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가상자산 거래소, 특히 바이낸스는 과거의 넷스케이프를 연상시킵니다. FTX 파산 이후 거의 유일한 글로벌 거래소로 부상했지만 하나하나 뜯어보면 굉장히 많은 기능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사실상 불법으로 인식되는 무기한 선물, 마진 거래와 함께 신규 코인의 투자를 모집하는 런치패드, 스테이킹, 옵션 거래, 그리고 NFT 마켓플레이스까지 가상자산에 관한 거의 모든 금융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이 중 특히 문제가 되는 부분은 선물, 마진 거래입니다. 선물, 마진 거래는 규모가 지나치게 커지면 거래소의 재정 상태에 악영향을 미칩니다. FTX를 성공 가도에 올려놓았다가 추락시킨 주된 요인도 선물 거래라고 할 수 있죠. 또 현물 거래와는 매우 다른 기준과 방법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거의 유사한 형태로 제공되다 보니 투자자들의 투자 판단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칩니다.
가장 큰 문제는 서비스 서로간에 상당한 영향을 끼친다는 것이겠죠. 넷스케이프도 여러 기능을 엮어놓다 보니 안정성이 매우 떨어졌는데요. 선물의 부실이 현물로 전이되거나, 현물의 부실이 선물로 전이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둘 중 하나라도 부실이 발생하면 거래소들은 FTX처럼 입출금을 걸어 잠급니다. 현물 포함해서요.
이같은 우려에 대한 대안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코인 버블의 원인으로 지목받았던 디파이에서입니다. 탈중앙화 금융 형태로 선물만 떼어서 제공하는 프로젝트들이 나와 가상자산 거래소의 점유율을 잠식하고 있습니다. 시장이 기능 위주로 세분화될 경우 바이낸스를 포함한 '무거운' 거래소들이 과연 잘 버텨나갈 수 있을지 궁금해집니다. 다행히 국내 거래소들은 선물 거래를 제공하지 않아 이같은 흐름에서 열외이지만 반면교사로 삼는 것도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