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에도 적히지 않은 질문들의 사생활 🫥
✔️ 10월 29일의 질문
당신의 머릿속에만 있고, 어디에도 적어본 적 없는 질문은 무엇인가요?

고등학생 때부터 감정을 쏟아내야 할 때면 일기를 써요. 스마트한 시대에 굳이 펜을 들고 종이 위에 글을 적어요. 1달정도 노션에 일기를 썼을 때 인스타 돋보기에 ‘분노를 지배하는 사람 특징’같은 알고리즘으로 도배당한 이후로는 아날로그를 고집하고 있어요. 나에 대한 정보는 알아도 감정까지 알고리즘에게 알리고 싶지 않기 때문이에요. 여러분도 데이터로 남길 수 없는, 남기기 싫은 것이 있나요?


from 너구리
어디에도 적히지 않은 질문들의 사생활🤐

- 보더콜리

요즘 내 유튜브에는 요리와 여행, 왓츠인마이백이 뜬다. 인스타그램은 더 정확하다. 결혼, 웨딩촬영, 신혼집. 최근 몇 달 사이 내가 내린 결정들과 거의 겹친다. AI와 나눈 대화 기록을 돌아봤을 때도 비슷했다. 알고리즘은 지금의 나를 꽤 잘 안다. 적어도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사람"으로서는. 

그런데 요즘 내가 실제로 붙들고 있는 질문은 그 어디에도 없다. 새살림을 차리면 사야 할 게 산더미인데, 왜 굳이 결혼 전에 서로 명품을 주고받을까. 그걸 사주는 마음은 어떤 마음일까. 더 나아가, 인간의 삶에서 정말 중요한 건 보여지는 것일까, 보이지 않는 무언가일까.

이 질문들은 검색창에도, 메모장에도, 대화에도 없다. 내 머릿속에만 있다. 사람들에게 꺼내기도 어렵다. 결혼을 앞두고 던지는 이런 질문은 누군가의 선택을 평가하는 말처럼 들리기 쉬우니까.

그런데 생각해 보니 놓일 곳이 없어서만은 아니었다. 놓일 곳이 있었어도 나는 적지 않았을 것 같다. 어딘가에 적는 순간 그게 데이터로 남을 거라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확인해 본 적은 없다. 그저 내 가정이다. 그런데 가정만으로도 충분히 입을 다물게 된다. 알고리즘이 나를 읽지 못하는 건 기술의 한계가 아니라 내가 쓰지 않아서이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쓰지 않는 것이 내게 남은 마지막 사적 영역처럼 느껴진다.

여기서 이상한 대칭이 생긴다. 알고리즘이 결혼을 준비하는 나를 선명하게 보여줄수록, 그걸 의심하는 나는 더 선명하게 가려진다. 보여지는 것이 중요한지를 묻는 질문은, 결코 보여지지 않는다.

그래서 지금 이 글이 조금 이상하다. 처음으로 그 질문들을 적고 있기 때문이다. 이 글도 어딘가 서버에 남겠지. 그래도 적어본다. 지금 이 글을 읽는 당신에게도, 어디에도 적히지 않은 질문이 하나쯤은 있을까.
[추신] 시험에 AI를 써도 된다면?
어제 학교 머신러닝 과목 시험에서 AI(학교에서 제공해주는 chatGPT edu만)가 허용됐다. AI 사용 능력까지가 '나의 능력'이라면, 시험에서 그 능력을 써보자는 취지였다. 시험 출제자가 아닌 응시자로서 'AI가 있는데 도대체 시험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지?' 싶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소처럼 1-2회독을 하고 시험장에 들어갔다. 시험지를 펼쳐보니 AI 활용 전략부터 짤 수밖에 없는 문제들뿐이었다. 논문 2편을 그 자리에서 읽고 요약 및 비판하기, 데이터셋을 가지고 분석해서 결과 보고하기, 논문에서 나온 데이터 분석을 재현하고 개선점 찾아보기, AI를 잘못 쓴 경험과 깨달음 작성하기. (그리고 2문제가 더 있었다..후!) 이 문제들을 풀기 위해서는 속독, 정독, 문해력, 문제해결력, 심지어 AI에 대한 심도 있는 고민도 필요했다. 2시간 내내 전력을 다해서 능력치 100%까지 썼다. 시험이 끝나고 난 뒤,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 이런 시대에 살고 있구나 내가.'  
오늘의 Cuz는 어땠나요?
궁금한 점이 있다면, 아래 [피드백 보내기]에 남겨주세요😉

아래 피드백은 큰 힘🔥이 되어요 :)
우린 매주 목요일 4시 40분에 만나요! ⏰
Cuz 뉴스레터는 매주 목요일 오후 4시 40분에 찾아올게요.
문의는 triple.sidepjt@gmail.com으로 보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