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 긴 줄이 어디까지 늘어지는지, 끝은 보이지 않습니다. 이 브랜드의 신제품 발매일에는 매장 앞에 줄을 선 인파로 문전성시를 이루는 장관을 볼 수 있어요. 전 세계적으로 엄청난 인기를 누리고 있음에도 단 여섯 국가에만 공식 매장을 보유하고 있는 브랜드, ‘슈프림(Supreme)’이 오늘의 주인공입니다. 아쉽게도 한국에는 아직 들어오지 않았지만요.

“언제든 살 수 있는 기본 아이템으로 채운 브랜드가 아니었어요. 우리가 만드는 것들이 어느 정도는 흥분을 유발하길 원했어요.”

길가에 굴러다니는 벽돌이라도 이 슈프림(Supreme)의 로고가 붙으면 눈 깜짝할 사이에 품절됩니다. 품절될뿐더러 엄청난 리셀가가 붙죠. 소화기, 도자기, 교통카드, 음주측정기, 농구공, 야전 삽, 망치 등 뭐든요. ‘극소량 생산’되는 것이 비결입니다. 판매되는 수량이 손에 꼽히기 때문이에요. 사실 슈프림의 매력을 말하라면 입이 아플 지경입니다. 여러분들 중 일부는 슈프림이 그 정도로 매력 있나, 의아하실 수 있겠어요. 하지만 오늘 EGOZINE을 통해 슈프림의 진짜 이야기를 알게 되신다면, 강렬한 빨간 박스 로고가 그 어느 때보다 탐나 보이는 경험을 하게 될 겁니다.

1994년에 탄생한 미국 뉴욕 기반의 스케이트보드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슈프림(Supreme)’. 패션 브랜드로 시작했지만 티셔츠, 바지 등 의류뿐만 아니라 라이터, 식기류 등 다양한 제품을 만듭니다. 스케이트보드와 힙합, 그리고 거리의 불량 청소년 문화를 담은 반항 가득한 철학이 특징.

브랜드 슈프림의 시작은 1994년 미국으로 돌아갑니다. 당시 미국은 극심한 경제 불균형을 겪고 있었는데요. 극심한 빈부격차에 20대 젊은이들은 사회에 반항하는 힙합, 스케이트와 같은 문화에 물들여졌습니다. 이런 흐름을 읽고 그들의 욕망과 자유를 실현해 준 사람이 바로, 슈프림의 창시자 ‘제임스 제비아(James Jebbia)’였습니다. 한국에서는 ‘아버지’를 붙여 ‘슈버지’라고 장난스레 말하기도 하죠.

제임스 제비아는 1994년, 단돈 1만2000달러(1300만 원)를 들여 뉴욕 맨해튼에 스케이트보드숍을 오픈합니다. 이 숍이 바로 우리가 잘 아는 슈프림(Supreme)이에요. 슈프림의 매장은 스케이트 보더들의 아지트가 될 정도로 큰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그 이유는 매장을 오직 ‘스케이트 보더’들을 위한 최적 공간으로 설계했기 때문인데요. 보더들이 스케이트를 탄 채로 매장으로 들어올 수 있도록 시공하고, 중앙이 움푹 파인 스케이트 볼을 설치해서 매장 내에서도 보드를 타고 즐길 수 있게 하였습니다. 더 나아가 전반적인 인테리어를 화이트 톤으로 맞추고, 매장 BGM으로 강렬한 힙합을 틀었으며, 거리를 헤매던 젊은 문제아들을 직원으로 고용했죠. 매장이 아닌, 하나의 ‘아지트’였습니다. 

“제게 영향을 미친 건 가게를 드나드는 사람들이었어요. 스케이터들 말이에요. 그들은 ‘쿨’하게 입어요. 굳이 스케이트 브랜드를 걸치지 않아요. 폴로나 구찌 벨트, 챔피온을 입는다는 거죠. 그래서 우린 그저 우리가 좋아하는 제품을 만들었어요.”

슈프림이 추구하고자 했던 젊은 반항정신은, 런칭 이례에도 고집스레 이어졌는데요. 그 예로 주류문화에 대해 냉소적이고 공격적인 자세를 취하는 행보를 보였습니다. 가령 캘빈 클라인(Calvin Klein)의 속옷에 자기들의 로고 스티커를 붙인 그래픽 티셔츠를 판매하기도 했죠. 당연히 결과는 고소. 스케이트 보더들과 젊은 힙합퍼들은 그런 슈프림의 익살스러움에 열광했습니다. 빨간 박스 안에 흰 글씨로 적힌 ‘Supreme’ 로고는 글자 그대로 ‘최고’가 됐으며, ‘반항’의 아이콘으로 귀결되었죠.

