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환점 맞이한 AI 개발과 투자의 국면
2025년 1월 28일 화요일
훨씬 적은 비용으로 오픈AI의 모델과 비슷한 성능을 낸다고 알려진 중국의 딥시크(DeepSeek)가 준 충격이 금방 가라앉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번 주부터 빅테크 기업들의 실적 발표도 이어지기에 이들은 이에 대해서 어떻게 대응해 갈지에 대한 코멘트도 어쨌든 해야 하는 상황인데요. AI 개발 국면이 빠르게 새로운 단계에 진입하게 되는 것은 확실해 보입니다. 

오늘은 딥시크의 충격과 공포가 몰고 올 산업의 변화에 대한 이야기를 잠시 전해드리겠습니다. 딥시크는 전 세계 관련 산업계 전반은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설 연휴를 잠식할 단어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어서 간단히 살펴볼 AI와 경제학 아티클에 대한 간략한 요약도 전해드립니다. 2024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대런 아세모글루가 작년에 낸 페이퍼가 지금 시점에서 또 조명되었습니다.

모두 즐거운 설 연휴 시작하셨기를 바랍니다!
[AI] #딥시크 #미중기술경쟁
1. 딥시크는 게임체인저일까?
딥시크가 빅테크에게 던진 근본적인 질문  
딥시크가 내놓은 오픈AI 모델과의 성능 비교 자료입니다. (이미지: 딥시크)
지난 주말 사이 딥시크(DeepSeek)가 준 충격은 간밤에 시장에 바로 반영되어 드러났습니다. 현재 알려진 바에 따르면 딥시크의 AI 모델은 불과 560만 달러(약 80억 원)로 오픈AI의 모델과 비슷한 수준의 성능을 낸다는 것입니다. 미국의 선두 주자들이 지금까지 각각 수십억 달러씩 쏟은, 그리고 여전히 쏟고 있는 막대한 비용을 고려하면 이는 실리콘밸리는 물론 전 산업을 흔든 충격적인 결과입니다.

많은 분석이 이어지는 가운데, 불과 수백만 달러의 금액으로 지금의 성과를 낸 것은 과장되었다고 분석하는 이야기들도 나오고 있습니다. 미국과 중국의 AI 패권 다툼도 커가는 가운데, 중국에서 나온 이 새로운 기술의 성능과 구체적인 투자액수를 곧이곧대로 믿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그 금액이 얼마가 되었건 지금 시장에서 가장 뛰어난 성과를 보이는 중인 오픈AI의 o1 모델만큼 딥시크의 모델이 뛰어나다는 것은 시장에 큰 충격파를 줄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무엇보다 이들이 필요로 하는 반도체 칩의 수가 그 핵심이고, 고로 훨씬 더 적은 비용으로 절대 따라잡을 수 없을 것 같았던 미국의 모델들을 따라잡았기 때문입니다. 

일단 딥시크가 직접 밝힌 바에 따르면 새로운 모델을 만들기 위해 이들이 필요했던 엔비디아 반도체 칩은 2000개입니다. 현재 미국의 빅테크 기업들은 최대 1만 6000개가 필요했다고 앞서 알려졌죠. 향후 주장과 차이가 나는 수치가 나오더라도 AI 모델 개발에 핵심인 반도체 칩의 양이 극적으로 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 확실한 것입니다.

애플로부터 시가총액 1위의 자리를 얼마 전 다시 탈환했던 엔비디아가 단 하루 만에 16%나 급락하면서 떨어진 것은 바로 이 점 때문이죠. 지금 시장이 받은 충격을 그대로 엔비디아가 다 흡수했다고도 분석할 수 있는 수치입니다. 물론 나스닥은 3%가 넘게 빠졌고, 엔비디아 외 브로드컴을 비롯한 관련 기업들의 가치도 함께 폭락했고요. 
새로운 경쟁이 시작된 시대이기도
지금의 상황은 많은 이들이 지적하는 '스푸트니크(Sputnik) 충격'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의 충격이 맞기도 합니다. 스푸트니크는 미국과 러시아(당시 소련)가 우주 인공위성 경쟁을 통해 세계 패권을 다투던 1950년대에 러시아가 먼저 성공적으로 쏘아 올린 인류 최초의 위성이었죠. 소련보다 기술적으로 한참 앞서 있다고 생각한 미국이 받은 충격은 수많은 책을 비롯해 영화와 드라마 콘텐츠로도 널리 알려졌고요.

이는 그래서 미국이 나사(NASA)를 설립하고, 인간을 달에 보내는 미션을 만들어내는 시작이 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로 스푸트니크가 나온 1957년 이후 12년 만에 인간은 달에 발을 디딥니다. 극적인 기술 경쟁 스토리의 결과이지만, 미국과 소련/러시아 그리고 이후 시대를 지나 미국과 중국으로 이어진 세계 패권에 대한 다툼은 기술 경쟁으로 늘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그 순간들에 대다수의 사람들은 그 현장을 경험하고 느끼지 못할 뿐이지요. 

