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움 산업’의 소비자 : 함께, 외로운 사람들

‘외로움 산업’의 소비자 : 함께, 외로운 사람들

Alone together

저자 김스피

(Authors) Kim, Supi

출처 인스피아 저널, (72), 2023.2.1, 1-8 (8pages)

(Source) Journal of the Inspia

지난회차 https://page.stibee.com/archives/107426

(Arch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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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 외로움, 타인, 만남, 지하철, 위험

1.머리말
2.지하철 옆자리 사람에게 말 걸기
3.단, 규칙은 필요해
4.‘자기중심적 외로움’
5.맺음말

【1.머리말】

안녕하세요. 연구자님. 느릿하게 해찰하며 걷는 것을 좋아하는 김스피입니다.👤

저는 최근 ‘외로움 산업’1)에 대한 기사를 읽었습니다. 코로나로 외로운 사람이 늘면서 사람의 온기를 느낄 수 있게 해주는 서비스들이 크게 성장할 것이라는 내용이었습니다.

그 기사에는 집에서 낯선 사람들이 모여 단란하게 파티 음식을 나누고 있는 사진이 실려 있었습니다. 사진을 바라보며 그 사이에 끼어있는 저를 상상하니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fig.1> 지하철에 앉은 서로 무관심한 낯선 사람들. 우리에겐 일상적인 풍경입니다만, 문득 외계인의 눈으로 이 상황을 바라본다고 떠올려보면 뭔가 어리둥절해지는 풍경으로 보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합니다(왼쪽) 낯선 사람들끼리 소정의 돈을 내고 집에 모이는 홈파티 등의 서비스들도 생겨나고 있습니다. unsplash

그 기사를 관심있게 읽고 나서,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이어폰을 귀에 꽂고 지하철을 타고 집에 돌아가는 길이었습니다. 멍하니 앞을 바라보다가 문득 어떤 사실에 눈치를 챘습니다.

퇴근 시간 지하철에 가득한 직장인들은 그 사진 속 즐거운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낯선 사람들에 둘러싸여있습니다. 하지만, 사진과 달리 이쪽 낯선 사람들은 각자 지치고 지루해 죽겠는 표정으로 이어폰을 꽂은 채로 각자 핸드폰을 바라보고 있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MIT의 과학사회학자 셰리 터클은 ‘Alone Together(외로워지는 사람들)’라는 책에서 오늘날을 “다 같이 외로운 시대”라고 부릅니다.

지하철에 앉은 저는 생각했습니다. 왜 사람들은 엄청 많고 다 같이 엄청 외로운데 서로 말 걸지 않을까? 만약 옆집 숟가락 갯수까지 알고 지내던 옛날 사람이 이 광경(비좁은 상자에 수십명이 다닥다닥 서서 서로 필사적으로 눈길조차 마주치지 않는 상황)을 보면 어떻게 생각할까?

그리고 물음표는 이어집니다. 인류 역사상 가장 높은 도시 인구밀도를 자랑하는 이 시대에 왜 ‘고독부’(링크)가 생기고 ‘외로움 산업’이 호황일 정도로 사람들은 다 같이 외로울까? 우리는 ‘외로움 산업’의 소비자가 되는 것으로 이런 외로움을 극복할 수 있을까?

오늘 레터에서는 <낯선 사람에게 말을 걸면>(조 코헤인), <타인이라는 가능성>(윌 버킹엄), <외로움의 철학>(라르스 스벤젠) 등을 지팡이 삼아 외로움에 대해 해찰해보도록 하겠습니다.

1)외로움 산업(business of loneliness) : 서로 교류하고자하는 사람들의 욕망을 충족시켜주는 산업. 데이트앱이나 호스트 파티 서비스, 소모임 애플리케이션부터 적극적인 치료, 교류형 AI로봇, 상담 관리 등이 이에 속할 수 있습니다. 아직은 낯선 단어이지만, 외로운 사람들이 늘면서 점차 넓은 의미의 외로움 산업은 높은 속도로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이 있습니다.(링크1 링크2)

【2.지하철 옆자리 사람에게 말 걸기】

연구자님은 지하철이나 공공장소에서 모르는 사람에게 말을 걸어본 경험이 있으신가요?

“저기 핸드폰 떨어졌어요”나 “만능 때수건 세개에 삼천원”같은 ‘필요한 말’ 말고, “이야, 모자가 멋지네요” “어디 가세요?”같은 시시껄렁한 말이요. ‘나도 해봤는데’라고 생각하시는 분도 있을테고, 저런 상황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식은땀이 날 것 같은 분들도 계실텐데요. 여하튼 분명한 건, 저런 일이 여간해서는 잘 없는 일이라는 사실입니다.

