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 6-1: 천하람 국민의힘 순천 당협위원장

<애증의 인터뷰> 여섯 번째 주자는 천하람 국민의힘 순천 당협위원장이다. 그는 대구 출신 변호사에서 순천의 보수당 위원장이라는 ‘혁신'의 길에 기꺼이 들어섰다. 천하람 위원장의 눈을 통해 새 시대의 보수와 지방정치라는 두 가지 의제를 살펴봤다.

천하람이 정치를 보며 느끼는 감정

❤️ 애(愛) “나는 정치가 여러 사람을 알게 되어서 좋다!”
"제가 살면서 순천 사람을 이렇게 많이 만날 수 있었을까요.  제가 변호사로 살았으면 절대 알지 못했을 수많은 인간 군상들을 그냥 단순히 만나는 게 아니라, 알게 돼요. 이 사람이 뭘 원하고, 정치인을 어떤 기준으로 선택하는지를요. 그게 제 삶의 지평을 확장시켜줬어요. 지역, 세대, 직업적으로요.”

💔 증(憎) “나는 정치가 여의도에 갇혀있어서 아쉽다.” 

"여의도에서 20년씩 정치를 해도 시민들이 몰라요. 인지도의 문제라기보다 그 사람들이 단 한 가지도 국민들에게 화제가 되는 아젠다를 못 던졌기 때문이에요. 그때그때 여의도에서만 관심 있는 문제를 너무 많이 다루고 있어서 그렇다고 생각해요.”
💪 각오 "나는 설득당하는 정치인이 되고 싶다.” 
"정치인은 항상 회의에 들어갈 때 아젠다나 포지션을 가지고 들어가요. 시민들은 그렇지 않거든요. 열린 마음을 가지고 회의실에 들어가요. 늘 설득당하기만 하면 무능력한 정치인일 것이고, 저도 누군가를 설득할 때가 있겠지만 우선은 마음을 열고 있어요. 진영도 넘나들고요. 보수에서 자유, 자유 얘기하는데 그런 면에서 저는 자유로운 정치인이 되고 싶습니다. 우리 진영이 싫어하는 것도 좀 하고요. 욕 좀 먹으면 어때요.(웃음)”
❤️ LOVE

정치인이 되시기 전엔 정치에 대해서 어떤 생각을 가지고 계셨나요?


저는 아주 어릴 때부터 정치를 하고 싶었어요. 나대는 거 좋아하고 ‘관종’이었고, 초등학교 때도 "장래 희망이 뭐야?" 하면 "대통령입니다"하는 꼴 보기 싫은 친구들 있잖아요. 제가 그런 사람이었어요. 변호사도 사실은 정치하기 좋은 직업이라서 고른 면도 있었어요. 변호사 일도 좋아하고 지금도 하고 있는데, 변호사는 개별 사건을 다룬다면 정치인은 사회 전체를 생각할 수 있고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는 창의적인 직업이에요. 그래서 저는 좀 더 재미있다고 생각해요.


변호사들의 정치계 진출이 많은 게, 개별 사건을 다루다 보면 “법이 뭐가 이렇게 돼 있어. 내가 이걸 법을 만들어도 이거보다 잘 만들겠다" 싶은 때가 많아서인 것 같아요. 자연스럽게 정치에 관심을 많이 가지게 됐고. 지난 총선 이전에 신진정당 창당 붐이 있을 때 저도 창당하겠다고 설치다가 미래통합당에서 보수 정당 뭉치는데 뭘 창당이냐? 하고 꼬셔서 홀라당 넘어왔죠. 미래통합당에서 총선 출마하면서 정치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됐습니다.



창당을 준비하시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실제로 창당을 하진 못했고요. 준비한 게 조국 사태 이후였어요. 조국 사태를 겪고 보니 민주당도 답이 아닌 것 같다면서 ‘프로젝트 2040’이라고 하는 모임이 생겼어요. 초당파적 모임이었는데, 그중 보수적인 입장이 강한 친구들만 따로 빼서 ‘젊은보수’라고 하는 모임으로 창당 준비를 했죠. 당시 캐치프레이즈 중 하나가 "호남에서도 인정받는 멀쩡한 보수 정치를 하자"였어요.


프로젝트 2040의 문제의식은 기존 정치의 무능력함과 부도덕함이었어요. 국민 삶과 직결된 이슈를 해결하지 않는 거요. 그게 가성비가 안 나온다고 생각하는 거죠. 언론이 열심히 정책 개발하는 것보다 현안에 대해서 말 한마디 재밌게 하는 것에 집중해주니까요.



