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
안녕하세요? 처음 인사드립니다!
매주 쏟아져 나오는 신간들에 대해 넓고도 깊은 정보를 제공해드릴 뉴스레터, 반올림(#)책입니다.
반올림(#)책은 <한겨레> 책지성팀 기자(‘책기자’라 불러주세요)들이 만드는 뉴스레터입니다. 신문사 문화부에는 매주 엄청난 양의 신간들이 전달됩니다. 더 많은 독자들이 출간 소식을 알 수 있도록, 출판사들이 언론사에 보도 참고용으로 보내주는 책들입니다. 덕택에 책기자들은 거의 모든 새 책들을 따끈따끈한 생태로 받아보는 호사를 누립니다. 대신 그에 상응하는 무거운 책임도 져야 해요. 그 수많은 책들 가운데 <한겨레>라는 이름을 걸고 독자들에게 꼭 소개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는 몇 권의 책들만을 추려내야 하기 때문입니다.
책기자들은 매주 회의를 열어 토론과 숙고를 거쳐 이런 책들을 엄선해냅니다. 또 그렇게 골라낸 책들을 샅샅이 읽고 정성껏 소개하는 기사를 씁니다. 유명세와 홍보 문구 등에 휘둘리지 않도록 좋은 책을 본질 그대로 파악하고 최대한 정확하게 소개하는 것이 <한겨레> 책기자들이 추구하는 방향입니다. 반올림(#)책은 쏟아져나오는 신간들 속에서 주목해야 할 책들은 무엇인지, 또 어떤 것을 핵심으로 삼아 그 책들을 읽어야할지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엄선된 정보를 제공하는 뉴스레터입니다.
인터넷 공간 속 서평부터 유튜브 방송까지, 책에 대한 토막토막의 정보들은 차고 넘칩니다. 그러나 한 주도 쉬지 않고 모든 신간들을 꾸준히 살펴보며, 취향이나 이해관계 등에 휘둘리지 않고 책을 다루는 것은 오직 저널리즘의 영역에서만 가능한 일이라 자부합니다. 반올림(#)책을 통해 책을 진지하게 다루는 저널리즘을 정기적으로 만나보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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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올림(#)책 사용설명서
1) 매주 월요일 아침 7시 전자우편함에 들어온 반올림(#)책 뉴스레터를 열어봅니다.
2) 지난주 나온 신간 가운데 반올림(#)책이 추천하는 5권(이번 주의 반올림)이 무엇인지 확인합니다.
3) 어떤 책들인지 대강 파악한 뒤, 👉기사보기로 더욱 풍부한 책 소개를 만나봅니다.
4) 미처 책을 볼 여유가 없다면, 책 소개만으로도 어떤 책인지만 파악할 수 있습니다. 5) 매주 반올림(#)책 챙겨보는 습관을 들여 여러분의 지성을 반올림합니다.
✋반복적으로 전달되다보니 반올림(#)책이 스팸메일이나 프로모션함으로 들어갈 수 있습니다. 사용하시는 전자우편 서비스에서 반올림책 bookbang@hani.co.kr을 주소록에 추가해주시면 반올림(#)책을 더 쉽게 챙겨볼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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넵 호숫가의 죽은 참나무. 죽었지만 자리에 남아서 넵 사유지 변화의 상징이 됐다. 글항아리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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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은 자연을 '보존해야 할 좋은 것'이라 생각하시나요? 혹시 자연이라고 하면, 녹음이 우거진 울창한 숲이 먼저 떠오르시나요? <야생 쪽으로>는 지난 20여년 동안 영국 남부 여의도 다섯배 넓이의 넵(knepp) 지역에서 펼쳐진 '재야생화'(rewilding) 실험의 기록입니다. 재야생화란 "자연이 주도권을 쥘 수 있게 놔둠으로써 야생을 회복하는 것", 한마디로 자연을 그대로 두는 것을 뜻합니다. 인간이 넘긴 주도권을 쥔 것은 울창한 숲이 아니라 잡초와 관목이 제멋대로 자라난 들판이었습니다. 관목은 인간에게 찬밥 대우를 받지만, 흙을 살지게 하는 균류와 곤충, 지렁이 같은 무척추동물, 사슴 등 초식 동물들의 집이자 놀이터이자 먹이라 하죠. 지역 주민, 농부의 맹비난과 당국의 거부 등을 겪어야 했지만, 추억 속 존재였던 나이팅게일, 멧비둘기가 다시 찾아오는 등 재야생화에 따른 생태계 복구는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둔 듯보입니다. "자연을 사랑하고 숲의 회복을 지지한다는 믿음에 아름다운 엽서 같은 풍경만 포함된 건 아닌지, 때로 참기 힘든 자연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는지"(김은형 책기자) 생각해보게 하는 책입니다.
