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봄, 팩토리는 사랑하고 또 사랑하는 친구의 멋진 작업을 소개할 생각에 들떴다. 예상을 벗어나는 변수로 어수선한 와중에도 전시를 준비하는 이들이 공유한 마음은 하나의 결이었다. ‘이렇게 멋진 것을 소개할 생각에 무척이나 설렌다.’ 이 작업은 한눈에도 또 길게 두고 보아도 아름다운 것은 물론, 유용한 물건이 주는 호감과 안정감을 가진 것이었다. 이는 팩토리 에디션이 수없이 내세웠던 (하지만 외우기 힘든) 타이틀, ‘감상과 경험의 경계 없는 교감’을 말이 아닌 작업 자체로 단번에 보여주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 사랑의 대상은 바로 일본 오키나와에 있는 ‘루프트(Luft)’와 이곳의 공동운영자인 디자이너 마키시 나미.
전시가 시작되었고, 공간에 오는 초대 작가 여러분과 관객은 직접 가구를 보고 손으로 만지며 감탄하고 또 행복해했다. 이곳에 오는 사람들, 그리고 그들 간에 서로를 배려하고 다정한 마음을 나누는 시간이 최종적으로 전시 공간을 완성하는 것이었지만, 그럼에도 가구는 배경으로 그치지 않았다. 이곳에 온 이들에게 적당한 마음과 생각의 간격을 배려했다.
전시 클로징을 며칠 앞두고 마키시 나미가 어렵게 시간을 쪼개어 팩토리2를 찾았다. 한국에서 동시에 진행 중인 여러 프로젝트로 피곤한 기색이 가득했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이야기할 때면 두 볼 한가득 웃음이 번지며 기뻐하는 그였다. 팩토리의 이번 인터뷰 레터는 ‘디자이너들의 디자이너’, 마키시 나미이다.
인터뷰. 이경희
직접 디자인한 가구와 공간인 자택에서 작업 중인 마키시 나미와 오케다 치카코
루프트와 동료들
서울에서의 옴니디자인과 개인 스튜디오 생활을 거쳐, 이후 오키나와로 돌아가 2005년 루프트를 설립합니다. 이하의 루프트 소개글에 미처 담지 못한, 루프트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루프트(Luft)는 ‘공기’를 의미하는 것으로, 공간이나 사물에 여백 혹은 그사이에 신선한 공기를 담는 것을 모토”로 한다.
요새는 ‘진짜 좋은 사람이랑 일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루프트를 통해 여러 사람이 연결되면 좋겠거든요. 여백이나 아름다운 배경을 만드는 건 제가 디자이너로서 하면 될 일이고, 숍을 시작하면서는 저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더 많이 서로 연결된다면 또 다른 가능성, 다른 방향이 보일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러면서 제가 하고 싶은 것, 해야 하는 것도 더 뚜렷하게 보이는 거 같고요. 어쩌면 팩토리와 비슷하다는 생각도 드네요.
오키나와에 위치한 Luft 전경
ⓕ 여러 사람과의 연결과 그로 인한 다양한 가능성이 담긴 공간이라면, 이번 팩토리 전시에 초대한 금속공예 스튜디오 치카푸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을까요?

그렇죠. 치카푸는 제가 매우 아끼는 동료들이에요. 이들과는 조명을 같이 만들죠. 사람들이 만나면 ‘우리 같이 뭐 해볼까?’ 하게 되잖아요. 그런 순간 다른 방향으로 갈 수 있는 여지가 생기는 것 같아요. 그런 점이 요즘 저에게는 큰 재미예요. 루프트 숍에서 조명을 상시로 판매하진 않지만, 어떤 공간을 디자인할 때 클라이언트가 조명을 선택해 달라고 하면 ‘우리가 만들게요’하고 직접 만들기도 하죠.

금속공예 공방 치카푸의 모빌. <On and Around Table> 전시 중에서 @팩토리2
ⓕ 루프트는 마키시 나미 이외에 오케다 치카코, 다케시마 사토코 님이 동료로 함께 하지요.