미국 저널리스트 조 코헤인이 쓴 책 <낯선 사람에게 말을 걸면>은 읽는 내내 계속 “지하철 옆자리 사람에게 말 걸어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안절부절 못하게 되는 책이었습니다. (마침 이 책의 일부를 지하철에서 읽기도 했고요) 꼭 지하철 옆자리 사람 뿐 아니라, 무심코 들른 카페의 점원, 미술관의 보안요원 등과도 즐거운 수다를 떨 수 있죠.

하지만 심리학자 니컬러스 에플리는 현대인들이 “기차부터 택시, 비행기, 대합실까지 낯선 이들은 바로 옆에 앉아 있으면서도 서로를 완전히 무시하며 행복의 원천이 아니라 무슨 물건처럼 대한다”고 말합니다. 저자는 이런 현실에 구멍을 내보고 싶어합니다.

즉, 이 책은 이처럼 우리가 대체로 뚱한 표정으로 늘상 지나치는 사람들과 어떻게하면 다채로운 관계의 가능성을 열어젖힐 수 있을지에 대해 궁리한 책입니다.

<fig.2> 조 코헤인(왼쪽) <낯선 사람에게 말을 걸면>의 영어판 표지. 멀찍이 서로 떨어져 앉아있던 사람들이 당겨 앉아 대화를 나누는 뒷모습이 그려져있습니다. 조 코헤인 홈페이지, Amazon

우리는 왜 우리 주변 사람들을 물건처럼 대할까요? 두 가지 이유를 꼽을 수 있습니다. 위험성(“낯선 사람은 위험해!”), 낯선 사람에게 말을 걸면 안된다는 사회규범이죠.

하지만 저자는 이런 이유들이 잘못되었거나, 과도하게 부풀려져있다고 지적합니다.

우선 위험성에 대해 생각해보자면, 우리는 어릴 때부터 “낯선 사람 따라가지 말라”는 이야기를 듣고 자라왔는데요. 저자는 위험한 사람들이 있을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교류를 끊는 쪽이 더 위험하다고 강조합니다.

점점 사람들은 낯선 사람들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해 ‘높다란 성벽’을 쌓곤 합니다만, 평생 빗장공동체gated community를 연구해온 인류학자 세타 로Setha Low는 이런 예방조치가 범죄에 대한 두려움을 오히려 증가시킬 수 있다고 합니다. 강력하게 빗장을 걸수록 더욱 사회에서 고립되기 때문이죠.2)

이어 낯선 사람에게 섣불리 말을 걸면 안된다는 사회 규범이란, 쉽게 말해 “남들은 서로 말 안 거는데 나만 그러면 이상한 사람 취급 당할 것 같다”는 분위기입니다. 다른 사람들은 모두 ‘시민적 무관심’3)을 지키며 이어폰과 스마트폰으로 무장하고 있는데 말이죠.

하지만 사람들이 정말로 지하철에서 말을 거는 것을 싫어했을까요?

실제로 한 실험(링크)에 따르면 지나다니는 사람들, 통근 열차에서 누군가에게 말을 걸었을 때 평균 14분 이상 대화가 이어졌다고 합니다. 재밌는 것은 말을 걸기 전 사람들에게 “만약 당신이 지하철에서 누군가에게 말을 걸면 상대가 대화를 수락할까?”라고 했을 때 47% 미만이 긍정적인 대답을 했다는 사실입니다. 절반 이상의 사람들은 자기가 거절당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정작 거절한 사람은 거의 없었고 기쁘게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이 책에는 실제로 지하철 등의 공공장소에서 낯선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는 프로젝트를 진행해온 사람들이 많이 등장합니다. 처음엔 사람들은 쭈뼛거리며 경계합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수상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 이후엔 말을 폭포처럼 쏟아냈다고 하고요. 심지어 그 잠깐의 대화에 큰 위안을 받고 엉엉 울거나 연락처를 적어가는 사람도 많았다고 합니다.

평소 사람들이 얼마나 낯선 사람과의 교류에 목말랐는지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fig.3> '이야기 들어드립니다Free Listening'라는 팻말을 들고 낯선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프로젝트(왼쪽·소개영상) 뉴욕 지하철에서 '기다리는 동안 같이 수다 떨어요Date While You Wait' 프로젝트를 진행한 Thomas Knox. 사회적 거리두기'의 시대에 낯선 이들과 수다를 떤 다큐멘터리는 2021년 에미상을 수상했습니다.(링크)

낯선 사람과 대화하면 우리가 세계 안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느끼고, 주변 사람들에 대해 기분 좋게 느끼며, 주변 사람들이 우리에 대해 호감을 갖게 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이것이 낯선 사람과 대화해야 하는 중요한 이유(이다).

