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색코뿔소 #액면분할 #기준금리 #라면
2022.8.26 (금)

네이버, KT, 하나금융, KT&G... 이 기업들의 공통점은 뭘까요? 바로 ‘국민연금’을 운용하는 국민연금공단이 최대 주주인 기업이라는 건데요. 국민연금공단은 삼성전자나 카카오, SK하이닉스, 현대자동차 등 우리나라 대표 기업들의 2대 주주(두 번째로 많은 지분 보유)이기도 해요. 국민연금공단은 국내 주식시장 전체 주식 가치(시가총액)의 약 7%를 보유한 것으로도 알려졌죠. 900조원이 넘는 국민연금을 굴리면서 웬만한 기업에는 다 투자한 건데요. 이 정도로 규모가 큰 연금은 전 세계적으로도 손에 꼽는다고 해요.


그런데 이런 국민연금이 고갈될 위기에 처했대요. 한 경제단체는 ‘1990년대생부터는 국민연금을 한 푼도 받지 못하게 될 것’이라는 조사 결과를 내놓아 논란이 되기도 했죠. 이에 정부는 ‘국민연금을 대대적으로 손보겠다’라는 계획을 밝혔는데요. 대체 900조원이 넘는 돈이 왜 고갈된다는 걸까요? 또 정말 국민연금을 한 푼도 받지 못하게 될 수도 있는 걸까요?

최소한의 노후 생활, 국가가 보장할게

국민연금은 국민의 노후 소득을 보장하기 위해 국가가 시행하는 ‘사회보험’제도예요. 젊을 때 소득의 일부를 보험료로 내면, 나이가 들거나 사고·질병으로 돈을 벌기 어려워졌을 때 연금을 지급해 최소한의 생활 수준을 보장하겠다는 건데요. 우리가 예기치 못한 사고가 발생하는 경우를 대비하기 위해 보험에 가입하는 것처럼, 국가가 사회 구성원들을 위해 만든 보험이라는 의미에서 사회보험이라고 부르죠. 1988년에 도입된 국민연금 제도는 소득이 있는 18세 이상, 60세 미만 국민이라면 대부분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해요. 올해 기준으로 약 2200만명이 국민연금에 가입해 있죠.

2000만명이 넘는 국민들의 노후를 책임져야 하는 국민연금은 다양한 곳에 투자해요. 돈을 많이 불려서 충분한 연금을 지급해야 하니까요. 그 규모가 워낙 크다 보니 투자업계에선 ‘큰손’으로 꼽히고요. 국민연금은 투자 수익률도 상당해요. 최근 3년간 매년 10% 안팎의 수익률을 거두고 있죠.

자료=국민연금공단

9% 내면 40% 줄게

국민연금은 ‘연금 가입자가 보험료로 낸 것보다 많은 돈을 연금으로 지급한다’를 원칙으로 설계됐어요. 상당한 수익률을 거둔 덕분에 지금까진 이런 원칙을 지킬 수 있었고요. 현재 국민연금은 매달 월 소득의 9%를 보험료로 내야 하는데요. 직장에 다닌다면 회사가 절반(4.5%)을 내줘요. 이렇게 매달 9%씩 40년간 보험료를 낸 가입자를 기준으로, 은퇴한 뒤 만 65세부터는 젊었을 때 벌던 평균 소득의 약 40%를 생이 다할 때까지 매달 연금으로 받을 수 있어요. 이 비율을 ‘소득 대체율’이라 불러요. 물론 보험료를 낸 기간이 40년보다 짧으면 소득 대체율은 낮아져요.


국민연금은 고소득자와 저소득자의 실질적인 소득 격차를 줄이는 역할도 해요. 많이 버는 사람에겐 덜 돌려주고, 적게 버는 사람에겐 더 돌려주는 거죠. 소득이 국민연금 가입자 중 평균 수준이라면 40%의 소득 대체율을 적용받는데요. 소득이 평균 이상이면 40%보다 낮게, 평균 이하라면 40%보다 많이 받게 되죠.


소득 수준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9%를 내면 약 40%를 돌려준다니, 나름 괜찮은 투자처럼 보이죠? 물론 사망 시점에 따라 평생 받게 되는 전체 연금액은 다르겠지만, 가입자는 평균적으로 낸 돈의 1.88배를 돌려받을 수 있대요.

