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리얼돌이 불편할까?

삐삐(beepbeep)토크 #2. 
리얼돌, 강간과 성기구 사이💬
기본소득당 젠더정치특별위원회는 상위기구인 당내 여성주의 의제조직 '베이직페미'의 출범을 앞두고, 한 달에 한 번씩 페미니즘에 관한 여러 주제로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줌 토크를 열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함께 나눈 대화 내용을 정리해 이번부터 베이직페미레터로 발행합니다. '선 넘는, 과도한 페미니즘'이라는 비난은 오래됐지만, 진짜 선 넘고 있는 건 페미니즘이 아니잖아요. '리얼돌, 강간과 성기구 사이'가 주제였던 이번 달 삐삐토크 이제 시작합니다!
👻리얼돌을 처음 접했을 때를 기억하시나요?
리얼돌이 한국 사회에서 이슈가 된 것은 한 성인용품점에서 전신 리얼돌을 압수한 인천세관에 행정소송을 제기했던 2017년부터였습니다. 그러나 2000년대부터 리얼돌 '체험방'으로 불리는 유사 성행위 업소는 이미 한국사회에 존재하고 있었어요. 뿐만 아니라 리얼돌은 여러 영화나 드라마, TV 프로그램에 종종 사용되는 소재이기도 했습니다. 대표적으로 <내겐 너무 사랑스러운 그녀>라는 영화에서는 주인공의 여자친구로 리얼돌이 등장하기도 하지요. 만화 <공각기동대>에서도 고위공직자들이 인형을 만들어서 파티를 하는 모습이 나왔습니다. 한국 영화 <페스티발>에서 배우 류승범은 리얼돌을 이상형으로 삼는 등장인물로 나오기도 합니다.

특이한 것은 생각보다 많은 작품에서 리얼돌과 인간의 사랑을 다루고 있거나, 리얼돌을 단순히 특이한 성적 취향을 가진 인물을 드러내기 위해 사용하고 있는 점이었습니다. 영화 <내겐 너무 사랑스러운 그녀>는 의도적으로 리얼돌과 관련한 섹슈얼한 코드를 소거하면서 리얼돌과 정서적 교감을 나누는 주인공의 모습을 묘사했고, <페스티발>에서는 류승범의 특이한 성적 취향을 드러내기 위해 리얼돌을 사용하였죠. 이러한 작품을 보며 관객은 리얼돌이 가지고 있는 문제보다는, 리얼돌을 친숙하게 느끼거나 단지 조금 특이한 사람들이 향유하는 문화로서 사고하게 됩니다. 심지어 <내겐 너무 사랑스러운 그녀>에 나온 리얼돌이 지금 한국 사회를 뜨겁게 만들고 있는 리얼돌 '체험방' 속 리얼돌과 같은 것이라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리얼돌의 낭만화, 마냥 좋게 볼 수 있는 것일까요?

🤔그렇다면, 리얼돌이 왜 문제라고 생각하나요?
리얼돌 '체험방'은 있는데 바이브레이터 '체험방' 혹은 오나홀 '체험방'은 왜 존재하지 않는 걸까요? 리얼돌을 사용하는 사람들은 무엇을 충족하고 싶어서 리얼돌을 사용하는 것일까요? 리얼돌은 무게도 무겁고 크기도 크기 때문에 성적 만족감 충족이라는 측면이 타 성기구보다 떨어지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분명 누군가는 자위행위를 하거나 성기구를 사용하는 대신 리얼돌 '체험방'을 방문하고 있습니다. 결국, 리얼돌의 본질 중 빼놓을 수 없는 지점은 리얼돌이 인간 여성을 모방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것이 왜 문제일까요? 혹자는 리얼돌이 인간 여성과 비슷하기에 정서적 만족감 때문에 사용한다고 밝혔습니다. 이미 리얼돌 사용자들에게 정서적 만족감은 섹스와 불가분의 관계에 놓이게 된 것입니다. 여성성 자체와 정서적 만족감이 성적 도구화되는 순간, 실제 실존하는 인간 여성에게 가해질 해악도 분명히 존재하게 될 것입니다. 리얼돌이 재현하는 여성은 실제 숨쉬고 행위하고 거부하는 여성이 아닌 수동적이고, 남성의 성적 판타지를 충족할 수 있는 여성의 특정한 몸이기도 합니다. 리얼돌이 재현하는 여성성도 마찬가지이며, 이는 실제 여성의 몸과 여성의 존재에 대한 인식에도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리얼돌 '체험방'이 한국에서 급속도로 많이 증가한 것은 2004년입니다. 성매매 특별법이 제정된 후 리얼돌을 사용한 업소가 우후죽순 한국에도 생기게 된 것이지요. 이러한 업소들에서는 몽둥이나 회초리 등을 구비한 채 손님들이 리얼돌을 마구 때리고, 가학적인 행위를 할 수 있다는 점을 크게 홍보했었습니다. 실제 40% 이상의 손님들이 리얼돌에게 가학적인 행위를 가했다는 조사 결과도 있었습니다. 해외에서는 이미 강간 상황을 상정해놓은 플레이가 가능하도록 인공지능이 탑재된 리얼돌도 판매되고 있습니다. 이 모든 행위는 리얼돌이 여성과 비슷한 형상을 띄고 있기 때문에 큰 인기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리얼돌, 어디까지 금지할 수 있을까?
21대 국회에도 리얼돌을 규제하는 법안이 여럿 발의되었어요. 아동형 리얼돌을 규제하는 법안에서부터 특정 인물을 커스터마이징한 리얼돌을 규제하는 법안, 학교 근처 리얼돌 '체험방'을 규제하는 법안이 모두 발의 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국내와 해외 모두 리얼돌을 전면 규제하는 법안은 발의되어 있지 않습니다.