-조 코헤인, <낯선 사람에게 말을 걸면>(이하 동일)

낯선이와의 교류는 ‘행복’ 뿐 아니라 ‘놀라움’도 줍니다. 저자 역시 이 책에서 다양한 낯선 사람들에게 말 걸기를 시도하는데요. 그는 낯선 이들이 잔뜩 모인 회의장에서 서로 수다를 떨며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며 순전한 놀라움을 느껴본 적이 너무 오랜만’이라 깜짝놀라기도 합니다. 우리는 평소 대체로 익숙한 사람들만 만나기 때문이죠. 낯선이와의 대화는 우리에게 경이와 놀라움을 가져다줍니다.

저자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서 홀로 미술품을 바라보고 있던 한 남성에게 말을 거는데요. 과연 그가 말을 걸기 전, 이런 대답을 상상이나 할 수 있었을까요?

한 남성이 엘즈워스 켈리의 그림 <블루 패널II>을 보고 있었다. 이 그림은 짙은 파란색의 기하학 모양이다[...]“질문 하나 해도 될까요? 이 그림의 어디가 좋은 거예요?” 그가 살짝 당황해서 말했다. “색이요...그리고 내가 태어난 해인 1977년 작품이거든요.” 그는 에스파냐에서 온 관광객이고 어딜 가든 미술관을 찾아가 1977년 작품은 뭐든 사진으로 찍는다고 한다. 나 역시 1977년생이라고 하자 그의 얼굴이 환해졌다. 아주 작은 유사성의 힘이 작동했다. 그가 전화기에 저장해둔 1977년작 미술작품을 찍은 많은 사진을 보여주었다.

이 책의 부제는 “예의바른 무관심의 시대, 연결이 가져다주는 확실한 이점들”입니다. 당연히 저자는 낯선 사람에게 인사 한번 건네는 것이 모든 외로움 문제를 없앨 수 있는 해결책이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지하철에서 짧은 대화를 나눌 순 있지만, 당연히 그가 화를 낼 수도 있고 혹은 대화를 나눈다 해도 모든 사람과 ‘찐친’이 될 수도 없습니다.

다만 이 책을 덮으며 저는 생각했습니다. 이런 대화가 가끔 오간다면, 적어도 항상 우리가 해왔던대로 모든 ‘의도되지 않은 만남’의 문을 꽁꽁 닫고 지내는 것에 비해서는 조금 즐거워질 수 있지 않을까 하고요.

2)제인 제이콥스는 <미국 대도시의 삶과 죽음>에서 '외부자 출입금지' 때문에 인적이 드물어져 더 위험해진 고급 아파트 단지의 사례를 들고 있습니다. 관련 내용은 지난 회차 뉴스레터(💌노키즈존:죽은 도시에서 아이 키우기)를 참고해주세요.

3)사회학자 에밀 뒤르켐은 너무 많은 사람들을 진지하게 ‘인간’으로 대하다간 지나친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으니, 도시에선 사람들이 서로를 ‘숫자’로 바라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과잉 자극에 눈꺼풀을 닫는 식이라는 것이죠. 어빙 고프먼은 지하철이나 엘레베이터 등 비좁은 공간에서 서로 의도적으로 존재를 무시하고 하늘이나 땅바닥을 쳐다보는 것을 ‘시민적 무관심’이라고 부르기도 했습니다. 서로 말을 걸지 않고, ‘개인 공간personal space’를 지켜주는 것은 시민으로의 ‘에티켓’이라는 것입니다.(참고)

【3.단, 규칙은 필요해】

<낯선 사람에게 말을 걸면>을 읽고나면 가슴이 많이 두근거립니다.

하지만 일단 저는 아직까진 실제로 지하철에서 말을 거는 걸 시도해보진 못했습니다. 사람들이 기쁘게 받아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알아도, 다짜고짜 남에게 말을 거는 건 어색한 행동이긴 하니까요.

낯선 사람과의 만남은 우리에게 기쁨과 경이로움을 가져다주지만, 실제 말을 걸 땐 문화권이나 상대, 상황에 맞는 신중한 접근 방식을 취해야 합니다.

제가 위에서 쓰진 않았지만, 실제 <낯선 사람에게 말을 걸면>에는 ‘낯선 사람에게 말 거는 섬세한 팁’이 중간중간 등장하는데요. 눈치를 봐서 혼자 있고 싶어하는 기색이 역력한 사람이라면 말을 걸지 않고, 먼 발치부터 호의적인 미소를 보내고, 어떤 질문을 먼저 던져서 수상한 사람이 아니라는 걸 섬세하게 어필하는 방식 등입니다.

이런 고려 없이 무작정 고함을 지르며 낯선 사람에게 달려들면 거절을 당할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당연히 이쪽에서도, 상대방이 위험한 사람인지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죠. 마치 동물들이 처음 만났을 때 면밀하게 서로를 냄새맡으며 살피듯요.