지금도 변호사로 일하고 계신데, 법조인의 일과 정치인의 일은 어떻게 다른가요? 두 집단의 분위기 차이가 있을까요?


법조계는 틀이 짜여 있고, 정치는 싸우는 일인만큼 야성이 있어요. 법조인이 기본적으로 과거의 일에 대한 평가를 두고 싸운다면, 정치인은 미래의 설계자에요. 제 생각에 정치인으로 성공하려면 법조인의 티를 빨리 벗어야 돼요. 변호사나 고위 판검사 출신이 정치하는 게 아주 좋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전환하는 게 쉽지 않거든요. 변호사는 그나마 낫달까요? 변호사는 기본적으로 설득하는 직업이에요. 유리한 판결을 해 달라고 판사 검사를 설득해야 하죠. 판검사는 판단을 내리는 직업이고요.



지금 정치계는 법조인 구성 비율이 너무 높다는 비판도 있는데요.


저는 그 비판에는 동의하기 어려워요. 의회는 법을 다루는 곳인데, 법의 기본도 모르는 사람들이 법을 만드니까 ‘개판’이 나는 것도 있어요. 그러니 법을 잘 아는 것은 중요해요. 그래서 변호사를 한 1~2년 정도 하다가 정치권에 들어오는 게 제일 좋다고 생각해요. 법률적인 마인드는 가지면서 법조인의 습성에 너무 젖어들기 전에 정치권으로 나오는 거죠. 여하튼 법률 지식, 특히 의회의 역할에 대한 헌법적 사고는 꼭 필요해요. 저는 그래서 법조인 비율이 높은 것은 괜찮지만, 고위 판검사나 변호사로 오래 생활했던 사람들이 인생 이모작 하려고 자기 명예를 위해 국회의원 한번 해보려는 건 별로라고 생각합니다. 젊은 법조인들이 정치에 많이 도전하는 건 권장할만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호남 얘기로 넘어가볼게요. 그동안 계속 대구, 대도시에 계셨고요. 다음에도 고대로 가셔서 서울에 계셨는데요. 호남에서 일하시면서 새롭게 알게 된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너무 많죠. 대도시와 중소 도시의 차이가 저는 되게 크다고 봐요. 시골에 진짜 빈 집이 그렇게 많은 줄 몰랐어요. 시골에 애가 진짜 없는 줄도 몰랐고, 청년 회장님이 실제로 60대인지도 몰랐어요. 재밌는 건 순천에서는 제가 누구랑 밥을 먹었다고 하면 그다음 날 사람들이 막 알아요. 서로가 서로를 아는 사회라는 게 저는 되게 재미있고요. 정치인에 대한 평가가 아주 빠르게 아주 정확하게 이루어지는 경우들이 많아요. 그래서 사람 입이 이렇게 무섭구나라는 걸 더 새롭게 느낍니다. 대도시에서 그 역할은 사실 매스미디어가 다 담당하는데, 정말 입소문이라는 게 있어요.


호남 주민들은 역사적인 이유 때문에, 혹은 산업화에서 소외됐던 것에 대한 서러움, 고향을 떠나야만 했던 분들의 또 아쉬움이 크고, 그래서 뭉쳐야 한다는 의식이 강하세요. 광주에서는 5월에 축제를 안 합니다. 순천, 여수 같은 데서는 부모님들 중에 ‘너 어디 가서 튀지 마라’라고 하는 분들이 많아요. 여순 사건 때 워낙 많은 분들이 희생됐거든요. 광주에 5.18 때 갔었는데 전야제 날 퍼레이드를 하는데, 옆에 버스에 타고 있는 분들이 보면서 막 울어요. 그때 20대였던 사람들이 이제 고작 환갑 된 거잖아요. 다른 지역에서는 잘 모르는 아픔이 실재하는 거죠.



당협 위원장이신 동시에 또 지금 국민의힘 혁신위원도 하고 계시잖아요. 혁신위원으로서 맡으신 일이나 혹은 당에 기대하고 계신 바가 있다면?


혁신을 하자는 거죠. 제가 저희 당이나 대통령실에 대해서 쓴소리들을 할 때가 있는데, 욕도 많이 먹지만 응원 전화도 많이 받아요. 심지어는 저희 당 의원들도 ‘네가 혁신위원인데 너라도 소신 있는 얘기를 하니까 좋다’는 분들도 꽤 있어요. 호남처럼 저희 당이 약한 지역에서 당을 확장시키고 상대적으로 당에서 젊은 편인 만큼 미래지향적인 것을 하는 게 혁신위원으로서의 제 역할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우리 당의 공천이 좀 더 나아져야겠다는 생각도 하게 됐어요. 정당이 내놓는 상품은 인물이랑 정책인데, 인물은 공천하는 것이고, 정책도 그 공천된 인물이 하는 거예요. 그러니 공천 개혁 문제, 인재 육성 발굴 부분에 대해서도 역할을 해야죠.



