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1.13 vol. 36
안녕하세요. 반디님, 곰보금자리프로젝트 활동가 김채영입니다.💚
날씨가 부쩍 추워졌습니다. 독감이 유행 중이라는데, 반디님께서는 건강하신가요? 저는 이번에 처음 독감에 걸려봤는데 정말 아팠습니다. 해열제를 먹어도 열이 내려가지 않아 끙끙거리다 병원에 갔더니 A형 독감이라 하더라고요. 주사와 수액을 맞고나니 신기하게도 반나절만에 열이 싹 내려 살만해졌습니다.
황망하게 찾아왔던 독감처럼, 봄바와의 이별은 너무 아팠습니다. 누군가를 떠나보내는 일은 퍽 익숙해지기가 어렵습니다. 독감 치료제처럼 봄바를 낫게 할 치료제가 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의미 없는 가정이지만 이별이 아쉬워 계속 곱씹게 됩니다.

남은 곰들은 저희가 잘 돌볼터이니 떠나간 곰들을 한 번 더 기억해 주세요. 편안이와 보금이, 미자르와 유식이, 그리고 봄바를요. 봄바람처럼 따뜻하고 포근하게 떠나갔을 봄바의 명복을 빌며 10월의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

* p.s
   반디란? 곰보금자리프로젝트를 응원해주시는 분들을 위한 애칭으로 반달가슴곰 + 버디(Buddy)를 합친 단어

💌 월간(月間)화천 - 10월 

완연한 가을의 10월입니다. 부쩍 차가워진 아침 공기에 묵혀두었던 라디에이터를 꺼냈고 내복도 챙겨입기 시작했습니다. 내뱉는 숨마저도 뜨겁던 치열한 여름이 순식간에 지나가 버려 감회가 새롭지만 아쉽지는 않습니다. 다만 이 선선한 가을바람이 화천의 살인적인 추위를 경고하는 예고편인 것 같아 벌써 몸이 으스스 떨려옵니다. 가을을 알리며 단풍도 다채롭게 물들었습니다. 화천에서 보는 오색 빛깔의 가을 풍경은 저희끼리 보기 아까울 만큼 아름답습니다. 하루 빨리 시설을 정비해서 많은 분께 우리의 곰들도, 사시사철 아름다운 풍경도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아름다운 풍경을 여유롭게 누릴 새도 없이 흘러간 10월이었습니다. 새로운 보금자리에 적응하는 중인 젊은 곰 주영이의 조심스럽고도 호기심 가득한 장난을 보는 기쁨과 늙은 곰 봄바의 병간호를 하며 오는 무력감과 슬픔을 함께 느낀 시간이었습니다. 돌봄의 기쁨과 슬픔 속에서 주어진 일과를 부지런히 해내느라 바삐 흘러간 일상이었습니다.

낙상사고 이후 뒷다리를 쓰지 못하게 된 봄바는 혼자서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아기가 된 것 같기도,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은 늙고 병든 노인이 된 것 같기도 했습니다. 봄바는 인간이 주는 밥과 약을 받아먹고 무료함과 배부름, 약 기운에 노곤히 잠을 자고 나면 상처와 핏자국으로 얼룩진 발등을 끌면서 사육장 안을 빙글빙글 도는 정형행동을 했습니다. 배부르면 그만 돌려나 하는 생각으로 밥을 왕창 먹이고 그럼 봄바는 또 잠에 들었습니다. 두 발로 일어나 매듭을 부여잡은 채 먹이를 꺼내먹고 오전 시간 내내 어구공을 굴리며 사료를 빼먹고 타이어해먹 위에서 몸을 동그랗게 말고 낮잠을 자고 풀냄새를 맡으며 방사장을 거닐던 봄바의 일상은 지극히 단조로워졌습니다. 봄바를 보는 순간마다 코끝이 찡하게 시려왔던 것은 비단 서늘한 가을바람 탓은 아닐 겁니다.

봄바에게 항생제와 진통제를 먹이고, 발등 상처에 스프레이 약을 뿌려주며 느꼈던 무력감은 너무 무거웠습니다. 나아질 생각이 없어 보이는 봄바의 상태를 매일 두 눈으로 확인하면서도 더 해줄 수 있는 것이 없다는 현실이 괴로웠습니다. 곰은 개나 고양이처럼 가축으로 진화한 동물이 아닙니다. 흥분하거나 공격성을 보일 경우 인간이 쉽게 통제할 수 있을 만큼 몸집이 작은 동물도 아닙니다. 그래서 봄바의 병간호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때로는 봄바를 일으켜 세워 재활훈련을 시키고 상처가 덧나지 않게 약을 발라 붕대를 씌우고 유아차에 태워 가을을 즐기게 해주고 싶다는 우습고도 허탈한 망상을 했었습니다. 인간의 손에 길러지면 안 되는 야생동물을 돌보고 있음을 선명하게 느껴온 날들이었습니다.

