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7월의 주제는 ‘식물권’입니다. 인권도 아니고, 동물권도 아니고, 왜 갑자기 식물권이냐고요? 사실 전 동물권을 공부하면서 식물에 관한 이야기도 꼭 다뤄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식물도 동물 못지않게 인간에게 많은 영향을 주고, 또 받고 있거든요.

생각해보면 우리는 정말 많은 부분을 식물에게 의지하고 있습니다. 식사는 물론 종이를 쓰고 과일을 먹고 가구를 만들고 책을 읽는 등, 우리가 하는 대부분의 생활에는 식물 자원이 들어가 있죠. 하지만 우리는 식물이 우리에게 어떤 과정을 거쳐 오는지를 생각하지 않아요. 어쩌면 식물이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해왔을지도 모르죠. 불과 며칠 전까지 저도 그렇게 생각했고요.

저에게 식물이란 ‘디폴트’였어요. 어디에나 있는 기본값. 늘 그 자리에 있어야 마땅한 것. 그러다 문득 식사를 하다가 ‘내가 먹고 있는 이 채소는 어떻게 여기까지 왔을까’ 하는 궁금증이 들었죠. 알아보니 우리가 먹는 대부분의 토마토는 제대로 익지 않은 ‘푸른’ 상태에서 따 유통된다고 해요. 그래야 마트에 도착했을 즈음 빨갛게 되겠죠. 사과나 배는 수요를 맞추기 위해 성장촉진제를 주입한다고 해요. 병충해를 방지하기 위해 농약을 뿌리는 건 기본이고요. 유기농이라고 해서 농약을 아예 쓰지 않는 것도 아닙니다. 예쁜 모양과 선명한 색감을 위해 식물들은 그동안 얼마나 많은 제약을 받았을까요? 

문제는 파마나병을 일으킨 곰팡이균이 변종 바이러스로 진화해 캐번디시를 위협하고 있다는 겁니다. 바나나는 품종 개발이 어려운 생물학적 특성을 갖고 있어, 과학계에서는 머지않아 바나나가 인류의 식탁에서 사라질지도 모른다고 말했습니다.

최근 스위스에서는 식물의 존엄성을 주장하는 내용을 담은 정부위원회 차원의 선언이 발표됐습니다. 에콰도르에서는 2008년 7월, 세계 최초로 자연에게 권리를 부여하는 자연권 헌법을 국민투표로 통과시켜 제정했죠. 주류 과학계의 의견과 달리 식물권을 인정하는 이들이 점점 늘고 있습니다. 이전까지 식물을 자원이자 도구로 인식해왔다면, 최근에는 식물을 자연생태계의 어엿한 일원이자 자기 보존 본능이 있는 생명체로 보는 시각이 생겨나고 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