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시대전환'이라는 이름의 정당을 창당하기로 했습니다.

저는 ‘시대전환'이라는 이름의 정당을 창당하기로 하고, 지난 1월 22일 창당선포식을 했습니다. LAB2050이라는 조직의 선택은 아니고 제 개인의 선택이지만, 우리 독자들께도 설명드려야겠다는 생각에 메일을 씁니다.
 
저는 최근 SNS에 저라는 개인이 정치를 시작하는 이유를 밝혀두기도 했습니다. 우리 사회는 지금 큰 전환이 필요합니다. 산업화 시대를 지나 새로운 시대로 넘어가야 하는 시기입니다. 삶의 질서가 상당 부분 변화하고 있는데, 제도 틀은 산업화 시대 그대로입니다. 새로운 시대가 낡은 옷을 입고 있으니, 여기서부터 갈등과 혐오가 분출됩니다.

시대를 바꿔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다음 세대는 생존하기 어려울지도 모릅니다. 생존한다 해도 갈등과 혐오 속에 품격을 잃고 고통스럽게 버텨내야 할 것입니다.

현상유지나 미봉책이 아니라, 전체 판을 바꾸는 근본적 해법을 논의하고 실천해야 합니다. 그러려면 그 해법을 온전히 담을 그릇이 필요합니다. 그 그릇을 통해 전환의 방향이 정책에 온전히 반영되도록 목소리를 내야 합니다. 

저는 새로운 정당이 그릇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창당작업을 진행 중인 ‘시대전환’이 저의 그릇입니다.
 
녹아내리는 일자리

우리 경제가 겪고 있는 전환의 현장은 직접 가보면 정말 처참하고 두렵습니다. 얼마 전 경남 거제와 통영에 다녀왔습니다. 통영의 옛 신아조선소터를 방문했습니다. 4만3900평의 조선소 자리에는 한때 5천명의 노동자들이 망치질을 하고 용접을 하며 북적거렸습니다. 그러나 지금 텅 빈 그 장소는 폐허와 같았습니다. 

저는 그 터를 내려다보면서 망연자실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사라지는 일자리, 오갈 데 없는 거대한 크레인과 건물들, 그리고 텅 빈 대지… 이 모든 것이 우리 사회의 미래를 보여주는 하나의 상징처럼 보여 두려웠습니다.

안정적 일자리가 녹아내리고 있는 게 느껴져서입니다. 제조업이 줄고, 음식숙박업과 보건 및 사회복지서비스업이 늘어납니다. 부가가치 높은 일자리가 줄고, 처우가 열악한 일자리가 늘어나는 것입니다. 돈 잘 버는 제조업과 40대 일자리는 줄고, 정부가 만든 재정 일자리와 어르신 일자리가 늘어납니다. 안정적으로 월급 받고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의 일자리가 줄고 있습니다

이유는 명확합니다. 자동화입니다. 제조업은 사람이 필요없는 체제로 바뀌고 있습니다. 사실 서비스업도 마찬가지입니다. 가게마다 키오스크가 설치되고 있습니다. 무인계산대가 설치되기 시작합니다. 무인편의점과 무인카페가 등장합니다. 제조업에서 진행된 고용없는 성장이 드디어 서비스업에서도 시작되고 있습니다.

일자리가 불안정해지면 삶이 불안정해지고 많은 이들이 생명에 위협을 느끼게 됩니다. 혐오와 갈등도 여기서부터 나옵니다. 브렉시트도, 트럼프 현상도 여기서 시작됐습니다.

그러면 기술변화를 거부해야 하는 것일까요? 이건 우리가 거부한다고 막을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오히려 이용할 수 있다면 이용해야 합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전통적인 ‘좋은 일자리’의 상을 바꿔야 합니다. 안정적 직장에 속해 있지 않아도 홀로서기가 가능하게 제도 틀을 다시 짜야 합니다. 일자리 전환입니다.
 
