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번째 만화다반사 (2023.06.28)

하루는 따갑게 더웠다가, 하루는 습기 가득 꿉꿉했다가··· 가만히 있어도 지치는 요즘입니다. 아무것도 하기 싫은 이런 날에도 우리는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 하루를 살아내고 있죠. 하지만 도통 내 마음처럼 일이 풀리지 않는 날도 많습니다. 어딘가 고장이 난 것처럼 하던 일들이 엉키고, 커피를 쏟기도 하고, 버스에 우산을 두고 내리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내 옆에 있는 친구, 가족, 동료 덕분에 완전히 망했다고 생각한 하루가 즐겁고 유쾌한 하루로 바뀌기도 합니다. 오늘은 고장난 나를 고쳐주는 좋은 사람들에게 반가운 연락을 남겨보는 건 어떨까요? (만화다반사에서 발견한 만화를 추천한다거나, 주말에 시원한 에어컨 아래서 재밌는 문학동네 만화를 보자거나···) 

20번째 만화다반사에선 이희주 소설가의 추천 애니메이션 영화 <프로메어>에 관한 짧은 에세이를 담았습니다. “영화 보고 무슨 이런 (엄청난) 생각을 하세요?” 싶은 작가님의 글… 이번달에도 즐거움이 가득한 만화다반사, 구독 추천과 공유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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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만화다반사_문학동네 만화편집부의 6월
📘『총몽 화성전기』 9권
오랜만의 총몽입니다. 야코레바와 정체 모를 괴물에게 인질로 잡혀간 요코와 유니에. 에리카와 코인은 두 사람을 구하기 위해 뒤를 쫓습니다. 코인에게 원한을 품은 적의 정체를 기억하며 과거를 회상하는 코인. 해묵은 악연을 마침내 끊어버릴 수 있을까요? 한편 유니에와 함께 잡혀간 요코는 갑자기 어떤 힘에 눈을 뜨고 그 힘이 요코를 어떻게 변화시킬지, 앞으로의 이야기가 더욱 기대되는 『총몽 화성전기』 9권이 출간됩니다.
📘『중쇄를 찍자!』 16권 
현지에서는 완결 소식이 들렸죠? 『중쇄를 찍자!』 16권이 출간됩니다. 쿠로사와는 연재작 「츠노히메사마」의 스핀오프 만화가 인기를 얻으면서 콜라보 기획 도서를 만들게 됩니다. 그리고 컨디션을 회복하며 세이브 원고를 준비하는 「피브전이」의 나카타가 복귀에 시동을 걸고 있습니다. 더불어 『바이브스』에 첫 작품을 연재하는 만화가까지! 이번에도 흥미로운 출판만화 이야기가 가득합니다.
🎬드라마 <남남> 7월 17일 첫방
“우리 엄마 이상하지 않니?” 금세기 최고 가족 일상 드라마 웹툰 <남남>이 오는 17일 첫 방송을 앞두고 있어요. 예고편부터 벌써 재밌습니다. 진희가 경찰인 것처럼 원작과 조금씩 다른 지점이 있지만 원작의 복닥복닥한 분위기는 그대로♥ 단행본 4권도 7월 출간 예정이니 책으로 복습 후 드라마를 시작해보시길 바랍니다. <남남>은 백년만화라구~ (백년 후에 읽어도 재밌는 만화라는 담당자의 주장이며 백년가게와는 아무런 연관이 없습니다)
📚『고우영 열국지 무삭제판』 출간 예정
『고우영 열국지』는 고우영 화백이 1981년부터 약 3여 년간 한 일간지에 연재했던 만화로, 중국 주나라 말기부터 춘추전국시대를 거쳐 진시황의 천하통일에 이르기까지의 역사와 인물들의 기록인 ‘열국지’를 저자 특유의 해학과 에로티시즘을 덧입혀 풀어낸 작품입니다. 82년에 처음 출간되었지만 당시 무분별한 검열로 상당수 훼손, 삭제되어 안타까움이 남았습니다. 이번에 선보이는 무삭제판은 80년대 연재 지면에 가장 가깝게 복원된 판본입니다. 40년이 넘도록 읽히는 우리 만화의 고전, 고우영 만화의 오리지널 재미를 만나보세요 !
🏅이 만화가 대단할지도?_소설가 이희주의 추천 애니메이션

일본 애니메이션 명가, 트리거가 만든 금세기 최고의 히어로 영화 <프로메어>.

