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9.16
#2 행복이란 무엇일까요?

지금 행복하냐고 물었을 때 자신 있게 너무나도 행복하다고 답하는 사람을 볼 때면 부럽기도 하면서 나는 그다지 행복하지 않다는 게 조금은 슬펐다. 행복하다는 건 곧 삶이 만족스럽다는 것과 비슷하게 해석되기도 한다. 그럼 나는 만족의 기준이 남보다 높은 걸까? 성격이 낙천적이지 않아서 그런가? 내게 행복했던 순간이 있었느냐 하면 기억에 남을 만큼 행복했던 날이 생각나지 않는다. 어느 찰나에 행복을 느낀 순간이 분명히 있을텐데 나는 쉽게 잊어버린다.


행복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보다가 예전에는 나에게 행복을 가져다주던 사람과 사물들에 시간이 갈수록 무뎌지고 굳어진 나를 발견했다. 다시 행복을 찾아 나서기로 결심했다. 작은 것이든 큰 것이든 보이지 않는 것이든, 심지어는 이미 내 옆에, 내 손안에 있을 행복을 찾아서. -C-

📃오늘의 grds paper

1. Music
2. 행복 포착
3. 당신이 생각하는 행복이란?
4.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것
5. 홈칵테일 레시피
5. 걸음코스 <평온한 안국>
6. grds news
Music

🎧 Keith Jarrett, Charlie Haden - Jasmine

01 For All We Know
02 Where Can I Go Without You
03 No Moon At All
04 One Day I'll Fly Away
05 Intro - I'm Gonna Laugh You Right Out Of My Life
06 Body And Soul
07 Goodbye
08 Don't Ever Leave Me


트랙 리스트의 제목들만 읽어도 로맨틱하고 포근한 느낌이 드는 앨범. 쉬면서 책을 읽을 때나 자기 전 하루를 마무리 할 때, 차분하고 편안한 음악이 필요하다면 수시로 꺼내듣는다.🛌 언제나 감미로운 키스 자렛의 피아노와 찰리 헤이든의 묵직한 베이스, 편안함의 대명사인 ECM 레이블에서 나온 앨범이니 믿고 들어도 좋다.


스포티파이

애플뮤직

유튜브뮤직

행복 포착

2주 동안 잠복근무를 하듯 행복한 순간을 잠자코 기다렸습니다. 행복하다는 감정이 느껴질 때 그 순간을 포착해 사진과 글에 담았습니다.📸 행복의 정의와 기준은 다 다르기에 내가 행복하다고 느끼면 그게 행복이 맞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어릴 때부터 잠자리를 좋아했다. 이맘때가 되면 나뭇가지 위에 살포시 앉아 있을 잠자리를 찾느라 내 시선은 늘 하늘을 향해 있었다. 고추잠자리, 된장잠자리, 일명 “태극 잠자리”라 불리는 깃동잠자리 까지.. 쉼을 청할 적절한 나뭇가지를 찾느라 여기저기 기웃거리는 녀석들을 보니 피식 웃음이 나기도 한다. 마침내 적당한 자리를 찾아 앉아있는 걸 확인하고 내 마음까지 평온해지는 느낌이다.


하늘을 낮게 날아다니는 녀석들이 한 마리씩 보이기 시작하면 좋아하는 계절이 오고 있다는 것이기에 설렘은 ‘덤’이다. 계절마다 좋아하는 것이 하나쯤은 있다는 게 작은 ‘행복’이 아닐까. -J-

버스(특히 쌩쌩 달리는 서울의 밤 버스)에서 노래를 들으며 빠르게 스쳐 지나가는 바깥 풍경을 보는 것을 좋아한다. 나는 아무 생각 없이 멍 때리는 시간으로 충전되는 사람이다. 연휴가 끝나는 날 저녁, 서울로 올라와 집으로 가는 초록 버스를 탔다. 숭례문과 독립문, 인왕산 아래를 따라 달리며 창문을 열고 시원한 공기를 마셨다.