<fig.4> 두 얼굴을 가진 '야누스' 신은 '문을 관장하는 신'이기도 합니다. 고대 로마에서 문턱(Limen)은 너무 중요한 장소라서 이를 관장하는 신을 만든 것이죠. 저자는 "문턱은 가능성과 위험이 들끓는 곳"이었다고 말합니다. (왼쪽) 동물들도 처음 만났을 땐 주의깊게 서로를 살핍니다. 이 신기한 애는 무엇일까? 나와 놀 수 있을까? 위험하진 않을까?라고 궁금해하면서요. 서로의 몸짓언어, 규약이 다를 수 있기 때문에 다른 집단의 존재끼리 만날 땐 섬세한 소통이 필요합니다.

인류학자 윌 버킹엄이 쓴 책 <타인이라는 가능성>은 타인과 관계를 맺는 과정에서의 조심스러운 ‘약속’ 쪽에 초점을 맞춘 책입니다.

먼 옛날부터 인류는 ‘낯선 사람’을 어떻게 맞아들일지에 대해 자세한 규칙을 만들어왔습니다. ‘과연 저 사람을 믿을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상세한 의례를 통해 확인한 것이죠.

예를 들어 옛날 몽골 초원지대에선 손님이 찻잎을 씹는 법, 침대에서 손님이 노래를 부르면 안된다(!)는 규칙까지 있었다고 합니다. 이런 까다로운 의례에 대해 험프리는 “의심을 가라앉히는 기술”이라고 말합니다.

‘이렇게까지 손님맞이가 번거롭다면 그냥 서로 빗장을 걸어잠그고 만나지 않으면 되는 것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저자는 인간은 그렇게 살아갈 수 없다고 말합니다. 우리는 언제든 주인이었다가도 손님이 될 수 있고, 도움을 주었다가도 훗날 곤란을 겪을 수 있는 위태로운 존재이기 때문이죠.

신뢰가 필요한 이유는 “모든 것이 예측가능하거나 보장되기 때문이 아니라, 우리가 보장 없이 삶을 살아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언제 어떻게 타인을 신뢰해야하는지 파악하는 것은 까다로운 기술이다. 그러나 신뢰를 거부하고 모든 가능한 관계를 거부하면 취약함 속에 홀로 남게 된다. 그러니 아무런 보장 없이 몸을 덜덜 떨며 투명 다리 위로 한 발짝을 내디딘다. 일이 잘 풀리면 심연으로 추락하는 대신 전보다 조금 더 안전한 세상에 도착한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윌 버킹엄, <타인이라는 가능성>(이하 동일)

저자는 낯선 도시로 훌쩍 떠나 오래 머무르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인데요. 10대 시절 파키스탄에 머무를 때 넘치는 도움을 받았습니다. 저자가 호텔에서 고열에 시달리며 이틀간 바깥에 나오지 못하자, 몇번 들렀던 허름한 식당의 주인이 직접 의사에게 데려다주고 약까지 지어주었습니다. 처음 보는 사람들도 먹을 것을 나누어주었습니다.

이런 체험들이 그의 신념을 완전히 바꾸어놓았다고 합니다.

파키스탄에서 돌아온 나는 떠나기 전과는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다. 전보다 사람들을 더 잘 믿게 되었고 덜 외로워졌다. 내가 타인에게 신세를 지고 있음을 더욱 잘 알게 되었고, 그러한 깨달음에 더 편안해졌다. 그리고 낯선 사람과 그들에게 있을지 모를 가능성에 더욱 마음을 터놓을 수 있게 되었다.

당연히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내게 친절할리는 없습니다. 실제로 저자는 주변 사람에게 친절하게 굴지만 미얀마에서 머무를 때 괴상한 음식 세례를 받기도 하고, 일부 이웃은 끝까지 외국인인 저자에 대한 경계심을 풀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이 책을 읽어가다보면 이렇게 생각하게 됩니다. 만약 저자가 그런 ‘작은 악의’에 지레 겁을 먹고서 빗장을 꽁꽁 걸어잠근 채 누구와도 사귀지 않았다면, 과연 그 수백배는 넘는 커다란 환대와 도움, 소속감, 즐거움을 즐길 수 있었을까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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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문턱에서 낯선 사람을 만날 때는 위험도 보상도 크다. 상황이 좋게 흘러가리라는 보장은 없다[…]선물을 교환하고, 상대방의 음악에 귀기울이고, 장난을 통해 경계를 쿡쿡 찌르고 간지럽힘으로써 우리는 연결되기 시작하고, 빈틈없던 야누스는 경계를 푼다. 야누스는 곤봉을 내려놓고 미래로 향하는 잠긴 문을 열기 시작한다.”-윌 버킹엄, <타인이라는 가능성>

【4.‘자기중심적 외로움’】

우리는 낯선 사람에게 말을 걸고, 행복해질 수 있습니다.