21대 국회에서 발의된 법안들에도 한계는 있습니다. 먼저, 특정 인물을 커스터마이징한 리얼돌을 규제하는 법안에는 특정 인물이 만약 이를 허용했을 때 규제의 대상이 되지 않습니다. 만약 이 법안이 통과된다면 가난한 여성이 돈을 벌기 위해 리얼돌 제작에 자신의 얼굴과 음성, 신체 모양을 사용하게 허가하는 경우도 생길 수 있을 것입니다. 아동형 리얼돌 규제 법안도 한계가 있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리얼돌은 성기의 모습이나 가슴의 모습 등을 다양하게 커스터마이징 할 수 있습니다. 만약 어떠한 리얼돌의 얼굴이 아동의 형상이라고 해도 가슴과 성기의 모습이 성인 여성과 동일하다면 과연 법으로 이 리얼돌을 '아동형 리얼돌'이라 판별하고 규제할 수 있을까요? 반대로 얼굴은 성인 여성과 비슷하지만 가슴과 성기의 모습, 혹은 신장을 아동의 신체처럼 묘사한 리얼돌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아동형 리얼돌을 명확하게 판별하고 규제할 수 있는 법안은 아닌 것이지요.

단순히 '야해서', '음란해서'라는 말로 리얼돌을 규제하는 것은 오히려 여성의 신체 자체를 음란한 것으로 치환할 수 있는 문제가 생기기도 합니다. 우리가 리얼돌에 반대하는 이유가 리얼돌이 야해서가 아니라 문제가 있어서라면 법과 제도도 리얼돌이 무엇이 문제인지 명확하게 설정된 이후 바뀌어야할 것입니다. 그것을 시작으로 리얼돌을 통해 돈을 버는 상업적 행위를 법적으로 규제하는 방안도 고민되어야 합니다. 리얼돌을 판매하거나 대여하는 행위, 수입 혹은 수출하는 행위 등을 규제하는 것부터 시작해볼 수 있지 않을까요?

*위 글은 7월 1일에 진행된 삐삐토크 2편 <리얼돌, 강간과 성기구 사이>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삐삐토크는 누구나 참여하실 수 있습니다.

삐삐(beepbeep)토크 #3. 
살고 싶은 사람과 사는 법
초대장📬
👭당신은 살고 싶은 사람과 살고 있나요?
2013년 10월, 62세 한 여성이 투신자살하는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그 여성은 동창인 또 다른 여성과 40년 동안 사실 혼 관계로 살아온 사람이자, 상대방이 말기암 판정을 받았을 때 병 간호를 전담했던 여성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동성 결혼을 인정하지 않는 정부로 인해 그 여성은 파트너에 대한 어떠한 권리도 인정받지 못했습니다.

파트너의 임종이 다가오자, 단 한 번도 연락하지 않은 파트너의 친척들이 그를 집에서 내쫓고 파트너의 임종 사실조차 알려주지 않았습니다. 그는 생전 그의 파트너의 가장 가까운 관계의 사람이었음에도 파트너와 함께 살던 집에서 아무것도 가져오지 못한 채 처지를 비관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어야 했습니다.

오로지 결혼을 한 사람에게만 주어지는 여러 권리들 때문에 지금도 수많은 사람들이 당연히 누려야할 것들을 누리지 못하고 살아갑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19대 국회에서는 다양한 가족 형태를 인정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생활동반자법>이 논의되었으나, "동성혼을 조장한다"라는 말로 많은 비판을 받은 채 끝내 발의되지 못했습니다. 

💗생활동반자법은 정말 불가능할까?
베이직 페미에서는 동성혼과 비혼, 그외 사랑과 결혼으로 포괄할 수 없는 다양한 형태의 관계를 긍정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생활동반자법> 발의 시도 이후 7년이 지난 지금, 과연 '살고 싶은 사람과 사는 삶'이 불가능한지 의문을 남기고 싶습니다. 함께 가족에 대해, 돌봄에 대해, 그리고 살고 싶은 사람과 사는 삶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어보아요!
🎙토크 안내
      • 일시 20217월 29일 목요일 19~20(1시간)
      • 장소 온라인 줌(zoom) 회의실링크 별도 공지
      • 인원 토크 규칙에 동의하는 누구나 ,10 선착순 마감
      👩‍🎤진행자 & 기록자 소개
          • 진행자 서영(기본소득당 베이직페미 준비위원회 위원장, 010-7589-1530)
          • 기록자 민주 (기본소득당 젠더정치특별위원회 위원장, 010-5572-0922)

          오늘 베이직페미레터, 어떠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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