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선생님 앞에서 너무 씩씩하게 좀 굴지 마. 괜찮은 줄 알잖아.” 언제였더라.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역시 임신이 되지 않은 날이었다. 시험관 N차 종료를 확인하고 다음 차수를 준비하기 위해 난임 병원을 찾았다. 진료실에 들어가 선생님과 짧게 이야기를 나누고 나오니 남편이 나에게 말했다.
“의사 선생님 앞에서 너무 씩씩하게 좀 굴지 마. 괜찮은 줄 알잖아.” 나는 피식 웃으며 되물었다. “에? 내가 그렇게 밝았어?ㅋㅋㅋ” 그런데 이상하게 웃으면서도 조금 찔렸다. 남편 말에 따르면, 진료실 문을 열자마자 누구보다 밝게 인사하고, 실패 이야기를 듣고도 “네! 그럼 다음은 어떻게 진행할까요?” 하며 누구보다 빠르게 진료를 마치는 사람이 바로 나란다. 남편의 주관이 조금 섞였겠지만… 과장은 아닌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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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까. 슬프다고 말해야 하는 걸까. 왜 실패했는지 따져 물어야 하는 걸까. 왜 나에게는 임신이 이렇게 어려운 일인지 토로해야 하는 걸까. 생각이 많아질수록 나는 늘 같은 선택을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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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알겠습니다.” “잘 되겠죠.” 그리고 빠르게 진료실을 나왔다. 얼마 뒤, 구의역에서 친구 N을 만났다. 회사 동료로 만난 4명의 모임은 그녀가 퇴사한 뒤에도 계속 이어지고 있었지만, 둘이 따로 만나는 건 흔한 일이 아니었다. 이번엔 N이 먼저 만나자고 했다. 맛있는 음식과 와인을 앞에 두고, N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너 위로하려고 보자고 한 거야. 시험관 잘 안되고 있는 거… 힘들 것 같은데, 네가 힘들다고는 잘 말 안 하니까 내가 먼저 선뜻 위로를 못 하겠더라.” 순간 말문이 막혔다. 고마웠다. 그런데 동시에 조금 창피했다. 내가 이야기하지 않으면 아무도 모를 거라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티가 나고 있었구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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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제야 조금 알 것 같았다. 나는 힘든 줄 몰랐던 사람이 아니라, 힘든 걸 인정하지 않는 사람에 가까웠다는 걸. 힘들다고 말하는 순간 괜히 유난처럼 보일까 봐. 누군가에게 부담이 될까 봐.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멈춰버릴까 봐. 그래도 이제는 조금씩 연습해보려 한다. 힘들면 힘들다고 말하는 일. 괜찮은 척을 잠시 내려놓는 일. …그리고 다음 진료 때는 인사 볼륨부터 조금 줄여볼 생각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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