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라클 모닝을 하는 일잘러들의 참고서
2024.9.20 | 794호 | 구독하기 | 지난호

안녕하세요? 미라클러님. 명절 잘 보내셨나요? 제가 있는 미국에는 '추석'이 공휴일이 아니기 때문에 저는 특별하지 않은 일상을 보냈습니다. 그래서 여러분께서 명절 연휴를 보내고 계신 동안 여기 실리콘밸리에서 있었던 여러 일에 대해서 말씀드려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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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AI o1 은 '외계어'를 해독할 수 있습니다. <오픈AI>

오픈AI o1 
새로운 패러다임?

한국시간으로 13일 금요일 새벽. 그러니까 정확히 한주 전. 오픈AI가 갑자기 새로운 AI모델을 공개했어요. 오픈AI가 공개한 AI모델은 '딸기(Strawberry)'라는 프로젝트명으로 불렸고, 1년전에는 Q*라는 별명으로 불리기도 했습니다. AI가 스스로 수학문제를 풀었고, 이것이 일반인공지능(AGI)이고 이것때문에 샘 올트먼이 쫓겨났다는 음모론이 시작된 바로 그 Q* 입니다. 


엄청난 기대감과 함께 공개된 새로운 모델의 이름은 o1. o1의 가장 큰 특징은 '사고의 연쇄(Chain of Thought)'라고 하는 단계적 사고에요. 기존의 거대언어모델(LLM)들이 큰 규모의 토큰을 집어 넣으면 한번에 답이 나오는데 반해, o1은 어떤 질문에 대해서 AI가 자체적으로 사고를 반복하는 과정을 거쳐요. 어떻게 보면 사람이 하나하나 질문해서 답으로 유도해야하는 것들을 AI가 내적사고를 거쳐서 답을 찾아줘요. 그렇다보니 수학문제, 코딩, 암호풀이 같이 인간이 하기 어려운 문제를 쑥쑥 해결해내요. 


그런데 o1에 대해서 오픈AI는 '새로운 패러다임'이라는 표현을 썼어요. 저는 이게 그냥 상투적인 홍보문구라고 생각했는데, 미라 무라티 오픈AI CTO와 야쿱 파초키 오픈AI 수석과학자와 화상 통화를 하면서 '새로운 패러다임'의 의미를 알 수 있었습니다.


기존 생성형AI에는 '스케일의 법칙'이라는 패러다임이 있었어요. 즉, 인공지능의 매개변수와 데이터를 키우면 AI의 성능이 좋아진다는 것. 오픈AI의 GPT는 그런 생각으로 계속 스케일을 키우는 식으로 모델을 발전시켜왔고 이는 지금도 대부분의 AI 개발기업들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생각. 스케일의 법칙때문에 큰 컴퓨팅 파워가 필요했고, 이는 엔비디아 GPU에 대한 수요로 이어졌습니다.


반면 o1은 매개변수를 키우는 것이 아니라 인공지능에게 공부할 시간과 사고할 시간을 충분히 줬습니다. 그랬더니 시간이 지날수록 역시 성능이 좋아졌습니다. 스케일의 법칙과는 다른 의미로 AI의 성능을 발전시키는 방법을 찾은거죠. 


미라 무라티 CTO는 이런 새로운 패러다임에 대해서 기존의 '스케일'의 패러다임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두 개가 공존할 것이라고 말했어요. 지금 챗GPT 유료 서비스를 사용하는 분이라면 아시겠지만 o1과 GPT-4o 두개의 모델 중 필요한 것을 선택할 수 있어요. 


이런 패러다임의 변화가 AI모델 연구에 어떤 영향을 가져올까요? 

코파일럿은 AI를 위한 UI다. <마이크로소프트>

코파일럿은
AI를 위한 UI다

한국시간으로 17일 밤. 마이크로소프트 사티아 나델라 CEO가 '마이크로소프트 365 제2의 물결'이라는 온라인 발표행사에 등장했어요. 마이크로소프트 365는 엑셀, 워드, 파워포인트 같은 마이크로소프트의 오피스 소프트웨어들인데요. 여기에 적용되는 AI인 '코파일럿'의 새로운 기능들을 공개하는 자리. 나델라 CEO의 아래와 같은 말이 저의 뇌리에 꽂혔습니다. 


