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 무슨 일을 당해도 이상하지 않을 요즘이지만 그래도 아침 저녁으로 부는 선선한 바람이 격려처럼 축복처럼 느껴집니다. 뉴스레터 29호를 발행합니다.

리영희는 <대화>에서 리영희의 친구들에 관해 묻는 질문에 “나는 무엇 하나 의식하면서 인간관계와 사회적 유대를 맺어나가지 않았습니다. 대인관계에서 나는 비(非)처세, 아니 무(無)처세적입니다.”라고 답합니다. 리영희의 산본시절 카센터를 하면서 경비행기 비행사이기도 했던 김형준 선생님과의 사귐을 신완섭 선생님이 취재해서 써주셨습니다. 김형준 선생님은 왜 리영희가 본인을 좋아했겠냐고 묻자 “아마 내가 좀 순수해서 그러셨을거 같습니다. 사실 리영희선생님도 순수하셨죠” 라고 했습니다.
<전환시대의 논리> 발행 50년을 맞아 재단은 다시 제기되는 전환의 시기를 논해보고자 합니다. 리영희가 <전논> 서문에서 본인 글을 가설이라고 칭했던 이유가 겸양이나 반어법을 써서가 아니라 여러분도 자기 가설을, 성실한 자기의 가설(假設)을 세우길 촉구하는 것이라고 읽는 후배들의 토론회를 만들어 보고자 합니다.

그동안 리영희재단 이사로 애써주셨던 최영묵 고형권 염종선 이사님이 사임하고 진영종 (성공회대 교수) 김종철 (전 한겨레 기자) 하남석 (서울시립대 교수) 세 분이 신임 이사로 함께하게 되었습니다. 리영희재단을 위해 좋은 시간을 함께 해 온 세 분 선생님들 가슴 깊이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 여기에 진영종 신임 이사의 인사글을 싣습니다.
재단 소식
<전환시대의 논리>가 발행된 지 50년이 흘렀습니다.
1974년 6월 네 번째의 창비신서인 <전환시대의 논리>는 아시아·중국·한국의 부제를 달고 출판됐습니다. 여기에는 70년대에 실로 만개했던 다양한 종류의 잡지에 1970년부터 73년 까지 발표된 19편의 글이 리영희평론선李泳禧評論選 으로 묶여 있습니다. 19편 글들의 최초 발행 매체는 베트남전쟁1,2가 실린 창작과비평을 비롯 중국,일본,미국 관계 글이 실렸던 정경연구, 다리, 창조, 세대, 한반도, 기타 언론관계와 문화비평 글이 실린 문학과 지성,여성동아, 신동아, 한국기자협회보, 합동연감 등이었습니다.
<전환시대의 논리>는 <우상과 이성>과는 달리 변형없이 초판이 그대로 발행되다가 32년이 지난 2006년에 단지 표지가  바뀌는 개정판을 내게 되면서 두 번째 서문을 갖게됩니다. 여기에 <가설假設>로 제출된 그의 초판 서문과 리영희로서는 말년에 해당하는, 초판 발행 30여년이 지난 후의 개정판 서문을 싣습니다.
리영희재단은 <전환시대의 논리> 발간 50주년 기념 토론회 -“2020년대 전환의 양상과 대안의 논리”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전환시대의 논리>로부터 50년이 지난 또 다른 전환의 시기에 우리의 허위의식은 무엇이고 우리에게 제기된 우상타파는 무엇인지 한반도와 국제관계의 측면에서, 언론의 측면에서 가능한 발본적 질문을 하면서 모색해 보고자 합니다. 리영희가 가설이라고 했던 뜻은 그 글들이 진실로 받아드려지길 원한 반어법이라기 보다는 “여러분도 또다른 가설를 세우세요” 라고 강하게 촉구하는 것으로 읽혀지는 요즘입니다. 10월 16일 수요일 오후 3시부터 6시반까지 창비 서교빌딩 50주년 홀에서 진행합니다. 프로그램이 확정 되는대로 따로 알려드리겠습니다.
재단과 함께하는 사람들

27세 나이 차이를 건너뛴 카센터 사장과의 우정

공학도, 노년에 경비행기를 타다


신완섭/리영희기념사업회(군포 소재) 운영위원장

비행장에 도착한 선생님은 비행기체를 손수 만져보시며 비행 원리와 조종법을 이해하는 데 여념이 없었습니다. 눈앞에 보이는 비행기를 만져보는 것만으로 만족할 사람이 누가 있겠습니까. 다행히 그날따라 일기 상태는 대단히 양호했으므로 조심스럽게 “선생님, 비행기도 한번 타 보시겠습니까” 여쭙자, 이번에도 “마누라 모르게 탑승해 보는 걸로 함세” 하며 동의하셨습니다. 그러나 초보비행사에 불과한 저로선 저와 동승하는 것이 안심이 안 되어서 선생님의 동승 비행은 베테랑 비행 조교에게 부탁했고, 그 부탁은 별 어려움 없이 받아들여졌습니다. 비행은 좋은 날씨만큼 순조로웠습니다. 고정익형 경비행기로 한 차례, 체중이동형 경비행기로 또 한 차례, 총 두 차례나 상공을 나는 장면은 그날에 제가 찍어드린 여러 장의 사진 속에 담겨있습니다.


발행인: 김효순(리영희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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