다케시마 씨는 인테리어 디자이너로 제 대학교 후배예요. 이 친구는 ‘진짜 일본 사람’이라서 디테일한 것을 매우 잘 다루는 사람이죠. 디자이너이지만 아티스트의 기질도 있어서, 머릿속에 자기만의 그림을 가지고 일하는 아주 재미있는 사람이에요. 루프트의 시작은 거창한 건 없었어요. 사무실 렌트비를 셰어하면 좋으니 같은 공간을 나누어 쓰자 했어요. 그 친구도 15년 정도 아주 유명한 회사에서 일하다가 막 독립했거든요.
오케다 씨는 제가 매우 좋아하는 식당의 오너이자 요리사였어요. 그전에는 법조인이었고요. 그가 운영하는 식당 인테리어 감각이 보통 뛰어난 게 아니어서 한번은 그에 관해 물으니, 본인이 직접 구상했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오케다 씨의 감각이 얼마나 뛰어난지 알게 되었죠. 요리도 무척 훌륭했고요. 많은 걸 섬세하게 느끼는 사람이라는 생각에 함께 일해보자고 제안하고 자연스럽게 함께하게 되었어요.
ⓕ 앞서 루프트가 어떤 곳인지 여쭈었는데요, 질문을 좀 더 확장해서, 마키시 나미 님이 생각하시는 ‘좋은 공간’이란 어떤 건지도 들어보고 싶어요.
좋은 공간... (잠시 정적) 결론적으로는 사람을 긴장하게 만들지 않는 공간이요. 지금 제가 하는 일이 숙소나 호텔이라 그런지, 긴장을 주지 않는 공간에 대한 생각을 의식적으로 더 하는 것 같긴 해요. 지금까지 저는 패션 플래그십스토어이나 카페 디자인 경험이 많아서 그와는 사뭇 다른 호텔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를 생각했을 때 가장 처음 생각나는 것은 이거였어요. ‘하아-아-아-아-’ (크게 숨을 내쉬며) 하면서 쉴 수 있는, 그런 숨을 내쉴 수 있는 공간이요. 좋은 공간으로 인해 여유 있는 시간이 만들어지면, 그것만으로도 아주 만족스러운 것 같아요.
마키시 나미가 디자인한 앤트러사이트(Antrasite) 서교
ⓕ 그렇다면 호텔과는 다른 성격의 플래그십스토어나 카페를 디자인하실 때는 어떤 걸 특히 중요하게 생각하시나요?
패션 쪽은 2003년, 독일 디자이너 유르겐 렐(Jurgen Lehl)의 숍이 제 첫 작업이었어요. 당시 첫 미팅에서 유르겐 렐의 주문은 이거 하나였어요. “옷이 아름답게 보이는 배경을 만들어달라.” 옷이 돋보이는 공간, 오직 그게 유일한 단서였죠. 사실 ‘아트’라는 단어의 옛 뜻에는 ‘정리’도 있었거든요. 그래서 정리를 잘하면 옷이 아름답게 보일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저는 어떤 숍을 하든, 물건이 아름답게 보이는 좋은 배경을 만들든, 무엇을 하든 항상 ‘정리’를 가장 많이 생각해요. 평면도를 그릴 때도 그렇고요. 얼마나 잘 정리를 잘하느냐가 가장 중요해요.
카페 앤트러사이트 의뢰인의 경우 ‘본인이 카페에 들어갔을 때 내 가족과 인생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조용한 공간을 만들어달라’고 하셨어요.
ⓕ 카페에 들어갔을 때 ‘현재 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을 잘 생각할 수 있는 공간’이라고 이해하면 될까요?
카페에 앉아 커피 마시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떠올릴 수 있는, 다른 사람과 대화하는 것에 앞서 혼자서도 시간을 잘 지낼 수 있으면 좋겠다는 의뢰였어요. 저 또한 같은 생각이고요. 그래서 지금 디앤디파트먼트 (D&Department) 호텔을 디자인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에요. 호텔은 처음으로 하는 일이기도 하고요. 현재 서울, 나가노, 오키나와 세 곳에서 동시 진행하고 있어요. 나가노에서는 아주 오래된 집을 리노베이션 중이고요.
ⓕ 호텔 작업은 신축이 아닌 기존 공간 리노베이션이죠? 마키시 나미 님이 공간 기획부터 그 안에 들어가는 가구와 집기 모두를 기획하시나요?