결국 이 사례가 많이 인용되고 있는 것은 미국이 따라잡혔다는 충격을 표현하기 위함이기도 하지만, 그 함의는 또 따로 있기도 합니다. 바로 지금 우리가 보는 AI 모델의 경쟁도 필연적으로 역사의 반복이 되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경쟁이라는 점, 그리고 이렇게 치열하게 전개되는 기술의 경쟁에서 어느 한쪽이 압도적으로만 상대방을 누르고 커갈 수 없다는 점입니다. 

현재의 시대에는 더더욱 그렇습니다. 앞서 기술 개발을 주도한 이들의 성과와 연구 결과는 대부분 오픈되는 시대를 우리는 살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소스 코드와 알고리듬은 웹을 통해 오픈 소스로 공개가 되어있고, 연구자들도 늘 소통할 수 있는 환경입니다.

이렇게 자료를 공개하고 소통을 왜 할까요? 서로 더 발전하기 위해서이죠. 

이러한 정보의 접근은 아주 민감한 이야기들이 아니라면 미국과 중국 그리고 이 경쟁에 참여하고 있는 국가들 모두에게 제한이 없는 상황입니다. 대중들도 늘 어떤 진보가 이루어지고 있는지 (물론 훨씬 늦게 알게 되는 경우가 많지만) 제프리 힌튼이나 얀 르쿤 같은 대표적인 학자들이 소셜미디어를 통해서 토론도 하고 다양한 정보를 나누고 소통도 하면서 업데이트할 수 있는 시대입니다.
칩 수요가 예상만큼 크지 않을 수 있겠다는 불안감에 엔비디아가 간밤에 가장 큰 충격을 받았죠. (이미지: 블룸버그)
딥시크는 게임 체인저가 맞을까?
일단 국면을 완전히 전환 시킨 것은 맞습니다. 앞으로 대표적인 AI 기업들이 어떻게 개발을 진행해 왔는지를 전면적으로 뜯어보고, 어떻게 비용을 줄일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전면적으로 검토를 다시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물론 앞서도 언급했지만, 딥시크의 개발이 그들이 주장하는만큼 낮은 비용을 개발이 되었는지 확실히 알 수 없는 상황입니다. 최신 사양의 반도체 칩이 얼마나 필요했는지에 대해서도 더 확인이 필요한 부분이고요. 그리고 그렇다고해서 지금 AI 개발에 집중되는 투자가 줄어들 것이라고 예상하기도 어렵습니다. 

이미 빅테크 간 경쟁은 심화된 상황이고, 이를 계기로 더욱 심화될 수 있습니다. 어쨌든 AI 모델 하나로 그 경쟁이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인 개발과 발전의 경쟁이 펼쳐질 것이 뻔히 보이기 때문이죠. 메타가 이 와중에도 올해만 650억 달러(약 93조 4400억 원)를 AI 개발에 투입하겠다고 발표한 것을 봐도 '쩐의 전쟁'이 시장에서 앞서기 위해서 필수적인 요소라는 점을 말해주고 있기도 합니다. (대표적으로 애플을 제외하고) AI를 직접 개발하는 빅테크 기업들은 이미 수백억 달러의 투자가 예정되어 있습니다. 최근에 발표된 대규모 AI 인프라 개발을 하겠다는 스타게이트(Stargate) 프로젝트 역시 마찬가지 선상이고요.

이 과정에서 에너지와 원자재를 비롯한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이고 효율적으로 AI 모델을 개발하고 운영하는 방법은 계속 연구될 것입니다. 이것은 기술 개발과 이를 통해 수익을 올려야 하는 기업들의 경쟁이 만들어내는 필연적인 코스이죠. 갑작스럽고 당황스럽게 하긴 했지만, 딥시크는 이 필연적인 절차를 더 빠르게 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이고, 빅테크 기업들은 어쨌든 더 빠르게 효율을 높여야 할 자극을 크게 받은 것이기도 합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코멘트를 한 뉴스트리트 리서치의 글로벌 기술 인프라 팀 헤드인 피에르 페라구(Pierre Ferragu) 역시 "개발에서 앞선 '프론티어 모델'들은 아직 기술적인 엣지를 더 밀어붙여야 하며 이 과정에서 가장 앞선 컴퓨팅 자원을 써야한다. 반면 규모가 더 작은 후발주자들은 더 비용 효율적으로 AI 모델과 관련 기능을 개발하기 위해 힘써야 한다"라고 하면서 "딥시크는 게임체인저라기 보다는 (위에서 설명한대로) 지난 3년간 업계가 발전해 온 방향을 알맞게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라고 짚었습니다.

