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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lly sikkema by unsplash

저쪽 방에서 아리아의 울음소리가 들린다. 아리아는 내가 품고 있던 작은 인간이 몇 달 전 세상에 태어나면서 갖게 된 이름이다. 아리아의 울음은 점점 더 극적으로 변하고, 나는 어느새 눈물을 뚝뚝 흘리고 있다. “다니엘, 안 되겠어. 이번까지만.” 우는 아이보다 우는 내가 더 걱정된다며 남편은 결국 아이를 넘겨주었다. “아리아, 많이 먹어. 이번까지만이야.” 내 품에서 평온을 찾은 아리아에게 속삭인다. 나는 아이와 젖을 떼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이런 고민을 하게 될 줄 몰랐다. 출산 전에는 모유 수유에 대해 어떤 강한 의지나 계획이 전무했으니까. ‘되는대로 하지 뭐’라는 마음이었다. 그런데 아이가 본능적으로 달려들어 젖을 물고 얼굴이 빨개지도록 온 힘을 다해 집중하는 모습을 보며 경이로운 감정에 빠지고 말았다. 예상하지 못한 행복이었다. 힘들다는 새벽 수유를 할 때도 어둡고 조용한 세상에서 우리 둘의 공간은 환하게 빛나는 듯했다. 조금씩 길어지는 아이의 속눈썹을 바라보며, 따뜻하게 체온을 나누며, 작은 손이 움켜쥐는 생명력을 느끼며 같이 잠들곤 했다.

문제는 아이가 커가면서 모유량이 성장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걸 알게 되면서 시작됐다. 아이가 분유와 모유 중 하나를 선택하는 때가 온다는데, 아리아는 모유를 좋아했고 분유를 거부하는 비중이 늘었다. 잠을 푹 자지 못하고 자주 깨는 아이의 모습을 본 친정엄마는 충분히 배가 부르지 않아서 그런 것 같다고 했다. 아이가 잘 자고 잘 먹어야 한다며 조심스럽게 젖을 뗄 것을 권했다. 선뜻 대답하지 못했다. 이 연결감, 이 사랑을 어떻게 포기해. 엄마는 내 말이 무슨 뜻인지는 알지만 그건 아이를 위한 게 아니라고 덧붙였다. 이게 뭐라고 이토록 섭섭하고 눈물이 나던지.
@jess bailey by unsplash

그렇게 매일 나는 다짐하고, 아리아는 울고, 다짐은 무너지고, 다시 젖을 물리곤 한다. 겨우 잠든 아이를 보며 자책한다. 내가 독하지 못해서, 이기적이어서 아이가 힘든 것 아닐까. 부모가 아이에게 왜 죄책감을 갖는지 비로소 알았다. 아직 말하지 못하는 아이의 생각이나 입장을 알 수 없으므로 오직 아이의 울음과 몸짓으로 신호를 읽고 부모가 반응하고 결정해 줘야 한다는 것. 그게 얼마나 큰 책임감으로 다가오는지. 가끔 아이의 울음소리에 정신이 혼미해지고, 진이 빠진 기분이 들곤 한다. 내가 뭘 잘못하고 있는 걸까? 아무리 잘하려고 노력해도 낙제점을 받는 기분이다. 그게 스트레스나 우울감을 동반할 수도 있고, ‘잠깐 생각 좀 하고 올게’라고 멈춤 버튼을 누를 수 있는 것도, 언제 끝날 거라는 마감일이 있는 것도 아니다. 이런 감정에 빠져 있는 것조차 사치처럼 느껴진다. 이보다 더한 멘탈 트레이닝이 있을까.

가끔 이 사랑이 나를 삼킬까 봐 아찔할 때가 있다. 이 존재가 너무 귀해서 온 집중을 다 하고 싶어진다. 이 또한 당혹스럽고도 놀라운 감정이다. 새해가 되면 출산휴가가 끝나고 다시 직장과 방송에 복귀할 것이다. 그렇게 결정해 놓은 것이 다행이다 싶다. 이렇게 아이가 잠든 틈틈이 글을 쓰는 일도 내겐 더욱 중요한 일이 됐다. 일과 육아를 병행하려면 계획을 촘촘하게 세우기보다 할 수 있을 때 해야 한다. 모두의 하루는 똑같은데 아이를 돌보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늘었으니 나를 위한 시간은 쪼개고 쪼개 귀하게 쓸 수밖에 없다.
지친 마음이 들 때면 잠시 산책한다. 아이를 키우는 데 완벽함이란 존재할 수 없다는 걸 머리와 마음속에 꼭 붙들고 있자고 다짐하면서, 엄마는 정말 위대하다고 생각하면서 집에 돌아오는 발걸음은 어김없이 평소보다 빨라지고 만다. 돌아와 다시 아이를 힘껏 안는다. 머리에 입을 맞추며 맡는 아이 냄새가 벌써부터 그리워진다. 나는 매일 오르락내리락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타지만, 아이는 꾸준히 자라고 있다는 사실에 안도한다. 이토록 고되고 보람된 육아의 세계에 중독되고 말았다.


