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엘에게는 물러날 수 없는 절대적인 휴식이 필요해요.”
선생님이 말하고 나는 고개를 끄덕인다. 나는 무슨 말에나 고개를 끄덕이는 나쁜 버릇이 있는데, 자주 욱하는 성질을 죽이고 사회화하기 위해 어느샌가 몸에 익힌 습관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번에 화가 난 것은 아니다. 솟구치는 약간의 반발심을 억누르기 위한 끄덕임이었다는 뜻이다. 그러니까 이를테면, 누가 몰라요, 하고 쏘아붙이고 싶은.

미열 혹은 그에 수반하는 감각이 사라지지 않는다. 정신 차려 보면 발등에 불, 이 온몸에 번지는 것 같다. 번아웃이라는 게 이렇게 오는건가? 그러니까 탕 속의 개구리처럼 미지근한 온도로 느리게 가열되다가 정신차려보니 물은 졸아붙고 나는 타들어가기 직전이고 그런 건 아닐까. 똑같이 다르게 바쁜 친구들과 통화하면 작별 인사 끝에 잘 쉬어야 해, 를 덧붙인다. 전화기 너머에서 누군가 쏘아붙이는 상상을 한다. 누가 몰라, 하고. 

아니, 조금 더 좋은 이야기를 쓰자.

트위터에도 썼지만 얼마 전 꿈에서 아기 고양이를 입양했다. 한 마리는 까맣고 발과 가슴만 하얀 털이 난 고양이였는데 이 녀석은 집에 도착하자마자 메고 있던 배낭을 척하고 내리더니 락앤락 통에 든 사료를 꺼내 손수 뚜껑에 좌르륵 따르고 그것을 맛있게 먹었다. 그 다음, 다시 뚜껑을 닫아 배낭에 넣고 나를 빤히 바라보았다. 마치 ‘이 집의 규칙은 무엇인가요?’ 하고 물어보듯이. ‘정말 보통 야무진 고양이가 아니다…’ 나는 생각하며 그 녀석의 이름을 폰즈라고 지었다. 꿈에서 깨니 마치 무슨 계시를 받은 것처럼 머릿속이 멍했다. 

그 후로 며칠간 머릿속에서 고양이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홀린듯이 포인핸드 어플을 받고 오래전에 가입한 고양이 구조소식이 자주 올라오는 카페에도 다시 들락거리기 시작했다. 세상에 그렇게 많은 고양이가 유기되고 구조되는지 몰랐다(아마 구조되지 못하는 고양이는 훨씬 더 많겠지) 그 때 운명처럼 한 고양이를 만났다. 고양이 입양절차는 꽤나 까다로웠다. 방묘창과 방묘문을 반드시 설치해야 한다고 했고, 이동장, 화장실, 숨숨집(고양이가 몸을 숨길 수 있는 집), 사료, 모래 등등이 구비되어 있어야 하며, 남편의 회사 전화번호와 집 내부의 상세한 사진 또한 필요로 했다. 약간 번거롭다는 생각이 머리를 스쳐 지나갔지만 요즘 화제가 된 고양이 학대사건들이나 호더들을 생각하자면 단 하나의 목숨도 허투루 남의 손에 맡길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어 얼른 마음을 다잡았다. 

(잠시—포항에서 일어난 고양이 학대사건 처벌에 대한 국민청원에 동참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폐양식장에서 취미로 고양이 해부를 즐기던 *** 학대범을 ***을 강력히 처벌해주세요. > 대한민국 청와대](https://www1.president.go.kr/petitions/604899) 잔인한 사진이나 세부 묘사가 블라인드 처리 되어있으니 안심하고 클릭하셔도 됩니다.)

하여간 이런 일련의 과정들을 거치고 난 후—우리 집에 고양이가 온다. 아직 이름은 정하지 못했다. 까만 털이 몸을 뒤덮고 있는데, 가슴과 입과 발이 하얀 녀석이다. 어쩌면 그 녀석이 폰즈일지도, 폰즈가 아닐지도 모른다. 고양이는 작년 9월 젖먹이를 막 지난 시점부터 입양처를 구하고 있는, 갓 7개월 된 어린이다. 나는 벌써 짝사랑하는 중학생처럼 매일 고양이의 사진을 들여다보고 그에게 사랑한다고 말하고 나를 사랑해주었으면 좋겠다고 속삭인다. 벌써 고양이와 보낼 모든 생애를 상상하고 혼자 눈물 짓기도 한다. 컵을 다 박살내고 커튼을 갈기갈기 찢어놓아도, 발치에서 나와 함께 잠들지 않아도 널 사랑할게. 

그러므로 다음 주에는 고양이 입양일기를 쓰도록 하겠습니다. 고양이와 함께 하는 생활은 즐겁고도 어렵겠지요! 이 메일이 발송될즈음 저는 올해 첫 휴가-그리고 아마 여름 전 짧은 마지막 휴가를 보내러 갑니다. 다음 주에는 고양이 얘기도 하고 여행 얘기도 할게요. 
아래 버튼 눌러서 음악 들으러 가기!
  1. Arlo Parks, Unkown Mortal Orchestra - Too Good (Unkown Mortal Orchestra Remix)
  2. Gilligan Moss - Lee’s Last Dance
  3. Jitwam - Confessions
  4. Camera Obscura - Razzle Dazzle Rose
  5. Kadhja Bonet - For You
  6. Sam Evian - Time to Melt
  7. Alice Phoebe Lou - Lovesick
  8. Aphex Twin - IZ-US
  9. Groundislava, Baths - Suicide Mission
  10. Shlohmo - Beams 
  11. Unknown Mortal Orchestra - SB-09
  12. Ross From Friends - A Brand New Start

불행히도 이번주에도 애플뮤직 플레이리스트는 제공되지 않습니다 ㅠㅠ! 계속 똑같은 오류가 발생되고 있어요. 이번주 내로 반드시...해결한 다음 게시판에 공지로 보내던가 다음 메일에 한꺼번에 보내드릴게요. 오늘은 Unkown Mortal Orchestra 의 곡을 두개 넣어봤고요(한 곡은 리믹스지만) 저번 주에 이어 계속해서 반복재생하고 있는 Aphex Twin의 곡도 한 번 더 넣어보았습니다. 오랜만에 카메라 옵스큐라의 앨범도 많이 많이 들었어요. 날씨가 푸근해지니 듣는 음악들도 조금 더 화사해진 것 같지 않나요? 발걸음이 가벼워지고 어디까지든 걸을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을 느낍니다.

그럼 다들 좋은 주말 보내세요.
조엘 
* 후원 : 카카오뱅크 3333-07-3282039 ㅎㅈㅇ
Joelplay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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