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월요일의 복음] #70 나를 떠받치고 계시는 하나님

독자님, 안녕하세요.

복 있는 사람 편집자 K입니다.

날씨가 덥다 못해 뜨거운 요즘입니다. 독자님께서는 이 무더운 계절을 어떻게 보내고 계신가요? 아직 여름이 한창이지만 올림픽도 막을 내리고, 8월이 지나면 하반기는 순식간에 지나가겠지요. 시간이 참 빠르게 흘러가는 듯합니다.

지난주는 『히브리어의 시간』을 보내드리는 마지막 시간이었습니다만, 감사하게도 많은 독자님께서 호응해 주셔서 한 주 더 연재합니다. [월요일의 복음]을 기다려주시고 응원해 주신 모든 독자님들께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정말, 진짜, 마지막 연재인 만큼 저자가 책 속에 남긴 축복의 메시지로 마무리하고자 합니다.

💌 독자 이야기 💌

진심을 담은 소중한 이야기를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하나님 앞에서 엎드린다는 사실 자체가 우리에게는 복이라는 것입니다. 겸손히 그분 앞에 엎드리며 그분과 동행하는 삶 자체가 우리 그리스도인에게는 한없는 복인 것입니다." 이 구절을 읽으면서 머리 속에서 종소리가 울리는 듯했습니다. 그렇구나, 하나님 앞에서 엎드리는건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내가 그 "복"을 받았기에 할 수 있는 것이었구나, 하며...

그 한없는 복 받은 내가 오늘도 기도할 수 있어서 감사하며 다시 손을 모읍니다!🙏

늘 부지런히 날라주시는 다양하고 귀한 말씀들, 감사합니다!!

_DY Lee

내가 생각하기에 옳은 말 같아도, 상대에게 적절하지 않은 말들이 있습니다. 어쩌면 욥의 친구들은, 그래도 내가 다른 사람들보다 믿음이 크다라는 오만함이 있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판단하고 정죄하는 평소의 태도가, 큰 일화 앞에서 드러난 것 같아요. 저 또한 나이가 들어가면서, 가만히 들어주는 것 자체가 큰 위로라는 것을 배웁니다. 말하는 것보다 경청하는 것이 제일 어렵다는 것을요. 욥기는 의인이 끝없는 고통을 받고, 그게 사탄과 하나님의 대화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으로 읽기가 어려웠습니다. 마지막까지 하나님을 붙잡는 욥의 태도는, 그 누구도 따라하기 힘든 믿음의 경지로 보입니다. 우리 모두가 침묵의 중보기도로, 위로를 건넬 줄 아는 그리스도인이 됐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_성민정 독자님

저자의 말처럼 싸파드 같은 상황 속 내 마음의 진공 상태를 뚜렷이 보게됩니다.

하염없이 주님의 선하심을 바라보며 기다릴 뿐이오나 끊임없이 다른 것이 아닌 주님으로 채우길 원합니다.

_하늘바라기 독자님

보면 볼수록 알면 알수록 신비하고 놀라운 성경의 히브리어를 의미있는 아름다운 여정이 되도록 간결하게 편집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_Sehnsucht

#70 나를 떠받치고 계시는 하나님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로 시작하는, 예수님께서 가르쳐 주신 기도를 우리는 ‘주기도문’이라고 부릅니다. 성경에는 하나님께서 직접 가르쳐 주신 축도가 있습니다. 소위 ‘아론의 축복’ 혹은 ‘제사장의 축복’이라고 불리는 민수기 6:24-26이 그것입니다. “너희는 이스라엘 자손을 위하여 이렇게 축복하라”(민 6:23)고 주 하나님께서 알려 주신 축도문이니 저는 이것을 ‘주축도문’이라 부릅니다.

주님께서 네게 복을 주시고 너를 지키시기를 원하며 주님께서 그의 얼굴을 네게 비추사 은혜 베푸시기를 원하며 주님께서 그 얼굴을 네게로 향하여 드사 평강 주시기를 원하노라(민수기 6:24-26, 개역개정의 번역에서 “여호와는”을 “주님께서”로 수정).

