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164 February 27, 2023
매거진 <B>가 11번째 브랜드로 만난 인텔리젠시아 Intelligentsia는 1995년 창립 이후 커피와 관련한 모든 영역에서 실천적이고 진보된 행보를 보여왔습니다. 공정 무역에서 나아가 원산지와 직거래하는 시스템을 정착시키고, 기호 식품이었던 커피를 미식의 관점에서 바라보며, 프랜차이즈처럼 많은 매장을 운영하기보다 하나의 공간을 오픈하더라도 지역성을 고려한 정교한 디자인으로 눈길을 끌었죠. 오늘날 이러한 방식은 당연하게 여겨지는 분위기이지만, 인텔리젠시아가 처음 남다른 행보를 보였을 때 업계와 경쟁자들은 시장 질서를 무너뜨린다며 비난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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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최고의 커피를 얻으려면 생산자를 최고로 대우해야 한다는 확고한 신념과 '맛있는 커피'에 대한 집착, 그리고 손님을 교감하는 대상으로 바라보는 태도는 인텔리젠시아를 업계의 선구자로 만들었습니다. 전통과 권위에 맞서는 혁신적인 행보는 여기서 멈추지 않아요. 공격적으로 해외 진출을 추진하는 브랜드와 달리, 인텔리젠시아는 오랜 시간 신중하게 시장을 지켜본 끝에 올해 드디어 한국에 처음으로 미국 외 매장을 선보이게 됐습니다. 서울의 다양한 동네 중 서촌에서 펼쳐질 이들의 새로운 챕터를 SPREAD by B(스프비)와 함께 만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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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 BRAND
서촌에서 펼쳐지는 인텔리젠시아의 새로운 챕터
📸 인텔리젠시아, 박순애
ANOTHER STORY
향기로운 서촌의 공간들
📸 에디션 덴마크, 호라파, 한권의 서점, 그랑핸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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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서울 통의동에 문을 연 '인텔리젠시아 커피 서촌'은 인텔리젠시아의 사상 첫 글로벌 거점인 만큼 오픈과 동시에 큰 관심을 받으며 커피 팬들의 발길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어요. 새로운 공간의 탄생을 기념해 한국을 찾은 인텔리젠시아 CEO 제임스 맥로린을 스프비가 만나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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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카고, LA, 뉴욕 등에 매장을 둔 인텔리젠시아가 미국 외 나라에 처음 선보이는 공간으로 서촌의 오래된 한옥을 개조해 탄생했다. 기와와 유리가 어우러진 맛배 지붕, 아늑하면서 세련된 마루와 정갈한 디자인으로 손님을 맞이하는 문살 등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한옥 안에서 인텔리젠시아의 감도 높은 커피를 맛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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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맥로린 James McLaughl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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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esident & CEO at Intelligentsia Coff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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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텔리젠시아는 많은 매장을 오픈하기보다 레스토랑과 카페를 상대로 도매 유통망을 늘려 수입을 확보하는 전략을 택해왔습니다. 내년이면 30주년을 맞이하는 시점에 한국에 첫 번째 해외 매장 '인텔리젠시아 커피 서촌'을 선보인 배경이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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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잠재력은 한국 진출 이후부터 계속 주목해왔어요. 카페와 레스토랑, 기업을 대상으로 원두와 RTD 제품을 꾸준히 선보이며, 컬리 Kurly 같은 온라인 시장에 입점하기도 했고 매해 서울 카페쇼(Seoul International Cafe Show)에 참가하며 다양한 파트너십을 구축했죠. 특히 커피에 대한 열정과 전문성을 갖춘 서비스 등 한국의 커피 신 scene은 끊임없이 놀라움을 안겨줬습니다. 