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0
2024.03.20.
도대체 봄은 언제 오는 걸까요? 오긴 오는 걸까요? 춘분입니다. 밤과 낮의 길이가 같아지는 날이죠. 3월 중순인데도 여전히 쌀쌀한 바람에 언제쯤 패딩을 벗을 수 있을까 눈치 게임 중이었는데, 서양에서는 춘분 이후를 봄으로 본다고 해요. 오늘이 지나면 드디어 벚꽃🌸, 개나리, 진달래🌺, 목련🌼이 앞다투어 피어나는 풍경을 기대해볼 수 있겠죠?🙏 춘분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요, 얼마 전 강서별빛우주과학관(열정적인 관장님께서 기획하신 흥미로운 프로그램이 많아요. 특히 토요일에 열리는 주말감상회는 천문대 돔 형태의 천장 스크린으로 영화를 상영하는데 편안히 누워서 감상하는 독특한 경험을 할 수 있어요)에서 ‘달력의 원리’에 대한 강의를 들었는데요, 님은 혹시 24절기가 양력을 기준으로 한다는 사실을 아셨나요? 저는 철석같이 음력이라고 생각하며, 아 우리 조상님들의 위대하신 지혜, 이렇게 믿고 있었는데, 이래서 사람은 역시 죽을 때까지 공부를 해야 하나 봅니다(나만 몰랐나😂).

“내가 사랑하던 일은 나에게 기쁨과 절망을 동시에 가르쳐주곤 했었다.” 임선우 작가님의 〈0000〉이 오늘까지 공개됩니다. 

“통장 잔고 0, 인간관계 0, 행동반경 0킬로미터, 메신저 알림 0” 존재감 제로의 인간 ‘나’는 어느 날 낯선 지하실에서 눈을 뜹니다. 뜻밖에도 납치범의 정체는 바로 고양이🐱 ‘오후’. 집 안에서 죽음을 맞이한 ‘나’의 영혼을 이승과 저승의 중간 지대인 터미널로 납치한 것. 인간들로부터 안전해지고 싶었던 오후는 ‘나’에게 존재감을 지우고 완전히 사라지는 법을 물어봅니다. 알려주면 아홉 개의 목숨 중 하나를 써서 나를 이승으로 돌려보내겠다고요. 존재감을 지우기 위해서는 사람을 사람이게 하는, 고양이를 고양이이게 하는 모든 것을 비워내야만 합니다. 과연 나를 나이게 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안온해 보이는 삶 아래 도사린 불온한 마음을 들추는 작품을 써내며, 2022년 첫 소설집 《은의 세계》를 출간한 위수정 작가의 위픽 〈칠면조가 숨어 있어〉를 공개합니다.🕊️

사내 커플로 시작해 부부의 연을 맺은 유미와 선호, 두 사람의 결혼 생활은 특별히 어려울 일도 고민할 일도 없이 흘러갑니다. 결혼 전과 달라진 점이라면, 유미가 그동안 모아둔 여윳돈에 의지해 퇴직하고,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는 것이죠.🖊️

유미의 책장에 꽂힌 살만 루슈디, 애거서 크리스티, 도스토옙스키 등의 이름을 훑으며 유미가 책을 좋아한다는 것은 알았지만, 선호는 유미가 정말로 작가가 되리라는 생각은 해본 적 없었고요. 심지어 유미가 글을 쓴다는 걸 알았을 때에도 작가가 되리라곤 생각 못 했기 때문에, 결혼 후 소설 쓰기 강좌를 다니는 유미가 미심쩍기만 합니다.🥲

그리고 미덥지 못한 만큼, 유미가 쓴다는 소설을 향한 궁금증은 날로 커져만 가는데요. 부부가 서로에 대한 모든 것을 알 수 없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요. 하지만 왜인지 내가 아는 배우자보다는 내가 모르는 배우자의 사생활이 더 크다는 느낌이 들 때, 우리는 어떻게 이 문제를 받아들여야 할까요.
둘은 일주일 치 장을 봐서 차에 싣고 집으로 향했다. 가서도 일기 쓸 거예요? 선호의 물음에, 유미는, 써야죠, 했다. 매일은 아니고, 하며 웃었다. 유미의 작은 웃음소리가 듣기 좋았다. 집에 도착할 때까지 둘은 말이 없었다. 짐을 들고 엘리베이터에 올랐을 때 유미가 입을 열었다. 그런데, 일기인데도 누가 보게 될 것 같다는 기분, 자기도 들지 않아? 어릴 때 검사 맡았던 기억 때문인가. 선호는 답하지 않았다. 엘리베이터가 멈췄고 문이 열렸다. 나중에 교환해서 보자. 늙으면. 응? 유미의 말에 선호는, 어? 어. 늙으면. 하고는 현관문을 열었다. 선호는 작은 공 하나가 몸 안에서 조금씩 형태를 부풀려 움직이는 것을 느꼈다. 슬픔과 가장 가까운 모양이라고 생각했다.
  

