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민스 여러분, 안녕하세요! 뉴스민 뉴스레터 담당자 김보현 기자입니다. 

 어제죠. 일요일 오후 근대골목투어 2코스를 따라 산책을 했습니다. 가까이 살지만 제대로 걸어본 건 처음이었어요. 2코스가 가장 호응이 좋다는데, 그 이유를 알겠더라고요. 계산성당에서 시작해 서상돈 고택, 진골목, 염매시장에 이르는 길 중간 약전골목에 들렀어요. 일요일에도 출근한 약방 어르신들이 길가에 약재를 말려 구수한 냄새가 솔솔 났어요. 근처 백화점을 찾은 젊은 사람부터 약방 사장님과 수다 떠는 어르신까지 여러 세대를 아우르는 골목이었습니다. 

 오늘은 약전골목 한가운데 위치한 '에코한방웰빙체험관'에 대해 전해드리려 해요. 지난해 폐관한 이 공간에 중구청이 이인성 화백을 기리고 그의 작품을 체험하는 '이인성 아르스공간'을 짓겠다는 계획이거든요. 친일 논란부터 구성의 실효성까지 여러 쟁점이 있습니다. 중구청이 말하는 '근대골목투어 활성화' 효과를 가져올 수 있을지 여러분의 생각도 들려주세요. 자, 그럼 뉴스레터 시작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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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인성 화백, 그의 친일 논란에 대한 여러 해석
* 중구청이 이인성 공간 조성하는 까닭
* 근대골목투어 활성화 효과 있을까
  이번 주 ‘친절한 김 기자’가 PICK한 기사는 9월 5일자 기사 👉대구 중구 이인성 화백 공간 조성···예술계, “이쾌대·이상춘도 함께”입니다. 이인성에 대해 먼저 소개할게요.

  이인성은 1912년생 대구 출신의 화백입니다. 수창공립보통학교를 졸업했고, 지역유지와 대구 거류 일본인들의 협력으로 일본으로 넘어가 공부했습니다. 일본 도쿄에 있는 킹크레용 회사에서 일하면서 공부를 했다고 해요. 1929년 제8회 조선미술전람회(조선미전)에 처음 입선한 뒤, 1936년까지 수채화와 유화로 입선과 특선을 거듭했습니다. 

 조선미전은 일제시대 조선총독부가 주관하여 1922부터 1944년까지 총23회에 걸쳐 개최한 종합 미술전람회요. 당시 조선미술계에 공인된 최고 전람회였고, 이인성은 이 시기에 ‘가을 어느 날’, ‘경주의 산곡에서’ 등 유명한 작품을 남깁니다. 그의 작품은 ‘불투명 수채화의 극히 과감한 표현 처리와 특출한 기량 발휘는 근대 한국 미술사에서 특히 높이 평가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수채화의 본질적 묘미와 높은 차원의 표현성이 그로부터 처음 보인 것’(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이라는 평가를 받아요.

  대구 중구청이 이인성을 위한 공간을 마련하는 이유는요.

  중구청은 이인성 작품의 저작권, 유품을 기증받으면서 공간 조성을 기획했다는 입장인데요. 지난해 2월 중구청과 이인성 화백 유족 측이 체결한 ‘이인성 화백의 예술세계 계승 및 활용을 위한 업무협약’에 따르면 유족은 이 화백이 작고한 뒤 73년 동안 보관해 온 유품 780점과 관련 연구자료를 중구청에 기증하고, 중구청은 그의 예술정신을 기리는 공간을 폐관된 채 방치 중인 에코한방웰빙체험관 건물에 조성하기로 했어요. 

 지난해 연임에 성공한 류규하 구청장은 이인성 화백의 전시체험공간 조성사업 예산 35억 원을 지난해 12월 의회에 제출했어요. 하지만 중구의회는 이 예산 사업을 전액 삭감했습니다. 당시 의원들은 ▲이인성에 대한 인지도가 낮다는 점 ▲시대에 맞지 않는 미디어아트로 예산안이 구성된 점 ▲공간이 협소해 연구기관마저 실현 가능성에 대한 자신감이 낮아 보인 점 등을 반대 이유로 들었습니다. 

 의회와 지역 문화예술계 안팎에선 현재 재건이 논의 중인 중구 복내동의 이인성 고택 인근에 기념관을 새로 짓는 방안, 이인성 외에 다른 대구 예술인을 함께 조명하는 공간으로 기획을 변경하는 방안 등이 제시됐지만 중구청은 “원안대로 추경에 다시 올릴 것”이란 입장을 고수했어요. 그리고 올해 6월 27일 중구의회는 ‘이인성 아르스 공간 조성사업’ 예산안 27억 원(특별교부금 15억, 구비 12억)을 통과시켰습니다. ‘아르스’는 이인성이 1938년 7월 대구에서 개점한 다방의 이름입니다.
▲이인성의 작품 〈가을 어느 날〉. 삼성미술관 리움이 소장하고 있어요 1934년 제13회 조선미전 특선작으로 우리나라의 시골의 풍경을 감상적으로 그린 향토적 작품입니다. 이 작품에 대해서는 일제강점기 관전 심사위원의 취향을 고려한 작품이라는 평가와 민족정서를 잘 표현한 작품이라는 평가가 엇갈립니다. (출처=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단순히 인지도가 낮다는 이유로 반대 목소리가 나오는 건 아니에요.
 