예견된 고갈 사태

그런데 ‘덜 내고 더 받는다’라니, 지금 당장 연금을 받는 입장에서야 만족스럽겠지만 영원히 지속되기는 어려운 구조잖아요. 낸 돈의 2배에 가까운 돈을 돌려줘야 하니 상당한 수익률을 거두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죠. 사실 국민연금이 언젠가는 고갈될 수밖에 없단 건 이미 오래전부터 예견됐어요.


정부는 5년에 한 번씩 국민연금의 운용 실태를 점검하고 개선 방안을 마련해야 하는데요. 2013년에 발표된 점검 결과에도 이미 ‘2060년엔 국민연금이 고갈될 것’이라는 분석이 담겨있어요. 2018년에 발표된 점검 결과엔 예상 고갈 시점이 3년 앞당겨진 2057년으로 나왔고요.

자료=국회예산정책처

2020년에는 국회에서 한 번 조사를 해봤는데, 2055년이면 국민연금이 고갈될 거라는 결과가 나왔다고 해요. 충분히 예상할 수 있지만,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는 위험을 *회색 코뿔소에 비유하는데요. 국민연금 고갈 문제는 대표적인 회색 코뿔소로 간주되죠.


생각보다 너무 빠른 고령화

더 큰 문제는 국민연금 고갈 시점이 현재 예상보다도 앞당겨질 수 있다는 거예요. 고령화가 너무 빠르게 진행되기 때문이죠. 국민들의 평균 수명은 계속 늘어나는데, 증가하는 고령층을 부양해야 할 청년인구는 계속 줄어들고 있잖아요. 국민연금에 보험료를 낼 사람은 계속 줄어드는데, 연금을 받아야 사람은 많아지는 중이죠.


엊그제(24일) 통계청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2021년) 출생아 수는 26만 600명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해요. 1년 전보다 4.3% 감소한 규모죠.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인구 대비 출생아 수가 가장 적은 나라 중 하나이기도 해요. 그 결과 빠르게 고령화가 진행되는 국가가 됐죠.


총인구 중 65세 이상의 고령인구 비율이 7% 이상이면 ‘고령화 사회’, 14% 이상인 경우 ‘고령 사회’라고 하는데요. 2000년에 고령화 사회에 진입한 한국은 17년만인 2017년에 고령 사회가 됐어요. 114년이 걸린 프랑스, 69년이 걸린 미국은 물론, 고령화 사회의 대명사인 일본(24년)보다도 빠른 속도예요. 이처럼 고령화가 예상보다 급속하게 진행되다 보니 국민연금 고갈 시점이 2055년보다 더 앞당겨질 거란 우려마저 나오고 있는 거예요.


손 놓고 있던 건 아니지만...

사실 정부도 완전히 손을 놓고 있던 건 아니에요. 지금까지 정부는 꾸준히 국민연금의 보험료율(내는 돈)은 높이고, 소득 대체율(받는 돈)은 낮춰왔어요. 연금을 받기 시작할 수 있는 나이도 처음엔 60세였다가 65세까지 늦춰진 거고요. 하지만 고령화 속도가 워낙 빠르다 보니 제대로 된 해결책은 되지 못했죠.

※2007년 제도개혁으로 소득대체율은 2028년에 40%까지 인하될 예정

보험료율(내는 돈)을 크게 높이는 방안이 제시되기도 했지만, 거센 저항을 받으며 무위로 돌아갔어요. 돈을 더 내라는 데 좋아할 사람은 없잖아요. 실제 2003년에는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15.9%로 인상하는 내용의 법 개정안이 만들어졌지만 결국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어요. 이후에도 몇 차례 국민연금을 개혁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지만 큰 변화는 없었죠.


그럼 나는 국민연금 못 받는 거야?

그렇다면 결국 국민연금은 고갈되고, 현재 청년 세대는 돈만 내고 연금은 받지 못하게 되는 걸까요? 다행히도 연금을 받지 못하게 될 가능성은 사실상 없다고 해요. 국민연금이 소진되더라도 국가가 책임지고 반드시 연금을 지급하도록 법으로 정해놓고 있거든요.


정부는 최근 고강도의 국민연금 개혁안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어요. 이번만큼은 좀 크게 손을 보겠다는 건데요. 하지만 뾰족한 해결 방안을 내놓기는 쉽지 않을 거라는 전망이 나와요. 국민연금 가입자들이 ‘더 내거나 혹은 덜 받도록’하는 것 밖에는 방법이 없는 문제이기 때문이죠. 어떤 방안을 내놓아도 거센 저항에 직면할 수밖에 없고요.