영화 속 주인공 리오와 갈로가 구해준 지구에서 평화롭게 살아갈 수 있음에 오늘도 감사하며

어느 소설가의 성스러운 <프로메어> 간증글을 여기 이곳에 남겨둔다

※아래 글에는 영화 <프로메어>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어느 날, 세계각지에서 불꽃을 내뿜는 사람들이 등장한다. 이들은 ‘버니시’라고 불리며, 이들이 일으킨 재해는 생존인구의 절반을 불태운 유래 없는 대재앙이 된다. 그로부터 삼십 년 뒤, 버니시로 인해 부모를 잃은 고아 청년 ‘갈로 티모스’는 소방관이 되어 자치도시 ‘프로메폴리스’의 안전을 지키고 있다. 갈로는 염상 테러리스트 조직 ‘매드 버니시’의 수장 ‘리오 포티아’와 대결하게 되는데, 그에게 도시의 사정관이자 자신의 생명을 구해준 은인인 ‘크레이 포사이트’가 버니시로 인체실험을 자행한다는 충격적인 이야기를 듣는다. 진위를 따지기 위해 크레이를 찾아가는 갈로. 그는 그곳에서 더욱 충격적인 소식을 듣는다. 지구의 마그마가 대분화를 일으키기 직전이고, 크레이는 대절멸의 길에서 인류를 구하기 위해 성간이동함 파르나소스호에 단 만 명의 선별 인원만을 태운 채 지구를 떠날 예정이라는 것. 갈로와 리오는 지구의 마그마를 끄고 크레이를 저지하기 위해 로봇 ‘리오 데 갈론’에 올라탄다…

 

이런 긴 이야기를 통 하나에 빈틈없이 꽉꽉 채워 담는 도시락의 미학을 따르며 <프로메어>는 111분 동안 한숨도 쉬지 않고 (쉬긴 한다. 대략 16초 정도……) 앞으로 달려나간다. 나는 이것을 작년 연말에 보았는데, 갑옷을 입은 리오가 오토바이를 타고 등장하는 순간부터는 솔직히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그때뿐만 아니다. 영화를 보고 나면 뇌가 찌꺼기만 남은 기분이 든다. 매번 생각하는 것은 단 하나.  성소년은…… 실재한다……

 

아. 리오 포티아. 내 삶의 빛, 내 몸의 불꽃, 나의 죄, 나의 영혼(그러고 보니 Lio fotia는 Lolita의 애너그램같지 않은가?). 나는 나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도 리오가 살아 있음을 설득시키고 싶어서 <허구세계의 존재론>이라는 책을 샀다. (이 책은 90년대를 휩쓴 뇌파학습법을 이용하여 읽고 있다.) (머리맡에 두고 잔다는 뜻이다.) 누군가 존경하는 사람을 묻는다면 리오 포티아라고 대답하려고 마음먹었다. 상대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면 한때 버니시의 자유를 위해 싸웠던 사람이라고 해야지. 그런데 아무도 내게 그런 걸 묻지 않았고, 그렇게 반 년이 지났다. 그동안 줄곧 혼자 <프로메어>에 대해 생각했다. 지하철에서, 자기 전에, 걸으면서, 첫날 밤에 신랑이 돌아오지 않아 그 자리에서 먼지가 된 여자처럼, 줄곧…… 그러다가 김해인 편집자에게 작품 추천글을 써달라는 부탁을 받고 그동안 억누른 버니시의 불꽃이 폭주하여 약속된 200자를 넘기고 이렇게 길게 쓰게 되어버린 것이다. (👩‍💻H편집자(지나가던 버니시) : 죄송합니다. 200자를 누구 코에 붙이려 했던 건지…)

 

나는 만화를 좋아하지만 오타쿠는 아닌데, 대체로 원작이 끝난 이후 인물들이 어떻게 지낼지 상상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떤 작품은, 그게 의도든, 아니든 빈틈을 만들어 사람들을 상상하게 한다. 이건 절대신神인 작가가 국물도 남기지 않고 촘촘히 짜낸, 세간에서 말하는 명작이 가진 미덕만큼 훌륭한 미덕이다. <프로메어>는 그걸 가졌다. 거대 로봇이 지구를 주먹으로 패서 불을 끄는 애니메이션은, 어쩌면 생각을 하며 볼 게 아닌지도 모르지만 이상하게 자꾸 생각이 난다. 거대로봇 짱! 하고 웃어넘기기에는 석연찮은 구석이 많다. 다음을 상상하게 한다. 인물들 하나하나가 마음이 쓰인다.