 ‘이인성 아르스 공간’ 조성에는 여러 쟁점이 있는데요. 그중 하나가 바로 인물의 친일 행적 논란입니다. 이인성이 참여했던 조선미전는 한국의 화풍을 일본에 동화시키고자 일본이 설립한 건데요. 1930년대 중후반을 지나면서는 향토색 짙은 작품 제작을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이인성을 이야기하면 빼놓을 수 없는 키워드가 바로 이 ‘향토색’입니다. 일제 식민치하 일본에 의해 줄곧 요구되었던 향토색이란 개념은 조선을 개화되지 못하고 비문명화된 곳으로 인식하게 함으로써 자신들은 발전되고 우월하다는 일본의 정체성을 확인하는 수단으로 이용됐어요. 이인성 작품에 공통으로 드러나는 조선의 향토성이 일제 식민체제에 순응했다는 증거라는 해석이 많습니다. 

 논문과 기사를 통해 학계의 평가를 찾아봤어요. 이인범 상명대 조형예술학과 교수는 “이인성은 관전과 같은 일제의 제도적 인프라를 통해 성공했다”며 “그에 대한 평가가 일제의 이데올로기와 별개로 이뤄지기는 어렵다”고 말했어요.

 이정아의 성신여대 미술사학과 석사 논문 ‘이인성 회화의 향토색 고찰’에도 “그에게 있어 향토색이란 조선식 양화의 세계를 표현하는 모티브였을 뿐 한민족에 대한 애착이나 조국의 정체성을 살리는 길과는 어느 정도 거리가 있다고 보인다”라는 평가가 나와요.

  친일인명사전에 수록된 건 아니에요
.

  이인성이 그림을 배우며 입상하던 1930년대에 그림을 그리자면 조선미전에 참여할 수밖에 없었다는 관점도 있어요. 대놓고 친일 선전물 같은 그림을 그려서 친일인명사전에 수록된 화가들과 달리 봐야 한다는 거죠. ‘이인성이 그린 당시의 풍토적인 모습이 꼭 친일로 보기에는 어렵다’는 측면 때문에 친일인명사전에 수록되진 않았습니다.


  여러 논란이 있지만 중구청은
이인성 아르스 공간 조성사업을 그대로 추진하겠다는 계획입니다.


 하지만 지역 문화예술계와 의회 안에선 원안을 변경해 다른 동시대 지역 미술가를 함께 조명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와요. 지난 5일 대구 문화예술계가 반대 성명을 내면서 일제 식민체제에 순응한 이인성만을 조명하기보다 이쾌대, 이상춘 등 동시대 지역 미술가를 함께 조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는데요.

 

 이들은 “이인성(1912년생)과 비슷한 연배의 이쾌대(1913년생)와 이상춘(1910년생)은 대구 출신으로 한국미술사에서 높이 평가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역에서는 상대적으로 외면당했다”며 “역사적, 사회적 관점에서 민족주의 미술을 지향한 ‘리얼리스트’ 이쾌대와 예술을 통해 민족해방과 계급해방 활동을 했던 ‘아방가르디스트’ 이상춘의 예술정신은 일제 식민체제에 순응한 이인성의 미술보다 높게 평가받아야 마땅하다. 시비와 구비를 들여 식민주의 미술가를 더 기록하고 기념하는 작업을 계속 해야 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쾌대 화가는 월북한 민족주의 성향의 화가, 이상춘 화가는 일제에 맞선 항일 예술가예요. 공공기관에서 최소한 이들에게 비슷한 비중을 두고 균형 있게 지원하여 시민에게 다양한 근대미술을 경험하고 평가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의무가 있다는 의견이 나오는데요. 이에 대해 중구청 관광과 측은 “이인성 유가족 측에서 유품을 기증하기로 하면서 추진된 사업이라 다른 예술가를 함께 조명하기는 어렵다. 이인성의 친일 논란에 대해서도 여러 의견이 있는 걸로 안다”고 설명했습니다.

 

 ‘단순히 이인성 화백의 작품을 기증받았기 때문에 이인성을 조명하는 공간을 짓는다’는 논리만으로 부족하다고 봐요. 중구청의 기획 의도대로 근대골목투어에 새로운 활력을 불러오기 위해선 충분한 고민과 의견 수렴 과정을 거치는 게 먼저 아닐까요? 


 취재를 하며 가장 아쉬웠던 건 공간 기획 과정에 인근 상인, 시민들의 의견 수렴이 충분히 되지 않았다는 점이에요. 중구청은 의회의 반대로 시기가 밀린 만큼 '더 이상 다른 의견은 받지 않겠다'는 폐쇄적인 입장을 취했습니다. 미디어아트, 몰입형 실감 공연 같은 화려한 수식도 중요하지만 그 안에 어떤 철학을 담을 것인가 고민할 필요가 있어 보여요.

▲대구 중구에 위치한 에코한방웰빙체험관. 이 자리에 중구청은 27억 원을 들여 내년 말까지 ‘이인성 아르스 공간’을 조성할 계획이다. (사진=중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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