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런던 경매 결과로 읽는 미술시장

런던의 10월 경매는 겉으로 보면 호황이었다. 크리스티의 피터 사이먼 컬렉션(The Peter Simon Collection)은 1억 750만 파운드로 런던 역사상 개인 컬렉션 최고 기록을 세웠고, 소더비는 연간 누적 매출 10억 파운드를 넘겼으며, 필립스도 전년보다 44% 늘어난 1,480만 파운드라는 매출을 기록했다. 그러나 숫자의 표면 아래를 들여다보면 이 시장이 얼마나 좁은 길 위에서 버티고 있는지 드러난다. 따라서 10월 런던 경매의 결과는 “안전자산 선호”와 “선택성의 심화”로 요약할 수 있을 것이다. 돈은 돌고 있으나 매우 신중하게 흐르고 있다. 따라서 안전을 사는 시장으로 회복이라고 보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것이 총평이다.

검증·출처·재평가에 돈이 몰렸다

잘 팔린 작품의 공통점은 분명하다. 베네치아 팔라조 글라시(Palazzo Grassi)에서 개인전을 개최 중인 마이클 아미티지(Michael Armitage,1984~), 포르티아 즈바바헤라(Portia Zvavahera, 1985~), 이그샨 아담스(Igshaan Adams, 1982~)처럼 주요 미술관 전시를 통해 검증을 받은 작가, 사이먼과 뒤르크하임(Duerckheim)처럼 출처가 분명한 컬렉션, 러시아 구성주의 화가 류보프 포포바(Lyubov Sergeyevna Popova, 1889~1924)와 마이클 앤드류스(Michael Andrews, 1928~1995)처럼 재평가의 흐름을 탄 작가에게 수요가 몰렸다.

이름값만으로는 팔리지 않았다

반대로 한때 시장을 달궜던 자데 파도주티미(Jadé Fadojutimi, 1993~)는 유찰되었고, 레온 코소프(Leon Kossoff,1926~)와 안젤름 키퍼(Anselm Kiefer, 1945~)는 철회되었으며, 쿠사마야요이(Kusama Yayoi, 1929~2026)는 추정가 100만 파운드(약17억 원)의 3분의 1 정도인 32만 파운드(약 5억 6천만원)에 그쳤다. 이름이 있어도 가격이 맞지 않으면 외면받는다는 사실은 자코메티(Alberto Giacometti, 1901~1966), 루시안 프로이드(Lucian Michael Freud, 1922~2011), 리히터(Gerhard Richter, 1932~)의 유찰이 거듭 확인해 주었다.

낙찰총액이 말해주지 않는 것

따라서 낙찰총액을 곧 시장의 건강으로 읽는 것은 위험하다. 미술시장의 원칙과 같은 말이지만 총액은 소수의 대형 거래가 좌우한다. 사이먼 컬렉션 같은 단일 컬렉션은 다시 나오기 어렵고, 베이컨과 몬드리안(Piet Mondrian, 1872~1944) 작품 몇 점이 시즌 매출의 간판거래로 등장한다. 그리고 미술시장의 가격을 떠받치는 또 다른 요소는 경매 전 최소 낙찰 금액을 보장하는 보증(Guarantees)과 사전 계약(Pre-sale Agreements)이 가격을 떠받친다. 특히 이번 경매를 두고 경매사들이 공개 시장의 손실에서 상당 부분 보호받고 있다는 분석은 수요가 자연스럽게 폭발했다기보다 위험이 사전에 관리되었음을 말한다.

'추정가의 몇 배'라는 착시

신기록의 상당수는 낮은 기준선 위에서 이루어졌다. 라이징 스타인 메간 루니(Megan Rooney,1985~)의 종전 기록은 2만 2천 파운드(약 3,800만 원)대 였고 앤드류스의 기록은 종이 작품에 한정된 것이었다. 낮게 책정된 추정가가 입찰을 부추기는 관행까지 감안하면 “추정가의 몇 배”라는 표현을 곧이곧대로 수용하기는 어렵다. 그리고 작품가를 끌어올리는 동인이 되었던 작가의 죽음 즉 호크니(David Hockney, 1937~2026), 바젤리츠(Georg Baselitz, 1938~2026), 쿠사마의 사후 효과는 일회성에 가깝고, 쿠사마의 사례에서처럼 작가의 죽음이 곧 가격의 상승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점을 확인시켜 주었다.