다만 낯선 사람과의 교류는 위의 책(<타인이라는 가능성>)에서도 알 수 있듯, 꽤나 섬세한 눈치와 협상 스킬이 필요한 문제죠. 거절당할 위험 등도 스스로 감수해야 하고요.

철학자 라르스 스벤젠의 책 <외로움의 철학>은 이러한 도전에 따르는 ‘책임감’을 강조하는 책입니다. 이 책의 메시지를 간추리자면, “외로움을 극복하기 위해선 관계에 따르는 위험, 부담을 받아들일 각오가 되어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외로움에도 다양한 종류가 존재합니다만, 여기서 스벤젠이 주목하는 종류의 외로움은 ‘자기중심적 외로움’입니다. 타인을 나와 사귈 수 있는 동등한 존재로 보지 않고, 단지 자신의 외로움을 달래줄 ‘도구’로만 보는 것이죠.

저자는 외로운 현대인의 상당수가 이런 자기중심적 외로움에 시달리고 있다고 합니다.

외로운 이들은 자기들이 피해자라고, 자기들의 인정 욕구를 타인들이 무시하기 때문에 고통을 받는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실상은 외로운 이가 먼저 타인의 역할을 그러한 확신을 제공하는 역할로 축소한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그 사람이 남들에게 관심이 없는 것이고, 바로 그 이유 때문에 그 사람은 외로운 것이다[...]외로움은 고통스러울망정 안전한 선택지가 되는 것이다[…]외로운 이들은 타인을 좀체 긍정적 관계의 잠재대상으로 보지 않기 때문에 타인과 애착을 형성할 수 있을 법하지 않은 전략을 택하곤 한다.

-라르스 스벤젠, <외로움의 철학>(이하 동일)

스벤젠은 이처럼 타인의 삶에 진심으로 관심을 기울일 마음도, 책임감도 없는 상황에서 타인과의 교류를 돈을 주고 사려는 것이 현대인의 모습이라고 말합니다.

거절당하지 않고 내게 편한 관계만을 유지하려는 ‘사회적 완벽주의’ 안에서 사람들은 철저한 외로움과 돈을 주고 산 교류 사이를 오갑니다.

낯선 사람과의 만남, 그리고 교류는 ‘무엇이 들었는지 모를 상자’ 같습니다. 상자를 열었을 때 과자(기쁨)가 나올 수도 있고, 텅 비어있거나 위험한 물건이 있을 수도 있죠. 일단 침을 꿀꺽 삼키고 상자를 열어 봐야 알 수 있습니다.

저는 이 대목에서 곰곰 생각했습니다. ‘어쩌면 ’외로움 산업‘의 소비자가 된다는 것은, 항상 과자가 들어있는 쪽의 상자를 돈을 주고 사는 것이 아닐까?’라고요.

지하철 옆자리 사람에게 말을 걸거나, 낯선 사람의 집에 초대를 받았을 때는 계속 거절당하거나 모욕, 습격당할 가능성에 신경을 곤두세워야 합니다. 받아들여지기 위해선 나름의 눈치, 예의도 갖춰야 하죠. 하지만 외로움 산업의 소비자가 되면 나는 내가 편한 시간에, 나와 말할 의사가 있는, 비슷한 수준의 ‘안전한’ 사람들과 시간을 ‘깔끔’하게 보낼 수 있습니다. 같이 있기 싫거나 위험의 여지가 조금이라도 있는 사람들은 손쉽게 ‘차단’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관계에서 우리는 큰 놀라움과 행복을 얻을 수 있을까요?

<fig.5> 자신과의 사랑에 빠진 나르시시스트를 그린 오귀스트 툴무슈의 그림 ‘허영’ (1889) 많은 연구자들은 SNS가 나르시시즘을 높이고 타인과의 소통을 축소하는 효과를 가져왔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왼쪽) 외로운 사람의 말벗이 되어주는 가상 연인 캐릭터(아즈마 히카리)와 퇴근길에 소통하고 있는 남성의 모습(링크) / 파리 장식미술도서관, 유튜브 화면 갈무리

저자는 마지막 챕터인 ‘외로움과 책임감’에서 누구도 “외롭지 않아야 할 권리가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합니다.

여러분이 외롭다고 해서 여러분이 타인들에게 외로움의 치유를 기대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외로움을 전혀 모르고 살 권리는 그 누구에게도 없다. 그 누구에게도 무조건 행복할 권리가 있는 것은 아닌 것처럼. 내가 경험하는 나와 타인들이 경험하는 나 사이에는 언제나 간극이 있을 것이요, 나는 이 차이를 인식한다[...]아무도 여러분의 외로움 속에 억지로 파고들어와 외로움을 사라지게 할 수 없다. 하지만 여러분이 자신의 외로움 속으로 누군가를 들여놓을 수는 있으며, 그 시점에서 외로움은 사라지고 공동체가 남는다.