참으로 멋진 축도문입니다. 또한 축도를 듣는 이들에게 큰 힘과 위로가 되는 말씀입니다. 우리말 표현이 아름답기는 하지만 히브리어 원문의 의미를 알면 번역으로 미처 다 담아내지 못한 아름다움까지 음미할 수 있습니다. 특별히 이 민수기 6장의 말씀은 제가 힘들어하며 삶의 바닥 같은 곳에서 헤매고 있을 때 저의 영혼을 소생시켜 준 말씀이기도 합니다. 여러분께 이 축복의 말씀을 전하며 『히브리어의 시간』을 마무리하고자 합니다.

주님께서 네게 복을 주시고: 예바레크카 아도나이(יְבָָרֶכְךָ יהוה)

‘복을 주다’, ‘축복하다’라는 의미의 어근 ‘바라크’(רבך) 는 ‘무릎을 꿇다’라는 어원을 가지고 있습니다[‘바라크(ברך): 복이란 무엇인가’ 참조]. “오라, 우리가 굽혀 경배하며 우리를 지으신 여호와 앞에 무릎을 꿇자”(시 95:6). 여기서 “무릎을 꿇자”에 해당하는 단어가 바로 바라크입니다. 어원대로라면 ‘주님께서 당신을 무릎 꿇게 하시기를 원한다’로 번역할 수 있습니다. 히브리어 바라크가 말하는 “복”은 주님 앞에 무릎을 꿇고 엎드리는 우리의 자세에서부터 출발함을 말하고 있지요.

너를 지키시기를 원하며: 베이쉬메레카(וְיִשְִׁמְְרְְֶךָ)

‘베이쉬메레카’(וְיִשְִׁמְְרְְֶךָ)의 어근 ‘샤마르’(שׁמר)의 기본적인 뜻은 ‘지키다’(keep)입니다. 우리말에서도 ‘지키다’라는 표현이 다양한 상황에서 쓰이는 것처럼 이에 해당하는 히브리어 단어에도 여러 가지 쓰임이 있습니다. 누군가를 안전하게 보호하고 지키는 것을 의미하는 한편(삼상 30:23), 계명과 율법을 어기지 않고 잘 지키는 것(출 16:28)을 뜻하기도 합니다. 이뿐만 아니라 넘지 말아야 선을 지키도록 막는 의미도 있고(창 3:24), 누군가 벗어나지 못하게 막아 두는 것을 뜻할 때도 있습니다(삼하11:16). 주인 보디발의 아내에게 모함을 당한 요셉이 갇혀 있던 감옥을 일컫는 말 역시 샤마르에서 비롯된 ‘베이트-미쉬마르’(בֵּית מִִשְְׁמָָר)입니다(창 42:19). 죄수를 안전하게 지키고자 감옥에 가두는 것은 물론 아닐 테지요.

“너를 지키시기를 원하며”라는 구문은 위험으로부터 안전하게 지키시는 하나님을 표현하는 동시에, 그분의 뜻을 어기지 않고 잘 지키기를 바라시는 하나님의 소망까지도 표현합니다. 때로 우리를 인생의 감옥 같은 곳에 가두어서라도 넘어서는 안 되는 경계선을 벗어나지 않기를 바라시는 하나님의 마음을 나타내는 중의적인 뜻을 담고 있지요.

주님께서 그의 얼굴을 네게 비추사:

야에르 아도나이 파나브 에일레카(יָָאֵֵר יהוה פָָּנָָיו אֵֵלֶֶיךָ)

이 문장의 원문을 직역하면 ‘주님께서 그분의 얼굴을 당신을 향해 빛나게 하시기를’입니다. 주님의 얼굴에서 빛이 나와서 축복의 대상에게 빛을 비추는 장면입니다. 시편 67:1의 “그의 얼굴 빛을 우리에게 비추사”와 동일한 표현입니다. 하나님의 얼굴에서 나오는 빛이 마치 한줄기 조명처럼 우리를 향해 비추는 것입니다. 참 아름다운 표현입니다.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를 지날 때 앞이 캄캄하여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절망적인 상황에서 하나님께로부터 한줄기 빛이 내려와 우리를 비춰주고 우리가 가야할 길을 보여주시기를 바라는 마음을 나타냅니다.