디앤디파트먼트 호텔이니 디앤디파트먼트에서 이미 판매하는 물건들이 같이 따라오고요. 서울에서 무언가 할 수 있다는 것 자체에 기쁨이 커요. 크게는 디앤디파트먼트, 엠엠엠지(mmmg), 루프트가 함께 하는 프로젝트라고 생각해요. 이 중에서도 엠엠엠지는 이미 제주에서 디앤디파트먼트 호텔을 기획한 바 있어 진행 과정을 서로 공유하고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을 받고 있어요.
마키시 나미 디자인의 commons. 오키나와의 요미탄손에 위치한 베이커리 카페이다.
나왕, 편견을 눈을 걷어내고
나왕 합판은 투박함이나 저렴해 보인다는 이유로 마키시 나미의 셸브 이전에는 디자인 가구와는 거리가 먼 소재였어요. 하지만 작가님의 정교하게 정리한 설계디자인을 바탕으로 뛰어난 목수의 손에서 제작이 되고, 좋은 왁스를 여러 차례 덧칠하고 마르기를 반복하며 ‘마키시 나미 스타일’이 만들어졌습니다. 작업의 소재로 경계나 편견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앞서 나왕 합판이 본인만의 작업이라기보다는 아시아 스타일이라고 생각한다 하신 것도 인상적이었고요. 그렇다면 나왕 이외에도 즐겨 사용하는 소재가 있는지도 궁금해요.
나왕 외에 스테인리스도 즐겨 쓰고, 이번 전시에 소개한 리놀륨(linoleum)도 애용합니다. 특별히 이번 사각 테이블에 얹힌 리놀륨은 네덜란드 산으로, 식물에서 나온 소재에요. 아마인유라고 하는 매우 친환경적인 소재이지요. 바닥재로도 쓰고 색도 좋은데, 손으로 만지면 질감과 촉감이 마음을 편하게 해요. 종이도 좋아합니다. 오키나와에 종이로 매우 다양한 작업을 하는 사람이 있는데 그와 함께 데스크나 쇼케이스, 혹은 벽 위에 종이를 바르기도 해요. 그리고 크래프트지를 활용해 조명을 만들기도 하고요. 아무튼 비싼 것보다는 저렴한 소재로 재미있게 하는 걸 좋아해요.
친환경 소재의 리놀륨으로 상판을 마감한 테이블, <On and Around Table> 전시 중에서
ⓕ 한국에서는 가구 제작 파트너로 대명건장과 오래 함께하셨어요. 이곳과 어떻게 처음 만났고, 또 오랜 시간 관계를 유지하시는지 말씀 들어보고 싶습니다.
약 20년 전, 제가 옴니디자인에 재직할 때로 거슬러 올라가요. 이미 그때부터 대명건장의 김양석 사장님과 함께했고, 옴니디자인에서 독립한 이후에도 저는 김 사장님하고만 일했어요. 왜냐하면, 이분이 매우 꼼꼼하시기도 하시지만, ‘못한다’는 말을 안 하세요. ‘한번 해보자’ ‘만들어보자’ 하세요. 작은 서랍장도 이렇게 잘 만들어주시잖아요. 일본에서는 문제가 생기면 안 되니까 여러 이유를 들어 안 된다고 하는 게 많아요. 하지만 김 사장님은 작은 것부터 마다하지 않고 다 해주세요. 그래서 매우 고맙게 생각하고, 제가 일본에 간 뒤로도 서울에서 알아서 잘해주시니 늘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 2009년 전시 중이나 직후에는 판매로 이어지지 않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몇 년 뒤부터 사람들이 알아보고 좋아하면서 별도의 홍보를 하지 않았는데도 주문이 들어오기 시작했다고 들었어요. 실제로 요즘 한국에서는 ‘마키시 나미 스타일’이란 이름으로 소재나 디자인에서 카피 작업도 많이 나오거든요. 그전에는 쉬쉬하면서 나왔지만 이젠 하나의 스타일이 되었어요.
