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롤 프로 리그의 주머니 사정

페이커 선수가 있는 T1의 경우 팬층의 충성도가 두텁고 좋은 성적이 예상되는 강팀이기 때문에 매출을 조금씩 늘려가는 ‘그나마 나은’ 사정임에도 불구하고, 2022년 영업이익은 -130억 원 수준입니다. LG 트윈스 프로야구단의 '21년 영업이익이 -78억 원 수준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프로야구단의 적자 폭을 뛰어넘은 상황이죠. 이에 대해서는 구현모 에디터가 올해 이전에 레터를 통해 다룬 바 있는데, 요약하자면 선수 확보 경쟁으로 연봉이 오르면서 비용은 해마다 늘어나는데, 수익 모델이 확실하지 않아서입니다.

🎮 기존 스포츠와 다른 것, 중계

e스포츠가 돈을 만들어 낼 수 있는 항목들은 결국 기존 스포츠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중계권, 스폰서십(광고, 후원), 라이선스 판매, 입장권 비용 등으로 볼 수 있는데요. 다만 북미 기준 기존 스포츠와 비교해 봤을 때, e스포츠는 스폰서십 비중이 높고, 중계권과 입장권 판매 비중이 낮은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수익성이 좋다고 평가되는 영국 프리미어 리그의 매출은 크게 아래와 같이 구성되어 있습니다. 절반 이상이 중계권 수익이죠. 이렇듯 중계권이 전통적으로 스포츠에서 가장 큰 돈을 벌어다 준다는 것을 감안하면 e스포츠의 중계권 비중에 의문을 품을 수밖에 없습니다. 특정 기간 기준으로 체결되며 시장의 크기에 영향을 받는 스폰서십 계약과 달리, 중계권은 꾸준한 매출 상승을 가져올 수 있을텐데 e스포츠에서 중계권의 매출 비율은 왜 이렇게 낮은 걸까요? 

기존 스포츠와 e스포츠의 차이가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먼저 재산권의 문제입니다. 전통적인 스포츠는 공적 영역에 속하지만, e스포츠는 각 게임을 만들어 낸 기업이 지식재산권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 다릅니다. 예를 들어, 새로운 야구 경기를 만들어서 진행·중계한다고 하면 사기업과 제휴를 해야 할 필요는 없습니다. 반면, 리그오브레전드의 경우, 개발사인 라이엇 게임즈가 게임 대회를 주최·주관하고 있고 전 세계 지역별로 리그를 직접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기업이나 단체가 상업적인 목적으로 대회를 만들어서 중계하고자 하면 라이엇과 라이센스에 대한 논의를 거쳐야 합니다. 

안 그래도 e스포츠는 야구나 축구, 농구보다 플레이하는 경기 수가 절대적으로 적어 경기 중계로 시청자를 지속적으로 잡아둘 수 있는 효과도 적습니다. 여기에 지식재산권의 이유까지 더해지면 방송사에서 판을 키우기도 어려워지는 거죠. 롤 대회를 주관하여 국내에서 '롤 판을 키웠다'고 했던 게임 전문 방송 OGN도 이 지식재산권의 문제로 롤 중계 논쟁을 겪고 역사의 뒤로 사라졌었던 바 있습니다. 

그렇다면...

전반적인 수익성 확대를 위해서는 스폰서십이나 머천다이즈 판매 확대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기존 스포츠 매출의 구조처럼 중계권 매출이 늘어나야 한다고 봅니다. 현재 스포츠 중계권을 OTT, 방송사가 경쟁을 통해 나누어 가져가는 것처럼, e스포츠 역시 나눠먹기 할 파이가 되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경기의 수가 늘어나야 하고, 신규 시청층이 유입되어야 합니다. 라이엇 주관·주최 대회를 확대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힘든 만큼, 서드파티 주관·주최의 대회가 늘어나는 것이 생각해 볼 수 있는 대안인 것 같습니다. 하나은행이 주최하고 T1 선수들이 참여했던 아마추어 오픈 토너먼트 '하나원큐 집롤대회'나, 아프리카 TV의 'BJ 멸망전'이 예시가 될 수 있겠습니다. 

대회 운영의 경우에 한해 공공재와 같은 수준으로 게임 활용을 오픈하여 서드파티 대회를 운영할 수 있도록 하면 어떨까요? 현재 가이드라인 상 '대회에서 발생하는 콘텐츠는 라이엇이 활용할 수 있다'는 조항은 그대로 유지하고요. 이러한 방식이라면 경기 수가 늘어날 수 있겠죠.

쿠팡플레이 시리즈가 유럽 유명 축구단을 초청하여 K1 리그 선수들과 맞대결을 벌였던 것과 같이 각 방송사/OTT/기업 등에서 마케팅 효과를 위해 리그 프로 선수 간의 이벤트 매치를 열 수도 있겠습니다. 여기에 일반인도 입문하기 쉽도록 설명을 추가한다면 판에 대한 노출과 화제성 자체를 올린다면 자연스레 프로 리그의 중계권 가치가 높아질 것입니다. 

이렇게 라이센스 비용 부담을 낮춰서 서드파티 대회를 확대하고, 공식 프로 대회는 현재와 같이 운영한다면 공식 프로 리그에 대한 프리미엄화도 이루어질 수 있겠죠. 10개 프로구단에서 육성 중인 아마추어 혹은 아직 주전이 되지 않은 선수가 서드파티 대회에서 먼저 이름을 알리고, 주전으로서 프로 리그에 나가는 상상을 해봅니다. 그리고 그 반대로도 가능하죠. 화제성 높은 롤 대회 방송에서 포지션별 최고의 선수들로만 꾸려진 새로운 구단이 프랜차이즈에 입성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e스포츠는 기존 스포츠와 참 다르지만 사실 같은 스포츠 산업의 구조로 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JTBC에서 《최강야구》를 만들 때, KBO 협회에 라이선스 비용을 지불하고 KBO 협회의 가이드라인을 따라야 했다면 그런 프로그램을 만들었을까요? 《최강야구》가 흥행하면서 한국시리즈에 대한 관심이 죽고 수익이 떨어졌나요? 오히려 기존에 야구를 잘 모르던 사람들도 야구에 입문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렇기에 게임에 대한 저작권을 게임사가 가지고, 게임사 주관·주최의 경기로 운영되는 현 상황이라면 전반적인 '판'이 커지는 데에 한계가 있을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장기적인 수익 향상을 위해서는 중계권 매출을 확대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게임사가 조금 양보하더라도 게임 판을 먼저 키워야 할 때입니다. 존 니덤 부사장은 대회로 유입을 만들기보다는 인게임 아이템, 머천다이즈를 통한 유료화가 더 효과적이라고 했는데, 유입이 없는 시장에서 그게 얼마나 오래갈 수 있는 방향일지 싶어요. 

항저우 아시안 게임에서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어 한국 대표팀이 우승하고, 페이커가 이번 우승을 따내면서 지상파 뉴스에 계속 롤 소식이 들려오는 요즘인데요. 앞으로 더욱 흥해서 야구, 축구처럼 정기적으로 뉴스에서 소식을 듣게 되는 날을 꿈꿔봅니다.

T1 vs JDG | 4강 2일 차 티저 | 2023 월드 챔피언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