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팝 덕질하는 수다씨, 지니쓰, 아리아 - 덕질도 취미가 될 수 있을까?

#7호 - 덕질도 취미가 될 수 있을까?

오늘의 인터뷰이: K팝 덕질하는 수다씨, 지니쓰, 아리아 🎵

✅ 인터뷰 하이라이트

음악만이 다가 아니다! 세계관을 통째로 향유하는 케이팝 문화
덕질 경험으로 취뽀에 성공한 썰
덕질은 사실 이타적인 행위가 아니라 이기적인 행위
케이팝 덕질이 취미라고 인정받지 못하는 이유
덕질은 결국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이다

유난히 취미로 쉽게 인정받지 못하는 분야가 있습니다. 바로 케이팝 덕질! 쏟는 애정도나 시간, 에너지만 보면 덕질이 취미가 아닐 이유도 없는데, 왜 유독 대중문화를 덕질하는 건 취미로 인정하지 않는 걸까요? 🤔

오늘은 무려 3명의 이야기를 한꺼번에 들어볼 건데요, 학창 시절부터 케이팝을 덕질하기 시작하면서 디자인 쪽으로 진로를 정해 현재까지 그쪽 분야의 일을 하고 있는 🎨지니쓰님, 찍덕* 생활을 계기로 사진 촬영 및 보정 일을 계속하게 된 📸아리아님, 그리고 한때 케이팝 씬을 열렬히 사랑했다가 현재는 조금 먼 발치에서 응원하게 된 💖수다씨님까지. 세 분의 파란만장한 케이팝 덕질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찍덕: 연예인들의 공연이나 행사에서 사진이나 영상을 찍는 사람

🎨지니쓰님이 미술팀으로 일했던 뮤직비디오 촬영 현장.

🦥 저는 오늘 여기서 유일하게 케이팝 문화에 대해 아는 게 없는 머글*인데요 (웃음) 혹시 제 질문이 좀 생뚱맞고 순진하더라도 이해해주시기 바랍니다. 케이팝을 잘 모르는 분들을 위해서 영업부터 해주세요. 케이팝이라는 장르의 매력이란 뭔가요?

📸 일단 끊이지 않고 새로운 콘텐츠가 나오고, 생각지도 못한 방향성의 새로운 굿즈가 쏟아지고 다양한 아이디어를 볼 수 있다는 점. 예를 들면, 제가 컨셉에 정말 충실하다고 느꼈던 게 빅스 앨범에 있었던 노예 계약서예요. 그때 약간 그런 컨셉이었거든요. 근데 정말 노예 계약서를 넣어준 거예요.

🦥 어머나. 빅스가 앨범을 산 사람의 노예가 되는 그런 컨셉인 건가요?

📸 네, 그래서 완전 신선한 충격이었죠. 아니 이렇게까지 컨셉을 녹여서 굿즈를 뽑아준다고? (웃음) 그런 식으로 컨셉에 따라 굿즈들이 다양하게 뽑힐 수 있고 다양한 아이디어를 낼 수 있는 게 케이팝의 매력이 아닌가 싶어요. 그러니까 계속 신선하게 볼 수 있는 거죠.

🦥 케이팝 씬이 세계관에 굉장히 진심인 것 같다는 인상은 있었어요. 저도 자세히 아는 건 아니지만, 그 시초가 SM 아니었나요? 동방신기가 초능력 컨셉으로 나와서... 세계관 구축에 정말 다들 진심이라고 느꼈어요. 팬들도 그럼 많이 몰입해서 소비하는 편인가요?

📸 완전 몰입해서 '내가 노예를 부릴 수 있어!' 이것까지는 아니고요 (웃음) 그래도 '나름 진심으로 준비했구나' 정도로 생각하는 거죠.

🎨 확실히 디테일에서 오는 쾌감이 있어요. '이런 것까지 생각했다고?' 싶은...! 그래서 진짜 재밌다고 생각하거든요. 케이팝은 정말 복합적인 문화라고 생각해요. 앨범, 스타일, 뮤직비디오, 안무 등등 모든 게 완벽히 그 컨셉에 다 맞춰지고 아주 조그마한 디테일과 굿즈까지 완벽히 맞아떨어졌을 때 제일 큰 짜릿함을 느껴요.