이저벨라 트리 지음, 박우정 옮김 / 글항아리 / 2만5000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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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채널 '넵플릭스'(Kneppflix)는 넵 야생화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는 다양한 모습들을 동영상으로 제공하고 있습니다. 긴 뿔 소, 나이팅게일 등 보기 힘든 야생의 동물들 모습도 만나보세요!
🔗넵 야생화 프로젝트를 설명해주는 만화
🔗넵에서 만나볼 수 있는 동물들
🐟자연을 통제하려는 마음을 버리고 자연이 스스로 제 갈 길을 찾도록 놔두는 길으 말하는 또 한 권의 책도 소개합니다.
🔗<활생: 한번도 보지 못한 자연을 만난다>(위고,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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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구'(表具)라는 말을 들어보신 적 있나요? 종이나 비단에 그린 작품의 감상과 보존, 보관, 이동을 위해 가장자리와 뒷면을 튼튼하게 하는 일을 표구라 합니다. 그 많던 표구점이 이젠 다들 어디 갔는지, 몇년 전 병풍을 새로 만들 일이 있어 표구할 곳을 알아보는 데 애먹었던 기억이 납니다. 한국 전통시대에도 장황, 배첩 등의 일이 있었지만, 표구란 말 자체는 일본에서 들어왔다고 합니다. 그렇다보니 우리나라 표구의 역사는 근대 미술의 역사 그 자체와 밀접하게 겹칩니다. 일제강점기부터 미술이 대중화되는 80여년 동안 '동양화 애호' 흐름이 끊이지 않았기에, "표구와 미술품 거래를 동시에 취급하는 표구점이자 화랑인 상점은 우리 미술 유통 시스탬 내에서 필수적이고 친숙한 존재"로 오랫동안 큰 구실을 해왔던 것이죠. 최원형 책기자가 소개하는 <표구의 사회사>는 그동안 작품에 종속된 것, 또는 작품과 별개의 것으로 치부됐던 표구를 통해 우리나라 근대 미술의 역사를 톺아보는 책입니다. 표구사이자 전문 화랑 경영인이었던 이기웅 보영학원 이사장이 들려주는, 자수병풍 인기, 족자 수출 등의 옛 이야기도 재밌습니다.
김경연·이기웅·김미나 지음 / 연립서가/ 2만5000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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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훔쳐가는 노래>(2012)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진은영 시인이 10년 만에 새 시집 <나는 오래된 거리처럼 너를 사랑하고>로 찾아왔습니다. 시집의 제목은 첫 수록작의 첫 구절로부터 따왔습니다. "나는 오래된 거리처럼 너를 사랑하고/ 별들은 벌들처럼 웅성거리고// 여름에는 작은 은색 드럼을 치는 것처럼/ 네 손바닥을 두드리는 비를 줄게// 과거에게 그랬듯 미래에게도 아첨하지 않을게"('청혼') 최재봉 책기자는 이 책은 "무엇보다 사랑의 시집"이라고 합니다. 연인의 "등 위로 달팽이들을 풀어놓는" 것처럼 애틋한 일에서부터, "매일매일 자살하는" 것 같은 이놈의 세계에서 억울하고 안타까운 죽음과 상실을 외면하지 않고 껴안는 일까지, 모두가 이 시인이 말하는 사랑입니다. "한 사람을 조금 덜 외롭게 해보려고 애쓰던 시간들"('작가의 말')이 느껴집니다.
