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인트오브뷰의 뉴스레터 '포포레터'를 전하고 있는 뉴스보이 포포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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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영화 <일 포스티노>를 본 적 있나요? 시인 네루다에게 편지를 전해주던 우편배달부인 마리오가 그를 만나며 시를 알아가고 끝끝내 자신도 시 한 편을 쓰게 되고야 마는 감동적인 이야기인데요. 저 또한 구독자분들의 메일함에 편지를 전해주는 일을 하고 있고, ‘우시사’를 통해 시의 매력을 알아가고 있는 점에서 종종 영화 속 주인공인 마리오가 되는 기분이 들곤 했답니다. 그래서 그런가요. 편지를 쓰고 있는 오늘, 감회가 새로워요. 시에 관한 제 생각을 나누게 된다니…! 두근거리는 마음을 낮추느라 한참이 걸렸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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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하건대 제게 ‘시’는 정말이지 어렵습니다. 시집을 펼치면 종이에 안개가 서려 있는 것처럼 희미하고 아리송할 때가 대부분입니다. 이쪽에서 보면 알 것 같기도 하고, 또 저쪽에서 보면 아닌 것 같기도 하고. 난생처음 가는 길을 지도도 없이 나아가야 하는 것처럼 느껴질 때도 있습니다. 분명 마음속에 꿈틀꿈틀 움직이는 건 있지만 그것을 정확하게 설명해보라고 하면 음… 어디서부터 어떻게 얘기해야 할지 조금은 막막하기도 하고요. 때때로 받침도 없이 단출하게 서 있는 한 글자의 ‘시’가 어찌나 무겁게 느껴지던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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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시’는 정말이지 좋습니다. 어렴풋하고 알쏭달쏭한 시 덕분에 시의 모습과 의미를 자유롭게 상상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정답이 없는 세계에서 트이는 숨은 얼마나 홀가분한지, 내 생각은 또 얼마나 멀리까지 헤엄칠 수 있는지. 시는 제게 그런 것들을 가르쳐주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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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시집을 펼쳐 읽을 때면 저는 시인의 눈을 잠시 빌리곤 합니다. 소복한 눈밭 위 이미 찍혀 있는 누군가의 발자국을 따라가듯 하얀 페이지에 새겨진 글자들을 차례차례 따라가며, 앞서간 이가 눈에 담았을 풍경을 마주합니다. 그다음에는 저의 시선이 닿는 대로 읽습니다. 그때 비로소 페이지 여백이 눈에 들어오는데요. 꼭 그 여백이 아직 아무도 밟지 않은 눈밭같이 느껴져요. 저는 거기서 마음껏 첫 발자국을 찍어도 보고, 몇몇 단어들과 함께 뒹굴기도 하고, 다시 펑펑 내리기 시작하는 아름다운 눈의 향연에 ‘와!’ 하고 감동하기도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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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걸어본 눈밭은 김민정 시인의 「아름답고 쓸모없기를」입니다. “눈사람의 몸통 같은 돌” “야호 하고 만세를 부르는 돌” “필요할 땐 주먹처럼 쥐라던 돌” 시인은 하나의 돌에서 여러 얼굴을 발견합니다. 물을 채운 은빛 대야 속에 돌을 담그고 들여다보고, 물을 버린 은빛 대야 속에 돌을 놔두고 들여다보기도 하면서요. 시인은 정말 오래도록 바라보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오래’는 대체 얼마만큼의 오래일까요. 캄캄하고 아득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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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보다보면 사물이 투명해지기라도 하는 걸까요? 사물의 마음을 투시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기는 걸까요? 비가 세차게 쏟아져도, 모든 것을 바짝 말리는 더위가 연이어 이어져도 어떻게든 끈질기게 들여다본 끝에 그들이 품은 이야기를 찾아내어 그 존재를 환히 밝혀주는 시인들의 모든 눈은 깊고도 아름답기만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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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겨울, 동해에서 조심스레 주운 ‘돌’은 사실 그리 쓸모가 없습니다. 포인트오브뷰 곳곳에 놓인 크고 작은 사물들도 마찬가지로 누군가에게는 무용할 수 있고요. 그러나 쓸모의 논리로만 세상을 판단한다면 얼마나 많은 마음이 부서질까요. 또 꼭꼭 숨게 될까요. 세상에 더는 존재하지 않게 될까요. 시는 제게 하나 더 가르쳐줍니다. 쓸모없다고 여겨지는 것에게 쓸모를 대신하여 그만의 진실한 아름다움을 찾아주는 법을요. 그것은 자세를 낮춰 가까이 다가가 다정하게 바라보는 것으로 시작할 수 있다는 사실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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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를 지그시 바라보는 이들의 눈은 시인의 눈과 참 많이 닮아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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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나의 고유한 시선을, 그리고 그 시선이 닿기에 더 아름답게 빛나는 것들을 아껴주시길 바라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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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동네x포인트오브뷰 팝업
The Poetry House: 시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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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동네시인선이 포인트오브뷰와 만났습니다. 10월 29일부터 11월 4일까지 일주일 동안 성수동 포인트오브뷰에서 팝업이 진행될 예정입니다. 시를 사랑하는 여러분을 생각하면서 열심히 준비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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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인의 시인에게 직접 추천받는 시집 큐레이션
- 팝업에서만 만나볼 수 있는 『포인트오브뷰, 열 편의 시』
- 문학동네시인선 런치박스 리커버 선공개
- 시인 큐레이터들이 고른 블라인드 시집
- 나만의 시인선 노트 꾸미기 체험
- 그 밖의 다양한 방문 이벤트까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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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인트오브뷰(Point of View)는 창작자의 관점을 통해 바라본 창작의 장면에 존재하는 모든 도구를 제안하는 브랜드입니다. 창작하는 활동에 있어 화려한 기법보다는 자신의 관점을 어떻게 표현하고, 또 어떤 이야기를 만들어가는지 그 과정에 집중합니다. 낯선 시선으로 바라본 다양한 관점과 새로운 감각을 일깨워주는 장면과 도구를 다룹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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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우리는 시를 사랑해>는 어떠셨나요?
여러분의 소중한 피드백은 우시사를 무럭무럭 성장하게 하는 자양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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