인텔리젠시아처럼 디테일을 갖춘 커피를 좋아하는 스페셜티 커피 커뮤니티가 활성화돼 있고, 우리와 비슷한 가치관을 지닌 커피 애호가들의 거점이 될 수 있다는 확신이 서촌 매장을 여는 발판이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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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촌'은 서울의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동네로, 한국의 옛 풍경을 엿볼 수 있는 동시에 골목 사이사이 개성 강한 카페와 숍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서울의 다양한 동네 중 인텔리젠시아가 이곳을 택한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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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뉴얼대로 동일한 공간 디자인을 선보이는 여러 브랜드와 달리, 인텔리젠시아는 동네와 조화를 이룰 수 있는 매장을 만들고 우리가 제공하는 커피만큼 공간이 아름답기를 바랍니다. 입지를 선정할 때 다양한 요소를 고려하지만 각각의 매장이 독특하고 유행을 타지 않으며, 주변 지역의 환경을 보완하는 공간이 되는 게 중요하죠. 이런 맥락에서 정통성을 지닌 동시에 개성이 느껴지는 서촌이야말로 인텔리젠시아가 추구하는 기준에 부합하는 동네라고 생각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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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B>와의 인터뷰에서 창립자 더그 젤은 "매장을 통해 사람들이 인텔리젠시아가 마치 그 지역의 '토착 브랜드(hometown brand)'처럼 친숙함을 느끼길 바란다"라고 말하기도 했는데요. 서촌 매장을 이렇게 만들기 위해 공을 들인 부분이 있다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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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뼈대를 지닌 이 한옥은 서촌의 문화와 분위기가 자연스레 녹아있어 처음 봤을 때부터 완벽한 공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매장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오래된 가치에 새로움을 더하자는 아이디어가 나왔고, 기존의 목조 구조를 복원해 현대적 요소를 가미했습니다. 특히 커피를 준비하고 제공하는 모습을 조명하고자 바 위의 천장을 유리 지붕으로 만들었는데, 이곳의 주인공은 '커피'라는 것을 은근히 강조하죠. 무엇보다 인텔리젠시아가 해외에 처음 선보이는 공간인 만큼 하나의 방식에 국한되지 않는 게 중요했어요. 미국의 '슬로 템포 slow tempo'와 한국의 '패스트 템포 fast tempo'가 융합돼 서촌 매장만의 '미디움 템포 medium tempo'가 느껴지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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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추천하는 공간의 포인트도 궁금합니다. 손님들이 이곳을 어떻게 즐기길 바라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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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각각 다른 이유로 서촌 매장의 여러 요소를 좋아할 것 같은데요. 개인적으로 커피 한 잔을 만들기 위해 정확성을 추구하는 바리스타의 움직임을 감상하는 걸 좋아합니다. 만약 혼자 온다면 바리스타를 가까이서 접할 수 있는 바 좌석에 앉기를 추천해요. 일반 에스프레소 머신보다 풍부한 맛을 추출하는 수동 머신 '플레어 Flair'를 다루는 모습도 볼 수 있을 겁니다. 이 밖에 메뉴를 구성하는데도 많은 고민을 했어요. 인텔리젠시아의 시그너처인 블랙 캣 에스프레소 Black Cat Espresso는 모든 에스프레소 메뉴의 바탕이 되고, 전 세계에서 소싱한 보기 드문 원두의 다양한 풍미를 경험할 수 있는 싱글 오리진 커피도 맛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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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하고 변호사로 활동하다가 커피 산업에 뛰어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당신의 삶에서 커피는 어떤 존재였나요? 커피에 흥미를 갖게 된 배경이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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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카고에서 로스쿨을 다니면서 본격적으로 커피를 즐기게 됐어요. 그전까지는 차 문화에 익숙한 어머니의 영향으로 주로 홍차를 마셨거든요. 커피는 좀 늦게 접한 편이죠. 로스쿨 재학 당시 살던 아파트에서 두 블록 떨어진 거리에 인텔리젠시아의 브로드웨이 커피바 Broadway Coffeebar가 있었는데 그게 여러모로 저를 망쳤습니다.(웃음) 처음부터 인텔리젠시아의 커피로 시작해 기준이 높아질 수밖에 없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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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드웨이 커피바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바리스타를 관찰하게 됐습니다. 