보수정당 분들에게 청년들의 보수화 경향에 대한 생각을 여쭤보고 싶었어요. 왜 지금 이 시대의 청년들이 보수 정당에 갑자기 호응하고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젊은 사람들의 정당 지지 여부는 개인의 자유를 잘 캐치하는 것에 달렸다고 봐요. 저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젊은 사람들은 대부분 리버럴이라고 생각합니다. 과거에는 리버럴 정당이 민주당이었죠. 근데 언젠가부터 민주당도 전체주의적, 공동체주의적으로 변했어요. 사람을 어떤 틀에 짜맞춘다고 할까요? PC논쟁 같은 것들도 그런 겁니다. 정치적으로 올바른 것만 해야 된다거나, 페미니즘 해야 된다는 것이 있지 않습니까? 그러다 보니까 민주당이 안티리버럴한 정당이 된 거예요. 인간의 욕망에 대한 문제도 그런 것들이죠. 좋은 학교를 가고 싶고, 자산 가격의 상승으로 이득을 추구하고 싶다는 인간의 자연스러운 욕망이 있는데, 그 욕망을 억누르는 거죠. 그것도 못마땅한데 심지어는 내로남불까지 했거든요. 젊은 리버럴들 입장에서는 "아니 얘들은 선비처럼 굴더니 심지어는 제대로 된 선비도 아니네? 이럴 바에는 차라리 솔직하게 인간의 욕망을 인정하는 보수 정당이 더 낫겠는데?"라는 생각을 가졌다고 봐요



그 점에서 보수 정당이 민주당계 정당과 비교할 때 어떻게 차별화할 수 있나요?


개발 독재 시기에는 저희가 자유와 가장 거리가 먼 정당 중 하나였고, 이명박 정부에서는 기업의 자유만 강조했었어요. 젊은 사람들은 혀를 찼습니다. 왜 대기업의 자유만 얘기하고 개개인의 자유는 증진하지 않느냐는 거죠. 개개인의 자유라고 하는 어떤 아젠다를 제대로 사로잡는 사람이 우리나라 정치권에 거의 없습니다. 몇 안 되는 사람 중에 그나마 이준석 대표가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산업화도 했고 민주화도 했어요. 이제 우리 사회에 남아 있는 것은 결국 개별화, 다양화, 다원화 이런 것들이거든요. 그런 것들을 민주당이나 저희 당 주류도 제대로 캐치하지 못했는데, 저희 당은 최소한 그런 얘기를 할 수 있는 공간이 열려 있어요.



말씀하신 개인의 자유, 다양성에는 보수에서 터부시되던 자유도 포함될 것 같은데요. 예를 들어서 성소수자의 권리 같은 것이요.


그럼요. 최근에도 이슈가 됐지만 북한 방송을 볼 수 있을 자유, 그런 것들도 포함되죠. 대통령을 욕할 자유, 당론에서 벗어날 자유, 이런 권위주의에서 벗어나려는 부분들이 있어요. 저희 당 주류는 저항하고 있지만 이 공간이 열려 있다는 걸 저를 비롯한 저희 당의 젊은 친구들이 본능적으로 아는 거예요. 민주당 같았으면 이런 거 못해요. 민주당은 훨씬 더 엄격합니다.



지금까지 환경, 젠더 등 새로운 시대의 의제를 주도해 온 것은 진보 계열인데요. 그렇다면 보수 정당이 앞으로 그런 의제를 주도하고 목소리를 낼 수 있을까요?


해야죠. 혼인 외의 출산, 결혼 제도의 일부 유연화, 시민 결합(civil union)에 대해 저희도 전향적인 목소리를 내야 될 필요가 있어요. 환경 문제에서도 단순히 환경이냐 산업이냐 이런 논의를 넘어서 환경이라는 자원을 우리가 어떻게 통시대적으로 배분할 지에 관한 논의들이 나와야 된다고 생각해요. 세계적 기준 자체가 환경 문제에 대해 답을 안 내놓고는 집권을 할 수 없게 가고 있어요. 그냥 저희는 산업 경쟁력만 얘기하고, 민주당은 환경 보호만 얘기하면서 대충 중간에서 만날 수도 있겠지만, 합리적인 방안은 아닌 것 같아요. 산업 경쟁력과 환경, 미래 자원의 고차 방정식을 나름대로 풀어내야죠.



🐇 다음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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