🦥 단순히 노래나 뮤비만 파는 게 아니고 진짜 세계관을 만들어서 파는 거네요.

💖 보통 음악을 '듣는다'고 표현하잖아요. 근데 케이팝은 음악을 '듣는다'로만 표현이 안 되는 거예요. 오감을 쓸 수 있는 거거든요. 어떤 아이돌은 콘서트에서 썼던 향을 알려주고 향수를 판매한다는 것도 봤어요. 그렇게 오감을 만족하는 종합 예술 같은 느낌인 거죠. 그런 요소들을 하나씩 발견해 나가는 게 케이팝의 매력이지 않나 싶어요.

🦥 드라마도 엄청 잘되면 시청자들 사이에서 없던 의미도 만들어내잖아요. 케이팝도 그런 게 있나요?

🎨 맞아요. 단순히 안무나 음악을 보여주는 뮤직비디오도 있지만 세계관을 녹여서 스토리가 들어간 뮤직비디오들이 있어요. 팬들이 그걸 보고 거의 초 단위로 끊어서 의미를 다 찾아요. 전에 어떤 떡밥이 있었는데 이게 여기서 이런 식으로 나온다 싶은 것들이 있어요. 그게 진짜 의도된 거였다는 게 느껴지면 거기에서 '배운 변태인가?' (웃음) 이런 얘기가 나오는 거죠.

🦥 수사 드라마 보면서 이것저것 추리해 보고 맞혀보고... 이런 거랑 약간 비슷한 느낌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 나중에는 결국 팬들이 너무 몰입해서 의미를 찾아내기 시작하니까 소속사도 계획하지 않은 것도 찾아내기도 해요. 팬들이 의미를 찾아서 만들어주는 거죠.

🦥 영화나 드라마도 감독이 의도하지 않았는데 관객들끼리 찾아내는 게 있잖아요. <응답하라> 시리즈의 색깔론이라고 혹시 아세요? 오히려 시청자들이 디테일에 집착하고 더 깊이 해석하는 것 같아요. 근데 저는 그것도 콘텐츠에서 떨어져 나온 또 다른 콘텐츠라고 생각하거든요.

📸 맞아요. 그리고 또 다른 매력으로는... 한 그룹을 덕질할 땐 같이 성장하는 느낌이 있어요. 내가 뭐 무대에 올라가고 뭘 하고 그런 건 아니지만 음원 성적이 더 잘 나오고 더 큰 콘서트 홀에서 공연했을 때, '봐봐, 내 안목이 맞았다.' 싶은 거죠. '얘네가 이렇게 클 걸 난 예전부터 알고 있었다'는 뿌듯함. 그리고 더 커졌으면 하는 바램으로 더 투자하는 것도 있고요. 앨범을 2장, 3장씩 사는 게 거기서도 오지 않을까 싶어요.

🦥 어렸을 때 게임으로 따지면 약간 육성 게임 하는 그런 느낌이라고 볼 수도 있겠네요.

*머글: 덕후나 팬이 아닌 사람들. 본인의 커뮤니티에서 향유하는 문화에 별 관심이 없는 이들을 지칭하는 용어

수다씨, 지니쓰, 아리아님이 뽑은

🎉 '오감 만족' 케이팝 리스트! 🥁

컨셉에 맞게 브랜딩 된 뉴진스의 앨범
: 가사집의 내지 디자인, 포토북 등등 앨범의 모든 구성요소가 컨셉에 어울리게 완벽하게 디자인되어 디테일을 하나씩 찾아보는🔍 재미가 있는 완성도 높은 앨범이에요!

하나의 컨셉을 다양한 방식으로 구현해내는 에스파
: 에스파만의 미래적인 분위기와 메탈의 맛이 담긴 뮤비들! 에스파는 조금씩 다른 분위기로, 하지만 일관되게 그들만의 소위 '쇠맛🔩'을 구현하고 있어요. 항상 음원 발매와 동시에 그들의 뮤비도 기다려지는 이유!

aespa 에스파 'Armageddon' MV

👀 뮤비 상세 해석이 궁금하다면? 👉 올해 가장 충격적 작품, 에스파 뮤비 속 비밀 코드

aespa 에스파 'Whiplash' MV

퍼포먼스로 아이돌의 정점을 찍은 방탄소년단
: 방탄소년단 하면 퍼포먼스, 퍼포먼스 하면 방탄소년단! 방탄소년단의 퍼포먼스는 노래와 완벽히 일치되면서도 무언가 가슴을 끓어오르게🔥 합니다. 마칭 밴드와 어우러지는 'ON'은 특히 이들이 얼마나 퍼포먼스적으로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는지 확실히 보여준다고 생각해요.

