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가 자신의 직을 걸고 2배로 늘린 예산은 어디로 흘러가고 있을까요? 답은 명확합니다. 우리가 흔히 챗봇이라고 부르는 생성형 AI를 넘어 스스로 행동하는 AI 에이전트입니다. BCG 보고서는 2026년 기업 AI 예산의 30% 이상이 이 에이전트 개발과 도입에 할당될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왜일까요? 사장님들이 보기에 챗봇은 말만 번지르르한 반면 AI 에이전트는 진짜 ‘일’을 하기 때문입니다.
지금 우리가 쓰는 AI가 ‘지난번 회의록 요약해 줘’라고 지시를 하면 답을 주는 수동적인 비서에 불과하다면 에이전트는 이보다 한 발 더 나아간 존재입니다. ‘이번 프로젝트에 필요한 부품 3만개를 가장 저렴한 곳에서 발주해’라는 목표만 던져주면 스스로 공급사를 찾고 가격을 비교해 협상 메일을 보내고 최종 결제까지 끝내는, 직원에 비유하면 대리·과장급의 역할을 척척 해낼 수 있습니다.
이 변화는 데이터로도 증명됩니다. BCG의 조사에 따르면 현재 AI의 주된 역할은 비서(26%)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리더들은 3년 내 이런 AI의 역할이 급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크게 두 가지로 독립적 수행자와, 의사결정자입니다. 인간의 개입 없이 업무를 완결하는 비율이 39%로 늘어나며, 심지어 AI가 인간에게 지시를 내리거나 판단을 내리는 권한을 가질 것이라는 응답도 35%에 달했습니다.
지금은 우리가 AI 창을 열고 지시를 내리지만 3년 안엔 AI가 우리에게 “박 대리, 이 데이터 확인 좀 해주세요”라고 알림을 보낼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먼 미래의 일 같지만 그렇지도 않습니다. 폭스콘의 사례가 대표적인데요. 아이폰을 만드는 폭스콘은 전 세계 200여 개 공장의 생산 스케줄링 권한을 AI 에이전트에게 넘겼습니다. 과거엔 숙련된 공장장이 밤새 고민해서 짜던 생산 계획을 AI가 실시간 데이터로 최적화해버린 겁니다. 그 결과 무려 4억 달러(약 5,600억 원) 이상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었습니다.
폭스콘의 사례에 대해 제시카 아포테커 BCG 최고마케팅책임자(CMO)는 “이는 단순한 자동화가 아니며, 인간의 개입을 최소화하고 AI에게 ‘표준 결정권’을 이양했기에 가능한 숫자”라고 설명했습니다. 마케팅 기업 레킷 역시 전 세계 마케팅 프로세스에 에이전트를 투입해 단순 반복적인 업무를 90% 가까이 줄일 수 있었죠.
이러니 CEO들이 앞다퉈 AI에 막대한 예산을 쏟아붓는 것입니다. 설문에 응한 CEO의 90%는 AI 에이전트가 2026년 가시적인 성과를 낼 것이라고 확신했습니다. 챗봇이 호기심에 한 번 써보는 장난감 같은 존재였다면 에이전트는 당장 재무제표의 숫자를 바꾸는 마법을 부릴 도구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