은혜 베푸시기를 원하며: 비훈넥카(וִחִֻנֶּךֶָּ)

‘비훈넥카’(וִחִֻנֶּךֶָּ)의 어근 ‘하난’(חנן)은 ‘불쌍히 여기다’, ‘긍휼히 여기다’라는 의미와 ‘무상으로’, ‘값없음’, ‘이유 없음’이라는 의미를 내포합니다[‘헨(חֵן): 은혜의 하나님’ 참조]. 이는 하나님께서 주시는 은혜의 속성을 잘 드러냅니다. 하나님의 은혜는 우리가 하나님께 복과 사랑을 받을 자격이 있어서가 아니라 아무런 조건없이, 아무런 대가를 바라지 않고 오직 우리를 불쌍히 여기시는 하나님의 긍휼에서 나오는 것임을 뜻합니다. ‘값없는’ 은혜는 영어의 ‘priceless’와 비슷한 의미로 쓰여 하나님의 은혜가 ‘가격을 매길 수 없을 정도로 귀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하나님께서 한없이 주시는 값없는 은혜는 그야말로 값을 매길 수 없는 은혜입니다.

주님께서 그 얼굴을 네게로 향하여 드사:

잇사 아도나이 파나브 에일레카(יִִשָָּׂא יהוה פָָּנָָיו אֵֵלֶֶיךָ)

“(그 얼굴을) 드사”로 번역된 히브리어 동사 ‘나싸’(נשׂא)는 기본적으로 ‘위로 들어 올리다’(lift up)라는 뜻입니다. 히브리어에서 ‘얼굴을 들다’라는 표현은 고개를 들어 앞을 쳐다보는 것을 뜻하는 숙어적 표현입니다만, 문자 그대로 해석하자면 주님께서 자신의 얼굴을 위로 들어올려 우리를 바라보는 장면을 연상할 수 있습니다.

인생의 깊은 어둠 속에서 절망하고 있을 때 제 영혼을 살린 성경구절이 바로 이 문장입니다. 더 이상 추락할 데 없는 인생의 밑바닥에서 위로 고개를 들어도 하나님이 보이지 않고 어디로 가야 할지,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는 때에 “주님께서 그 얼굴을 네게로 향하여 드사”라는 문장이 제 심장에 박혔습니다. 하나님이 자신의 얼굴을 ‘위로 들어서’ 나를 보시다니, 만약 그렇게 하려면 하나님이 계신 곳은 내 ‘아래’겠구나, 하는 생각이 저를 사로잡았습니다.

물론 하나님은 어디에나 계십니다. 우리의 위에도, 옆에도, 주위에도 계시며 우리 안에도, 우리 밖에도 계십니다. 그런데 하나님께서 내 아래에 계실 수도 있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인생의 가장 밑바닥에서 하늘을 향해 하나님의 도움을 구해도 하나님께서 듣지 않으시는 것 같아 절망했는데, 그때 하나님은 내 아래에 계셔서 나를 그분의 두 손으로 붙잡아 주시고 계셨던 것은 아니었을까? 이 생각이 오랫동안 저를 괴롭혔던 제 안의 쓴 뿌리를 서서히 어루만지기 시작했습니다. 하늘에 계신 아버지가 우리 위에서 우리를 내려다보고 있다는 신앙고백만큼이나, 인생의 밑바닥을 기어가고 있는 우리 아래에서 하나님이 우리를 위로 올려다보며 지켜 보호해 주고 계시다는 인식은 우리를 안도하게 합니다.

평강 주시기를 원하노라: 베야셈 레카 샬롬(וְיֵָשֵֵֵׂם לְךָָ שָׁלוֹם)

“평강”으로 번역된 단어는 잘 알려진 히브리어 단어 ‘샬롬’(שָָׁלוֹם)입니다. 샬롬은 평강이나 평화보다는 온전함을 뜻하는 말입니다[‘샬롬(שָָׁלוֹם): 당신의 온전함은 무엇입니까’ 참조]. 따라서 축도문을 마무리하는 이 구절은 온전함의 회복을 말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나님과의 수직적인 관계, 주변 사람과의 수평적인 관계가 깨어져서 결국 자기자신과의 관계까지도 깨어진 이들에게 온전함의 회복이 있기를 기원합니다. 바로 이 수직적이고 수평적인 관계의 온전한 회복이 민수기 6장 ‘주축도문’의 최종 목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 힘들고 괴로운 모든 삶의 과정을 통해 하나님께서 진정으로 바라시는 것은, 우리를 창조하신 그 본래의 온전한 모습으로 우리를 회복시키려는 것입니다.