 

최근엔 크레이에 대해 많이 생각한다. 크레이는 대학생 시절 버니시로 각성한 이후 줄곧 모든 것을 태우고 싶다는 욕망을 억누르며 살아왔다. 불꽃이 있는 한 버니시의 육체는 무한히 재생한다. 그런데 그는 정신력으로 버니시의 본능을 억제하며 팔 하나를 잃은 채 사는 것을 택한다. 크레이는, 미쳐버린 나머지 유일하게 제정신인 인물이다. (30년간 인류 절반이 죽었는데 어떻게 미치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 언어를 뺏고 펭구 세계관에 넣어도 ‘오우!’랑 ‘아아―’만으로 대화가 가능한 강인한 인간의 현신 갈로와 리오에 비해 크레이는 나약하다. 그래서 훌륭한 안타고니스트다. 완전연소 후 크레이의 인생은 어떻게 될까?

 

열두 살에 읽은 사랑의 경전 <그놈은 멋있었다>에 따르면 입술을 부비면-_-^ 책임을 져야 하기에, 영화 속에서 입을 맞춘 갈로와 리오는 행복할 것이다. 그러면 크레이는? 추방자가 될까, 정계에 다시 복귀할까? 은닉해둔 재산이 있을까? 아니면 휴거 이후의 환매채를 남겨둔 사기꾼과 달리 진실로 스스로를 믿은 실패한 구세주일까? 삼십대에 도시 최고의 지도자가 된 정치꾼을 걱정하는 건 부질없는 짓이지만 생각은 멈추지 않는다.

 

더불어 요즘 나의 붐은 작가들이 쓴 <프로메어>의 2차 창작물을 상상하는 일이다. 먼저 보고 싶은 건 퍼트리샤 하이스미스가 쓴 에리스 알데빗 이야기다. 냉정하고 무서운 형님 퍼트리샤 하이스미스가 여동생을 닮은 여자에게 끌리면서 그걸 눈치채지 못하는 사회성 제로 회피형 레즈비언 에리스의 기이한 하룻밤을 그려주면(마지막에 다이크 부치한테 붙잡혀서 양말만 신고 도망 나옴) 너무 웃기고 슬플 거 같다.

 

정지돈이 쓴 프로메폴리스 도시건설기-여행에세이도 보고 싶다. 그라면 불의 재앙을 두려워하며 화산 근처에 세워진 이 이상한 자치공화국에 대해, 르 코르뷔지에가 꿈꾸었을 법한 병적으로 정돈된 도시에 대해, 사람들이 너무 많이 죽어버려 건방진 학자이자, 야심 가득한 군인이자, 무엇보다 이삼십대의 풋내기들이 도시를 계획할 수 있었던 서울과 프로메폴리스를 빗대어 재미난 이야기를 해 줄 수 있을 거 같다.

 

마지막으로 보고 싶은 건 조갑제가 쓴 크레이 포사이트 평전이다. (마치 본 것처럼 선명하여 크레이 조갑제라고 검색도 해보았는데 아무 결과도 나오지 않아서 놀랐다.) 선별시민 조갑제는 성간이동함 파르나소스호에 승선하지만, 크레이의 폭주를 막기 위해 제작된 병기 ‘리오 데 갈로’과 ‘크레이 더 X’와의 싸움에서 우주선이 추락하며 허리디스크가 터져 와병생활을 시작했다. 병상에 누워 있는 동안 그는 크레이 포사이트의 암살 소식을 듣고 한때 우리 도시의 희망이었던 젊은 사정관에 대해 쓰……면 좋겠지만 조갑제가 <프로메어>를 볼 확률은 문재인 전 대통령이 내 소설을 읽을 확률이랑 비슷할 거 같다. (봐도 문제라는 거다.) 시작이 반이랬지. 그래서 딱 절반만 내가 쓰기로 했다.