🥐 레아 : 《도시전설의 모든 것》 막바지 작업이 한창입니다! 표지 디자인이 나오고 책의 꼴이 결정되는 이때가 제목회의 다음으로 떨려요.🤯 부디 모두의 마음에 꼭 맞는 표지를 찾을 수 있기를! 천 쪽짜리 교정은 아무리 읽어도 끝이 나지 않아…… (지난주에도 지지난주에도 이 이야기를 했던 것 같지만 마감할 때까지만 봐주세요.🥲 뉴욕 하수구에는 거기서 자라는 대마를 지키는 악어가 산대요. 진짜라던데요?😗) 졸릴 때마다 배경음악을 틀어놓곤 하는데요. 요즘은 🍙 서니 님 추천으로 구매한 헤드셋으로 저음 강조 음악을 듣고 있어요. 둠칫둠칫 신나면서 잠이 잘 깨더라구요!


🍙 서니 : 프란츠 카프카 사후 100주기를 맞아 5월에 출간될 책의 제목을 결정했어요. 바로 《우연한 불행》입니다. 님은 카프카를 잘 아세요? 전 독서 편식이 심하기도 하고 동시대를 다루지 않는 모든 책, 음악, 영화 등과 낯을 가리는 편이라 웹소설이나 웹툰도 무조건 현대물만 보거든요.😅 그래서 이 책을 시작하기 전에 걱정이 컸는데 웬걸, 죽은 지 100년이나 된 카프카가 2024년을 살아가는 제게 말을 거는 것처럼 모든 문장이 콕콕 박히는 거예요. (딱 한 문장만 인용하려다 고르는 데 너무 긴 시간이 흐른 후) “밤이기 때문이다. 보름달이 뜨고 우리 앞의 골목길이 오르막인 게 우리 책임은 아니기 때문이다.” 힘들고 우울할 때 일부러 슬픈 영화를 보고 펑펑 울어보신 적이 있다면, 《우연한 불행》 힘주어 추천드립니다.👍 제목부터 이거 완전 내 책이다… 하는 분은 없으실까요? (저는 이 제목을 떠올린 후로 그 어떤 다른 제목도 생각할 수 없었답니다.🥲)


🐿️ 소연 : “아니, 왜 한숨을 쉬어? 무슨 일 있어? 다시는 좋아지지 않을 특별한 불행이라도 있어? 우리가 도저히 벗어날 수 없는 불행이야? 정말 모든 것이 끝장난 거야?” 지금 바로 파티션 너머에서 🍙서니 님의 목소리로 들려올 법한 이야기를 무려 100년 전 작가의 책에서 만났다면 믿으시겠어요? 네, 카프카 이야기입니다. 콘셉트 회의에서 100년이 지나도 유효한 카프카의 감성에 그 자리에 참석한 모든 이들이 맞아맞아 내 얘기네 고개를 끄덕였답니다. 통상 제목 회의를 거치는데 바로 그 자리에서 《우연한 불행》이라는 제목으로 만장일치. 카프카의 이상한 위로, 기대해주세요!


🐯 엘라 : 지난주는 마감의 주였습니다. 우선 준비 중인 위픽 교정을 한 번 마쳤어요. 이번 주에 소개말 쓰면서 한 번 더 살피려고요.📝 장편소설 시놉시스 의견도 전달했어요. 작품이 조금씩 구체화되기 시작해요! 추가로 받은 에세이 원고 피드백도 잘 끝냈습니다. 이제 초고가 다 나와서요, 이번 주엔 콘셉트 회의를 준비하면서 원고 한 번 더 읽고 작가님들 만나러 가요! 읽고 있으면 자꾸 만나고 싶어진단 말예요. 설레는 마음은 잠깐 진정시키고 얼른 원고 읽기!💨