BTS (방탄소년단) 'ON' Kinetic Manifesto Film : Come Prima

🦥 덕질을 하기 전과 후를 비교했을 때 나한테 생긴 가장 큰 변화가 있다면 어떤 게 있으세요?

💖 저는 돈 쓰는 법을 조금 배우게 된 것 같아요. 사실 머글의 입장에서는 케이팝에 돈을 쓰는 거 자체가 조금 부정적인 시선으로 봐질 때도 있잖아요. 특히 저희 부모님은 그러셨거든요. 돈을 쓰는 건 좋은데 막 탕진하거나 파산할까 봐 저희 부모님은 어릴 때부터 저를 잡으셨어요. 제가 가고 싶은 콘서트나 팬미팅을 가기 위해서는 돈을 모아야 해서 연 예산을 짰어요. 한 달에 얼마 아끼고 비상금을 어느 정도 모아야 1년 동안 가고 싶은 행사를 갈 수 있는지. 그래서 저는 뉴이스트 덕질을 시작한 17년부터 코로나 터지기 전 19년까지 돈을 제일 많이 모았어요. (웃음) 회사를 다니거나 직장생활을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돈을 제일 많이 모았던 것 같아요.

또 생각해 보면 저는 주변 사람들한테 사랑을 주는 법도 덕질에서 많이 배웠다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예를 들면, 좋아하는 사람인 아리아님이랑 지니쓰님이 있다면, 이 사람은 이 부분이 너무 귀엽고 이 부분이 너무 사랑스럽다고 포인트를 딱 집어서 표현할 수 있는 방식의 사랑을 덕질을 통해서 많이 배우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 그러니까 구체적으로 사랑할 수 있는 포인트를 뽑아내는 능력 같은 거네요.

💖 그렇죠. 예를 들면 오늘 아리아님이 정말 귀여운 안경을 쓰셨거든요. 그러면 '오늘 그녀 너무 귀여워! 고등학생 같아요.' 이런 얘기를 할 수 있는 정도? (웃음)

🦥 주접을 좀 더 구체적으로 떨 수 있게 됐다?

💖 (웃음) 맞아요. 듣는 사람들은 매우 민망해 하지만 저는 그래도 표현을 할 줄 아는 사람이 된 거죠.

🦥 결국 덕질은 사랑이니까요. 그럼 이 질문의 연장선상으로, 덕질에서 삶의 지혜를 배운 게 있다면 뭐가 있을까요?

📸 덕질하면서 가장 확실히 삶에 적용이 됐던 건 빠르게 빠르게 일을 처리하는 거예요. 덕질은 사실 속도전이기도 하거든요. 활동기에 도시락을 보내는 것도 선착순이예요. 어떤 행사에서 이벤트를 하고 싶다면 그것도 또 선착순으로 하기 때문에 빠르게 해야 해요. 그래서 그 후로 모든 일을 할 때 제가 들었던 얘기가 '너 진짜 일 빠르게 처리한다'예요. 그리고 성격이 급해졌어요. 빠릿빠릿하게 할 수밖에 없게 된 거죠.

🦥 한국 사회에 최적화된 취미 활동이네요. (웃음) 덕질 활동도 거의 회사처럼 기획하고 제품 만들고 주문하고... 이런 모든 프로세스가 있잖아요. 그래서 일하는 능력도 늘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 생일 카페 같은 것도 그래요. 생일 카페 하는 장소가 한정적이거든요. 어느 업체가 있는지 확인하고, 전화 돌려서 사장님한테 발주를 넣는 거죠. 생일 카페 안 하던 곳에는 어필도 해야 해요. '생일 카페를 하게 되면 팬들이 이 기간 동안 많이 와서 수익이 어느 정도 보장이 될 것이다' 이런 식으로요. (웃음) 한 번은 제가 생일 카페 안 하던 곳을 뚫어서 생일 카페를 하게 됐는데, 사장님께서 매출이 잘 나오셨나 봐요. 그 뒤로 감사하다고 연락이 온 거예요. 그래서 그분이 이제 생일 카페를 계속 받기 시작하더라고요. 그때가 대학교 2학년 때였어요.

