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플랫한 문화생활은 이성현 인턴기자가 여름 느낌을 담아 꾸렸습니다. 여름 언덕, 삼베 같은 것에서부터 여름만의 촉감이 그려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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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언덕에서 배운 것
플랫 입주자님들 안녕하세요. 인턴기자 이성현입니다. 어느덧 5월의 마지막 레터네요. 요즘 저는 점심에 정동길을 걷습니다. 땀이 송골송골 맺히는 걸 보니, 여름이 성큼 다가왔다는 의미겠죠?
저는 사계절 중 여름을 가장 좋아해요. 해변에서 느긋하게 책 읽는 걸 좋아하거든요. 더우면 바다에 뛰어들 수도 있고요. 시원한 빙수 먹기도 좋아한답니다. (모기와 꿉꿉함은 잠시 잊기로 해요💦)
그런데 안희연 시인의 여름은 달랐습니다. 그는 시집 <밤이라고 부르는 것들 속에는>에 이렇게 적었습니다.
‘여름’이라는 단어 속에는 얼마나 많은 적의가 감춰져 있는가.
그게 아니라면 풀과 나무들이 저토록 맹렬하게 자라날 수는 없다.
저에게 여름이 푸른색이었다면, 시인에게 여름은 짙은 초록색이었던 거죠. 여름은 풀과 나무가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버텨나가는 여정이에요. 시인은 시집에서 만만치 않은 시간 속에서도 끝내 ‘버티는’ 존재를 말합니다.
시집에는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이가 여러 번 등장해요. 화자는 슬픔을 보이는 것으로 만들려고 밀가루를 뒤집어쓰고 걷고, 비밀을 들키기 위해 버스에 노트를 두고 내리기도 하죠. 누군가 나의 아픔을 알아봐 줬으면 하는 마음이었을지 몰라요. 그럼에도 시인은 생명을 노래합니다. ‘손톱 밑에 박힌 유리 조각을 빼내고 싶지 않았다’는 문장에서 고통을 삶의 일부로 여기는, 단단한 태도를 봤어요.
시인의 세계를 엿보고 나니 저의 여름에도 조금의 초록빛이 덧대어진 기분이에요. 이런 게 시의 매력 아닐까요. 단어를 새롭게 바라보게 하는 힘이요. 올여름은 평년보다 덥다고 해요. 각자의 여름을 지날 입주자님들께 마음을 보냅니다. 이번 여름도 플랫과 함께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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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땀 한 땀 꿰어 낸 여성 노동자 기록
홍영인 작가 개인전 🧵‘다섯 극과 모놀로그’는 삼베에 새긴 여성 노동자의 이야기입니다. 총길이 20m의 삼베 태피스트리(직물 공예품)의 외벽에는 여성 노동자들의 이름과 업적이 자수로 놓여 있습니다. 기생 출신 독립운동가, 독립운동을 한 제주 해녀, 방직·섬유 공장 여성 노동자 등. 한국 여성 운동의 한 축을 이룬 이들의 기록이죠.
홍영인 작가는 “2000년대 중반, 동대문에서 바느질과 재봉틀 자수를 배웠다”며 “바느질을 배웠던 분이 연세가 많으셨는데, 그분의 삶을 들으며 ‘오랫동안 한국 경제에 기여했지만 사라지신 분들’을, 이들이 한국 근대화 속 여성 노동의 역사를 함축하고 있다는 사실을 생각했다”고 말했습니다. 이번 전시는 홍영인 작가가 2022년부터 자료를 수집해 연구한 결과물이라고 해요.
‘오랫동안 한국 경제에 기여했지만 사라지신 분들’이라는 말을 들으니 경향신문 젠더기획팀의 🧵‘우리가 명함이 없지 일을 안 했냐’ 기획이 떠올랐어요. 산업화 시기를 거쳐 지금까지, 수많은 여성이 일해왔지만 그들의 이름은 주목받지 못했습니다. 직물 공예로 풀어낸 ‘여성 노동자’의 이야기가 더욱 반갑게 느껴지네요. 이 전시는 7월20일까지 서울 종로구 아트선재센터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