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구절구절의 베니🌳예요.

새 학기와 새 계절을 맞이하는 3월, 어떻게 보내고 계신가요?

새로운 일을 시작하기에 봄은 아주 제격인 것 같아요. 이번 주부터 여러분께 사랑하는 책의 구절들을 구절구절 소개해 드리며 구구절절 이야기를 나눠 보려고 합니다. 😝

고심해서 고른 첫 책은 프랑수아즈 사강의 『한 달 후, 일 년 후』입니다. 그럼 바로, 구절들을 만나러 가보자구요.

※파란 칸 안에 있는 문장은 책의 구절을 인용한 문장입니다!

통속적인 그 청년이 내게 무슨 의미가 있지? 그리고 이 살롱이? 하지만 조제는 이미 알고 있었다. 이 질문의 답을 찾아내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그런 질문이 더 이상 제기되지 않을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문제라는 사실을.

한때 너무 사랑하는 사람을 머리맡에 두고 살며 찾을 수 없는 질문의 답을 몇 날 며칠 고민했던 적이 있어요. 좋아하는 마음이란 무엇인지, 사랑해라는 말의 실체는 무엇인지 같은 것들이었어요. 밤을 지새 고민하다가 원망과 분노가 튀어나오기도 했고 숨겨지지 않는 애정의 마음이 넘쳐 버리기도 했죠.

그렇게 방황하는 채로 남겨둔 질문들을 늘 찝찝하게 간직해오다 문득 이 책의 조제를 만났어요. 그때 조제의 말을 통해 깨달은 것. 그런 질문의 답을 찾아내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그런 질문이 더 이상 제기되지 않을 때까지 기다리는 게 문제라는 거였죠.

저는 조제를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이라는 영화로 먼저 만났어요. 요상한 제목과 함께 2004년에 개봉한 일본의 멜로 영화로, 제가 가장 사랑하는 영화이기도 해요.

조제에게는 사실 쿠미코라는 진짜 이름이 있어요. 하지만 『한 달 후, 일 년 후』 속 인물인 ‘조제’로 불리길 원하죠. 영화에서 쿠미코는 내내 조제로 불려요.

“언젠가 당신은 그를 사랑하지 않게 될 거예요. 그리고 언젠가 나도 당신을 사랑하지 않게 되겠죠.”

베르나르가 부드럽게 덧붙였다.

“그리고 우리는 다시 고독해질 거예요. 그렇게 되겠죠. 그리고 한 해가 또 지나가겠죠.”

조제는 대답한다.

“나도 알아요.”

영화 속 조제가 나레이션한 『한 달 후, 일 년 후』의 한 구절이에요. 사랑하지 않게 될 결말을 알고 있음에도 지독하게 사랑하다니, 우리는 사랑은 몰라도 그 겉에 있는 것들은 너무 잘 알고 있는 것 같아요. 두 조제가 모두 알고 있던 사랑의 결말, 그래도 조제들은 계속해서 사랑을 해요.

그렇지만 모두의 결말은 고유하며 행복과 불행으로만 나뉠 순 없을 거예요. 오늘의 책과 함께 듣고 싶은 어떤 결말에 대한 노래랍니다.

윤지영 - 언젠가 너와 나 (feat.카더가든)

작사: 윤지영

작곡: 윤지영

장르: 인디

윤지영은 복잡한 마음을 담백하고 절절하게 표현해요. ‘언젠가 너와 나 중에 누굴 선택해야 한다면, 어떻게 할래?’라는 질문에 ‘나는 너를 고르고 멀리 떠날래.’라고 답하는 마음은 어떤 마음이었을까요? 모든 가사를 다 이해하진 못했지만, 오래 기억될 무얼 남겨 주고 싶다는 마음을 알 것도 같아요.

이 책은 온통 정의할 수 없는 어떤 사랑들이 펼쳐져요. 사랑의 화살표는 분명하게 누군가를 가리키며 복잡하게 얽혀 있어요. 그 방향은 일방적이기도 상호적이기도 해요. 꼬이고 꼬인 사슬 속에서 그들은 좌절하고 원망하고 도망치고 돌아오죠. 내 마음이 내 마음처럼 안 되는 인물들을 바라보며 “대체 사랑이 뭐길래?”라는 질문을 뱉을 수밖에 없게 되는데요.

우리는 모두 한 번쯤 그런 비정상적인 사랑의 효과를 본 적이 있을 거예요. 시간이 너무 느리거나 빠르게 흐르고, 세상이 너무나 아름다워지는 아침을 맞이하고, 심장의 소리가 소음처럼 들리고, 평소 같았으면 절대 하지 않았을 멍청한 짓을 자처하기도 하는.

소설 속 파리의 아홉 남녀 또한 사랑하는 사람을 미친듯이 기다리고, 찾아다니고, 덧없는 사랑을 알면서도 갈구해요. 사랑의 효과는 이렇게 분명히 우리를 향해 있지만 우리는 사랑을 정의할 수도,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알 수도 없죠.

그가 말했다.

“조제, 이건 말이 안 돼요. 우리 모두 무슨 짓을 한 거죠? ……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죠? 이 모든 것에 무슨 의미가 있죠?”

조제가 상냥하게 대답했다.

“그런 식으로 생각하면 안 돼요. 그러면 미쳐버리게 돼요.”

소설은 이렇게 끝이 나요. 하지만 자꾸 정의하고 싶고, 의미를 찾고 싶은 건 왜일까요?

아마 영영 우리는 추상적인 것들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에 놓일 거예요. 또 영영 그 답을 찾지 못할 거예요. 하지만 분명히 사랑에 대해 말하는 책을 곱씹으며, 또 구절을 곱씹으며, 우리는 그 답에 한 발자국씩 가까워질 수 있지 않을까요?

우리는 모두 사랑의 열정이 대도시의 한가운데에 만들어내는 이런 조그마한 구역들을 알고 있다.

모르는 게 너무 많아도 우리는, 모두 대도시의 조그마한 구역을 가지고 있음은 분명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