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승해라, 남매끼리 나와라, 돌싱끼리 만나라 등등 넘쳐나는 K-연프에서도 독보적인 콘셉트로 주목받은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 <신들린 연애>. 이 프로그램에는 타로와 사주 역술가, 무속인 직업을 가진 총 8명의 남녀가 나오는데요. 남의 연애운을 점치는 게 업인 사람들이 과연 본인들의 연애에는 얼마나 오차가 없을지(?)가 저에겐 제일 관심이 가는 부분이었죠. 그런데 보다 보니 원하지 않는 미래가 점쳐졌을 때 이들은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딜레마를 지켜보는 것이 또 하나의 재미 요소이더라고요.
PD 인터뷰를 보면 실제 이 프로그램의 섭외 기준 중 하나로 ‘얼마나 MZ스러운가”를 봤다고 해요. 사람을 상대하는 직업이라 그런지, 다들 눈치도 빠르고 자아도 강한 사람들이라 출연진들마다 개성도 넘쳐납니다. 영화 <파묘>가 선사한 MZ 무당처럼 이곳에 나오는 출연진도 제각기 매력을 가졌달까요. 무덤 한가운데서 귀신과 기싸움을 하는 게 제일 재밌는 수련으로 꼽을 만큼 담대(?)하고, 제일 자신 있는 음식을 제사음식이라고 말할 만큼 유머(?)도 있으니까요.
이 프로그램은 첫인상 선택 또한 특이합니다. 얼굴 첫인상이 아니라 ‘팔자’ 첫인상으로 상대방을 선택합니다. 출연진들은 음산한 방에 혼자 들어가 다른 출연진들의 ’일주’에서 비롯된 색과 동물 키워드를 보고 자신의 운명 상대를 추측하는 시간을 가져요. 다들 자신의 종목(?)대로 오방기를 뽑아 들거나, 엽전을 흔들고, 타로 카드와 만세력을 훑는 모습을 연프에서 보니 정말 신선했어요. 이 프로그램은 단순히 자신을 설레게 하는 사람을 찾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운명의 상대가 누구인지를 찾는 추리 요소도 섞여 있습니다. 그래서 홈 프로텍터같이 연프식 꾸며내기식 직업이 아닌 자신들의 직업의식이 투철하다는 것도 매력적이었죠.
신령님이 점지해준 운명의 상대와 본능적으로 끌리는 상대 사이에서 이들은 어떤 선택을 할까요? 아무쪼록 <신들린 연애>는 미래 점사가 한 인간을 얼마나 갈등에 놓이게 하는지를 ‘연애’ 형식을 빌려 우회적으로 전달하는 프로그램입니다. 그냥 연프가 아니니 연프 알레르기가 있는 분들이라도 한번 시도해보시는 걸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