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발적 탄소 시장의 기준이 엄격해졌다는 것은 거꾸로 생각하면, 공급업체의 감축 성과를 면밀하게 판단하고자 하는 고객사의 니즈가 높아졌다는 것으로 이해할 수도 있을 텐데요. 전력 전환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16일 미국 에너지경제·재무분석연구소(IEEFA)는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서 한국의 재생에너지 보급 지연이 미래 핵심산업인 반도체와 AI 부문의 경쟁력을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다고 전망했어요.
지난해 한국의 재생에너지 발전은 전체 전력의 9.64%에 불과해 OECD 평균인 33.49%는 물론 아시아 평균 26.73%를 크게 밑도는 수준입니다. 재생에너지 30%를 이미 달성한 전 세계 국가들에 비하면 15년이나 뒤처졌다는 분석이에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발표된 11차 전기본에 따르면 LNG 발전 비중을 오히려 기존 목표치보다 늘리는 등 빠른 개선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죠. SK하이닉스는 2027년 준공 예정인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필요한 에너지를 LNG 발전을 통해 공급받을 계획이고, 많은 대기업들이 반도체 클러스터나 데이터 센터, 각종 산업 공단의 늘어나는 전력 수요를 충당하기 위해 자가소비용 LNG 발전 신규 허가를 신청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우리나라의 주력 산업인 AI와 메모리 반도체 분야는 핵심 고객의 RE100 가입 규모가 가장 큰 것으로 알려져 있어요. 유럽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등 각국에서 탄소 관련 규제를 강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재생에너지 전력 사용 비율이 낮은 한국 반도체 기업은 해외 시장 경쟁력이 크게 떨어질 수 있는 상황입니다.
사실 반도체 업계의 재생에너지 확대 촉구는 꾸준히 있어 왔습니다.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는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서 현재 정부 로드맵대로면 국내 기업들이 2030년 저탄소 에너지 목표치에 최대 30% 미달할 것이라며 우려를 제기하기도 했어요. 재생에너지 확대의 시급성에 대한 산업계의 공감은 충분히 이루어졌는데, 정부의 계획과는 좀처럼 갭이 좁혀지지 않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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