🌷 은혜 : 현찬양 작가님의 위픽 《인현왕후의 회빙환을 위하여》 단행본 작업 중이에요.🤩 작가님이 주신 〈작가의 말〉에도 언급되어 있는데, 현대 창작물에서 인현왕후를 주인공으로 한 작품을 찾아보기는 정말 힘들더라고요. 인현왕후의 모습이 다른 작품들에서 어떻게 재현되었는지 보고 싶었는데 말이죠.🤨 실제 인현왕후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백 프로 확신할 길은 없겠지만, 이 작품 덕분에 아주 흥미로운 버전의 인현왕후를 알게 된 기분이에요. 장희빈 없이 혼자서도 완전한 주인공이 될 수 있는 인현왕후 말이죠.🦆

 

🏠 멀쩡한 집이라도 한 채 마련하고 싶은 사람을 위한 부동산 SF

  화질 양해 바랍니다.🥲
🍙 서니 : ‘한국 아파트 단지에 흥분한 일본 덕후’라는 유명한 고전 글 아시는 분?🙌 일본 아파트 덕후가 아파트 천국인 서울에 여행을 다녀온 후 남긴 여행기인데요. 어디를 돌아봐도 거대한 아파트로 둘러싸인 광경에 의사를 찾으며 한국을 ‘대단한 단지선진국’이라고 부르기까지 해요.

서울에 산다는 것은 곧 아파트에 산다는 의미일 만큼 서울은 아파트로 가득하지만 실상은 이 많은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 중 자기 집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은 형편이죠.🥲 한강 다리를 건널 때마다 “아파트가 저렇게 많은데 왜 내 집은 어디에도 없을까?” 하고 현타를 느껴보셨다면 오늘 소개할 본격 부동산 SF 김유담 작가님의 《스페이스 M》을 마음 깊이 공감하며 읽으실 수 있을 거예요.

에코 셀러브리티이자 톱배우인 ‘지유’를 위해 에코백을 빨고 텀블러를 씻고 친환경 세제로 온 집 안 구석구석을 닦는 가사도우미 ‘연순’이 오늘의 주인공입니다. 일찍 남편을 잃고 딸 ‘하나’를 키우기 위해 평생 동안 남이 먹은 그릇을 닦고, 남이 어지른 집을 치우며 살아왔는데도 서울에 방 한 칸 자가로 마련하지 못했어요.

평생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아본 적 없는 딸 하나가 가방 디자이너라는 오랜 꿈을 이루기 위해 최저시급도 겨우 받으며 수제 가방 회사로 출근하는 동안, 연순이 광을 내고 깔끔히 정리한 집에서 자취 예능을 찍은 덕에 지유는 스타가 되어 서울숲을 지척에 둔 한강 뷰 아파트를 구입합니다. 지유의 얼굴이 밝아질수록 연순은 딸 생각에 마음이 씁쓸해지는데요.

그러던 어느 날, 하나와 연순에게도 인생, 아니 주거 역전의 기회가 주어집니다. 강남 한복판에 있는 방 세 개짜리 아파트를 3평짜리 원룸 월세로 살 수 있게 된 거예요!😮 심지어 그곳에서는 고급 초콜릿도 한우도 위스키도 배가 터질 때까지 먹을 수 있습니다. 칠병이어의 기적이라도 일어난 걸까요?

네, 구세주가 나타나긴 했습니다. 바로 지유의 남자친구인 ‘선호’예요. 선호는 서촌과 강남에 건물을 매입해 직장 근처에 집을 구하는 사회 초년생들을 위한 공유 스페이스를 만드는 스타트업 대표입니다. 마법사도 아니고 신도 아닌 선호는 어떻게 사회 초년생들에게 단돈 45만 원에 강남 아파트를 빌려줄 수 있었을까요? 이 수수께끼의 답은 《스페이스 M》에서 찾아보세요!

💌 김유담, ‘작가의 말’에서


어느덧 서울은 내 인생에서 가장 오랜 시간을 보낸 도시가 됐다.
그러나 나는 여전히 서울이 낯설다.

서울을 갈망하는 마음과 서울을 미워하는 마음으로 이 소설을 썼다.
  