진은영 지음 / 문학과지성사 / 1만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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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틴 하이데거는 20세기 형이상학의 큰 봉우리로 꼽힙니다. 그동안 하이데거에 대한 수많은 책들이 있었지만, 삶과 사상의 전모를 보기에는 하이데거의 까다로운 사유와 언어가 쉽게 접근을 허락하지 않죠. <니체 극장>(김영사)으로 위험하고도 매혹적인 니체의 삶과 사상을 마치 극장처럼 만들어 독자들을 초대했던 고명섭 <한겨레> 기자가 이번에는 독자들을 <하이데거 극장>으로 초대합니다. '하이데거 극장'에서 펼쳐지는 것? 바로 "존재의 드라마"입니다. 지은이는 "하이데거와 마주한다는 것은 '존재란 무엇인가'를 필연적으로 묻는 일, 곧 '진리가 무엇인가' '철학이란 무엇인가'를 정면으로 묻는 일"이라 말합니다. 표정훈 출판평론가는 이 책이 "하이데거 전기, 하이데거 읽기, 하이데거 시대, 요컨대 삶과 텍스트와 시대가 치밀하게 교직된 책"이라 평가합니다.
고명섭 지음 / 한길사 / 각 권 4만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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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스코틀랜드에서 가장 큰 헌책방 '더 북숍'을 찾으신다면, '아이쿠, 누추한 곳에 귀한 분이 오셨군요' 따위의 환대를 기대해선 안될 것 같습니다. 주인인 숀 비텔은 책방을 찾는 손님들에 대해 '뒷담화'하기를 두려워하지 않는, 어딘가 비뚤어진 태도를 가지고 있거든요. 그가 쓴 책의 원제는 'Seven Kinds of People You Find in Bookshops'인데, <귀한 서점에 누추하신 분이>란 한국어판 제목은 매우 적절한 '초월번역' 사례일 것 같습니다. 지은이는 린네의 생물분류법을 참고해 서점을 찾는 '손놈'들의 유형을 이리저리 냉소적으로 분류합니다. 어느 코미디언의 말마따나, 도대체 왜 이러는 걸까요? 임인택 책기자는 "저무는 서점 시장에서 숀 비텔의 진짜 냉소는 활자가, 책이 외면받는 세태에 대한 환멸에서 비롯해 보인다"고 짚습니다. 실상은 그렇게라도 서점을 서성거리는 이들의 흔적을 그리워하고 있는 게 아닐까, 그런 의심이 든다는 거죠.
숀 비텔 지음, 이지민 옮김 / 책세상 / 1만3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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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가족이 모여 있지만 서로 갈등하고 불편해하는 상황, 누구든 겪어봤을 겁니다. 그때 무시무시한 폭풍이 몰아닥치면 어떻게 될까요? 불안을 느낀 우리는 어쨌거나 가족을 가장 먼저 찾을 것입니다. 그림책 <폭풍이 지나가고>의 작가 댄 야카리노는 코로나 팬데믹 시기에 영감을 받아서 이 책을 그리고 썼다고 합니다.
댄 야카리노 지음 / 다봄 / 1만4000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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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혼자 읽는 것이니, 사람들은 책에 대해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할까? 처음에는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책방을 열고 나서 알게 되었습니다. 의의로 책을 두고 소소하게 대화를 하고 싶어하시는 분들이 많다는 사실을요. 영화를 본 뒤 영화에 대한 감상을 나누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다만 영화를 보는 사람들보다 책 읽는 분들이 그리 많지 않다 보니, 동네 책방에서 만난 책 친구 또는 책방지기를 찾으시는 게 아닐까 합니다.
(...)
좋은날의책방은 너무 작아서 잘 안 보이는 동네 책방입니다. 책방에 들여놓은 책들이 바래져 가도 오픈한 지 얼마 안 된 서점으로 봐주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문화센터보다 더 좋은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머무는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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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은 복사꽃밭 같아서
그녀들 말의 향기로 저 복사꽃 핀 산자락이 색채가 끝난 시간들 또는 육체들이 상승한 자리 위에 얹힐 때, 인간의 마음은 분홍의 꽃밭 같아져서 말마저 잊고 향기로 가득 세상을 채우리라
마음이 복사꽃밭 같아서
하늘 아래 팔 벌려 마음은 꽃 피는 바다와 같이 출렁거려서
한결같이 복사꽃, 사월의 복사꽃밭만 같아서
향기로운 말들이 꽃 피는 날에
📖정화진 시집 <끝없는 폭설 위에 몇 개의 이가 또 빠지다>(문학동네)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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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반올림(#)책은 어떠셨나요?
좋았던 점, 아쉬웠던 점 등 기탄없이 의견을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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