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계획을 야심 차게 세웠던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6월이 되어버렸어요! 😮 님은 알찬 상반기를 보내고 계시는지 궁금해요. 다이어리 첫 면에 길게 적어둔 버킷리스트를 돌아보니, 슬쩍.. 별로 이룬 것이 없어 저는 민망해지네요 😅 그래도 기억하고 싶은 것들을 적어두면 더 오래오래 기억할 수 있겠죠? 오늘은 이야기로 기록함으로써 그날의 일을 절대 잊지 않으려 노력한 영화, 〈목화솜 피는 날〉을 소개합니다.

주로 드라마 PD로 활동해 온 신경수 감독의 극영화 〈목화솜 피는 날〉은 세월호 참사 이후 남겨진 이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어요. 딸을 잃은 부부 '병호'(박원상)와 '수현'(우미화) 부부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이 사건이 유가족에게 어떠한 후유증을 남겼는지 영화는 돌이켜봅니다. 부부를 지켜보는 다른 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통해서 세월호 참사가 비단 몇 사람들만의 이야기가 아닌, 사회 전체의 이야기임을 함께 외치고 있어요. 

실제 단원고가 있는 안산과 세월호 선체 내부에서 촬영된 〈목화솜 피는 날〉은 세월호 참사 10주기를 맞아 제작되었어요. 시간이 지나며 선체는 부식되고 있지만, 이렇게 영화로 남아 오래도록 바라보는 한 우리 기억에서는 절대 잊혀지지 않을 거라 믿어요. 함께 보면 더없이 좋을 영화들과 함께, 새로 시작하는 6월 모두들 평안한 시간 보내세요! 🌸

 

거대한 상실이 휩쓸고 지나간 자리에 남아 있는 것들을 들여다본다. 괴로운 기억이 우리를 외로이 가둬둘 때, 그 안에서 무너져버린 것들을 들여다본다. 그리고 조심스레 말을 건넨다. 다시 일어서보자고.
병호(박원상)와 수현(우미화)은 두 딸을 둔 평범한 가족이었다. 10년 전 그날 이후, 둘째 딸 경은(박서연)을 잃고 존재와 상실 사이, 그 어딘가만 무기력하게 맴돌고 있다. 파편처럼 흩어진 기억 속에 갇혀버린 병호, 놓쳐버린 아이의 존재를 지우면서 슬픔을 삼키는 수현. 누군가는 잊음으로, 누군가는 외면으로 10년을 버텨왔지만, 여전히 과거의 시간과 공간에 묶여 앞으로 나아갈 힘을 얻지 못한 채, 제자리걸음 중이다. 이들은 세월호 참사의 유가족인 동시에 피해자다.

〈목화솜 피는 날〉이 참사 피해자들이 버텨왔던 세월을 이야기한다면, 〈비밀의 정원〉은 범죄 피해자가 홀로 짊어졌던 세월을 이야기한다.
정원(한우연)과 상우(전석호)는 행복한 미래를 꿈꾸며 살아가는 우리 주변의 평범한 부부다. 어느 날 걸려 온 전화 한 통은, 정원의 일상에 희미한 균열을 내고 기억하고 싶지 않았던 과거이자 비밀을 수면 위로 다시 끌어온다. 10년 만에 가해자가 잡혔지만, 그날은 여전히 평생의 상처로 존재하고 그 속에서 크고 작은 혼란을 겪으며 정원과 주변 인물 사이의 관계도 조금씩 어긋나기 시작한다.
〈목화솜 피는 날〉과 〈비밀의 정원〉은 영화에 낮게 깔린 사건 그 자체보다는, 사건 이후를 살아가는 피해자와 그 가족의 삶에 더 무게를 둔다. 고통의 크기와 무게는 모두 다를 것이기에, 이를 받아들이고 치유하는 과정의 속도 또한 다르다. 그렇기에 두 영화는 다른 속도를 가진 이들을 급하게 따라가려 하지 않는다. 더 속도를 내라고 재촉하지도 않는다. 그저 스스로 마음을 열고 다시 다가와 주기를 묵묵히 기다리고 바랄 뿐이다. (중략)

인디즈 서민서

주로 상업영화나 TV 드라마, 또는 무대에서 만날 수 있었던 박원상 배우를 독립영화인 〈목화솜 피는 날〉에서도 만날 수 있어요. 😎 박원상 배우는 이 영화에서 딸 '경은'을 잃고 아파하는 '병호'역을 맡았는데요. 함께 생각해서 보면 좋을 작품으로 〈너와 나〉를 소개합니다. 〈너와 나〉에서 박원상 배우는 영화의 후반부가 되어서야 '세미 아빠' 역할로 등장합니다. 세미가 수학여행을 가기 전날 밤, 함께 하는 시간을 귀하게 보내려는 평범한 아빠의 모습은 〈목화솜 피는 날〉에서의 병호와 겹쳐 보이기도 해요. 세월호를 기억하는 한, 영화 속 경은과 세미 그리고 수많은 친구들을 잊지 않는 우리에게 이 영화들은 더욱 애틋하고도 오래 다가올 거라 믿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