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스물네 번의 계절] 오늘의 24절기와 72후 
"스물네 번의 계절"은 24절기, 72후를 다룬 짤막한 글입니다. *24절기는 태양의 움직임에 따라 1년을 24개로 나눈 계절의 구분이며, 72후는 24절기를 다시 5일씩 3개로 세분화해 자연의 미세한 변화를 나타낸 지표입니다. 한국과 중국, 일본, 베트남 등에서 사용합니다.
2026년 8월 23일
24절기: 처서 (處暑)
시기: 8월 23일 ~ 9월 6일경

처서는 24절기 중 열네 번째 절기로, 이름 그대로 ‘더위가 물러나는 때’라는 뜻입니다.
‘처서가 지나면 모기도 입이 비뚤어진다’,

‘처서가 지나면 참외 맛이 없어진다’는 말이 있다하네요. 빨리 여름 과일, 잔뜩 먹어두어야겠어요.


제철 꽃: 무궁화
제철 음식: 무화과
오늘은 무슨 날: 처서, 야구의 날,

오늘이 생일: 조광조, 루이16세, 김법린, 박찬욱, K.K.(동물의 숲 시리즈)

오늘이 기일: 영빈 이씨.

02. 계절번역  
 "계절 번역"은 계절에 관련된 짧은 글을 가지고 와서 재미로 시험 삼아 그래도 조금 진지하게 번역해 보는 코너입니다.  
全羅紀行 柳宗悦 
五月十一日。
今日は雲峰行の日である。雲峰の村は智異山の背にあって、古来その木器、刳物くりものを以て名がある。あの丸型の重ね鉢を呼んで「雲峰」と言うのは此処に名を得たのである。おそらくはもと仏器に発し、多くが仏僧の手仕事であったのであろう。その山内面において今も仕事が続く。私たちは仕事場を訪ねた。多くは材を松にとると見える。幾本かの大きな木ぼくが庭に横よこたわって仕事を待っている。それを一尺ほどに切って轆轤ろくろにかける。凡て生木である。見ていると松のしぶきが強い香りを立てて吾々の顔を打つではないか。刃物の下からは雫しずくがぽとぽとと滴たれる。生木の柔らかさに快い音を立てて刳くってゆく。中途では止めない。そのまま一気に仕上げてしまう。乾燥にやかましい吾々の仕事とはいたく違う。後でおそらく割われが入り形はゆがむであろう。だがなぜそれがいけないのかと言っているように思える。
전라도기행 — 야나기 무네요시
5월 11일.

오늘은 운봉에 가는 날이다. 운봉 마을은 지리산 등성이에 있어 예부터 목기와 통파기 공예품(刳物, 나무를 통째로 파내는 기법)으로 이름이 높다. 저 둥근 포갬그릇을 ‘운봉’이라 부르는 것도 이곳에서 이름을 얻은 것이다. 아마 본래 불교 의식용 그릇에서 비롯되어, 상당수가 승려의 손으로 만들어졌으리라. 지금도 산 안쪽에서는 이 일을 이어가고 있다. 우리는 그 작업장을 찾았다.


대부분 소나무를 쓰는 듯하다. 커다란 통나무 몇 그루가 마당에 누워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것을 한 자쯤 되는 길이로 잘라 물레에 건다. 모두 생나무다. 보고 있자니 소나무의 물기가 짙은 향을 풍기며 우리의 얼굴에 훅 끼쳐오지 않는가. 칼날 아래로는 물방울이 뚝뚝 떨어진다. 부드러운 생나무라 파고들 때 기분 좋은 소리가 난다. 도중에 멈추는 법도 없다. 그대로 단숨에 끝까지 완성해 버린다. 까다롭게 건조하는 우리의 작업 방식과는 크게 다르다. 나중에 금이 가고 모양도 뒤틀리겠지만, 그게 무슨 상관이냐고 말하는 듯하다.


저 자연스럽고 자유로운 모양새는 바로 이런 사정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 아닐까. 생나무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형태에 모든 것을 맡겨 버리는 것이다. 그렇다고 일부러 그러는 것도 아니다. 그것이 지극히 당연하기 때문이다. 이 푸근함은 우리에게 약과도 같다. 통파기로 만든 목공예품에는 거의 모두 옻칠을 한다.


주로 만드는 것은 소반과 사발, 대접, 그리고 밥통이다. 우리는 몇 가지 형태와 크기를 적어 주고 만들어 달라고 부탁했다. 이런 마을에서 단 며칠이라도 머물 수 있다면 수많은 명품과 만날 수 있으리라.

99. 마무리

이번 편지는 여기까지입니다.


  1. 이번 계절번역에는 목기가 나왔습니다. 운봉 목기라고 검색해보니 아직도 이어져 내려오는 듯합니다만 이미 70년대에도 현대화에 밀려 고분분투하는 기사가 있네요... https://www.joongang.co.kr/article/1336900
  2. 잘 지내고 계신가요? 날이 많이 선선해졌네요. 그사이 저는 인천에 다녀왔습니다. 10월에 열리는 언노운 북 페스티벌의 진메이킹클럽에 참여하게 되어 앞으로 종종 인천에 갈 것 같아요. 「이별의 인천항구」를 들으면서 배다리 헌책방 거리를 걷는데 참 좋았습니다. https://www.instagram.com/p/DcQl2JjJIp9/
  3. 여름 내내 덥고 힘들다고 징징징 했는데, 또 여름이 간다고 하니 한편으로는 쓸쓸하네요. 매년 이맘때면 비슷한 마음이 드는 것 같습니다.
  4. 벌써 처서라니. 집에 있는 책을 모조리 꺼내 햇볕을 쐬어주고 싶지만, 문득 걱정이 됩니다. 자외선... 책... 괜찮을까...
  5. 책을 여러 권 펼쳐놓고 그 사이에 누워 있는 아이의 영상이 있습니다. 한동안 아녜스 바르다의 영화라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세르게이 파라자노프의 《석류의 빛깔》이더라고요. 올해도 상영을 놓쳤습니다. 대체 언제쯤 볼 수 있을까요.
  6. 놓친 영상...이라고 하니 《쿠르탁의 파편들》도 이제야 알았습니다. 인친님이 알려주신 덕분에 알게 되었어요. 오랜만에 아무것도 하지 않고 어두운 공간에 앉아 음악에만 집중하고 싶습니다. 그러다가 조금 졸기도 하고요.
  7. 매일이 정신없이 지나가지만, 2주에 한 번 이렇게 보내는 뉴스레터를 꾸준히 읽어주시는 여러분께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오늘 하루도 평온하게 보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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