외롭지 않을 ‘권리’가 없다는 것은, 외롭지 않기 위해서는 스스로의 각오가 필요하다는 뜻일 겁니다.

관계가 내가 일방적으로 받을 수 있는 ‘과자 선물’같은 것이 아닌, 둘의 문제라고 할 때 각오를 갖고 상대를 동등한 존재로 대해야겠죠. 그렇지 않다면 외로움도 사라질 수 없을 것입니다.

문제는 우리가 지금처럼 낯선 사람과의 교류를 계속 회피하게 될 경우, 이처럼 타인과의 ‘만남, 교류 스킬’ 자체를 단련하는 것이 불가능해진다는 점입니다.

이는 단순히 개인의 외로움 문제에서 그치는 것은 아닙니다.(링크) 지그문트 바우만은 현대인들의 관계에 대해 쓴 책 <리퀴드 러브>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단일한 환경 속에 - 아무렇게나, 있는 그대로 즉 오해라는 위험을 초래할 필요 없이 그리고 안전하게 구분되는 의미의 세계들 사이를 번역하느라 귀찮게 애쓸 필요없이 ‘사귈 수’ 있는, ‘우리와 같은’ 다른 사람들과 무리를 이루어 - 오래 머물러 있을수록 공유하는 의미와 함께 살아가는 방식modus covivendi을 협상하는 기술을 그만큼 더 ‘배우지 않게delearn’되는 것 같다. 차이를 갖고 살아가는 데 필요한 기술을 습득하는 것을 잊어버리거나 무시해왔기 때문에, 사람들이 낯선 사람들을 대면하는 것에 대해 점점 더 큰 두려움을 갖게 되는 것은 그리 놀랄 일이 아니다.” -지그문트 바우만, <리퀴드 러브>

【5.맺음말】

예전에 어떤 책에서 이런 대목을 읽고 놀랐던 기억이 있습니다.

레스토랑, 외식의 개념이 일반화되기 이전인 수백년 전엔 ‘혼밥’이라는 개념이 따로 존재하지 않았다는 것이었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당연히 혼자 와서 밥이든 술이든 먹었기 때문에 ‘혼밥’이라는 게 있을 수 없었다는 거죠. 걸어서 며칠은 걸릴만큼 멀리 사는 가족이나 친구와 ‘고작 밥 먹자는 약속’을 잡을 수도 없었고, 폰으로 연락할 수도 없었으니까요.

당시 사람들은 당연히 ‘혼자’ 와서 그 펍에서 동네 사람들과, 나그네, 주인과 함께 어울리며 밥을 먹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후 연락 수단이 다양해지고 외식의 개념이 널리 퍼지면서 식당에선 ‘의도된 관계’끼리만 말을 하고 밥을 먹게 되었죠. 마치 그 테이블 근처에만 동그란 유리막이 씌워져있는 것처럼요.

미국 26대 대통령인 시어도어 루즈벨트(1858~1919)는 매일 모턴홀을 찾아가 “맥주를 마시고 담배를 피우는 노동계급 아일랜드인 및 독일인 이민자들, 말하자면 푸주한, 목수, 마부들”과 함께 긴장을 풀고 대화를 나누면서 서로에 대한 편견을 씻어낼 수 있었다고 하죠.

그러나 오늘날 우리는 여간해선 나와 완전히 다른 세계의 낯선 사람과 우연히 친밀한 대화를 나눌 기회가 없습니다.

스티븐 마르쉐는 “우리는 유례없는 소외에 고통받는다. 사람들이 이렇게까지 서로 떨어져 지낸 적이 없었다. 달리 말해 이렇게까지 외로웠던 적은 없었다”(링크)고 말합니다.

‘외로움 산업’이 호황인 이유는 역시 많은 사람들이 외롭기 때문일 것입니다. 온라인으로든, 돈을 지불하고라도 다른 사람을 만나는 기회를 간절히 바라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돈을 통한 관계가 모두 나쁘다는 것이 아닙니다. 저 또한 개인적으로 유료 독서모임, 원데이 클래스에 종종 참여하며 사람들을 기쁘게 만나고 있습니다.

다만 옛날부터 신경쓰이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이런 유료 모임에 참여할만한 돈과 여유가 없는 사람들, 그리고 나와는 아예 관심사나 생활 반경이 다른 사람들은 영영 만나지 못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부분이었습니다.

우리가 일상에서 소속감을 느끼고 행복감, 놀라움을 느낄 수 있기 위해선 의도된, 안전한 모임의 울타리를 넘어 스쳐 지나가는 낯선 사람들과도 서로 대화하고 알아가는 것 역시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누군가 일방적으로 제공해주는 ‘관계 서비스’가 아니라 서로가 모두 노력하면서요.

※레터를 쓰며 읽은 책, 이 주제에 관심이 있으신 독자들이 추가로 읽을만한 서적 등을 추천합니다.