지체되는 혁신

산업 전환도 필요합니다. 안정적 제조업 일자리가 다시 늘어날 것이라는 환상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길게 보면 서비스업 일자리가 대안이라는 이야기도 하기 어려워질 것입니다. 자동화의 물결은 이렇게 거셉니다.

대안은 하나입니다. 우리가 아직 모르는 새로운 일자리와 일거리를 찾아야 합니다. 성공할지 실패할지 모르는 일을 해보는 것, 팔릴지 아닐지 모르지만 새로운 것을 일단 만들어 보는 것, 그런 일을 하는 데 투자하고 거기서 일하도록 하는 것, 이것이 혁신입니다.

하지만 어렵습니다. 혁신은 파괴를 수반하기 때문입니다. 화려한 혜택을 주기도 하지만 안정적인 삶을 흔들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전환이 쉽지 않습니다.

당연히 사람의 삶은 혁신 그 자체보다 중요합니다. 아무리 좋은 혁신이라도 사람의 삶을 파괴하면서 진행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다 보니 사람을 존중하겠다는 마음을 먹은 기업일수록, 그런 정부일수록 혁신을 지체시킬 수밖에 없다는 딜레마가 생깁니다. 우리 사회가 지금 그런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우리 정부가 취한 대책은 공공부문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는 것입니다. 물론 현재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차별은 사라져야 합니다. 하지만 몇 명의 차별받는 분들의 계약 형태를 바꾼다고 사회가 바뀌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좋은 일자리의 문을 닫고 특권으로 만들 수도 있습니다. 미봉책이 돼버린 이유입니다.

문제를 직면해야 합니다. 계약 형태 때문에 차별받는 시대 자체를 바꿔야 합니다. 또 성공할지 실패할지 모르는 일에 뛰어드는 이들을 북돋우는 제도가 필요합니다. 전직이 쉬워져야 합니다. 스타트업과 1인 기업가들이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는 여건도 만들어야 합니다.
 
‘슈퍼 갑’이 된 정부

지금까지 정부는 문제 안으로 걸어 들어가 문제를 해결하려 했습니다. 문제가 생길 때마다 작은 해법으로 막으려 했습니다. 중소기업이 어렵다면 중소기업 금융지원을, 청년이 어렵다면 청년 구직촉진수당을, 자영업자가 어렵다면 자영업자 경영지원대책을 내놓았습니다.

결국 정책은 누더기가 되었습니다. 내용을 잘 아는 사람들만 얻어먹는 특혜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게다가 공무원들이 누가 특혜를 받을지를 선별하고 심사하는 위치에 서게 되어 버렸습니다.

그러다 보니 정부는 커지고 굳어가면서 ‘슈퍼 갑’이 되고 있습니다. 지방자치단체를 보면, 지방정부 예산이 지역 GDP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곳들이 수두룩합니다. 지역은 군청이 없으면 어떤 일도 할 수 없는 체제로 점점 변해갑니다.

민간이 정부 예산의 향방에 따라 수동적으로 따라가는 사회에서, 시민의 자유와 혁신은 찾아보기 어렵게 됩니다. 이걸 바꾸는 전환이 필요합니다.
 
전환의 경로

‘시대전환’은 기본소득제만을 주장하는 정당은 아닙니다. 하지만 저 개인은 ‘기본소득’이라는 화두를 가지고 시대전환에 참여했습니다. 시대전환이 가능하려면 개인이 스스로 설 수 있는 여건을 사회가 마련해줘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야 자유롭고 혁신적인 사회가 가능해집니다.

우리가 해내야 할 시대전환에는 여러 전선이 있습니다.
국제무역 질서가 바뀌면서, 압도적으로 수출 우위인 우리 경제는 위태롭기 짝이 없습니다. 수출 기업 몇 개 흔들리면 나라가 흔들리는 모양새입니다. 내수 비중이 커지는 방향으로 구조 전환을 이뤄야 경제에 안정감이 생깁니다.

