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의 시큐리티 캠퍼스 투어에서 가장 주목을 받았던 점은 랜섬웨어의 산업화였습니다. 업계에 계신 분들은 이미 다 알고 계시겠지만 누군가를 공격하겠다고 마음만 먹으면 악성코드를 얻고, 이를 실행하는 게 어렵지 않은 세상이 됐다고 해요.
사스(SaaS)가 아닌
라스(RaaS)가 된 랜섬웨어
랜섬웨어, 이제는 익숙한 용어가 되었어요. 컴퓨터나 스마트폰에 있는 파일을 암호화해서 사용하지 못하게 만든 뒤, 이를 풀어주는 대가로 돈을 요구하는 악성 코드입니다. 감염되면 사용자는 어떠한 파일도 읽을 수 없게 돼요.
잠긴 파일을 풀려면 해커가 가진 ‘복호화 키’가 필요한데요. 해커는 이를 주는 조건으로 비트코인 등의 암호화폐로 몸값을 요구하는 게 일반적입니다. 최근 랜섬웨어는 “돈 안 주면 인터넷에 공개할게” 라도 협박하거나 개인이 아닌 기업 네트워크 전체를 마비시키기도 합니다. 심지어 기업에 “고객의 정보를 유출하겠다”라는 협박도 하고요. 디지털 시대의 범죄 산업화를 가장 분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로 꼽힙니다.
세계 최초의 랜섬웨어는 ‘AIDS 트로이목마’라는 이름으로 등장했습니다. 1989년 세계 AIDS 회의에 참여한 이들에게 배포된 플로피 디스크가 감염 매개체였는데요. 일정 시간이 지나면 PC 파일명이 암호화되고 파나마 우체함으로 몸값을 보내라는 메시지가 뜨는 방식이었어요. 암호화 수준은 단순했지만 랜섬웨어라는 개념을 만든 시작점입니다.
1990~2000년대 중반에 들어서면서 랜섬웨어 공격은 대부분 실험에 그쳤습니다. 인터넷이 막 보급되던 시기였고 사람들은 e메일이나 파일 첨부의 위험성조차 몰랐거든요. 해커들은 파일을 잠그는 간단한 악성코드를 이메일 첨부로 보내곤 했지만 몸값 지급 방식이 불편했고 유포 경로도 제한적이었어요. 기술은 있었는데 ‘시장’이 없던 시기였습니다.
2000년대 중반 이후 다양한 이름을 가진 랜섬웨어가 등장합니다. 이 시기에 “당신은 불법 콘텐츠를 사용했습니다”처럼 경찰을 사칭하는 램섬웨어도 등장했고요. 랜섬웨어가 발달한 대표적인 이유는 온라인 결제 시스템의 대중화였어요. 페이팔과 같은 모델이 등장하면서 랜섬웨어가 수익 모델로 작동하기 시작합니다. 더 이상 “은행에 가서 돈을 입금해”라고 할 필요가 없어졌으니까요.
2013년 등장한 크립토라커(Crypto Locker)는 랜섬웨어를 한단계 진화시킵니다. 암호화폐인 비트코인과 감염용 봇넷(악성코드에 감염된 여러 대의 컴퓨터를 해커가 원격으로 통제해 하나의 네트워크처럼 사용하는 것)을 결합한 이 랜섬웨어는 이메일 첨부파일, PDF, ZIP 등을 통해 빠르게 확산했습니다. 3개월간 약 300만 달러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때 랜섬웨어 대응과 관련해 재미있는 일화가 있는데요. 2015~2016년 샌프란시스코에서는 거리에서 독특한 장면이 펼쳐집니다. 차 유리에 ‘창문을 깨지 마세요. 안에 귀중품 없습니다’라는 메모가 많이 붙어 있었는데 당시 샌프란시스코에서 차량 절도가 급증했기 때문이에요. 도둑들이 가장 많이 노린 건 바로 노트북. 심지어 회사 건물 유리를 깨고 침입해 노트북을 가져가는 일도 벌어집니다.
랜섬웨어의 프랜차이즈화
노트북은 중고 시장에 바로 팔 수 있을 뿐 아니라 크기에 비해 운반과 유통이 쉬운 전자제품이기 때문인데요. 특히 샌프란시스코 지역의 많은 직장인은 비싼 고사양의 노트북을 들고 다니기 때문에 도난 범죄의 주요 표적이었습니다. 컴퓨터를 다룰 줄 아는 범인이라면 노트북을 훔쳐 기업 네트워크에 접근하거나 정보를 팔 수도 있어요.
노트북을 잃어버린 사람들은 기업의 헬프데스크로 가 “도둑맞았어요. 새 노트북 주세요”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러면 기업들은 “응, 줄게”하고 새 노트북을 줬죠. 마이크로소프트에 따르면 당연해 보이는 이러한 과정이 ‘랜섬웨어’의 초기 ‘대응 모델’이 됐다고 해요. 즉 랜섬웨어에 감염된 개인은 해당 PC를 기업의 헬프 데스크에 가지고 가서 “랜섬웨어에 감염됐어요”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러면 기업은 “그래? 그럼 포맷하고 새 노트북 줄게”라고 하죠. 마치 노트북을 분실했을 때처럼요.
그래서 해커들의 공격이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합니다. 해커들은 고민합니다. “노트북 하나로는 돈을 벌기 힘들구나. 그럼 회사 전체를 마비시키자.” 이후 랜섬웨어는 개인보다는 기업을 대상으로 공격하게 되는데요. 2017년은 랜섬웨어 역사에서 잊을 수 없는 해로 기록됩니다. 워너크라이(WannaCry) 사건 때문이에요. 워너크라이 램섬웨어는 전 세계 150개국에서 20만대 이상의 컴퓨터를 감염시켰는데 미국 국가안보국(NSA)이 만든 해킹 도구를 사용해 더 주목받았습니다. 워너크라이의 배후에는 북한이 있었고요.
이 시기부터는 RaaS(Ransomware-as-a-Service) 모델이 확산합니다. RaaS란 SaaS와 같은 의미입니다. 해커들이 랜섬웨어 제작 서비스를 판매하기 시작한 것인데요. 랜섬웨어 제작자들이 마치 SaaS처럼 구독형 범죄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한 거예요. 해커는 그냥 구독료와 수수료만 내면 누구나 랜섬웨어 공격을 할 수 있는 시대가 된 거죠. 공격자가 몸값을 받으면 제작자와 수익을 나누는 구조도 있습니다. 즉 랜섬웨어의 산업화, 프랜차이즈화가 시작됐어요. 오늘날의 랜섬웨어는 단순한 악성코드가 아닙니다. 완성도 높은 ‘사업 모델’로 자리 잡았습니다. 마치 ‘피싱 범죄’가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것처럼요. 이들은 고객센터, 기술지원, 버그 제보, 파트너십, 인센티브, 마케팅과 슬로건, 심지어 CI 디자인까지 운영하며 잘 나가는 가게가 체인점을 늘리듯, 사업을 확대하고 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