제게 매일 커피를 내려줬던 마이클 필립스 Michael Philips가 월드 바리스타 챔피언십에서 우승하는 것도 봤고, 수많은 커피 원산지를 직접 방문한 제프 왓츠 Geoff Watts의 여정도 접할 수 있었죠. 커피 한 잔을 마시기 위해 긴 줄을 서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커피를 소싱하는 방식부터 바리스타 교육, 공간 디자인까지 비즈니스의 모든 측면에 녹아있는 브랜드의 가치관에 감탄했어요. 인텔리젠시아 덕에 커피에 대한 호기심이 생겼고, 지역 사회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영향력을 미치는 상품을 다루는 일이 얼마나 매력적인지 알게 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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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인텔리젠시아에서 일하게 된 과정이 흥미롭더군요. 2012년 법률 자문이자 QC 및 로스팅 디렉터로 합류할 당시 직접 인텔리젠시아에 왜 이곳에서 일하고 싶은지 메일을 써서 보냈다고 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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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로 이주했다가 다시 미국으로 돌아왔을 무렵이었어요. 브라질에서는 아내의 가족이 소유한 작은 커피 농장을 운영하는 일을 도왔는데, 로스쿨을 졸업하고 변호사로 일하다가 삶에 변화를 주고 싶어 브라질 출신인 아내의 고향으로 떠난 거였죠. 땅과 커피나무를 다루며 농사가 주는 기쁨은 물론, 그에 수반되는 어려움도 배울 수 있었습니다. 이후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딸과 함께 미국으로 돌아왔을 때 여전히 커피와 관련된 일을 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소비자로서 인텔리젠시아가 익숙하기도 했지만, 차별화된 방식으로 사업을 하는 브랜드로서 큰 잠재력을 지녔다고 느꼈습니다. 그렇게 아무런 연고도 없던 회사에 메일을 보냈는데, 특별한 내용은 아니고 그저 함께 일하고 싶다는 관심의 표현 정도였어요. 운이 좋게도 인텔리젠시아가 변호사이자 커피 농부였던 제 이력을 눈여겨 봤고 회사에 도움이 될 거라고 판단해 함께하게 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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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그 젤이나 부사장이었던 제프 와츠와 일하는 것은 어땠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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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그 젤 Doug Zell과의 첫 만남이 기억나네요. 면접을 위해 시카고에서 그를 만나 함께 점심을 먹었는데 인텔리젠시아의 팬으로서 무척 설레는 일이었습니다. 대화를 나누며 그의 비전과 직거래 무역(Direct Trade)으로 커피를 소싱하는 이유, 그리고 회사의 성장 가능성에 대해 들을 수 있었는데, 브랜드의 가치를 설명하며 엿본 그의 열정과 태도는 큰 자극과 영감을 줬습니다. 왓츠에게도 비슷한 느낌을 받았어요. 그는 커피 농사가 얼마나 어려운지 아는 로스터였고, 농부들에 대한 애정을 바탕으로 고착화된 커피 구매 모델을 바꾸고자 하는 의지가 강했죠. 약 10년 동안 이 둘과 함께 일하는 것은 분명한 특권이었어요. 특히 젤은 '기업가(entrepreneur)'라는 단어 그 자체 같은 사람이었죠. 자신의 비전을 끈질기게 추구하며, 타인을 독려하는 데도 거침이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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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CEO로 취임 후 지금까지 인텔리젠시아를 이끌고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피츠 커피 앤 티'와의 합병을 겪기도 했는데요. 합병 시점을 기준으로 인텔리젠시아가 맞이한 변화도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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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인텔리젠시아가 하는 일은 과거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더 많은 사람에게 '특별한 커피(extraordinary coffee)'를 제공하고자 하고, 커피가 미식이 될 수 있음을 알리고자 하죠. 이런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방법은 1995년 창립 당시의 핵심 가치를 실천하는 겁니다. 즉 직거래 파트너들과의 관계가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는 의미예요. 인텔리젠시아는 올해 여러 생산자 및 파트너들과 손잡은 지 20주년을 맞이했는데 이런 관계를 유지했다는 건 괄목할 만한 성과라고 생각합니다. 품질 높은 커피에 대해서는 분명한 프리미엄을 지불하고, 농부를 위한 워크숍을 개최하는 등 사업을 길게 보면서 꾸준히 파트너들을 지원해왔어요. 커피를 미식의 차원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완벽한 맛의 균형을 끊임없이 추구하고, 최고의 바리스타를 갖춘 아름다운 커피바를 만드는 것도 우리의 핵심 가치 중 하나죠. 