만약 보험료율(내는 돈)을 크게 높이면 하루아침에 돈을 더 내게 된 사람들의 불만이 커지겠죠. 소득 대체율(받는 돈)을 크게 낮추면 ‘이러고도 국민의 노후를 책임지는 국민연금이라 부를 수 있겠느냐’라는 비판을 받게 될 테고요. 그렇다고 국민연금이 고갈되도록 놔두면 모든 부담을 미래의 청년들에게 미루는 꼴이 돼요. 고령화는 더 심해질 텐데 어쨌든 책임지고 연금은 지급해야 하잖아요. 그렇게 되면 국민연금을 쌓아두기는커녕 매달 노년층에게 연금을 지급하기 위해 필요한 돈을 청년들에게 걷는 수밖에 없겠죠. 미래의 청년들은 지금보다 훨씬 많은 돈을 내야 할 테고요.


뾰족한 수가 없어 보이는 국민연금 개혁, 과연 정부는 국민들을 만족시킬 방안을 내놓을 수 있을까요?

★ 3줄 요약 ★
국민연금은 국민의 노후 소득을 보장하기 위해 국가가 시행하는 사회보험 제도. 40년 간 월 소득의 9%를 보험금으로 내면, 노후에 매달 평균 소득의 40%를 연금으로 지급하는 구조. 보험료로 낸 것보다 많은 돈을 연금으로 지급하는 게 원칙.

이 원칙을 지키기 위해 국민연금은 다양한 곳에 투자했고, 상당한 수익률을 거두고 있지만 언젠가는 고갈될 것이 확실시됨. 특히 고령화가 급속도로 진행되면서 고갈 예상 시기가 점차 앞당겨지는 상황.

결국 국민들이 보험료를 더 내거나, 연금을 덜 받는 것밖에는 뾰족한 해결책이 없는 문제. 하지만 어떤 방안을 내놓아도 불만이 커질 것으로 보임. 만약 국민연금이 고갈돼도 연금은 받을 수 있지만, 결국 미래 청년 세대에게 부담을 미루는 꼴.

한국 기준금리 사상 최초 4연속 인상
한국은행이 연 2.25%였던 기준금리를 어제(25일) 2.5%로 인상했어요. 한국은행은 약 6주에 한 번씩 1년에 총 8번 회의를 열어 기준금리 조정 여부를 결정하는데요, 최근에는 높은 물가 상승률을 완화하기 위해 4번 연속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했어요. 4회 연속 기준금리 인상은 사상 처음 있는 일이에요.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당분간 0.25%포인트씩 금리를 인상하는 기조를 이어 나가겠다는 방침을 밝혔어요.

이날 한국은행은 지난 5월에 발표했던 올해 경제 전망도 일부 수정했는데요, 4.5%였던 올해 소비자 물가 상승률 전망은 5.2%로 0.7% 높여 잡았어요. 만약 예측대로 올해 우리나라 경제가 5%대 소비자 물가 상승률을 기록하게 되면 외환위기를 겪었던 1998년 이후 24년 만에 가장 높은 물가 상승을 경험하게 되는 거예요.

 

신라면도 새우깡도 비싸진대요

라면 업계 1위 회사인 농심이 라면과 과자의 가격을 올리겠다고 발표했어요. 농심은 9월 15일부터 라면 가격은 평균 11.3%, 과자 가격은 평균 5.7% 인상할 예정이에요. 주요 제품의 가격 인상률은 신라면 10.9%, 너구리 9.9%, 새우깡 6.7% 등이에요. 농심은 지난해 8월에 라면 가격을, 올해 3월에는 과자 가격을 각각 올렸지만 제조 원가 부담이 너무 커졌다며 또다시 가격 인상을 결정했어요. 농심이 가격 인상에 먼저 나선 만큼, 다른 라면 업체와 제과 업체들도 곧 가격을 올릴 가능성이 크다고 해요.

 

미국 집값 3년 만에 처음으로 하락

코로나19 유행 이후 계속해서 상승세를 보였던 미국 주택 가격이 하락세로 전환했어요. 집값이 너무 올랐다는 공감대가 커진 데다, 미국 기준금리가 빠르게 인상되며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급등해서 수요가 감소한 것으로 보여요. 미국 경제방송 CNBC가 한 데이터 분석 업체의 통계를 근거로 보도한 바에 따르면 지난 7월 미국 주택 가격은 한 달 전보다 0.77% 하락했어요. 월간 기준 통계로는 3년 만에 첫 가격 하락이고, 2011년 1월 이후 가장 큰 폭의 하락이래요.