조 코헤인, 김영선 옮김, 『낯선 사람에게 말을 걸면』, 어크로스, 2022.

-레터 본문에서 소개한대로 이 책의 핵심은 '낯선 사람에게 말을 건다는 그 작은 행동만으로도 우리가 얻을 수 있는 놀라움, 행복'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사실 옛날에 우연히 TED에서 비슷한 컨셉의 영상과 책을 보면서부터 언젠가 이 주제를 다루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요. 그 당시에 떠올랐던 시무룩한 의문이 이 책을 읽으면서도 똑같이 떠올랐습니다.(“낯선 사람들이 만날 때”·책) 저자는 180이 넘는 백인 남성이라는 점이고 - 만약 그냥 길거리를 가다가도 모욕과 폭행, 캣콜링 등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이런 똑같은 '시도'를 해볼 수 있을까 하는 점이었죠. 어려운 문제입니다. 하지만 저는 역시 그럼에도 불구하고, 약자일수록 만남을 어떻게든 시도해보아야 하는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위에서도 짧게 말했듯, 취약한 사람일수록 의지할 곳, 연결이 필요하니까요.

라르스 스벤젠, 이세진 옮김, 『외로움의 철학』, 청미, 2019.

-이 책을 처음 읽었을 때 마치 머리에 죽비를 맞는 기분이었습니다. 이 책의 핵심 키워드는 역시 '책임감'입니다. 누구도 행복할 권리가 없듯, 외롭지 않아야 할 '권리'는 없다는 문장이 가슴을 때렸습니다. 관계를 누군가 '완제품 선물'로 내게 당연히 주어야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의무와 타인에 대한 책임감을 갖고 만들어가야 하는 것이라는 거죠. 이 책을 읽으면서 '외로움 산업의 소비자가 된다는 것'에 대해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타인과 연결되어있더라도, 자신의 '고독'은 자기가 감당해야 한다는 내용도 한 축을 차지합니다.

'철학'이라고 해서 어려운 내용일 것 같지만, 차근히 읽어가다보면 외로움과 고독에 대한 호쾌한 강연을 듣는 느낌입니다.

윌 버킹엄, 김하현 옮김, 『타인이라는 가능성』, 어크로스, 2022.

-다양한 나라를 옮겨가며 '낯선이'로 살아온 인류학자가 '타인'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또 받아들여지는지에 대해 쓴 책입니다. 조 코헤인의 책과는 얼핏 컨셉이 비슷한 것 같지만 여러 면에서 굉장히 다른데요. <낯선 사람에게~>가 스쳐가는 인연에서 어떻게 작은 행복들을 얻을 수 있을까에 집중했다면, 이 책의 경우엔 '이방인'이 어떻게 낯선 지역의 문화를 습득하고 이들의 손님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을지에 집중했습니다. 이는 저자 본인의 관심사, 삶과 관련이 있겠죠.

제시카 팬, 조경실 옮김, 『이제 나가서 사람 좀 만나려고요』, 부키, 2022.

-이 책의 부제인 '어느 내향인의 집 나간 외향성을 찾아서'는 이 책을 간결하게 잘 설명하고 있습니다. 말 그대로 어려서부터 수줍음을 많이 타는 저자가 '눈 질끈 감고' 외향인으로의 삶을 시도해본 약 1년간의 프로젝트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스탠드업 코미디 강좌를 듣고 나중에 무대에도 서고, 데이팅앱(+친구만나기 앱)으로 사람을 만나는 등 실로 다양한 시도를 하는데요. 그 중에서도 인상적인 것은, 그가 친구앱에선 그토록 만들기 힘들었던 '친구'를 단지 집 앞에서 쓰레기를 버리다가 아랫집 이웃에게 한마디 건네는 것으로 만들었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책을 처음 읽었을 당시엔, 단지 '내향적인 개인'의 서사라고 생각했지만 오늘 다시 레터를 쓰며 떠올려보니, 저자는 어쩌면 시대적 캐릭터(외로움 산업이 호황인 이유를 보여주는)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앱을 통해 사람들을 만나면서 내가 먼저 한발 다가가도 아무 문제 없다는 걸 스스로 깨닫게 됐다…내가 엉뚱한 곳에서 친구를 찾는 내내 한나는 줄곧 같은 아파트 아래층에 살고 있었다. 하지만 내가 그토록 많은 프렌드 데이트를 통해 좌절을 경험하지 않았더라면 처음 한나를 봤을 때 전화번호를 묻지도 않았을 것이다.(p.183)”

【글 속 한 문장🖍】

👤주제에 대해 더 읽을 만한 글들을 골랐습니다. 각 사진을 누르면 글을 읽으실 수 있습니다.