프림은 멈추지 않았습니다. 하이엔드 브랜드에도 반항정신을 표출했어요. 결정적으로 2000년에는 루이비통(Louis Vuitton) 로고를 무단으로 사용한 스케이트보드를 판매한 사건이 있었죠. 슈프림은 또다시 고소를 당했고, 아이러니하게도 브랜드 인기도는 치솟았습니다. 대중은 슈프림의 발칙함에 더욱 매료되었어요. 브랜드의 정체성은 단순히 ‘저항정신’을 넘어 ‘반항’과 ‘재미’로 확장된 순간이었죠. 이러한 노력 덕분에 슈프림은 지금 비주류 문화와 상관없이 남녀노소 즐길 수 있는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성장하였습니다.

슈프림은 특정 레퍼런스를 기반으로, 밀리터리, 스포츠 웨어, 워크웨어, 빈티지 스타일 등 다양한 무드로 디자인하는 걸 즐깁니다. 과거의 유산을 비틀어 슈프림의 스타일로 다시 소환하는 거죠. 빈티지 아카이브를 파고들어 오리지널을 찾는 일은 슈프림의 취미이기 때문이에요. 발굴된 레퍼런스는 사람들이 잘 모르는 앨범의 커버일 수도 있고, 구하기 힘든 빈티지 밀리터리 파카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대개 어렵지 않게 찾아낼 수 있다는데요. 특히 1990년대 스케이트와 힙합 스타일에 익숙한 사람들이라면요. “그때가 패션, 음악, 미술의 황금기였다고 생각해요. 지금과는 또 달랐죠.”

슈프림의 그래픽 또한 결코 평범하지 않은 이유입니다. 언제는 한 번, 뉴욕 포스트에 슈프림 티셔츠를 입고 있는 금융 사기범의 사진이 올라왔는데요. 슈프림은 이 사진을 그대로 티셔츠에 프린팅하여 판매해 버렸습니다. 슈프림의 반항적인 정체성과 잘 맞아떨어진 전략이죠.

대중들은 이런 슈프림을 보고 영화 ‘키즈’의 현실 판이라고 일컬었습니다. ‘키즈(KIDS)’는 90년대 당시 상영되었던 영화였는데요. 10대들의 마약, 에이즈 문제를 담고 있던 것이 딱 슈프림스러웠기 때문이에요. 실제로 훗날 슈프림은 이 영화의 20주년을 맞아 2015 키즈 컬렉션을 선보이기도 했어요. 결만 맞다면, 모든게 그들의 영감의 원천인 거죠.

우리가 슈프림에 열광하는 이유에는 빈티지 아카이브, 반항정신이 담긴 디자인뿐만 아니라 다른 브랜드와의 끊임없는 콜라보레이션에 있습니다. 슈프림은 1996년 브랜드 ‘반스(Vans)’와 협업으로 탄생한 운동화를 시작으로, 나이키(Nike), 노스페이스(The Northface), 매거진 플레이보이(Playboy), 꼼데 가르송(COMME des GARCONS), 챔피온(Champion), 뉴욕포스트(New york post) 등 패션을 넘어 수많은 브랜드들과 합을 보였어요.

슈프림이 품고 있는 이미지는 패션계에서 가히 독보적이기 때문에, 콜라보레이션 결과물 또한 매번 상상을 넘어섰죠. 빠루, 바이크, 교통카드, 캐리어, 인센스 홀더, 공기 펌프 등. 슈프림의 독특한 콜라보는 어디까지 계속될지 궁금한 바입니다.

그러나 그중 단연 최고의 콜라보라 손꼽히는 ‘슈프림 X 루이비통’ 컬렉션. 세계 최대 명품 브랜드인 루이비통이, 이른바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 슈프림과 협업한 사건입니다. 루이비통의 이 2017 FW 컬렉션은 브랜드 역사상 가장 젊고 생동감 넘치는 컬렉션으로 기록됐는데요. 파격 그 자체였죠. 일각에서는 ‘슈프림이 침체된 루이비통을 살려놓았다’고 찬사를 내놓기도 할 정도였으니까요!

이쯤되면 어떤 브랜드인지 감을 잡으셨을 텐데요. 그렇다면 이 슈프림, 어떻게 하면 예쁘게 입을 수 있을까요? 슈프림을 사랑할 EGOZINE 구독자분들을 위해 EGOZINE에서 준비한, Y2K 무드 스타일링 팁과 신상 추천 아이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