애플 뮤직에서 만들어준 ‘replay 2018’을 틀었더니 4년 전 내가 가장 많이 들었던 노래들이 나왔다. 가만히 밖을 바라보면서 음악을 듣고 있으니 문득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하나 둘 떠올랐다. 나의 사랑하는 가족들, 그리고 다정한 친구들. 오랫동안 나와 연결되어 차곡차곡 쌓인 시간들이 감사했다. 나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인정해 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 앞으로도 함께해 줄 거라는 확신이 드니 내 안에 행복감이 차올라 잔잔하게 찰랑였다. -C-

당신이 생각하는 행복이란?
💬 행복이란 바쁜 일상속에서 생긴 여유를 누리는게 아닐까 생각한다. 예를 들면 아침부터 5시간 연강듣고 나서 라면 먹으면서 요즘 푹 빠진 드라마 ‘작은 아씨들’을 보는 지금 이 순간! 보고 먹고 놀고싶은 게 많아 하루가 48시간이면 좋겠다. - 20대 Y -

💬 행복하다는 말을 잘 하지 않는 편이다. 표현에 서투른 탓이라고 생각했는데, 편지 속에서는 꽤 자주 써왔다는 걸 최근에서야 알게 되었다. 어떤 편지 속에서는 이렇게 썼다. —함께 보내는 시간 속에서 나는 처음 느껴보는 형태의 행복을 느껴. 행복은 내 안에 없고, 아직 그게 뭔지 내가 다 알지 못하는 것 같아. 그런데 돌아보면 참 행복한 날들을 보냈구나 싶어.— 행복이란 기쁠 수도 있고 슬플 수도 있는데, 딱 그 한 순간에만 머무르고 사라지는 것은 아닌 듯하다. 나의 과거와 타인으로부터, 내 안에 없는 행복을 조금씩 배우고 있다. - 30대 Y-

💬 행복은 ‘강렬함’이 아니라 ‘뭉근함’에 있는 건 아닐까. 이전의 나는 아주 열심히 살고 어쩌다 한 번씩 나에게 선물 같은 시간을 주었다. 그럼에도 어느 해는 계속 불행했고, 또 어느 달은 퍽이나 행복했다. 기억 속에 그때의 행복은 늘 이벤트 같았다. 지금은 아주 쓸데없는 시간들을 늘려간다. 효용가치는 떨어지나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다. 이를테면 빠른 걸음으로 산책을 하고, 소설을 읽고, 의미 없는 메모를 하고, 부질없는 이야기를 쏟아내기도 한다. 최대한 잔잔하고 평이한 시간들로 쓴 적 없는 감정의 근육들이 단단해짐을 느낀다. 불행하지 않는 시간들이 길어지고 불행을 대하는 나의 태도가 달라지니 동시에 ‘행복’이 느껴진다. - 40대 H -

💬 새벽 공기는 삶을 고양시킨다. 내게 있어 행복의 시작은 언제나처럼 이 시간에 볼 수 있는 책들이 쌓여 있다는 사실과 BGM이 깔려 있는 공간적 매력이다. 남아있는 사랑을 나누어 줄 사람이 있고 정신을 우위에 둘 수 있는 여유와 차 한 잔을 할 수 있다는 것, 자연에 경탄하고 아름다운 삶을 엿보는 것이 ‘행복’이다. - 60대 K -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것
좋아하는 맛투성이에서 당장 뭘 먹을지 고민하는 즐거움, grains의 쿠키 박스.
짧은 가을을 만끽하고 싶어서 퇴근 길에 한강으로 향했던 날. 시원한 바람을 친구삼아 한참을 걸었던 초가을 밤.
마치 해가 퇴근하는 듯한 노을. 자연이 만들어낸 풍경이 신기하고도 멋져 볼 때 마다 행복해진다.
예쁜 화분에 곱게 심어진 산세베리아 실버. 함께 할 공간을 내어주고 조금씩 변화할 모습을 상상하면 절로 미소가 새겨진다.
Home Cocktail Recipe

50/50 Martini는 드라이하고 짭짤한 마티니의 가장 기본이다. 집에 초대한 친구가 오기 전에 미리 한 잔 마시기 위해 만들었다. 마티니 하면 007 영화가 생각난다. 제임스 본드는 항상 보드카가 첨가된 마티니를 시킨다. 화려한 곳을 가지 않아도 마티니 칵테일은 그 자체로 우아한 느낌을 준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보드카 보다 진을 선호한다. 조금 더 드라이한 맛이 나기 때문이다.


믹싱글라스와 지거를 꺼낸다. 다음과 같은 순서로 진행한다.