"AI가 점차 강력해지고, 에이전트화 되면서, 모델 그 자체는 커머디티가 되어갑니다. 그리고 모든 가치는 여러분의 비즈니스 데이터와 워크플로에 모델을 어떻게 파인튜닝하고 적용하는지에 달려있습니다. AI와 인간 상호작용의 유저인터페이스를 어떻게 구성하느냐죠"


그는 '코파일럿은 AI를 위한 UI다'라고 말했습니다. 어떻게 보면 그의 생각이라기보다는 마이크로소프트의 AI전략이라고 봐야죠. 


첫번째로 저는 모델 그 자체는 커머디티가 되어간다는 말이 인상적이었어요. 이말인 즉슨, 마이크로소프트가 독점적으로 사용하는 오픈AI의 GPT도 커머디티가 됐다는 말로 저는 이해했습니다. 공교롭게도 전주 오픈AI가 o1이라는 새로운 모델을 공개한 다음의 말이라 더욱 의미심장했어요. 마이크로소프트는 '파이(Phi)'라는 이름의 소규모 언어 모델을 직접 만들고 있는데요. 오픈AI의 '스케일의 법칙'과는 반대의 위치에 있습니다.


두번째로 저는 UI라는 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컴퓨터 발전의 역사가 결국 UI 발전의 역사라는 해석도 있는데요. 다양한 서비스에 AI를 적용시켜보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가 깨달은 것이 결국 'UI'가 아니었을까요? 


마이크로소프트 365를 비롯해 코파일럿 제품군의 성공은 결국 UI에 달려있다는 생각이 저는 들었어요. AI가 아무리 똑똑해졌더라도 사람들이 이와 소통하는 인터페이스가 별로라면 AI는 쓰이지 않을 것. 애플, 구글, 메타, 아마존 등 모든 기업이 UI에 대해서 고민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기조연설 중 무대에서 내려온 마크 베니오프 세일즈포스 CEO. 

세일즈포스의
AI회의론 깨부수기

이곳 시간으로 17일 샌프란시스코에는 세일즈포스의 연례 컨퍼런스인 '드림포스'가 열렸습니다. 이곳 실리콘밸리에 온 이후 정말 많은 컨퍼런스에 가봤는데요. 두번째 가 본 드림포스는 체급이 다른 행사라는 생각이 매번 들어요.


행사장은 똑같은 SF 모스코니센터지만 드림포스는 센터 주변을 막아서 '국립공원' 컨셉의 거대한 이벤트 공간을 구축해요. 디자인부터 음식까지 많은 돈을 들인다는 것이 느껴지죠. 참석자만 해도 4만5000명에 달할 정도로 어마어마. 드림포스 기간에는 SF의 홈리스들도 자취를 감춥니다.


연사들도 화려합니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 리사 수 AMD CEO, 게빈 뉴섬 캘리포니아주지사, 일본 밴드 엑스재팬의 요시키, 영화배우 케이트 허드슨, 매튜 매커너히도 참석합니다. 


하지만 드림포스의 가장 큰 거물은 다름 아닌 세일즈포스의 창업자 겸 CEO인 마크 베니오프. (그에 대한 미라클레터는 여기) 


이날도 그는 기조연설에서 AI에이전트인 '에이전트포스'를 공개하며 청중을 사로잡았고, 점심시간에는 기자들이 있는 프레스룸을 찾아 자유롭게 질문을 받았습니다. 많은 질문이 'AI가 실제로 쓸모가 있느냐'는 AI회의론과 관련된 것이었어요. 마크 베니오프는 시원시원한 성격답게 솔직하게 답했습니다. 슬랙과 팀즈건으로 사이가 좋지 않은 마이크로소프트에 대한 '디스'도 서슴치 않았습니다.