 

중국, 경기 둔화 극복 위한 부양책 발표

경제 상황 악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국이 사회 기반시설에 대한 투자 확대 등 19개의 경제 대책을 쏟아냈어요. 중국 정부는 우선 기업의 자금난을 해결하기 위해 개발 금융에 활용할 자금으로 3000억 위안(약 59조원)을 배정하기로 했어요. 폭염과 가뭄에 따른 전력난에 쓸 2000억 위안(약 39조원) 상당 자금 마련 대책도 포함됐어요. 또한 중국 정부는 침체된 중국 부동산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 주택 구매를 지원할 만한 대출 정책을 마련하라고 지방 정부에 지시했어요. 가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부들에겐 100억 위안(약 1조 9500억원)의 보조금이 배정됐어요.

중국 정부는 당초 올해 성장률 목표치를 5.5%로 제시했지만, 상반기 성장률은 2.5%에 그쳤어요. 사실상 목표 달성이 불가능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죠. 일단 중국 정부는 목표치 수정 없이 경기부양 총력전을 펼치는 모습이에요.


테슬라 주식 1주, 3주로 분할했어요

미국 전기자동차 업체인 테슬라가 어제부터 주식을 3대1 비율로 분할했어요. 주식 수는 3배로 늘어나고, 약 900달러인 주가는 300달러로 바뀌는 거예요. 주식 수가 늘어나는 대신 가격이 같은 비율로 조정되는 액면분할 방식이에요. 테슬라 주식 1주를 가지고 있던 사람은 주식이 3주로 늘어나요. 물론 전체 주식 가치에는 변함이 없어요. 테슬라가 주식을 분할하는 이유는 주가를 높이기 위해서라는 분석이 많아요. 1주당 가격이 저렴해지면, 더 많은 사람들이 투자하기 쉬워지니까요. 원래 테슬라 주식 1주를 매수할 때 필요한 돈은 우리 돈으로 120만원에 달했어요. 아무래도 소액 투자자들에겐 부담스러웠을 수 있겠죠. 다만 액면분할이 근본적인 주식 가치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 만큼, 큰 영향은 없을 거라는 예상도 존재해요.

*회색 코뿔소가 뭐야? (feat. 블랙스완)

회색 코뿔소(Gray Rhino)는 지속적인 경고를 통해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데도, 쉽게 간과하거나 대처하지 못하는 위험을 일컫는 말이에요. 이런 ‘회색 코뿔소’는 갑자기 발생하는 것도 아니고 이미 알려져 있던 문제이지만, 실제로는 큰 피해를 줄 수 있죠.

 

코뿔소는 워낙 덩치가 큰 동물이라 실제로 달릴 때 땅이 흔들릴 정도라고 해요. 그래서 누구나 코뿔소가 달려온다는 걸 쉽게 알 수 있죠. 코뿔소가 달려오는 건 누가 생각해도 위험한 일이고요.


이런 코뿔소가 달려오는데도 두려움 때문에 아무 대처도 하지 못하거나 어떻게 행동할지를 몰라서 애써 무시한다면, 정말 큰 피해를 보게 될 거예요. 그래서는 안 된다는 맥락에서 사용되는 단어가 ‘회색 코뿔소’인 거죠. 이 표현은 2013년 다보스포럼에서 한 유명인이 처음 언급한 뒤 널리 알려졌어요.

 

미래의 위험을 동물에 비유한 표현 중엔 ‘블랙 스완(Black Swan)’도 잘 알려져 있어요. 우리말로는 ‘검은 백조(고니)’예요. 블랙 스완은 ‘발생할 확률이 극히 낮아서 예측이 어렵지만, 실제로 일어나면 큰 충격을 주는 위협 뜻해요. 검은 백조는 정말 희귀하긴 해도 실제로 존재하거든요. ‘백조는 희다’라는 고정관념이 검은 백조를 발견했을 때 무너졌던 일을 계기로 이 표현을 쓰기 시작했대요.

 

특히 ‘블랙 스완’이라는 용어는 미국 뉴욕대의 탈레브 교수가 뉴욕 금융계의 허상을 파헤친 책 제목으로 사용하면서 유명해졌어요. 이 책에서 2001년 9·11 테러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의 ‘발생 가능성은 극도로 낮지만, 일어나면 엄청난 충격이 있는 사건’들이 블랙 스완에 비유됐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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