  1. 오렌지 비터(orange bitter)를 2번 짜낸다.
  2. 진(Gin) 45ml (개인적으로 진은 냉동실에 보관하면 좋다)
  3. 드라이 베르무트(dry vermouth) 45ml
  4. 올리브 3개

차갑게 마시는 술로 잔을 냉동실에 얼려놓는 것이 중요하다. 잔은 닉 앤 노라 잔을 사용한다.🍸


소파에 앉아 음미하는 사이 친구가 도착했고 동일한 마티니 한 잔을 건네며 그동안 나누지 못했던 서로 간의 삶을 이야기한다. 이렇게 가만히 마주 앉아 편안하게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친구가 있다는 것이 강한 힘을 지닌 소소한 행복이 아니면 무엇일까. -E-

걸음 코스 <평온한 안국>

맑은 하늘과 쨍한 햇살 아래 천천히 걸었던 안국 걸음 코스를 소개합니다. 도란도란 이야기하면서 점심을 먹고, 뷰가 좋은 카페에서 달콤한 디저트를 나눠먹었어요.
행복, 별 거 없는데요?
서울 종로구 인사동길 60 크라운빌딩 1층

외관에서부터 세월이 묻어나는 안국역 앞 솥밥집.🍚 ‘조금 솥밥'을 주문했더니 새우, 버섯, 맛살, 은행, 죽순 등 보기만해도 건강한 재료들이 듬뿍 담겨 나온다. 자극적인 양념은 없지만 씹을수록 고소하고 맛있다.
서울 종로구 율곡로 82 701호

창덕궁과 남산타워가 모두 보이는 뷰에 음료도 맛있고 음악도 좋고 편안한 분위기. 좋은 카페를 따지는 기준을 모두 충족시킨 곳이다.

달콤하고 상큼한 ‘베리베리 굿 크럼블’도 꼭 한번 드셔보시길.🍓🫐 밤에 간다면 멋진 야경을 감상할 수 있다.
율곡로 궁궐담장길
서울 종로구 율곡로 102

‘일제가 단절시킨 창경궁과 종묘가 90년만에 연결되었습니다!’라는 버스 안내 방송이 근래 계속 나와 궁금했었다.

터널 위에 만들어진 궁궐담장길은 아직 어린 나무들이 길을 따라 심어져 있다. 근처에 갈일이 있다면 산책할 겸 걷기 좋겠다.
TWL (@twl_shop)

서울 마포구 망원로2길 69 1층


Things We Love, TWL이라는 이름의 리빙 편집샵이다.🪟 컵과 그릇, 엽서, 포스터 등 생활 가까이에 있는 물건들과 차와 꿀 등 작은 먹을거리도 판매한다. 흔하지 않은 브랜드와 제품이 많아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grds news

9월, 그라더스의 첫 번째 로퍼가 출시될 예정이다. 컬러는 브라운과 베이지!


안감이 따로 없는 언라인드 스웨이드로 흔히 알고 있는 착화감이 아닌 굉장히 유연하고 부드러운 것이 장점이다. 편안한 스웨이드 로퍼를 찾고 있는 중이라면 그라더스에서 처음으로 선보이는 로퍼도 눈여겨 보시기 바란다.


👞 loafer 01 suede brown / beige

출시 : 2022.09.26 (mon.) 12:00

가격 : 390,000원

'모든 소망을 단념하고

목표와 욕망도 잊어버리고

행복을 입 밖에 내지 않을 때

행위의 물결이 네 마음에 닿지 않고

너의 영혼은 비로소 쉬게 된다.'


시 '행복' 中 , 헤르만 헤세

이번 뉴스레터를 준비하며 '행복은 가까이에 있다'는 말이 그냥 하는 말이 아니구나 싶었어요. 둘러보니 근처에 행복을 느낄만한 것이 많더라고요. 여러분은 어떤 것에 행복감을 느끼시나요? 오늘도 작은 행복들로 가득한 하루 되시기를 바랍니다.🙂

grds paper는 3주에 한 번씩 발행되며 좋은 라이프스타일에 대해 탐구하고 일상 속에서 받는 작은 영감들을 공유합니다. 이번 뉴스레터가 재미있으셨다면 주위에 공유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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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마포구 동교로 52 2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