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가 들은 왜, 왜, 왜
 Season 6  vol 17. 💡2025.08.29. ~ 2025.09.04.

플랫 입주자님 안녕하세요! 플랫팀 김서영 기자입니다. 서울은 엊그제쯤부터 왠지 바람이 선선해진 느낌도 조금 드는데, 입주자님 계신 곳은 어떨지 모르겠습니다. 가뭄이 심하게 든 지역도 있어 걱정이 돼요.

30일에는 플랫팀과 입주자님이 다같이 모여 줌바를 합니다. 저도 줌바는 처음인데, 초보자도 얼마든지 즐길 수 있다고 해서 부담없이 가보려고요. 

그리고 [플랫한 문화생활]과 [스포츠가 있는 플랫], [월요일의 문장] 등으로 입주자님과 만나온 이성현 인턴기자가 이번 주를 끝으로 플랫팀 활동을 마칩니다. 그동안 입주자이자 팀원으로 플랫을 알차고 귀엽게 꾸며 준 이성현 인턴기자에게 많은 응원을 전해주세요! (나중에 다시 돌아오게 되길😘😘)

그럼 이번주 플랫레터 시작합니다.


주한미군에게 성폭력을 당한 피해자가 한국 수사기관과 미군이 자신을 대하는 태도가 달랐다고 밝혔습니다. 피해자는 “성병을 얻고 극심한 스트레스와 우울증으로 정신과 진료까지 받고 있는데 한국 수사기관은 가해자 말만 들어주는 것 같다”고 말했는데요. 어찌 된 내막인지 보겠습니다. 

피해자는 미국 국적 공군 A씨(34)와 약 2년쯤 전부터 사귀게 됐습니다. 그 뒤 “술을 마시고 자던 도중에 깼더니 상대방이 성폭행하고 있는 상태였다. 이후 병원에 갔더니 인유두종바이러스(HPV) 등 성병에 감염됐다고 하더라”고 진술했어요. 가해자는 계속해서 만나자고 호소하며 피해자를 붙잡았고, 피해자는 원치 않는 성관계와 육체적 폭행, 목 조르기 등의 추가 피해를 겪었습니다. 

1년쯤 뒤인 지난해 9월에서야 피해자는 가해자를 고소할 수 있었는데요. 피해자에 따르면 한국 수사기관은 수사 과정에서 ‘피해자다움’에 근거한 질문을 던졌다고 합니다. ‘강간당했다면서 왜 계속 상대방과 만났나’, ‘성병에 왜 그렇게 예민하냐’ 같은 질문이었다는데요. 한국 수사기관에서는 “접근금지 보호조치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스마트워치만 1달 정도 지급했습니다. 

결국 수원지검 평택지청은 준강간치상에 대해선 ‘혐의없음’으로 처리하며 그 사유로 “성병 감염 시기나 경로를 객관적으로 특정하기 어려우며, 잠복기 등을 고려하면 이전에 감염됐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밝혔어요. 그러면서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콘돔이라도 써달라고 말한 것을 들어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고소인의 진술 내용 전반을 그대로 신빙하기 어렵다”고 했어요. 

한편 미 공군 특별수사국(AFOSI)은 가해자에게 즉시 접근 금지 조처를 내렸고요. 피해자가 “목이 졸렸다”고 진술하자, ‘목졸림’에 대한 항목만 수십가지 쓰인 평가지를 작성하게 했다고 합니다. 어떻게 목이 졸렸는지, 지속 시간이나 강도는 어땠는지, 이후 증상은 어땠는지 등을 적은 것이죠. 또한 교제폭력과 성범죄의 패턴에 근거한 가해자의 평소 행실을 알아보기 위해 “가해자의 주변인에 대해서도 아는 대로 알려달라”고 했다네요. 피해자는 “미군에서 17시간 가까이 조사를 받으면서 한 번도 ‘피해자다움’을 요구받은 적이 없다. 조사 과정 처음부터 끝까지 한국이 아닌 타국에서 더 보호받고 있다고 느꼈다”고 밝혔어요. 