 

‘두 발의 총상이 울렸다. 한때 도시의 랜드마크이던 사정관의 집무실을 닮은 연쇄형절대동결탄의 첫 탄환이 크레이 포사이트의 오른팔을 맞췄다. 두번째 탄환은 그의 심장에 명중했다. 34년간 품고 있던 자살원망願望이 이루어진 순간이었다. つづく…’

 

나머지 반은 CHAT GPT가 써줄 것이다. 혹은 이 글을 보고 버니시로 발현한 여러분들이 써주시거나. (제발요~)

소설가 이희주

2016년 장편소설 『환상통』으로 제5회 문학동네 대학소설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연작소설 『사랑의 세계』, 장편소설 『성소년』, 단편소설 『마유미』를 썼다.

📝일의 기쁨과 슬픔_편집자, 마케터의 업무일지
👩‍💻J 편집자 : 뉴스를 보니 다음주부터 장마가 시작된다고 하네요. 태풍이 휩쓸고 간 날로부터 시작되는 『불사신 선배』가 출간되기에 나이스 타이밍이다 싶습니다. (이렇게 엮는다고?) 태풍이 지나간 후 무언가 달라져버린 거리의 분위기에 불안함을 느낀 주인공은 듬직한 후배에게 같이 하교하자고 제안하나, 슬픈 예감은 역시 빗나가지도 않고 기상천외한 괴이들이 습격해옵니다. 하지만 2척 장신의 후배가 멋지게 주먹을 휘둘러 물리쳐냅니다. 무서워 죽겠으면서도 후배 앞에서 아닌 척 허세를 부리느라 애쓰는 선배에게 그만 감정이입을 해버렸던 저는, 이런 후배가 너무 탐이 나네요. (보고 있나…?)

🙆‍♀️B 편집자 : 지난 주말, 서울국제도서전 지킴이로 일하며 문학동네 부스를 찾아주신 독자분들을 만났습니다. (전지적 편집자 시점) 저는 저희 만화가 진열된 매대 옆을 지켰는데요, 샘플 도서를 읽어보시면서 관심 가져주시고 "이거 재밌어!"라고 지인에게 권해주신 독자분들을 보며 너무 뿌듯하고 감사했습니다~ 여러분의 뒷모습 제 눈에 모두 담았어요…(소듕) 만화책을 만드는 이유를 다시금 깨닫게 된 날이었습니다. 스릉흡느드♥

😎H 편집자 : 5월 마지막주부터 2주를 쉬고 돌아왔습니다. 휴가 내내 점심을 먹고 만화 도서관에 가서 몇시간씩 만화를 읽었는데 중학교 여름방학으로 돌아간 것 같단 생각이 문득 들었어요.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몇시간 내리 종이를 넘겨가며 만화책을 읽는 경험이 엄청나게 오랜만이었던 거죠… 특히 야자와 아이 작가가 한 컷 한 컷, 오밀조밀 채워넣은 그림과 손글씨들이 무척 감동스러웠습니다. (빽빽한 원고 밀도와 투머치한 캐릭터 디자인에 감동) 그리고 유시진 작가님의 『그린빌에서 만나요』를 다시 읽고 있습니다. 이 만화는 굉장히 시적이에요. 읽으면 읽을수록 참 좋아서 결국 종이책으로 구했답니다. 
『그린빌에서 만나요』  
『내 남자친구 이야기』
👼C편집자 : 다들 서울국제도서전에는 잘 다녀오셨나요? 만화편집부는 문학동네 부스에서 『그 길로 갈 바엔』 『장례식 케이크 전문점 연옥당』 『쉼터에 살았다』를 비롯한 여러 작품을 독자분들에게 소개드렸는데요. 난다 작가님의 『도토리 문화센터』2023 한국에서 가장 재미있는 책에 선정되었다는 소식까지 더해져 만화편집부로서는 한층 풍성한 시간이 되었습니다. 수줍어서 차마 말은 못 걸었지만, 독자분들이 만화에 대한 이런저런 애정을 표현해주시는 것을 들으며 무척 즐거웠답니다. 여담이지만 『빠졌어, 너에게』가 무슨 내용인지 여쭤보시는 독자분에게 횡설수설하다 “아무튼 개그만화예요”라고 설명드렸더니 “그림은 서정적인데 내용은 안 그렇네요”라고 평하신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재밌는 만화에 그렇지 못한 영업… 그럼에도 들고가주셨음에 ‘압도적 감사’를 표합니다.
[EVENT] 만화다반사 공유하고, 선물 받아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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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시태그 필수 #만화다반사#문학동네#뉴스레터#구독추천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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