🦥 회사에서도 이벤트 기획을 하든 사업을 진행하든 과정이 비슷하잖아요. 오더를 따내려고 설득을 하고, 행사를 진행하고, 그 사이에 어그러지면 또 B안으로 어떻게든지 해보려고 하고...

📸 그래서 면접 볼 때도 고민했어요. 덕질하면서 나름 팔로우가 이렇게 많고, 계정을 이렇게 키웠고, 이런저런 행사도 해봤다는 걸 얘기를 해도 되나 싶은 거예요. 내가 뭘 하면 진심인 사람이라는 걸 어필하고 싶더라고요. 근데 한편으로는 케이팝 덕질하는 걸 안 좋게 보는 어른들도 있으니까... 결국엔 면접 때 '저는 뭐든지 진심인 사람이고 하면 제대로 하는 사람입니다.'라고 어필했던 회사들은 다 붙었던 것 같아요.

🦥 저도 설득이 되는걸요. 자소서에 녹여내기 너무 좋은 사례들인 것 같아요. 사실 완전 성공 사례잖아요.

뉴이스트의 백호의 생일카페

🦥 케이팝은 팬덤이 워낙 큰 문화잖아요. 그 팬덤 안에서의 문화도 좀 궁금해요. 같은 대상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였을 때는 어떤 문화를 형성하게 되나요?

📸 콘서트에 나눔 문화가 있거든요. 굿즈를 만들어 가기도 하고, 오래 기다리느라 당이 떨어질 수도 있으니까 주변 사람들을 생각해서 간식들도 담아가요. 내가 콘서트를 보러 가는 시간 동안 어쨌거나 좋은 기억이 됐으면 좋겠다는 마음이고, 저들도 아마 똑같은 생각일 테니까. 서로 간식이라든가 내가 만든 엽서라든가 조금씩 담아서 오늘 기분 좋은 마음으로 왔으니까 오신 분들도 같이 기분 좋게 즐기자는 마음에서 나눔을 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그게 어떻게 보면 이타적일 수도 있지만 결국은 나를 위해서도 있는 것 같아요. 그 시간을 소중하게 보내고 싶은 나를 위해서인 거죠.

🦥 맞아요. 찍덕이든 나눔 문화든 어떠한 보상도 없잖아요. 모든 종류의 덕질이 그렇듯이 '저렇게까지 사랑을 이타적으로 줄 수 있나'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하거든요. 근데 말씀하신 것처럼 나를 위한 거라고 생각을 할 수도 있겠네요. 마냥 이타적인 거라고 볼 게 아니라, 내가 더 좋은 시간을 보내고 싶으니까 베푸는 거죠.

💖 그래서 '나는 돈을 주고 내 행복을 산다'고 얘기한 적도 있어요. 내가 사랑을 주고 싶고, 애정을 쏟고 싶고, 내가 내 시간을 예쁜 마음으로 보내고 싶은데, 그걸 하기 위해서 굿즈를 사러 가기도 하고 생일 카페를 가기도 하고 콘서트를 보러 가기도 하는 거죠. 돈을 주고 시간을 쓰면서 내 행복을 산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콘서트 한 번 보러 가면 저는 6개월 동안 친구들한테 그 기억이 너무 행복했다고 얘기를 하고 다니거든요. 애들이 질린다고 할 정도로. (웃음) 근데 저는 그 행복의 여운이 엄청 오래 남기 때문에 그 여운을 가지고 살아갈 힘을 또 얻는 것 같아요. 저에게 덕질은 엄청 이타적이었을 것 같기도 하지만 이기적이기도 했어요.

🦥 저도 케이팝은 아니지만 공연을 정말 좋아하거든요. 시간 예술이라서 휘발되긴 하지만 내 안에 남은 여운이 엄청 오래 갈 수 있기 때문에 그 힘으로 살아간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이기적인 마음으로 내가 내 행복을 산다고 생각하신다는 점이 공감되네요.