"AI모델은 단지 커머디티일 뿐입니다. 모델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습니다. 데이터와 메타데이터에 가치가 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 코파일럿이 제2의 클리피(1997년 마이크로소프트가 도입한 오피스 에이전트) 라고 생각합니다. 귀엽고, 재미있고, 몇 가지 기능을 제공하지만 실제로는 사용하지 않습니다"


베니오프 CEO의 핵심적인 생각은 AI가 아무리 뛰어나고 혁신적이어도 고객에게 가치를 만들어주지 못하면 의미가 없다는 것이었어요. 그리고 그걸 제일 잘하는 것은 바로 최고의 B2B SaaS 기업인 세일즈포스라는 것!


그는 AI와 AI에이전트라는 신기술을 도입하는 것이 확실히 리스크가 있다는 점을 인정했습니다. 


"아주 아슬아슬한 줄타기예요. 우리는 가장 전위적인 기술, 모두가 이야기하고 시도해보고 싶어 하는 가장 흥미로운 기술을 다루고 있어요. 우리가 역사의 올바른 편에 서 있기를 바랍니다" 


테크업계에 오래 종사한 그의 경험으로는, '기술의 변혁이 이뤄지는 이같은 순간에는 Go! 를 외치는 것이 옳았다'고 말하는 것 같았습니다. 

닐 모한 유튜브 CEO님 모~하~니? <사진=유튜브>

유튜브
결국은 '돈'이다

18일 실리콘밸리와 반대편 미국 대륙에 있는 뉴욕에서 유튜브의 '메이드 온 유튜브'행사가 열렸습니다. 유튜브가 새로운 기능과 정책을 발표하는 연례 행사인데요. 저는 갈 수 없어서 온라인으로 이를 시청했어요.


이번 발표에서도 AI가 유튜브의 새로운 기능으로 들어왔는데요. 비디오를 만드는 생성형AI를 쇼츠에 사용하고, AI를 사용해 음성을 외국어로 더빙해주는 기능을 공개했죠. 하지만 작년에 비하면 AI보다 크리에이터가 더 강조되는 느낌을 받았어요.


지금 유튜브에 있는 커뮤니티 탭이 진짜 '커뮤니티'처럼 팬이 글을 쓸 수있도록 바뀌었고, '하이프'라고 해서 자신이 지지하는 크리에이터를 많이 노출이 되도록 밀어주는 것도 가능해졌어요. 팬이 크리에이터 대신 광고를 해준다고 해야할까요?


한국에서 쿠팡과 함께 시작한 유튜브 쇼핑을 다른 국가로 확대하는 등 전반적으로 크리에이터가 돈을 벌수있게 도와주는 기능이 많이 공개됐죠. 크리에이터가 돈을 벌어야 유튜브가 돈을 번다는 것이 유튜브의 철학인데요.


유튜브가 단순히 동영상 사이트를 넘어, 라이브TV,, 커뮤니티, 이커머스, 소셜미디어의 영역으로 확장을 계속한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이쯤에서 잠깐! 매경 미국주식 유튜브 월가월부 많이 구독해주세요 😄)


5세대 스펙타클스. 머리가 큰 저에게는 꽤 어울릴지도? <사진=스냅>

스냅 
"AR은 죽지 않았어"

스냅챗을 서비스하는 '스냅'은 한국에서 가장 관심을 받지 못하는 회사인데요. 한국에 스냅챗 사용자가 거의 없는데다가, 최근에는 주가도 매우 부진하기 때문. 17일 LA의 산타모니카에서 스냅의 행사가 열렸어요.


이날 공개한 스냅의 5세대 스마트 글라스인 '스펙타클스'가 저의 관심을 끌었어요. 요즘 AR/VR 디바이스의 흐름이 어디로 가는지를 보여주는 기기였거든요.


