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9월19일
님,

안녕하세요? 처음 인사드립니다!
매주 쏟아져 나오는 신간들에 대해 넓고도 깊은 정보를 제공해드릴 뉴스레터, 반올림(#)책입니다.

반올림(#)책은 <한겨레> 책지성팀 기자(‘책기자’라 불러주세요)들이 만드는 뉴스레터입니다. 신문사 문화부에는 매주 엄청난 양의 신간들이 전달됩니다. 더 많은 독자들이 출간 소식을 알 수 있도록, 출판사들이 언론사에 보도 참고용으로 보내주는 책들입니다. 덕택에 책기자들은 거의 모든 새 책들을 따끈따끈한 생태로 받아보는 호사를 누립니다. 대신 그에 상응하는 무거운 책임도 져야 해요. 그 수많은 책들 가운데 <한겨레>라는 이름을 걸고 독자들에게 꼭 소개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는 몇 권의 책들만을 추려내야 하기 때문입니다.

책기자들은 매주 회의를 열어 토론과 숙고를 거쳐 이런 책들을 엄선해냅니다. 또 그렇게 골라낸 책들을 샅샅이 읽고 정성껏 소개하는 기사를 씁니다. 유명세와 홍보 문구 등에 휘둘리지 않도록 좋은 책을 본질 그대로 파악하고 최대한 정확하게 소개하는 것이 <한겨레> 책기자들이 추구하는 방향입니다. 반올림(#)책쏟아져나오는 신간들 속에서 주목해야 할 책들은 무엇인지, 또 어떤 것을 핵심으로 삼아 그 책들을 읽어야할지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엄선된 정보를 제공하는 뉴스레터입니다.

인터넷 공간 속 서평부터 유튜브 방송까지, 책에 대한 토막토막의 정보들은 차고 넘칩니다. 그러나 한 주도 쉬지 않고 모든 신간들을 꾸준히 살펴보며, 취향이나 이해관계 등에 휘둘리지 않고 책을 다루는 것은 오직 저널리즘의 영역에서만 가능한 일이라 자부합니다. 반올림(#)책을 통해 책을 진지하게 다루는 저널리즘을 정기적으로 만나보시길 권합니다.
📖반올림(#)책 사용설명서

1) 매주 월요일 아침 7시 전자우편함에 들어온 반올림(#)책 뉴스레터를 열어봅니다.
2) 지난주 나온 신간 가운데 반올림(#)책이 추천하는 5권(이번 주의 반올림)이 무엇인지 확인합니다.
3) 어떤 책들인지 대강 파악한 뒤, 👉기사보기로 더욱 풍부한 책 소개를 만나봅니다.
4) 미처 책을 볼 여유가 없다면, 책 소개만으로도 어떤 책인지만 파악할 수 있습니다.
5) 매주 반올림(#)책 챙겨보는 습관을 들여 여러분의 지성을 반올림합니다.
✋반복적으로 전달되다보니 반올림(#)책이 스팸메일이나 프로모션함으로 들어갈 수 있습니다. 사용하시는 전자우편 서비스에서 반올림책 bookbang@hani.co.kr을 주소록에 추가해주시면 반올림(#)책을 더 쉽게 챙겨볼 수 있습니다.
넵 호숫가의 죽은 참나무. 죽었지만 자리에 남아서 넵 사유지 변화의 상징이 됐다. 글항아리 제공
님은 자연을 '보존해야 할 좋은 것'이라 생각하시나요? 혹시 자연이라고 하면, 녹음이 우거진 울창한 숲이 먼저 떠오르시나요? <야생 쪽으로>는 지난 20여년 동안 영국 남부 여의도 다섯배 넓이의 넵(knepp) 지역에서 펼쳐진 '재야생화'(rewilding) 실험의 기록입니다. 재야생화란 "자연이 주도권을 쥘 수 있게 놔둠으로써 야생을 회복하는 것", 한마디로 자연을 그대로 두는 것을 뜻합니다. 인간이 넘긴 주도권을 쥔 것은 울창한 숲이 아니라 잡초와 관목이 제멋대로 자라난 들판이었습니다. 관목은 인간에게 찬밥 대우를 받지만, 흙을 살지게 하는 균류와 곤충, 지렁이 같은 무척추동물, 사슴 등 초식 동물들의 집이자 놀이터이자 먹이라 하죠. 지역 주민, 농부의 맹비난과 당국의 거부 등을 겪어야 했지만, 추억 속 존재였던 나이팅게일, 멧비둘기가 다시 찾아오는 등 재야생화에 따른 생태계 복구는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둔 듯보입니다. "자연을 사랑하고 숲의 회복을 지지한다는 믿음에 아름다운 엽서 같은 풍경만 포함된 건 아닌지, 때로 참기 힘든 자연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는지"(김은형 책기자) 생각해보게 하는 책입니다.