사실 저는 일본에서 지내기 때문에 한국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직접 경험한 적이 없어서 그런 유행이나 선호를 피부로 느끼지는 못해요. 그런데 분명한 건, 제가 나왕 합판을 쓰기 시작한 것은 제가 서울에서 디자이너를 했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나왕 가구를 통틀어 무조건 저만의 스타일이라고 할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나왕은 한국 이외에도 일본, 중국, 홍콩, 타이완 여러 곳에서 사용하는 소재거든요. 더 넓게 보면 아시아 곳곳에서 볼 수 있죠. 하지만 나왕은 디자이너가 선택해서 쓰는 일이 거의 없었는데, 저는 디자이너가 아닌 제작자가 사용한다는 지점에서 영감을 받아 사용했어요. 일본만 봐도 예전부터 건축가들이 천장이나 벽에 나왕을 많이 붙였거든요. 그래서 나왕이 내 고유의 스타일이냐고 물었을 때, 재료는 새로운 것이 아니지만, 이를 특정 시리즈의 가구로 디자인했다는 점을 높이 사고 알아봐 주시는 것에 감사하고 있습니다.
<Interval>(2009) 전시의 전경
오키나와의 Luft숍에 설치된 셸브와 생활용품들. 바닥에서 띄어 벽에 설치한 모습이 인상적이다.
오키나와, 오래된 미래
앞서 좋은 사람들과 함께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하셨는데, 구체적으로 그리는 모습이 있으신가요?
제가 요즘 책을 만들고 있어요. 이 책 이전에도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나서 약 1년 뒤 아버지에 대한 책을 만들었어요. (마키시 나미 아버지의 본명은 마키시 츠토무(Tsutomu Makishi). 화가였던 그는 톰 막스(Tom Max)라는 작가명으로 활동했다.) 막상 만들려니 자료를 모으는 거며 사진도 일일이 찍는 과정이 보통 일이 아니더라고요. 하지만 그 과정이 제겐 잊지 못할, 매우 좋은 경험이었어요. 제가 아버지를 더 잘 이해할 수 있었고, 다른 사람도 마찬가지였죠. 제가 미처 몰랐던 아버지의 이야기를 해주는 분도 있었고요. 그렇게 책을 만든다는 게 얼마나 매력적인 일인지를 경험하게 됐고, 이후 자연스럽게 직조 공예가인 어머니(마키시 타미코, Tamiko Makishi)의 책도 만들었어요. 이건 아빠 책을 만들었던 경험을 바탕으로 처음부터 사진가와 그래픽디자이너를 섭외했죠. 그리고 나선 오키나와에서 저를 많이 도와주셨던 조각가의 도큐멘테이션도 만들었고요. 너무나 재미있고 좋은 분인데 모르는 사람이 많아서 그 사람을 소개하고 싶은 마음이 컸기 때문이에요. 그러다 보니 사진가를 비롯해 많은 사람을 만났어요. 책을 만든다는 일이 새로운 사람을 많이 만나는 출발점이 되더라고요. 동시에 배우는 것도 많았고요.
그러고 나서 제작한 책은, 지금은 고인이 된 오키나와의 건축가, 킨조 노부요시(Kinjo Nobuyoshi)에 관한 것이에요. 이 건축가를 알게 된 건 제 어머니 책의 디자이너 추천이었는데, 그 건축가가 생전에 만든 책이 매우 훌륭한데 지금은 절판되어 구할 수 없다는 것이었어요. 그래서 ‘우리가 다시 만들어보자’ 했죠. 최근까지 관련 전시를 했고요. 그 건축가가 찍었던 오키나와의 오래된 집 사진들이 얼마나 아름다웠나 몰라요. 말로 다 할 수가 없어요.
지금은 구할 수 없는 이 책을 복간하는 과정에서 어찌 보면 그 건축가를 만난 것인데, 아마 제가 출판이 아닌 제 본업만 했다면 그분을 평생 만날 일이 없었을지도 몰라요. 하지만 책을 만들면서 그분을, 그리고 그가 찍은 사진을 통해 과거의 오키나와도 만날 수 있었어요. 그 사진들을 보며, 이게 말로 표현하기 참 어렵지만, ‘그것이 나의 뿌리구나’ ‘내가 몰랐던 오키나와의 모습이 다행히도 거기 남았구나’ 하고 생각했어요. 그가 만든 건축과 공간의 느낌은 제가 가장 하고 싶은 것이기도 했거든요.
마키시 나미의 아버지이자 아티스트였던, 故 톰 막스의 개인전 중에서
정말 신비로운 만남이었겠어요. 멋진 건축가라는 사람뿐만 아니라, 과거의 오키나와를 마치 시간여행 하듯 다녀오신 거네요. 마키시 나미 님이 뿌리라고 느낀 오래전의 오키나와는 어떤 모습이었나요?