광야의 축복

하나님의 백성을 축복하고 위로하는 이 말씀이 주어진 때는 이스라엘 백성들이 광야 생활에 돌입한 지 겨우 2년이 되던 때였습니다. “이스라엘 자손이 애굽 땅에서 나온 후 둘째 해 둘째 달 첫째 날에 여호와께서 시내 광야 회막에서 모세에게 말씀하여 이르시되”(민1:1). 광야의 삶을 마무리할 무렵에, 앞으로는 “젖과 꿀이 흐르는 땅”에서 편안하게 먹고 누리며 살라고 주시는 말씀이 아니었습니다. 물론 이 말씀을 처음 받은 사람들 중 광야 생활이 38년이나 남아 있으리라고 예측한 사람은 아마 아무도 없었을 것입니다.

이집트를 빠져나온 이스라엘 백성이 40년간 머물렀던 광야는 돌밭이었습니다. 걷다 보면 발바닥과 무릎이 서서히 망가지는 길로, 결코 걷기 편한 길이 아니었습니다. 식물이라고는 가끔 가다 보이는 작은 덤불뿐입니다. 먹을 것과 마실 물을 찾기 어려운 곳입니다. 이스라엘 백성에게 광야는 곧 삶이었습니다. 관광버스를 타고 와서 한두 시간 머물며 기도하고 묵상하다 다시 호텔로 돌아갈 수 있는 체험이나 여행과는 차원이 달랐습니다. 이런 곳에서 일주일, 한 달, 일 년, 십 년, 40년을 살아야 했지요. 연락 수단은 고사하고 어디 한 군데 전화할 곳조차 없는 곳입니다. 이런 곳에 치안이 보장되어 있을 리 만무합니다. 사람을 믿을 수가 없지요. 저 멀리 누군가 다가오는데 그 사람이 나를 그냥 스쳐 지나갈 사람인지, 나에게 물이라도 한 모금 건네줄 사람인지, 아니면 나를 해치고 내 것을 빼앗을 사람인지 도무지 알 수 없는 곳입니다. 그가 나를 해친다 해도 어디 신고할 데도 없고, 믿고 의지할 데라곤 하나님밖에 없습니다. 그렇기에 광야는 사람은 작아지고 하나님은 커지는 곳입니다.

시나이반도의 광야 Ⓒ 김동문

광야 인생이 무려 40년간 지속된다 하더라도, 그 끝이 언제인지 미리 알았다면 견디기가 훨씬 쉬웠을 것입니다. 언제 끝날지 가늠할 수 없는 고통이 가장 힘듭니다. 끝 모를 심연을 헤매는 듯한 기분이었을지 모릅니다.

날카로운 바람을 헤치고 걷다 두 다리에 힘이 풀려 무릎이 꺾입니다. 고개를 들 힘조차 없이 땅바닥에 고꾸라져 버립니다. 무릎이 꺾이는 순간, 그때 시선은 감히 눈을 들어 위를 올려다볼 힘조차, 그럴 엄두조차 나지 않고 바닥을 향해 있습니다. 그런데 무릎을 꿇은 그 지점이 바로 “광야의 축복”이 시작되는 순간입니다. 제 삶을 통해 해석한 민수기 6장의 말씀으로 여러분을 축복하며 이 책을 마무리하고자 합니다.

나는 당신의 삶이

주님 앞에 무릎 꿇는 삶이 되기를 간절히 원합니다.

하나님께서 당신을 안전하게 지켜주시기를 원합니다.

때로는 혼내고 가두어서라도

하나님의 뜻에 맞지 않는 길로 가지 않도록

막아 주시기를 원합니다.

당신이 가야 할 바를 알지 못할 때

하나님께서 그분의 얼굴에서 나온 그 환한 빛으로

당신의 앞길을 비춰 주시기를 원합니다.

값을 매길 수 없는 하나님의 그 크신 사랑을

아무런 대가 없이 아무런 조건 없이

당신께 베풀어 주시기를 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