한국 수사기관과 사법기관이 성인지 감수성을 높여야 한다는 문제제기는 늘상 있었지만, 이렇게 다른 나라와 단적으로 비교되는 사례를 보니 심각성이 더욱 커 보입니다.


비혼 출생아 수 비중이 처음으로 5%를 넘어섰습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4년 출생통계’를 보면  지난해 법적 혼인 관계가 아닌 사이에서 태어난 출생아 비중은 5.8%로 1년전보다 1.1%포인트 늘었어요. 역대 최고치인데요. 비혼 출생율은 2017년 1.9%에서 2018년 2%대에 진입한 이후 꾸준히 늘어나 2022년 3.9%, 2023년 4.7%로 증가해왔습니다. 

이는 ‘결혼해야 아이를 낳는다’는 인식이 점차 희박해졌기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결혼하지 않아도 자녀를 가질 수 있다’는 질문에 긍정 답변하는 비율이 지난 15년 사이 크게 증가했다는 것이 관련 조사에서도 확인되거든요. 

한편 🧵비혼 출생을 지원하는 제도는 전무합니다. ‘생활동반자법’, ‘비혼출산지원법’ 등이 발의된 적은 있으나 폐기됐습니다. 물론 비혼 출생아 비중이 커지는 이유를 더 면밀히 들여다 볼 필요는 있겠지만, ‘사회적 논의’를 핑계로 뒤로 숨는 정치인과 정책 입안자들이 이러한 인식 변화는 어떻게 보고 있을지 궁금합니다. 

그림집 ‘니얼굴 은혜씨’를 펴내고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에 출연했던 정은혜 작가가 경향신문과 만났습니다. 발달장애인인 정은혜 작가는 최근 <동상이몽2- 너는 내 운명>에 출연해 지적장애인인 남편 조영남씨와 생활하는 모습을 공개해 많은 응원을 받았는데요. 

정 작가를 세상 밖으로 나오게 한 매개체는 그림이었다고 합니다. 어머니 장차현실 작가도 미술을 전공했는데, 정 작가도 아마 재능을 이어 받았나봐요. 그동안 그린 캐리커쳐만 5000장이 넘는다고 해요. 정 작가는 “그림 그릴 때 가장 행복해요. 그림을 그리면 그 사람들이 저를 기억해주고 생각하니까요”라고 말했는데요. 현재 ‘어메이징 아웃사이더 아트센터’ 대표를 맡아 이곳에서 발달장애인 작가 14명과 함께 작업하고 있어요. 

인터뷰에는 남편 조영남씨도 함께 했습니다. 부부는 아이를 낳을지에 관한 고민을 언급했습니다. ‘장애인 아이를 낳을까봐 걱정된다’는 심정과 함께, 결국 나이와 돌봄 문제 등을 고려해 아이를 안 갖기로 했다는 결심까지요. 

장애인이 결혼하고, 아이를 갖는 등 독립적인 가족을 꾸리는 것은 아직 사회적으로 가시화가 덜 된 것 같습니다. 있어도 몰라서 못 받는 복지제도, 장애인이 일정한 수입이 생기면 바로 중단하는 각종 급여와 연금 같은 것들을 돌아보게 돼요. 정 작가는 “꿈을 다 이뤘다”면서도 “(장애인들이) 일하면서 돈도 벌고 좋은 사람 만나 연애도 할 수 있게 해 주시면 좋겠다”고 밝혔습니다. 


이성현 인턴기자가 서울국제여성영화제에 다녀온 후기를 전합니다!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에서 진행하는 온라인 상영회 소식도 확인 필수😎


🍀 <선샤인>, 앙투아네트 하다오네


지난 21일부터 27일까지 🧵서울국제여성영화제가 열렸습니다. 저는 개막식에 다녀왔는데요! 올해 개막작은 필리핀 영화 <선샤인>이었습니다. 여성의 삶과 목소리를 전하는 영화제의 취지에 맞게, 현실의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작품이었어요.