오키나와라는 게 작은 섬이고, 물질이나 돈이 풍족한 곳이 아니었어요. 그런데 그런 여건에서 만든 집, 길, 담, 섬 안에 모여 있는 집과 길의 모습은 너무나 아름답고 완벽한, 자체로 완벽한 건축이었어요. 제가 디자인하고 만든 공간이 전부가 아니라, 그 공간까지 오는 길이며 그곳에서 벌어지는 생각의 시간 모든 것을 다 포괄한 게 공간이라는 생각이 들었고요. 우리 스튜디오 명칭이기도 한, 그야말로 ‘공기(Luft)’와 같은 공간이 그곳에 있었구나 싶었고, 앞으로 더 많이 공부해서 더 아름다운 공간을 만들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클라이언트의 의뢰를 계기로 일하시기도 하시지만, 지금 그 책을 만드는 일은 내 마음에서 우러나서 한 권 한 권 만들어가시는 거네요. 많은 사진을 남기신 그 건축가의 사진 속 집들은 섬이라는 고립된 환경에서 그 지역에서 난 자연 소재나 얼마 없는 최소한의 재료로 만든 것이잖아요. 어디서 수입을 해 온 것은 거의 없을 테고요. 마키시 나미 님이 비싼 재료가 아니라 값싸고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을 가지고 작업하는 것도 그 사진 속 오래된 오키나와의 정경과 연결이 된다는 생각이 듭니다.
마지막 질문이에요. 요즘 어떨 때 기분이 좋으세요?
친구랑 와인 마시고 떠드는 순간이 가장 좋아요. 제가 지금 오키나와에서 지내잖아요. 그런데도 요즘 너무 바빠 바닷가도 가지 못해요. 그나마 가끔 차 타고 하늘을 보는 시간은 행복해요. 하늘은 어느 곳에서든 잠시라도 볼 수 있으니까.
건축가 킨조 노부요시가 생전에 촬영한 오키나와의 가옥.
마키시 나미 Makishi Nami 真喜志奈美
1966년 오키나와 출생. 무사시노 미술대학 공예공업디자인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베를린 국립예술대학 대학원 조각과를 졸업한 후 서울의 건축디자인 사무소에서 6년 이상 근무했다. 1999년 본인의 디자인 사무소를 서울에 개소하고 운영하다가, 이후 2003년 일본으로 돌아가 2년 뒤 루프트를 설립했다.
대표적인 공간디자인으로는 유르겐 렐(Jurgen Lehl, 도쿄), 미나 퍼호넨(minä perhonen materiaali, 도쿄, 교토), 엘라바(elävä), 앤트러사이트(Anthracite, 서울 서교), 모노하(MO-NO-HA, 서울 한남) 등이 있고, <엔벌로프(ENVELOPE)>, 〈나왕셸브(LAUAN SHELVES)〉 등의 제품을 디자인했다.
“정말이지 안 해본 거 없이 다 해봤어.” 팩토리의 홍보라 대표 (이하 보라보라)가 자주 하는 말이다. 그 ‘정말’은 진짜 정말인 게, 팩토리가 처음 만들어진 2002년부터 최근까지를 얼추 더듬어보면 주제, 분야, 장르, 프로그램, 표현, 공간, 심지어 운영방식에 이르기까지 하나의 작은 예술공간이 앞구르기 옆구르기 하며 만들어낸 촘촘한 시도는 대체 그 안에 무슨 에너지가 일었기에 가능했을까 싶다. 사진과 짧은 글들로 돌아보면 모두가 반짝이는 순간이지만, 그 안에서 얼마나 많은 이가 머리를 맞대고, 마음을 모으고, 시행착오를 겪고, 울다 웃으며 밤을 보내고 포옹했는지는 미처 다 헤아릴 수 없을 것이다. 본 인터뷰 시리즈는 팩토리 안팎에서 함께 했던 이들의 이야기를 전한다. 지금 우리의 모습이 만들어지기까지, 또한 앞으로 만들어나갈 함께 그린 풍성하고 아름다운 그림이 어떤 모습으로 남을지를 기대하며 기록하는 것이다. 당신과 우리, 지난날과 앞으로의 시간, 그리고 지금 여기 모두로 열려 있기를 바라며.
팩토리2 드림
팩토리2
factory2.seoul@gmail.com
서울시 종로구 자하문로 10길 15 02-733-48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