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이 바뀌니까 요리가 아예 다른 느낌이더라구요.
JANUARY 9, 2025
제 경우, 집에 구비해두는 파스타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롱파스타의 경우 진리의 스파게티, 숏파스타는 펜네. 맘 같아선 예닐곱 가지씩 잔뜩 갖춰두고 싶지만 공간과 비용의 제약으로 보통은 두 가지 정도로 그치곤 해요. 

그러다 콘킬리에 면을 얻어왔습니다. 한국에서는 펜네보다 가격도 비싸고 흔하지 않아서 손이 가지 않았었던 참이라 뭘 해 먹을까, 한동안 신나는 고민을 했었지요. 우선 만만한 명란 파스타부터 해 먹어 봤는데 웬걸, 콘킬리에의 조개껍질 안쪽에 명란 소스가 가득 고여서 감칠맛 뚝뚝 떨어지는 파스타가 되는 거예요. 콘킬리에 하나가 한 스푼 같은 풍성함이었어요.

면이 바뀌니까 요리가 아예 다른 느낌이더라구요. 당연한 말인데 뭐랄까, 비교 체험 극과극을 보는 것 같달까요.

애인과는 표고버섯과 유채 나물, 김가루를 잘 볶아 슴슴한 감칠맛이 감도는 콘킬리에를 먹었는데요, 그날로 콘킬리에를 처음 먹어본다는 애인의 베스트 파스타 면이 되었습니다. 만두처럼 한 알 한 알이 지닌 맛이 인상 깊었나 봐요. 쫀득하게 씹히는 식감은 말할 것도 없고요. (실제로 큰 콘킬리에 면은 그 하나의 면을 단독으로 조리하기도 한답니다.)
조개를 닮은 콘킬리에(Conchiglie)는 겉면은 거칠고 안쪽은 보드라워서 겉면으로 소스를 머금는다는데, 움푹 파인 조개의 모양은 자연스럽게 국자처럼 소스를 퍼 올리기도 알맞지요. 즉 오돌토돌한 겉면에 묻은 소스로 한번, 매끈한 안쪽 면과 가득 담긴 소스로 총 두 번의 즐거움을 선사하는 격이에요. 

물론 소스도 중요하지만 역시 면 요리는 면이 중심이라는 사실을 새삼 느꼈습니다.
마침 새해의 첫 레터니까 걸맞은 이야기로 묶어보겠습니다. 새해라고 동네방네 시끄럽다고 해도 그만큼이나 크게 번쩍 달라지지는 않는다는 걸 몇 번의 경험을 통해 자연스럽게 알게 되었지만, 사실 그 이유는 내가 달라지지 않았기 때문이었습니다. 정말로 달라지고 싶다면 본질적으로 사람이 바뀌어야 합니다. 그리고 극적인 경우를 제하고는 사람은 바뀌지 않습니다. 위인도 아닌데 마음가짐만으로 하루아침에 다른 사람이 되는 건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니까요. 오죽하면 인생을 바꾸고 싶다면 주변 환경이나 사람을 바꿔보라고 하잖아요.

이유나 계기는 거기서 거기라고 생각합니다. 덥석 얻어온 콘킬리에가 누군가의 인생 파스타로 등극한 것처럼, 다른 결과를 바란다면 파스타 면 정도는 아예 다른 걸로 바꿔야 하는 거죠.

올해는 이런저런 핑계를 대지 않고 여러 파스타를 도전해 보려고 합니다. 리가토니나 오레키에테, 부카티니도 좀 더 사보고, 욕심을 내자면 집에서 생면 반죽도 직접 만들어보고요. 

고백하자면 올해 무슨 일이 생길지 사실은 전혀 감이 오지 않습니다. 대략적으로라도 이때는 이걸 하고 있겠다고 어렴풋하게나마 추측할 수 있던 지난날에 비하면 올해는 그저 희망과 상상뿐이랄까요. 그래서 당장 손에 잡히는 파스타를 늘어놓으며 안정적인 지표를 몇개 줄지어보고자 하는 거죠. 벌써 1월 삼분의 일 지점에 닿아가며 속절없이 흐르는 시간 속에서, 균형을 잡지는 못해도 중심은 잡아보자고 되새겨 봅니다. 
유채 나물과 김을 넣은 콘킬리에
재료 [1인분 기준]

콘킬리에 1인분
유채 나물 100g(없으면 시금치 등으로 대체 가능)
표고버섯 1개
김가루 3큰술
참치액 1큰술
올리브오일
소금
후추

만드는 법

1. 콘킬리에는 패키지에 적힌 시간보다 2분 정도 덜 삶아줍니다.
2. 올리브오일을 두른 팬에 표고버섯을 넣고 버섯이 보드라울 정도로 살짝 볶아 주세요. (1차로 소금간을 합니다.)
3. 쫑쫑 다진 유채 나물과 참치액을 넣고 유채 나물 색이 죽기 전까지만 볶아 줍니다.
4. 파스타와 면수를 넣고 살짝 졸이듯 볶다가, 면수가 잦아들기 전에 김가루를 넣고 뒤섞어 줍니다.
5. 후추를 뿌린 다음 접시에 담으면 완성! 
올해의 첫 유튜브를 올렸습니다. 놀랍게도 인스타그램 뿐 아니라 유튜브도 하고 있었는데요😌 올해는 이런저런 콘텐츠를 만들어볼 예정이라, 어색하지만 레터에도 올려봅니다. 하하 궁금하다면 방문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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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D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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