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주거권네트워크 온은 탈가정 청소년들과 함께 계속해서 사회에 외쳐왔습니다. “청소년도 집이 필요하다”라고요. 이 목소리를 낼 때마다 꼭 듣는 말이 있습니다. “청소년이 어떻게 혼자 살아”라는 질문입니다. 그 말 속엔 여러 생각이 담겨 있습니다. 혼자 살며 감당해야 할 청소, 요리, 빨래 등에 대한 걱정. 시간 관리를 못 해 일상을 유지하지 못할 거라는 의심. 월세나 공과금을 감당하지 못할 거라는 우려. 청소년이 혼자 살면 위험한 일이 많이 생길거라는 시선 같은 것 말입니다. 청소년을 미성숙한 존재로만 바라보는 편견 어린 시선도 있지만 어떤 걱정은 탈가정 이후 청소년이 실제로 겪는 어려움이기도 합니다.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일자리가 없고, 가정과 학교를 탈했을 때 이어질 사회적 연결망이 부족한 현실 등 열악한 사회적 환경이 청소년의 삶의 어려움을 초래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 사회는 여전히 아동·청소년을 시설로 보냅니다. 2023년 말 기준, 12,806명의 아동이 아동양육시설 등에 보내졌고, 105,665명으로 추산되는 탈가정 청소년에게 국가가 제시한 유일한 거주지는 청소년쉼터 뿐입니다. 그러나 시설이 집이 될 수 없습니다. 시설을 ‘집’으로 생각하고 살라는 말이 얼마나 폭력적인지 아시지 않습니까? 가정도, 시설도 집이 아니었다고 말하는 청소년들은 “집다운 집에서 살고 싶다”고 이야기합니다. “내 말 안 들을 거면 내 집에서 나가”라는 협박, 매일 잠 잘 곳을 찾아 쉼터와 친구들에게 전화를 돌려야 하는 삶, 얹혀사는 이로써 느껴야 하는 눈치, 모르는 사람과 함께 방을 쓰고, 누가 문을 열고 들어올지 몰라 쫒기듯 해야 하는 샤워, 벌점과 강제 퇴소에 대한 두려움이 없는 일상을 살아갈 수 있는 집 말입니다.
청소년도 집에서 살아야 한다는 당연한 명제를 다시 돌아봐야 합니다. 청소년이 정말 걱정된다면, 청소년 시기에 더 많은 돌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면, 우선 안정적인 주거를 보장하고, 필요한 서비스를 연결하는 지원주택을 청소년에게 제공하면 될 일입니다. 기존 청소년 자립정책에는 차별이 난무합니다. 어떤 시설을 얼마나 이용했는지, 폭력의 피해를 서류로 증명할 수 있는지에 따라 선택적으로 지원합니다. 나이가 어리면 아무리 주거가 시급하더라도 주거지원 대상에서 제외됩니다. 그러면서 청소년에게 묻고 또 묻습니다. 일은 구했는지, 학교는 졸업했는지, 그래서 자립이란걸 할 수 있는지 말입니다. 자립할 수 있는, 혼자 잘 살 수 있는 자격이 갖추어진 사람에게만 집을 지원한다고 합니다. 수많은 조건을 걸며 자립 가능한 이를 선별하는 사이에 청소년은 제도의 사각지대에 내몰리게 됩니다.
우리는 요구합니다. 청소년도 개별 주체로 주거권의 당사자로 인정하고 지원주택을 제공하십시오. 하우징퍼스트 원칙을 적용하여 청소년이 안전한 집에서 살 권리를 먼저 보장하십시오. 집만 주면 걱정된다고요? 청소년 지원 기관 실무자나, 성인들만 하는 걱정이 아닙니다. 청소년도 스스로 걱정합니다. 거리에서, 지인집에서 혼자 살아본 청소년들은 잘 알고 있습니다. 혼자 사는 것이 얼마나 어렵고 외로운 일인지 말입니다. 그래서 옆에 물어볼 사람이 있기를 원합니다. 고지서가 왔는데 이게 뭔지, 세탁기에 왜 곰팡이가 생기는지와 같은 소소하지만 중요한 것들을 물어볼 곳이요. 그리고 아플 때, 외로울 때 기댈 곳이 필요합니다. 오랜 거리 생활과 가정 내 갈등, 학교 문제 등을 겪어온 청소년에게 단지 공간만 있다고 일상이 회복되긴 어렵습니다. 주거와 돌봄이 함께 있는 집, 지원주택이 청소년에게 제공된다면 청소년도, 청소년의 곁을 지키는 이들도 더 안심하고, 지역과 사회안에서 함께 연결되어 살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이건 비단 청소년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돌봄과 지원이 필요한 모든 사람에게 해당되는 이야기입니다.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사회, 누구도 차별받지 않는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지원주택 10만호 공급은 반드시 국가가 책임지고 추진해야 할 과제일 것입니다.
사람의 기본권인 주거와 돌봄을 보장하라!
시설이나 병원이 아닌, 지역사회에서 살 권리를 보장하라!
2025년 7월 17일
청소년주거권네트워크 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