💖수다씨님의 최애, 뉴이스트의 응원봉(왼)과 직접 제작해서 콘서트 때 나눔했던 엽서(오)

🦥 우리 사회에서는 연예인이나 대중문화를 덕질하는 걸 취미라고 잘 인정해 주지 않는 분위기가 좀 있는 것 같아요. 사실 대상이 다를 뿐이지 무언가를 깊이 좋아해서 디깅하는 행위들을 생각해 보면, 꼭 대중문화 덕질이라고 해서 취미가 아닐 이유가 있나 싶거든요. 여러분들은 다른 사람들이 취미가 뭐냐고 물으면 케이팝 덕질이라고 말하는 편이었나요?

💖 저는 이 질문을 보고 왜 덕질을 취미라고 정의하는 걸 낯설다고 느꼈을까 고민해 봤거든요. 뭔가 여가 시간에 즐기는 행위라기보다는 그냥 팬과 가수와의 관계를 유지하는 활동을 덕질이라고 생각했던 거 같아요. 인간관계처럼 보는 느낌? 저에게 취미는 행위에 가까웠거든요. 근데 덕질은 행위로 보지 않았던 것 같아요. 그래서 그 말이 더 생경하게 들렸다는 생각도 듭니다.

🎨 저는 항상 이게 취미라고 말해요. 근데 말씀하신 것처럼 다른 취미랑 다른 시선으로 보더라고요. 너무 깊게 빠져들어서 일상을 방해하는 부정적인 무언가로 바라보더라고요. 제가 입시하면서 많은 스트레스가 있었는데 그걸 풀어주는 요소 중 하나였거든요. 플레이리스트에 내가 좋아하는 아이돌 노래를 가득 담아서 집에 가는 길에도 듣고, 공부할 때도 틀어 놓고 그랬어요. 콘텐츠 하나 올라오면 잠깐 보면서 또 힐링하고... 솔직히 다른 취미도 힘든 일을 하고 잠시 내가 좋아하는 거에 집중하는 거잖아요. 저는 제 일상에 방해받지 않고 즐길 수 있는 만큼 즐겼어요.

🦥 사실 다른 취미를 가진 사람들한텐 그런 얘기 안 하거든요. 다른 취미도 충분히 자기 일상을 해칠 만큼 좋아할 수 있어요. 그런 경우도 많고요. 근데 그런 거는 취미로 인정해주면서 괜히 케이팝은 삶을 망칠 정도로 좋아하는 거 아니냐는 시선이 좀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물론 머글 입장에서는 덕질이 정말 이타적인 행위다 못해 자기를 버리는 것처럼 보일 수 있는 것 같아요. 무조건적으로 퍼주는 관계라고 생각하면 부정적으로 보이겠죠. 근데 아까 말씀하셨던 것처럼 이것도 지극히 나를 위한 이기적인 행위라고 생각하면, 오히려 취미가 되는 것 같아요. 내가 내 행복을 위해서 돈을 쓰는 게 취미잖아요.

📸 저는 취미라고 정의하는 편인데 다른 사람에게 취미가 덕질이라고 말은 하진 못해요. 그러면 누구 덕질하는지, 얼마나 좋아하는지 물어보면서 '왜 아이유 같은 사람 안 좋아하고? 걔네 유명해? 걔네 그렇게 유명하지도 않은데 왜 좋아해? 걔네보다 얘네를 좋아하는 게 득이지 않아?' 이런 식으로 물어보거든요. 그래서 정말 친한 사람들한테는 말할 수 있지만 보통은 예전에 잠깐 사진 찍고 보정하는 걸 좋아했다는 식으로만 말해요. 그게 틀린 말은 아니니까요.

💖 그래서 덕질을 하면 무언가를 좋아한다는 사람을 응원하게 되는 것 같아요. 왜냐하면 나도 누군가를 좋아하면서 마음의 변화를 위에서부터 밑바닥까지 찍어봤잖아요. 이 사람의 마음을 완전히는 아니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이해하게 되죠. 예를 들어 애니메이션을 좋아한다고 얘기해도 그거 왜 좋아하냐고 얘기하지 않게 되는 거죠. 모든 덕질을 이해하고 포용하게 됐어요.

🦥 그 대상이 무엇이든 좋아하는 사람의 마음을 다 이해할 수 있게 됐다는 거죠.

💖 네, 이해는 못하더라도 응원은 하게 됐답니다.