5세대 스펙타클스는 기존대로 선글라스형태. 하지만 배터리를 비롯해 전자장치를 탑재해야해서 과장되어 보일정도로 선글라스의 테가 큽니다. 무게도 226그램에 달해요. 메타의 스마트 글래스가 50그램이고 메타의 MR헤드셋 퀘스트3가 503그램이니 딱 그 중간에 있는 기기에요.


사용자의 유리에 프로젝션을 통해서 이미지를 투영해 증강현실(AR)을 상당부분 구현했어요. 기존에는 MR 헤드셋의 패스스루기능(외부 카메라로 촬영한 디지털 영상에 덮어 씌우는 것)을 이용한 AR이 아니라 사람이 실제로 보는 것 위에 덮어 씌운 거죠. 스펙타클은 비전프로처럼 손을 추적하는 기능도 있어요! 


이미지와 동영상 촬영, 음악청취 등 스마트 글라스의 기본적인 기능이 있고 오픈AI의 인공지능이 탑재될 예정이에요. 포켓몬고를 만든 나이앤틱, 레고와 함께 AR앱을 개발 중이라고 해요. 아직은 일반 대중이 아닌 개발자들을 위한 제품으로 월99달러로 12개월간 구독을 한다고 해요. 


여전히 단점이 많은 기기이기는 하지만 증강현실 AR안경으로 한단계 다가선 듯한 느낌을 받았어요. 

Brief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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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이 디지털시장법에 따라 애플이 다른 OS와 호환성을 높일 것을 요구했어요. 경쟁업체가 만든 제품도 iOS에 자유롭게 접근을 할 수 있어야한다는 것. 최근 탭투페이 결제를 애플페이 외 다른 기업에 허용한 것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가 미국의 기준금리를 0.5%포인트 낮췄어요. 이제 4.75%~5%로 바뀐 것. 오래전부터 예고되었던 것이지만 2021년부터 시작된 미국의 고금리의 사이클이 드디어 끝난 것! 19일 미국 주식시장은 급등하면서 금리인하 효과를 누렸습니다.

일론 머스크가 만든 뉴럴링크가 만들고 있는 블라인드 사이트가 미국 FDA로부터 혁신기기로 지정돼 신속하게 개발이 이뤄지게 됐어요. 일론 머스크에 따르면 블라인드 사이트는 뇌의 시각을 담당하는 부분과 칩을 바로 연결해 선천적인 시각장애인도 외부를 볼 수 있게 한다고 해요. 하지만 개발 상황이나 자세한 내용에 대해서는 공개되지 않았어요. 
인사말

오늘 말씀드린 다섯가지를 관통하는 것이 바로 인공지능(AI)인데요.


실리콘밸리에서는 이제 AI모델이 '커머디티'가 됐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커머디티가 됐다는 건 돈만 있으면 할 수 있는 시장이 됐다는 의미. 오픈AI가 앞서고 있지만 구글 제미나이, 메타 라마3, 앤스로픽 클로드 같은 모델들이 어느정도 성능을 따라잡았다고 보는 것 같아요. 


그래서 오픈AI도 o1 이라는 새로운 접근방식의 모델을 공개한 것 같기도 해요. 


하지만 AI가 과연 킬러앱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우려가 여전하고, 이를 탐색해가는 과정도 계속되고 있는 것 같아요. 마이크로소프트, 세일즈포스 같은 기업고객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만드는 곳의 역할이 중요해졌어요. 


유튜브처럼 크리에이터를 대상으로 하는 서비스에서도 AI는 커머디티화가 이뤄지고 있고, 결국 크리에이터에게 돈을 벌게 해줄 수 있을 것인가가 중요해진 것 같아요.


인간과 AI가 어떻게 소통을 할 것인가. 모든 기업들이 여기에 고민을 하고 있어요. 텍스트, 음성, 시각과 같은 전통적인 방법은 물론 AR안경과 같은 새로운 하드웨어에 대한 시도도 이어지고 있어요. 


미래를 만드는 곳이라고 자부하는 실리콘밸리에서도 '미래'는 쉽게 만들어지지 않는 것 같습니다. 



당신의 멋진 미래를 위해
이덕주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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