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말했던 날 

  소리 치려구 입을 벌렸는데. 뽀뽀해 주세요! 아주 진하게

  이모에게 어리광 부린 적 있었어. 그런 말은 어디서 배웠냐구 이모가 웃었지. 뽀뽀해 주세요…… 매일 밤 플라스틱 숟가락에 뽀뽀하며 자다가 두 동강 내 버렸지. 아침에 일어나면 얼굴이 긁힌 상처 투성이었어.

  그렇지만 뽀뽀를 원할수록 나는 점점 더 예뻐졌다구. 말투를 따라 쓸 정도로 나는 이모와 가까웠어. 그녀는 날 너무 사랑했지. 혼자 휘청이는 그네 앞에 하루종일 서 있었으니까. 저물어가는 노을이 이모의 바짓가랑이를 잡구 놓아주지 않았어. 나는 그 놀이터에서 한바탕 구른 적이 있었지.

  엄마와 이모는 너무 닮았어. 엄마랑 이모는 서로 엄마두 같아. 엄마와 이모는 숟가락두 같은 걸 써. 엄마와 이모는…… 나두 공유하나? 사실 나는 누가 엄마구 이모인지 잊어버렸어. 난 내가 마포대교 어딘가에서 갑자기 튀어나온 것만 같거든. 다리를 걸어다니는 사람들의 허리에 매달리는 거야.

  뽀뽀 다시 해 주세요. 받아두 받아두 부족하다구요. 요즘은 울면서 윗집 아랫집까지 뽀뽀해 달라구 벽과 천장을 세게 두드리구 싶어. 이웃들에게 혼자 사는 우리 이모를 향한 진한 입맞춤을 부탁할 거야.

  다시 태어나 처음으로 말을 뱉게 된다면 무엇이 좋을까. 고민하며 나는 밤새 부러진 숟가락을 빨아. 꼭 딱딱해진 입술 같지. 다음 생엔 뽀뽀를 제일 먼저 말할 거야. 주방에는 더 이상 새 숟가락을 수저통에 넣어둘 필요가 없는 이모가 있구.

  모든 방문이 닫히면 바깥엔 바람만 남아 쌩쌩 불지. 방 안쪽에서 바람의 냄새를 알 수 없을 테야. 나는 바람처럼 춤 춰. 베란다에서. 놀이터에서. 나쁜 기억을 잠재울 수 없는 이모의 주름진 입술 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