📚위픽 리와인드
🌈 테오 : 이소호 작가의 《나의 미치광이 이웃》은 여러 맥락에서 다양한 반응이 이어진 것으로 기억합니다. 우선 시인으로 활발하게 활동하던 작가가 첫 소설을 썼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듯 “왜 시인이 소설도 잘 쓰는 건데?”라는 애정이 담긴 반문으로 시작하는 리뷰가 기억이 납니다. 예술 작품이 사라진 근미래의 예술 학도라는 설정에 공감하며 "배고픔에 도움도 되지 못한다는 이유로 예술은 가장 먼저 제거되었다"는 문장을 인용하며 시작하는 독자평도 생각이 납니다. 대체로 글로만 이루어진 위픽 시리즈에서 사진, 그것도 작가가 소설의 배경 베를린을 직접 촬영한 이미지가 담겼다는 점을 떠올리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마침 이 소설이 나오기 얼마 전 출간된 이소호 작가의 세 번째 시집 《홈 스위트 홈》과 연결하여 진행된 인터뷰에서도 《나의 미치광이 이웃》이 흥미롭게 다뤄졌는데, 위픽 시리즈의 매력을 종종 소개해주시는 《한겨레》의 임인택 기자는 [예술의 쓸모와 작가의 정체성, 나아가 둘의 진로를 “신나게” “글쓰기의 신이” “강림하”듯 달려온 작가 이소호가 제 첫 소설로 되묻고 있는 모양새]라며 작품을 읽어내기도 했습니다.

"시리아 난민의 택시를 타고 우크라이나 깃발이 우뚝 솟은 미술관에 들어"가 "전쟁을 그린 그림 앞에 오래 머"무르며 시작된 이야기가 세상에 나온 지도 어느새 1년이 되어가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2년을 넘어 진행 중입니다. 디스토피아, 예술, 희망, 생존, 난민, 차별, 소외, 재능, 질투, 시기, 갈망, 결핍. 독자 리뷰에 남겨진 단어들을 새삼 찾아 이어봅니다.

  
🐘 가장 큰 책
🥐 레아 : 지난주 미션은 “좋아하는 책과 함께 곁들일 다른 콘텐츠”였어요. 어떤 구독자님께서 “《듄》 시리즈를 읽으면서 한스 짐머의 영화 OST를 듣는다는 답변을 주셨는데요! 마침 《듄》 원작을 전부 소장하고, 어렵게 아이맥스 예매에 성공해 영화도 봤던 참이라 더욱 반가웠어요.😎 책을 색다르게 즐기고 싶을 땐 역시 음악만 한 것이 없죠.
 
이번 주 미션은 “책장에서 가장 큰(BIG) 책”입니다. 가볍고 편안한 이야기와 한 손에 쏙 들어오는 작은 책이 대세인 시절이지만, 때로는 묵직하고 거대한 책을 지나치지 못할 때가 있죠. 휴대할 수도 없고, 책상에 바로 앉아 독서대에 올려놓고 읽어야만 하는 데다 완독 가능하다는 보장도 없는데 말이에요.😱 매대 앞에 한참을 서서 이 책을 놓을 공간이 있는지, 없다면 얼마나 청소를 해야 하는지 고민하기도 해요. 맞아요, 제 이야기입니다.😣
 
저희 집 《듄》 시리즈는 책꽂이에 꽂히지 못하고 박스에 든 채 옷장 위에 올라가 있어요. 그 외에도 온갖 역사책들, 《역사의 원전》 《실크로드 세계사》 같은 책들이 줄줄이 한 자리씩 차지한답니다.

님의 책장에서 가장 두껍고 큰 책은 무엇인가요? 그 책을 어쩌다 구매하셨는지, 어떤 마음으로 아끼며 꽂아두셨는지 궁금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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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픽을 만드는 사람들
    🥐 레아, 🐬 도리, 🍙 서니, 🐿️ 소연, 🐣 쎄오리, 🐯 엘라, 🌷 은혜, 🌈 테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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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레아 : 누워서 아이돌 유튜브 볼 때가 제일 행복합니다.

    🐬 도리 : 당신의 가슴에 위픽 새기는 마케터.

    🍙 서니 : 매일 야외 록 페스티벌(의 생맥주)을 그리워하고 있어요.

    🐿️ 소연 : 책과 아이들 사이에서 매일 종종거립니다.

    🐣 쎄오리 : 친절한 세호 씨.

    🐯 엘라 : 이다음에 커서 웃긴 사람이 되는 게 꿈입니다.

    🌷 은혜 : 제 이름을 정확히 발음하는 사람은 오직 저뿐입니다.

    🌈 테오 : 10년 단위로 별명이 바뀌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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