최근 들어 미디어를 통해 야생동물과 한 공간에서 지내며 그들과의 물리적 거리를 점점 더 좁히는 것으로 모자라 직접 쓰다듬는 행위가 마치 종을 초월해 아름답고 경이로운 교감인 듯 보여주는 장면들을 자주 마주합니다. 인간이 마치 그들을 개, 고양이처럼 인간 곁에 두고 평생을 기르고 돌볼 수 있는 존재인 것처럼 보여주지만 제가 10월을 보내며 마주한 현실 세계의 곰은 야생에서 살아 마땅한 동물이었습니다. 인간의 돌봄은 야생동물의 복지에 뚜렷한 한계를 갖고, 그 한계만으로도 인간이 야생동물을 기르지 않아야 하는, 적어도 갇혀 지내는 야생동물의 수를 더 늘리지 말아야 하는 이유는 충분합니다.

누군가는 인간에 의해 평생을 갇혀 산 봄바가 불쌍하다고 말하고 누군가는 봄바가 우리의 돌봄을 받으며 여생을 보낼 수 있게 되어 행복했을 거라 말합니다. 봄바에게 인간이란 어떤 의미였을지, 인간과 함께 할 수밖에 없었던 삶이란 어떤 느낌이었을지 결국 알 수 없겠지만, 무료한 삶 속에서 채혈 훈련을 하며 느꼈을 순간의 흥분과 꿀물을 잔뜩 먹으며 달콤함에 기분 좋았을 기억이 봄바의 마지막이어서 참 다행입니다.  
🐻NEWS
✔ 가을 무지개를 타고 봄바가 떠났습니다

봄바는 화천의 수곰 중 가장 나이가 많은 곰이었습니다. 아랫동 첫 칸에 살며 외부에서 오는 사람들과 가장 자주 인사하고 먹을 것도 많이 얻어먹던 곰입니다. 사람과 관계맺기에 익숙해서 농장주가 봄바의 입 속에 손가락을 넣어도 물지 않는 곰이었습니다. 다른 곰들에게는 가차 없이 달려들기도 했지만요.

가을 어느날 곰 숲 방사장에 나가 놀던 봄바는 구조물에서 내려오다 흙바닥에 엉덩방아를 찧고 떨어졌습니다. 종종 일어나는 일이었지만 봄바는 그 때부터 뒷다리를 쓰지 못하게 됐습니다. 봄바에게도 저희에게도 날벼락 같은 일이었습니다. 봄바를 강원대학교 동물병원에 데려가 CT촬영으로 척추 상태를 검사했고, 골절은 없으나 이미 진행되던 추간판(디스크) 탈출증이 여러 군데에서 관찰되었습니다. 그 중 어느 추간판이 외부 충격으로 척수신경을 누르게 된 것으로 보였습니다.

- 봄바 이야기 자세히 보기👆

✔ 베트남에서 첫 번째 편지
안녕하세요 곰 보금자리 프로젝트 활동가 이형관 수의사입니다.
저는 지금 베트남의 애니멀스 아시아 곰 생츄어리에 와 있습니다. 지난 2월 저희 활동가들이 답사 차 이곳을 방문했을 때 애니멀스 아시아 측에서 곰에 대한 수의학적 트레이닝이 필요하면 도와줄 수 있다는 제안을 했는데요. 고민 끝에 제가 3개월 간 이곳에서 단기 인턴으로 지내며 노령 곰들을 돌보는 데 필요한 수의학적 지식과 기술을 배워 보기로 했습니다. 인턴을 시작하기 전에는 매주 또는 격주마다 여러분들께 소식을 전하겠다는 큰 포부가 있었는데 막상 일을 해보니 매주는커녕 한달을 넘겨버렸네요. 소식은 매달 전해드리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 주영이는 안녕합니다
지난 10월 8일 주영이는 난생 처음으로 농장 밖으로 나왔습니다. 10년이라는 삶에서 한 공간 안에 머물던 주영이 입장에서는 그 작은 공간이 너무 작아서 문제였을지언정 그 곳은 세상의 전부였을 것입니다. 벗어난다는 상상을 할 수 있었을까요? 그래서 정작 구조된 주영이의 경험은 마취된 채 납치를 당한 것과 마찬가지였을 것입니다. 
💕🐻같이가치 모금함 100% 달성에 함께 해주세요!

10월 4일 세계 동물의 날을 맞아 같이가치 모금함이 열렸습니다. 많은 분들께서 참여해주셨지만 아직 5백만 원을 더 모아야 목표 금액을 채울 수 있습니다. 모금함에 댓글만 써도 백 원이 기부됩니다. 잠깐 댓글이라도 써주십사 주변에 널리 알려주세요.

후원계좌 : 기업은행 203-147531-04-013 사단법인 곰보금자리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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