기후위기는 산업구조뿐 아니라 삶의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꿀 것을 요구합니다. 그린뉴딜이 유력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마을공동체 중심의 공동체적 삶, 생활협동조합 중심의 친환경 소비생활, 적게 쓰고 행복하게 사는 대안적 삶 등이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기술혁신에 따른 산업구조의 근본적 변화도 여러 영역에서 눈앞에 다가오고 있습니다. 기계에 맞춰 진행하는 단순 작업은 점점 사라질 것이고 기계를 부리며 하는 고도의 작업이 늘어날 것입니다. 일하는 사람의 역할에 대한 새로운 정의가 필요해집니다.

이런 혁신의 결과 기존 틀 안에서 성실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수혜자가 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우리 사회는 엄청난 갈등의 소용돌이에 휩쓸려갈 수 있습니다.

그런데 20세기 초반에 설계된 전통적 복지체제로는 그 소용돌이를 감당할 수 없습니다. 기본소득을 중심으로, 개인의 삶을 보장하는 새로운 복지체제가 필요합니다.
 
‘정당’이라는 플랫폼

한국사회에서 ‘정치’라는 단어는 혐오의 대상입니다. 대안을 찾는 장소가 아니라 진영을 가르고 권력투쟁을 벌이는 장소로만 인식됩니다. 정당은 더욱 그렇게 인식됩니다. 정쟁의 진지로만 보입니다.

하지만 그렇게 혐오하고 버리기에는 정치가 너무나 중요합니다. 우리가 살아갈 세상의 틀을 짜는 곳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그래서 정당이 중요합니다. 그 틀에 대한 명확한 의견을 가지고 토론하는 곳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지금까지 한국의 거대정당들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여당은 정부를 보호하고 야당은 정부를 반대하는 역할을 주로 했습니다. 정당 스스로 사회 비전을 가질 수도 없었고 가질 필요도 없었습니다. 대통령을 지키는 정당과 대통령을 반대하는 정당만 있을 뿐이었습니다.

이대로는 안 됩니다. 변화가 필요합니다. 전환의 시기에, 어디로 어떻게 전환할지에 대해 명확한 생각을 가진 정당들이 국회에서 토론해야 합니다. 누군가를 반대하거나 찬성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미래 비전을 놓고 싸워야 합니다.

진보와 혁신이 만나는 지점에 서있는 정당이 필요합니다.([세상읽기] 혁신과 진보가 만나려면) 남북관계는 열정적 민족주의를 내려놓고 냉정하게 보면서도, 불평등 문제는 뜨거운 마음으로 해결하려 달려드는 정당이 필요합니다. 시대전환을 그런 정당으로 만들려 합니다.

비전과 가치가 비슷한 시민들이 모여서 합리적인 토론을 하고 그 결과를 사회 전체에 공론화하는 플랫폼이 필요합니다. 정당이 그런 역할을 할 수 있는 좋은 틀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는 4월에 국회의원 선거가 있습니다. 이번이 그런 정당이 싹틔울 수 있는 좋은 기회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번에 싹을 틔워야, 앞으로 우리 국회가 다양한 비전을 가진 정당이 비전을 놓고 다투는 건강한 공론장으로 변화해갈 수 있을 것입니다.

미래에 서서 현재를 돌아보는 관점이 필요합니다. 생각만이 아니라 실천해야 할 때입니다. 시민사회에서뿐 아니라 의회 정치 역시 그래야 합니다. 그래서 저는 생활진보플랫폼 ‘시대전환’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이번 4.15 총선이 새로운 시대를 준비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합니다. 새로운 시대는 저절로 오지 않습니다. 우리가 만들어가야 합니다. 

LAB2050
이원재 드림

* 4주에 한 번씩 사회 현안에 대한 이원재 대표의 생각과 제안을 담은 칼럼을 LAB2050 이메일 구독자에게만 보내드립니다. 관심 있을 만한 분에게 뉴스레터 구독을 권해주세요. 맨 아래 뉴스레터 구독 버튼을 누르시면 신청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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