가장 중요한 것은 커피에 대한 인텔리젠시아의 집착이라고 생각합니다. 언제나 완벽을 지향하며 제품의 포맷부터 고객 경험까지 모든 방면에서 새로운 시도를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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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촌 매장 오픈과 함께 최근 인텔리젠시아의 행보를 살펴보면 동종 업계의 다른 브랜드와 비교했을 때 속도의 차이는 있지만 계속해서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는 인상이 들어요. 향후 커피 시장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나요? 그 안에서 인텔리젠시아가 그리는 청사진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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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와 비교했을 때 스페셜티 커피 산업이 크게 성장한 것은 맞지만, 커피가 지닌 잠재성의 문은 이제 막 열린 단계라고 생각합니다. 전 세계 소비자들이 높은 품질의 커피에 접근할 수 있게 됐고, 사람들이 얼마든지 좋은 커피에 비용을 지불할 의사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 만큼 더 노력해 커피를 미식의 경험으로 격상시켜야 하죠.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려면 지금까지 해온 것 이상의 노력을 쏟아야한다고 생각해요. 생산자와 유통자와 더욱 긴밀한 관계를 맺고 로스터와 바리스타도 커피가 지닌 본연의 맛을 이끌어내기 위해 기술을 갈고 닦아야할 겁니다. 많은 과제와 기회가 여전히 우리를 기다리고 있고 인텔리젠시아에서 일하는 게 흥미로운 이유이기도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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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텔리젠시아와 함께 방문해 볼 만한 서촌의 향기로운 공간들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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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크 식탁에 둘러싸인 여유로운 일상의 가치를 전하는 카페이자 쇼룸으로, 최근 내한한 배우 티모시 샬라메가 방문하여 화제가 되었죠. 좋은 품질, 심플한 디자인, 지속가능성을 추구하는 덴마크 왕실 프리미엄 티와 덴마크 양봉 장인이 직접 만든 꿀, 그리고 대니쉬 로스터리 '커피콜렉티브'의 스페셜티 커피를 만나볼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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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쉐린이 선정한 태국 음식 전문 레스토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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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 바질'을 뜻하는 '호라파'는 태국 길거리 음식에서 영감을 얻은 메뉴로 2024 미쉐린 가이드 서울 편에 이름을 올렸는데요. 태국을 대표하는 스프 '똠얌쁠라믁', 구운 커리 '까이고를레', 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달콤한 '바나나 로띠'까지. 현지의 숯향과 향신료, 그리고 허브의 풍미를 온전히 느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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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가지 테마로 책의 다채로운 향기를 전하는 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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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에 한 권씩 서촌과 어울리는 책을 소개하며 전시의 형태로 풀어나가는 아담한 크기의 서점으로, 일 년에 열두 권의 책을 천천히 알아가는 것을 목표로 하는데요. 2022년 10월에는 비미디어컴퍼니가 출간한 단행본 <더 네이버후드> 팝업 전시를 통해 동네가 개인의 삶에 주는 의미를 조명해보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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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에 론칭한 국내 향수 브랜드로 서울에 위치한 8개의 매장 중, 그랑핸드 서촌은 대림미술관 건너편 2층 단독 주택을 리모델링하며 2018년에 문을 열었습니다. 향에 대한 연구부터 조향과 제조, 패키징 및 판매까지 모두 이곳에서 이루어지며, '편하게 즐길 수 있는 향'에 대한 고민이 끊이지 않는 현재진행형 공간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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