주인공 선샤인은 국가대표 선발이 유력한 19살 체조 유망주입니다. 하지만 대회 직전 임신 사실을 알게 되면서 꿈꾸던 무대에 설 기회를 잃을 위기에 놓입니다. 영화는 임신 이후 선샤인이 겪는 현실을 따라갑니다. 불법 낙태약을 구하러 가는 길, 책임을 회피하는 남자친구, 종교적 도덕만을 앞세우는 어른들까지. 너무도 예상 가능한 장면들이 이어졌습니다. 이야기가 현실과 닮아 있어서, 공포영화보다 더 무섭게 느껴졌습니다. 객석에서는 한숨과 탄식도 이어졌어요. (저도 한숨 쉼...😥)


필리핀에서 임신중지는 범죄로 규정돼 있습니다. 앙투아네트 하다오네 감독은 선샤인이 10대에 임신한 수십만 명의 소녀를 대표한다고 말했어요. 하다오네 감독은 서울국제여성영화제 ‘감독의 말’에서 “매년 약 1000명의 필리핀 여성이 안전한 임신중지 시술을 받지 못해 목숨을 잃는다”며 “일부는 감옥에 가고, 나머지는 100달러 이상을 들여 불법 낙태약을 사서 위험을 감수한다”고 밝혔습니다. 또 “낙태 금지는 태어나지 않은 생명을 보호하고 있는지도 모르지만, 동시에 여성들을, 말 그대로이자 비유적으로, 죽이고 있다”고 덧붙였어요.


선샤인의 이야기는 현실과 닮았습니다. 한국 여성 역시 안전한 임신중지권을 온전히 보장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헌법재판소가 2019년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후 6년째 입법공백이 이어져 오고 있죠. 영화를 보며 그 사실이 떠올라 마음이 불편했는데요. 불편함을 마주한 경험은 분명 의미가 있다고 믿습니다.


플랫팀은 ‘안전한 임신중지를 위해’ 기획 기사를 준비 중입니다. 참여를 원하시는 분들은 아래 링크에 의견을 보내주세요. 임신중지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은 것, 보고 싶은 기사, 보기 싫은 기사, 궁금한 것, 경험담, 들은 이야기, 생각거리 등등 무엇이든 좋습니다. (절대 익명 보장!!)


>> 임신중지권 관련 의견 보내기 <<



🍀잇-다, 평등을 비추는 스크린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이 2025년 양성평등주간을 맞아 9월1일 오전 10시~9월14일 자정까지 온라인 상영회 '잇-다, 평등을 비추는 스크린'을 진행합니다. 이번 온라인 상영회에서는 8편이 무료로 공개되는데요. 여성의 삶에서 마주하는 차별, 폭력을 겪은 여성들의 용기 있는 목소리, 새로운 모녀관계 등을 다루는 3개의 섹션으로 구성됐어요. 


>>온라인 상영관(클릭!)<<에서 회원가입 후 누구나 이용할 수 있습니다. 국내외 모두 관람 가능하니 세계 방방곡곡에 계신 플랫 입주자님들도 영화 한 편 보셔요! 리뷰는 다음 주에 찾아 오겠습니다~😋 


지난 한 주 플랫 기사와 SNS에 남겨주신 댓글입니다😎🤞

👤 피해자분 한국과 미국 수사기관에서 조사받는 것도 고생이었을텐데 용기내고 목소리낸 것 응원합니다. 

👤 그래서 많은 피해자들이 피해부터 수사시에 힘들고 수치심을 느끼고 신고를 하고 나서조차도 불안감을 느끼고 제대로 일상 생활을 할 수가 없습니다. 

👀 From.Flat 

이성현 인턴기자의 인사입니다😭😭

📣사실 오늘은 제가 플랫 레터를 쓰는 마지막 날인데요. 인턴기자로 일하는 동안 멋진 [여자, 언니, 선배들]을 정말 많이 만났습니다. 인터뷰에서 만난 분들, 함께 일한 선배 기자분들, 입주자님들까지 모두요! 여성 서사를 기록하고 전하는 일을 할 수 있어 행복했습니다. 인연이 닿는다면 다른 자리에서 또 만나요. 그동안 제가 쓴 문화가 있는 플랫을 읽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9월에도 플랫과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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