코너는 저 또는 주변 지인들이 소장한 마그넷에 얽힌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Brandenburger Tor, BERLIN 라 적힌 마그넷

오늘 소개할 마그넷도 어느새인가 본가에 있던 조금 특이한 모양의 마그넷입니다.

  • 크기: 2.3cm x 4cm x 1.5cm
  • 무게: 불명. 아직 재보지 못함.
  • 입수 경로: 가족이 베를린 여행 때 구입. (쓴 사람은 아직 못 가 봄) 가격불명.
  • 구입 이유: 쓴 사람이 가족에게 "마그넷! 여행 가면 마그넷!"이라 떼썼기 때문.
  • 매력 포인트: 노란 형광색이 힙하다. 브란덴부르크 문이라 적혀 있는데 베를린 장벽의 파편같은게 달려 있다. 실제 장벽의 돌조각이 아니어서 슬그머니 내빼기 위한 것일 수도 있음.
  • 한마디 아니 세네 마디: 어릴 적 어디에선가(아마 『먼나라 이웃나라』였을 것 같다) 베를린 장벽 붕괴 후 아무 돌조각이나 주어서 파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읽었는데, 이것도 그런 류의 것일 까? 왠지 봉이 김선달이 파는 대동강 물 같기도 하고 여러모로 마음에 드는 마그넷! 베를린에 1~2년 안에 가고 싶다 생각했는데 페르가몬 박물관이 유지 보수로 14년 동안... 휴업... 한다고... ㅠㅠ
  • 총점: ⭐️⭐️⭐️⭐️  (일단 예쁘잖아요)
07. 마무리

두 번째 편지는 여기까지입니다.

이 번 편지에서는...


  1. 첫 번째 편지에 이어 너무 일본관련된 내용만 나오는게 아닌가 싶지만 그저 그 때 그 때 제일 잘 말할 수 있을 것 또는 즐겁게 말할 수 있는 것을 해보려 합니다. 그래도 어서 타이완이나 다른 나라 이야기들도 많이 하고 싶어요!
  2. 수박화채 그림은 도깨비사의 『한일사계절일력』에서 가져왔습니다.
  3. '반딧불이의 묘'의 세츠코가 그려진 사쿠마드롭스의 이미지를 넣고 싶었는데, 저작권에 침해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어떻게 해야할지 감도 안 잡혀서 생략하였습니다. (그렇습니다 AI님들이 전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물어볼때마다 딴소리입니다.) 영화와 그 관련된 이미지들을 찾아 봐주신다면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또 NHK의 관련 컬럼도 흥미롭습니다. "사탕을 먹을 수 있는 평화로운 세상, 언제까지 이어지길"
  4.  河童忌* (캇파키, 하동기)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대표작 <캇파> (물에 사는 요괴)와 기일할때 기 자를 붙여서 그가 세상을 떠난 날을 나타냅니다. 다자이 오사무의 경우 그의 작품 앵두에서 따와 앵두기 (桜桃忌) 라 합니다.
  5. 하야시 후미코의 『아침밥』 은 일본의 퍼브릭 도메인 사이트 <아오조라 분코>(파란 하늘 문고)에서 가져왔습니다. 1930년대에 쓰여진 글에서 런던이며 파리며 크로왓상이며 냉장고며.. 식민지배국 사람의 풍족한 기록을 보니 심통이 나지만 먹는 이야기, 특히 옛날 여성의 기록은 재밌기도하여 번역해보기로 했습니다. 또 짧고요!
  6. 크로와상을 '크로바친' (이거는 검색해도 정확한 뜻이 전혀 안 나오더라고요. 사어?), 커피를 '코오휘이' 등으로 표기한게 신기해서 남겨보았습니다.
  7. 버터에 오이라니? 싶어 검색해보니 1921년에 발행된 책에 레시피가 있더라고요. 한 번 만들어 볼까합니다. Old-fashioned Cucumber Sandwiches


그럼 우리 다음 목요일 또 만나요:) 


도깨비사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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