전망: 횡보 속의 선별 장세-위험요인

그렇다면 앞으로 전망은 어떨까? 가장 가능성 큰 시나리오는 급락도, 급등도 아닌 횡보 속의 선별 장세를 보여줄 것으로 보인다. 최상급 작품이면서 처음 미술시장에 나오는 작품은 계속 강세를 보이겠지만, 중간 가격대와 투기적으로 오른 작가의 작품은 유찰과 출품철회가 잦아질 것이다. 가격은 소수의 고가 작품에 의존하는 반면 거래의 저변은 그만큼 회복되지 못할 공산이 크다. 위험 요인도 만만치 않다. 좋은 작품이 나오지 않으면 좋은 결과도 얻기 어려운데, 상속과 이혼과 파산이나 부채 같은 불가피한 사정에 기대는 공급은 원래 불 안정하기 때문에 시장을 방어하기에는 힘이 부족하다. 보증 가격 즉 최저 매각가가 높은 상태에서 매수세가 꺾이면 경매사의 부담은 커지고 조건은 한층 보수적으로 바뀔 것이다. 그리고 금리와 환율, 지정학적 변수도 고액 자산가의 심리를 좌우한다는 점에서 미술시장에서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는 요소다. 특히 최근들어 미술시장에서는 2020년대 초 급등한 신진 작가들의 옥석이 가려지고 있다. 미술관등 기관 전시와 갤러리의 뒷받침이 있는 극소수의 작가만 살아남을 것이란 사실에 대비해야 할 것이다.

회복이라 부르려면: 수집가·판매자·작가가 새겨야 할 것

미술시장에서 낙관론이 설득력을 얻으려면 중간 가격대에서도 추정가 안쪽 낙찰이 늘고, 유찰률이 낮아지며, 최저가 낙찰가를 보장하는 보증이 없는 작품이 제값을 받는다는 결과가 나와야 한다. 하지만 2026년 10월 런던경매는 그 증거를 충분히 내놓지 못했다. 그러므로 수집가와 투자자는 이름값보다 미술관등의 전시이력과 출처(Provenance), 가격의 합리성을 먼저 따져야 하고, 유행하는 작가를 뒤쫓아 사는 일은 삼가야 한다. 지금의 시장상황에 대해 판매자는 높은 추정가가 좋은 작품마저 유찰시킬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신진 작가와 갤러리는 경매 기록보다 미술관 전시와 장기적 컬렉터 기반이 가격의 방어력을 결정한다는 점을 새겨야 한다. 물론 한 시즌의 경매 결과로 추세를 단정할 수는 없다. 다만 런던의 10월 경매시장이 보여준 것은 무너지지 않은 시장이지, 건강해진 시장이 아니다. 돈은 검증된 소수의 자산으로 모였고, 그 외부는 오히려 더 얇아졌다. 이를 회복이라 부르려면 온기가 변두리까지 퍼지는 모습을 먼저 확인할 필요가 있다.

KAAAI 소식 

📊 2026년 상반기 미술시장 분석보고서

  • 초고가 작품이 견인한 상반기 경매시장

  • 2026년 상반기 국내 미술시장 요약

    1. 나라 요시토모, 국내 미술품 경매 최고가(150억 원) 경신

    2. 국내 최초 한 경매에서 100억 원 이상 작품 2점 동시 낙찰

    3. 국내 경매시장 낙찰총액 전년 대비 99% 증가

    4. 초고가 작품 중심의 거래 집중과 시장 양극화 심화

    5. 온라인 경매 위축 지속, 오프라인 중심 거래 구조 강화

📘아트마켓 2026

 가격은 시장의 언어이고, 가치는 시장의 본질이다.
 <아트마켓 2026>은 데이터와 시장 분석을 바탕으로 미술시장의 흐름을 입체적으로 조망하고, 컬렉터와 투자자, 미술시장 참여자들에게 보다 객관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판단 기준을 제시한다. 정보의 비대칭이 큰 미술시장에서 이 책은 시장을 이해하기 위한 실질적인 안내서가 될 것이다.
한국미술품감정연구센터
appraisal@appraisalk.kr
주소 서울 종로구 삼일대로 447 부남빌딩 3층
전화번호 02-739-6955~7
수신거부 Unsubscrib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