Writer 임현주
듣고, 쓰고, 읽고, 말하는 MBC 아나운서. 좋아하는 것을 하며 신중하고 치열하게 살아가는 나날을 담은 책 〈아낌없이 살아보는 중입니다〉 〈다시 내일을 기대하는 법〉 등을 썼다.
- <엘르> 2024년, 1월호 발췌


한소희가 두려워하지 않는 것_셀럽 보이스

파헤치거나 파헤쳐지는 것

Q. 앞서 진행된 영상 인터뷰 촬영에서 ‘저는 복 많이 받고 있으니 여러분이 제 복까지 다 받으시라’라고 하더군요.
A. 저는 정말 복을 많이 받고 있죠! 요즘 드는 생각이 사람이 벼랑 끝으로 몬다고 계속 밀리지만은 않는다는 거예요. 맛있는 밥을 먹고, 나를 위해 따뜻한 옷을 챙겨 입으며 밀리지 않기 위해 노력하죠. 내일의 나를 생각하며 열심히 오늘을 살려고 하고요. 오늘도 이 촬영 뒤의 ‘다음’을 위해 이곳에 있던 모두가 열심이었던 것처럼.
Q. 수많은 사람들이 약속된 시간과 장소에 모이고 자기 몫을 해내려고 하는 그 마음과 책임감이 좀 애틋할 때가 있죠.
A. 심지어 어떤 사람들은 왜 이렇게까지 하나 싶을 정도로 고되게 임하기도 해요. 그렇게 일을 하고 돌아왔을 때의 만족과 안도감, 그렇게 쌓인 하루가 우리를 성장으로 이끄나 봐요.   

Q. 그렇게 나를 일으켜 세울 힘이 누구에게나, 항상 있는 게 아니기도 하고요.
A. 맞아요! 저도 그런 힘이 없었어요. 표면적으로는 한소희가 이런 작품을 했네, 광고를 찍었네 같이 제가 해낸 결과물만 보이겠지만 그 과정에서 시행착오가 많았거든요. 다 내팽개치고 싶다는 자기 파괴적인 생각도 하고요. 하지만 참고, 다그치고, 진정시키고, 제 멱살을 제가 끌고 가야죠. 뿌듯한 마음으로 내일을 맞이할 수 있게.
Q. <경성 크리처> 윤채옥과 한소희의 교집합은 뭐라고 생각하나요?
A. 삶을 대하는 태도. 제가 꼭 하고 싶은 것, 해야 한다고 생각한 게 있으면 물불 안 가리고 뛰어들거든요. 그래야 직성이 풀려요. 좋은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제 성격 중 마음에 드는 부분이긴 해요. 최근에 얼굴 피어싱을 시도했던 것처럼요.

Q. 프리다 칼로의 자화상을 종종 따라 그렸다는 고등학생 한소희를 상상해 봅니다. 프리다 칼로는 10대 시절 전차 사고 이후 평생 극심한 신체적 고통을 겪었죠. 왜 그의 자화상에 끌렸나요?
A. 직면한다는 게 어떤 건지 일차원적으로 보여준 사람이니까. 부서진 몸으로 침대에 누워 천장에 붙인 거울을 보며 자기 자신을 그린 거잖아요. 교통사고, 남편의 끝없는 외도. 그 트라우마를 그림으로 그려낸다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이었을지 저는 감히 상상도 할 수 없어요. 그럼에도 그걸 그림으로 그려냈다는 건 진짜로 자기 상황을 직면한 거죠. 내 상처를 내 눈으로 보고 남겨둔 거예요. 끝까지.
 
Q. 누군가의 고통과 괴로움에 깊게 감응하는 사람처럼 보입니다. 그럴 수 있는 마음을 갖고 있다는 건 어떤 의미인지.
A. 감정의 결이 풍부해져요. 저는 최대한 많은 물감을 챙겨서 다양한 색으로 저를 표현해야 하는 사람이잖아요. 어떤 삶이나 사람은 옆에서 봤을 때 굳이 왜 저렇게까지 하나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해요. 그런데 그래야 내가 살 수 있는, 그런 삶이 정말 있거든요. 색이 입혀졌다가 벗겨지는 것처럼 저도 나를 배출한 뒤에 다시 새 인물을 입히고 다른 삶을 살 수 있는 것 같아요. 그러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색을 챙겨야죠. 보여주고 싶은 색들이 많으니까. 
 
*한소희의 인터뷰 전문은 <엘르> 2월호에서 만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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