이저벨라 트리 지음, 박우정 옮김 / 글항아리 / 2만5000원
🐟유튜브 채널 '넵플릭스'(Kneppflix)는 넵 야생화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는 다양한 모습들을 동영상으로 제공하고 있습니다. 긴 뿔 소, 나이팅게일 등 보기 힘든 야생의 동물들 모습도 만나보세요!
🔗넵 야생화 프로젝트를 설명해주는 만화
🔗넵에서 만나볼 수 있는 동물들
🐟자연을 통제하려는 마음을 버리고 자연이 스스로 제 갈 길을 찾도록 놔두는 길으 말하는 또 한 권의 책도 소개합니다. 
🔗<활생: 한번도 보지 못한 자연을 만난다>(위고, 2020)
'표구'(表具)라는 말을 들어보신 적 있나요? 종이나 비단에 그린 작품의 감상과 보존, 보관, 이동을 위해 가장자리와 뒷면을 튼튼하게 하는 일을 표구라 합니다. 그 많던 표구점이 이젠 다들 어디 갔는지, 몇년 전 병풍을 새로 만들 일이 있어 표구할 곳을 알아보는 데 애먹었던 기억이 납니다. 한국 전통시대에도 장황, 배첩 등의 일이 있었지만, 표구란 말 자체는 일본에서 들어왔다고 합니다. 그렇다보니 우리나라 표구의 역사는 근대 미술의 역사 그 자체와 밀접하게 겹칩니다. 일제강점기부터 미술이 대중화되는 80여년 동안 '동양화 애호' 흐름이 끊이지 않았기에, "표구와 미술품 거래를 동시에 취급하는 표구점이자 화랑인 상점은 우리 미술 유통 시스탬 내에서 필수적이고 친숙한 존재"로 오랫동안 큰 구실을 해왔던 것이죠. 최원형 책기자가 소개하는 <표구의 사회사>는 그동안 작품에 종속된 것, 또는 작품과 별개의 것으로 치부됐던 표구를 통해 우리나라 근대 미술의 역사를 톺아보는 책입니다. 표구사이자 전문 화랑 경영인이었던 이기웅 보영학원 이사장이 들려주는, 자수병풍 인기, 족자 수출 등의 옛 이야기도 재밌습니다.

김경연·이기웅·김미나 지음 / 연립서가/ 2만5000원
<훔쳐가는 노래>(2012)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진은영 시인이 10년 만에 새 시집 <나는 오래된 거리처럼 너를 사랑하고>로 찾아왔습니다. 시집의 제목은 첫 수록작의 첫 구절로부터 따왔습니다. "나는 오래된 거리처럼 너를 사랑하고/ 별들은 벌들처럼 웅성거리고// 여름에는 작은 은색 드럼을 치는 것처럼/ 네 손바닥을 두드리는 비를 줄게// 과거에게 그랬듯 미래에게도 아첨하지 않을게"('청혼') 최재봉 책기자는 이 책은 "무엇보다 사랑의 시집"이라고 합니다. 연인의 "등 위로 달팽이들을 풀어놓는" 것처럼 애틋한 일에서부터, "매일매일 자살하는" 것 같은 이놈의 세계에서 억울하고 안타까운 죽음과 상실을 외면하지 않고 껴안는 일까지, 모두가 이 시인이 말하는 사랑입니다. "한 사람을 조금 덜 외롭게 해보려고 애쓰던 시간들"('작가의 말')이 느껴집니다.