물론 이번 딥스크의 충격이 간단히 가라앉지는 않을 것입니다. 당장 AI를 개발하는 빅테크 기업들의 실적 발표가 줄줄이 이어지는 이번 주와 다음 주 이에 대한 코멘트가 들어가지 않을 수 없습니다. 지금까지 '미국 예외주의'의 이끌어 오기도 한 빅테크 기업들에 대한 가치 평가도 다시 진행될 가능성이 있고요. 이들은 지금 당장 빠르게 대답을 만들면서, 갑작스러운 변수로 루트를 바꿔야 하는 미래를 설계하기 시작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중요한 점은 이들은 AI 관련 투자를 줄이지 않을 것이며, 앞으로 새로운 방향성을 또 어떻게 제시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함께해 갈 것이라는 점입니다. AI의 개발로 시작된 투자 경쟁도 새로운 단계로 접어드는 것이죠. "수천억 달러를 데이터센터에 투자해서 압도적으로 차이를 벌리겠다!"가 아니라 누가 더 똑똑하게 돈을 쓰고, 더 빨리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할 수 있는지로요.
[거시경제] #AI아티클소개
2. 간단한 AI의 거시경제학
AI의 임팩트와 실제 산업 현장의 괴리  
2024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대런 아세모글루는 새로운 페이퍼로 최신 기술의 영향도 빠르게 업데이트했습니다. 
2024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대런 아세모글루는 작년 5월에 낸 새로운 페이퍼 <The Simple Macroeconomics of AI(간단한 AI의 거시경제학)>를 통해 AI로 인한 생산성 향상으로 향후 10년간 증가할 미국의 GDP는 0.7%에 불과하다는 예측을 내놓았습니다. 최근 MIT 슬론 경영대학원에서 이를 현재 시점에서 다시 조명하는 아티클을 발행했는데요. 현재 시점에서 돌아봐야 할 지점들일 짚습니다.

일단 아세모글루의 예측은 골드만 삭스가 말한 7%인 7조 달러 증가, 맥킨지가 말한 17.1~25.6조 달러의 증가에 한참 밑도는 수치이죠. 이에 더해 IMF는 전 세계 일자리의 40%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까지 예측했는데, 아세모글루는 "AI가 물론 큰 임팩트를 가져올 기술이지만"이라면서 생각보다 큰 생산성 증대를 기대할 수 없다는 점을 짚었습니다. 

그는 향후 10년간 미국에서 영향받을 일의 종류(업무 태스크)는 5%에 불과할 것이며, GDP 부스트도 제한적일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그도 AI의 발전으로 인해 현재 미국 노동 시장의 20%는 대체될 수 있을 것이라고 봤지만, 앞으로 10년 간은 그중에서 실제로 대체되었을 때 기존 대비 생산성 향상이 나는 경우는 훨씬 적다고 본 것이죠. 

그는 이 핵심 이유로 아직 AI가 "쉽게 배울 수 있는 태스크"에 특화되어 있는 점을 꼽았습니다. 이 역시 기술 발전에 따라 향상될 일이지만, 현재로서는 액션 다음에 오는 결과, 그리고 그 결과값의 영향을 명확하게 매길 수 있는 일들은 제한적이라는 것입니다.

그는 AI 투자의 불균형도 짚습니다. 현재 AI 투자는 특정 분야의 대기업들이 독차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세모글루는 중요한 점을 또 짚습니다. 현재 AI 기술이 제대로 작동하면서 일을 대체할 수 있는 회사는 중소기업들이 대부분이라고 주장합니다. 게다가 모든 기술이 그러하듯 AI도 전환기의 조정 비용이 필요하며, 단중기적으로 이는 AI의 경제적 효과를 상쇄할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결국 AI라는 기술이 대체할 수 있는 업무(태스크)의 수를 늘려야 하고, AI 모델들이 새로운 재료 혹은 새로운 약품이나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는 역량을 키워야 지금보다 큰 경제적 기여를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런 측면에서는 딥시크의 충격이 준 이야기와도 연결이 되는데요.

결국 AI가 거대한 사회적 전환기를 가져오고, 경제에 실질적으로 큰 영향을 주려면 새로운 단계를 넘어 비용 효율적으로 개발이 이루어져야 하기도 합니다. 산업적인 관점에서 바라보면 산업이 받는 영향 혹은 끼칠 수 있는 영향이 늘 과대 평가됩니다. 물론 다른 연구 결과들이 있겠지만, 학문적인 접근 그리고 그 시각이 말하는 바도 함께 봐야지만 변화의 속도가 조금 더 가늠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결과인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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