‘보는 연애’가 뜨는 이유 : 대리 체험

독서시간: 약 5분 / 글자수: 약 2800자

🖍글 속 한 문장

“최근 다양한 이유로 연애를 포기하는 사람들도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실질적인 이유는 코로나19로 이성과의 자연스러운 만남 자체가 감소한 점(80.2%)이나 코로나 이후 연애 자체를 귀찮아하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 같다(64.4%)는 상황적 요인을 언급했다.”

👤김스피의 블라블라

2022년 진행된 트렌드모니터 자료(전국 19~49세 1200명 대상) 연애 예능 프로그램 관련 인식 조사 결과입니다. 일단 2030 저연령층 응답자에서 현실적인 이유로 연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높았다는 점 등이 주목할만한 포인트입니다. 연애를 '로맨틱한 만남'에 한정짓지 않고, 조금 더 넓게 '젊은 사람들 간의 교류'로 바라본다면 감정 소모 대신 대리 만족을 하는 쪽이 편하다는 응답은 - 젊은 세대가 관계를 바라보는 태도에 대해 시사점을 제시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관련해서 읽어볼만한 인터뷰를 링크합니다.(기사) 마지막 문단에 관련 내용이 나옵니다.

아무나 모이지 않는다

독서시간: 약 10분 / 글자수: 약 4500자

🖍글 속 한 문장

“사전에 다양한 질문지를 거쳐 호스트가 승인한 사람만 참석이 가능하다[...]"호스트가 공간을 가지고 있어야해 자연스럽게 연령대가 높아지고, 대화 주제도 다른 플랫폼과 차이가 난다"고 말했다. '외로움 시장'에서 차별화를 보이자 당근마켓으로부터 10억원을 투자 받았다.”

👤김스피의 블라블라

레터 도입부에서 언급했던 기사입니다. 한 신규 '외로움 산업' 서비스에 대한 인터뷰 기사인데요. 저 역시 콘텐츠, 네트워킹 산업 쪽 동향에 관심이 많은 편이라 유심히 읽었는데, 대체로 '돈이 되는' 네트워킹이 되기 위해선 당연히 "돈을 낼만한 가치"가 있는 사람들을 모으는 게 중요합니다. 하지만 정작 가족, 직장 네트워크 등으로부터 격리되어 가장 외로운 사람들은 이런 모임에 참석할 돈, 시간적 여유가 없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아이러니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모인 사람들이 내게 아주 낯선 사람일 가능성도 낮겠죠.

안아주기 서비스, 눈물 닦아주기 서비스

독서시간: 약 7분 / 글자수: 약 3400자

🖍글 속 한 문장

“저자는 외로움 산업으로 인해 외로움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뿐더러 민주주의의 위기까지 초래될 수 있다고 말한다. 로봇은 인간관계에서 요구되는 추가적인 노력을 요구하지 않고, 공동체의 성장에 필요한 협동과 타협과 호혜의 근육을 키워주지 않기 때문이다[...]“우리가 소비자에서 시민으로, 받는 사람에서 주는 사람으로, 무심한 관찰자에서 적극적인 참여자로 배역을 바꿔야 한다”

👤김스피의 블라블라

노리나 허츠가 쓴 책 <고립의 시대>(2021)의 서평입니다. 그는 이 책에서 우리가 사는 시대가 '외로움의 시대'라고 하며, 우리는 마치 코로나로 인해 단절되었다고 생각하지만 그 훨씬 이전부터 서로 단절되어왔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선 '나'를 중심으로 한 외로움 산업에 의존하기보다는 타인과 함께 다양한 문제를 협상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낯선이를 보는 ‘멍한 시선’은 유해하다

영문 / NYT

🖍글 속 한 문장

“눈맞춤을 피하는 사회적 규범은 무해하지 않을 수도 있다. 중서부의 한 대학교에서 진행된 실험에서 젊은 여성이 캠퍼스에서 사람들 옆을 지나가면서 눈을 마주치며 웃거나, 혹은 의도적으로 눈 접촉을 피해 "통행인의 귀 너머로" 시선을 향하게 했다[...]없는 취급당한 사람들은 더 단절된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단순히 거리에서 낯선이의 존재를 인정하는 것만으로도 그들의 실존적 불안을 완화할 수 있다.”

👤김스피의 블라블라

낯선 사람과의 교류에 대한 다양한 조사들을 모은 NYT 칼럼입니다. 내향적이든 외향적이든 ‘벤자민 효과(링크)’에 의해 낯선 사람과 사소한 교류를 한 경우 훨씬 행복감이 높았다고 하고요. 공공장소 등에서 낯선 사람을 물건처럼 멍하게 보는 시선(독일어로 이런 시선을 "wie Luft behandeln"라고 한다고 합니다)에 마주칠 경우 사람들은 단절감을 훨씬 크게 느낀다고 합니다. '사소한 눈길'이 실은 사소한 것이 아닌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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