진은영 지음 / 문학과지성사 / 1만2000원
마르틴 하이데거는 20세기 형이상학의 큰 봉우리로 꼽힙니다. 그동안 하이데거에 대한 수많은 책들이 있었지만, 삶과 사상의 전모를 보기에는 하이데거의 까다로운 사유와 언어가 쉽게 접근을 허락하지 않죠. <니체 극장>(김영사)으로 위험하고도 매혹적인 니체의 삶과 사상을 마치 극장처럼 만들어 독자들을 초대했던 고명섭 <한겨레> 기자가 이번에는 독자들을 <하이데거 극장>으로 초대합니다. '하이데거 극장'에서 펼쳐지는 것? 바로 "존재의 드라마"입니다. 지은이는 "하이데거와 마주한다는 것은 '존재란 무엇인가'를 필연적으로 묻는 일, 곧 '진리가 무엇인가' '철학이란 무엇인가'를 정면으로 묻는 일"이라 말합니다. 표정훈 출판평론가는 이 책이 "하이데거 전기, 하이데거 읽기, 하이데거 시대, 요컨대 삶과 텍스트와 시대가 치밀하게 교직된 책"이라 평가합니다.

고명섭 지음 / 한길사 / 각 권 4만3000원
영국 스코틀랜드에서 가장 큰 헌책방 '더 북숍'을 찾으신다면, '아이쿠, 누추한 곳에 귀한 분이 오셨군요' 따위의 환대를 기대해선 안될 것 같습니다. 주인인 숀 비텔은 책방을 찾는 손님들에 대해 '뒷담화'하기를 두려워하지 않는, 어딘가 비뚤어진 태도를 가지고 있거든요. 그가 쓴 책의 원제는 'Seven Kinds of People You Find in Bookshops'인데, <귀한 서점에 누추하신 분이>란 한국어판 제목은 매우 적절한 '초월번역' 사례일 것 같습니다. 지은이는 린네의 생물분류법을 참고해 서점을 찾는 '손놈'들의 유형을 이리저리 냉소적으로 분류합니다. 어느 코미디언의 말마따나, 도대체 왜 이러는 걸까요? 임인택 책기자는 "저무는 서점 시장에서 숀 비텔의 진짜 냉소는 활자가, 책이 외면받는 세태에 대한 환멸에서 비롯해 보인다"고 짚습니다. 실상은 그렇게라도 서점을 서성거리는 이들의 흔적을 그리워하고 있는 게 아닐까, 그런 의심이 든다는 거죠.

숀 비텔 지음, 이지민 옮김 / 책세상 / 1만3800원
온 가족이 모여 있지만 서로 갈등하고 불편해하는 상황, 누구든 겪어봤을 겁니다. 그때 무시무시한 폭풍이 몰아닥치면 어떻게 될까요? 불안을 느낀 우리는 어쨌거나 가족을 가장 먼저 찾을 것입니다. 그림책 <폭풍이 지나가고>의 작가 댄 야카리노는 코로나 팬데믹 시기에 영감을 받아서 이 책을 그리고 썼다고 합니다.

댄 야카리노 지음 / 다봄 / 1만4000원
책 수다부터 책모임까지, 좋은날의책방

"책은 혼자 읽는 것이니, 사람들은 책에 대해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할까? 처음에는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책방을 열고 나서 알게 되었습니다. 의의로 책을 두고 소소하게 대화를 하고 싶어하시는 분들이 많다는 사실을요. 영화를 본 뒤 영화에 대한 감상을 나누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다만 영화를 보는 사람들보다 책 읽는 분들이 그리 많지 않다 보니, 동네 책방에서 만난 책 친구 또는 책방지기를 찾으시는 게 아닐까 합니다.

(...)

좋은날의책방은 너무 작아서 잘 안 보이는 동네 책방입니다. 책방에 들여놓은 책들이 바래져 가도 오픈한 지 얼마 안 된 서점으로 봐주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문화센터보다 더 좋은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머무는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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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성남 분당구 느티로63번길 27

마음은 복사꽃밭 같아서


그녀들 말의 향기로 저 복사꽃 핀 산자락이 색채가 끝난 시간들 또는 육체들이 상승한 자리 위에 얹힐 때, 인간의 마음은 분홍의 꽃밭 같아져서 말마저 잊고 향기로 가득 세상을 채우리라

 

 마음이 복사꽃밭 같아서

 하늘 아래 팔 벌려 마음은 꽃 피는 바다와 같이 출렁거려서

 한결같이 복사꽃, 사월의 복사꽃밭만 같아서

 향기로운 말들이 꽃 피는 날에

 

📖정화진 시집 <끝없는 폭설 위에 몇 개의 이가 또 빠지다>(문학동네)에서

이번 주 반올림(#)책은 어떠셨나요?
좋았던 점, 아쉬웠던 점 등 기탄없이 의견을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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